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99
699화 별들의 전쟁 (1)
마그마가 흐르는 분화구에선 수많은 남녀가 모여 있었다,
인간은 아니다.
개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마력의 양과 이질감은 감히 인간이라는 껍데기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이들의 정체는 폴리모프 마법을 시전한 드래곤들이었다.
골드와 실버 레드와 블루 그리고 그린과 블랙까지.
각자의 색을 관장하는 46층의 수호신들은 초조하게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그 중에는 파괴룡 에드온처럼 이명(異名)을 가진 고대룡들 역시 함께 있었다.
48층를 지키는 철벽의 문지기.
역대 드래곤들 중에서도 완벽한 혈통과 재능 그리고 운까지 겸비한 최강의 생명체들이다. 이들 역시 곧 있을 드래곤 로드의 선출식에 개입하기 위해 굳이 하위종인 드래곤들이 있는 곳으로 먼 발걸음을 옮긴 상태였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
에드온이 중얼거렸다.
짜증과 회한이 담긴 음성에서는 한 인물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 드러나 있었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강진혁.
에덴이라는 거대 거점을 손에 넣었음에도 좌절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큰 사건 사고들을 치는 중이었다.
아자토스가 잠에서 깨어나려고 했으니 오죽했겠는가?
아직까지 그날만 떠올리면 드래곤 하트가 얼어붙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거의 다 끝났다.’
현재 기존의 로드는 물러난 상황.
새로운 로드가 선출됨으로써 드래곤들이 하나로 결집하게 된다면, 에덴을 기점으로 더 이상 플레이어들이 탑에 오를 수 없게 만드는 게 가능해진다.
아무리 세력들을 모으고 성장해봤자 상층부로의 등반은 불가능해진다는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다음 로드가 될 후보를 받도록 하겠다.”
전대 드래곤 로드를 선출했던 골드 일족이 2,000년 간의 과업을 끝내고 후임자를 넘겨주기 위한 의식을 거행했다.
화르륵!
마그마가 양 쪽으로 갈라지며 고대 드래곤의 유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난 크기다.
일반적인 드래곤보다 족히 3배는 거대했으니까.
심지어 생전에 격하게 뛰고 있던 드래곤 하트는 아직까지도 그 고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얼마나 터무니없는 마나를 보유하고 있는지 가늠도 되질 않는다.
[고대룡 ‘파티오’의 마력이 개방됩니다!]쿠쿠쿠쿠쿠!
탑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진 최초의 고대룡 중 하나.
새로운 로드에게 자신이 가졌던 마력의 일부와 각인을 넘김으로써 남은 드래곤들의 충성을 받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상징물 역시 오랜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반년간이나 찾아 헤매던 왕의 징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성유물까지 갖춰졌다.
드래곤들 사이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양감이 피어올랐다.
“레드 일족의 베디미온이 위대한 로드의 자리에 도전하겠다.”
“블랙 일족의 살라시드도 위대한 로드의 자리에 도전하겠어요.”
적발의 사내와 흑발의 여인이 나섰다.
레드와 블랙 일족.
차기 드래곤 로드가 가장 유력한 두 일족이었지만, 아직 어디가 확실하게 우위를 점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배후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던 니알라토텝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손을 놓고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선출식 역시 기약 없이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지.
‘무슨 생각인 건지 모르겠군.’
아자토스가 깨어나려고 했던 것도 관련된 일인 건가?
태고의 존재들의 움직임이 지난 수천 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활발해진 것 역시?
자신들에게까지도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탓에 자세한 내막을 파악할 순 없었으나, 거대한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됐다. 아무리 생각해봤자 답이 없는 것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 일단은 나에게 주어진 일을 확실하게 매듭짓는 게 우선이다.’
레드와 블랙.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두 일족 중 누가 로드가 되더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바로 그때.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곳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린 일족의 피노누아. 위대한 로드의 자리에 도전하겠습니다.”
녹색 머리카락을 우아하게 늘어뜨린 여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알겠다. 더 없는가?”
“…….”
“…….”
장로 드래곤의 말에 침묵이 이어졌다.
“그럼, 이걸로 후보 등록을 마무리하도록 하지.”
[세 일족으로부터 후보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지금부터 14일 후 새로운 로드가 선출됩니다.]드래곤 로드의 선출식엔 드래곤이라면 그 누구라도 후보자가 될 수 있다.
드래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로드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물론, 도전하는 것과 당선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긴 했으나, 어쨌든 두 명뿐이라고 생각했던 후보가 셋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에드온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변수가 늘어난 것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곁에 있던 다른 고대룡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누가 움직인 거냐.’
가장 세력이 약하고 온순하던 그린 일족이 아무 이유도 없이 나서진 않았을 터.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가 개입한 게 틀림없었다.
***
같은 시각.
팔라조 호텔의 라운지에선 진혁이 홀로 앉아 있었다.
든든한 정보처를 얻은 덕에 일처리가 한결 쉬워졌다.
몇 시간이나 보다 보니 현재 플레이어들의 정보들을 모두 머릿속에 집어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아주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닌가 보네.’
새롭게 개편된 7대 길드.
그곳을 이끄는 마스터들과 최상위 랭커들은 나름대로 그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갖고 있었다. 드레드로어 정도 되면 그래도 길드 전체의 힘이 현재의 천유성과 엇비슷하거나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흠.
진혁이 민트초코 베이스의 칵테일을 홀짝이며 고민에 빠졌다.
이런 어설픈 애들이 제일 성가신 법이다.
힘 조절을 하기엔 쉽게 쓰러지지 않고. 그렇다고 전력을 다해버리면 기껏 망각의 샘물을 써버린 이유가 사라져버린다.
섬세하고 꼼꼼하게 작전을 세워야 원하던 아이템도 얻고 정체도 들키지 않을 수 있으리라.
“마스터.”
“예.”
“밤이 길어질 것 같으니 한 잔만 더 부탁할게요. 민트 위에 초콜릿 가루 듬뿍 얹어서.”
“마침, 트리플 민트 리퀴어가 들어왔는데, 어떠십니까? 원하신다면 처음으로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죠.”
“더블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후후. 그래야 제가 인정한 손님이죠.”
바텐더가 능숙하게 칵테일을 제조했다.
안주거리 삼아 집어먹을 수 있는 버터향이 가득 배어 있는 쿠키까지.
역시, 근본이 있는 라운지다.
종종 미국에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때.
“강진혁.”
진혁의 옆자리에 천유성이 다가와 앉았다.
평소에도 무뚝뚝한 편이긴 했으나 이번에는 그 결이 조금 달랐다.
“너도 한 잔 하려고?”
“……치약을 입에 넣는 건 이를 닦을 때면 충분하다.”
“말이 좀 심하네.”
파인애플 피자는 잘만 먹는 놈한테 이런 소리를 듣다니.
처음으로 평정심을 잃고 먼저 싸움을 걸 뻔했다.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유성이 말을 이었다.
“언제부터인진 모르겠지만, 항상 너와 같은 편에 서서 싸워왔다. 웃기는 일이지. 예전에는 마주치면 칼부터 겨눴는데 말이다.”
“그러게. 어쩌다 보니 그리 됐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목숨이 위태로울 때도. 세계의 멸망을 막아야만 할 때도.
이 녀석은 툴툴대면서도 항상 옆에 있어줬지.
이제는 엘리스나 테레사만큼이나 당연한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일원이었다.
“앞으로도 네가 필요할 때면 도와줄 생각이다. 너를 위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탑의 정상을 정복해야만 할 테니까.”
하지만.
“이번 이벤트에서만큼은 네놈과 함께하지 않을 거다.”
수많은 이들 앞에서 자신의 승리를 선 보일 수 있는 기회. 천유성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별들의 전쟁을 날려버릴 생각이 없었다.
파츠츠….
날카롭게 갈무리된 기운이 피어올랐다.
저릿저릿!
진혁의 피부를 통해 생소하면서 무시무시한 투기가 전해졌다.
……기존의 천유성이 아니다.
추혼검을 기본으로 한 특유의 마력은 절대 이런 종류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게 말이 되나?
기존의 걸 완전히 뒤엎어버리고 새로운 걸 익힌다는 건 무림의 상식상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게 추가될 수는 있을지언정 근간이 되는 뿌리 자체를 바꾼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설마.
“너…?”
진혁의 눈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이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가 되었다.
“대회에서 보겠다. 반드시 살아남아 정상까지 올라와라. 너라면 고작 여기 있는 머저리들에게 질 리는 없을 테지만.”
달그락.
천유성이 언더 락 잔에 있는 양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등을 돌렸다.
콜록콜록.
술도 못 먹으면서 센 척하다가 사레가 들린 건 덤이었다.
***
본 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
진혁과 나머지 멤버들은 협회에서 만든 거대한 시설에 모였다.
“짐이 기억하기로는 별들의 전쟁인지 뭔지는 내일부터 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다만, 뭔가 일정이 달라지기라도 한 것이냐?”
청바지에 커다란 로고가 새겨진 검은 반팔과 스냅백을 착용한 엘리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풍선껌까지 씹고 있는 게 영락없이 미국 힙스터 느낌이다.
“우린 정식으로 초대받지 못해서 오늘 예선전을 치러야 해.”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이 메인 이벤트 참가권을 따내기 위해선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개나 소나 별들의 전쟁에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주최측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였다.
“숫자가 제법 많네요.”
테레사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천 명.
이 중에서 메인에 참여할 수 있는 건 고작 10명에서 20명 남짓이다.
경쟁률 자체만으로도 말 그대로 하늘에 별을 따는 수준이리라.
물론.
이 중에서 정말로 쓸 만한 원석은 한 손가락에 꼽는 정도겠지만.
‘어디 복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먹잇감은 어디 있으려나.’
진혁의 눈이 빠르게 회전했다.
‘탐식의 눈’을 통해 한 명 한 명을 스캔하며 무한의 서고에 넣어둘 인재를 찾았다.
바로 그때.
[지금부터 예선전 과제를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중앙에 걸려 있는 거대한 전광판이 점멸했다.
특별히 사회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딱한 문체로 안내를 해주는 게 고작이다.
“씁. 대우도 참….”
진혁이 쓰디쓴 입맛을 다셨다.
메인에 참여한 랭커들이 얼마나 호화롭고 세심하게 케어받는지를 봤었기에, 더욱더 격차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인원이 너무 많은 관계로 최대한 효율적이고 간편한 방식을 선택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금부터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강력하고 탄탄한 멤버들로 팀을 구성해주십시오. 팀원의 숫자는 최소 3명에서 최대 10명이어야 합니다.] [팀원 선정이 끝난 순간 같은 문양의 뱃지가 수여될 예정이며, 최후의 20명이 남을 때까지 전투는 계속됩니다.] [단, 상대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되오며 개개인이 입는 부상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배틀로얄 방식.
확실히, 이 편이 주최측에겐 편한 방식이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 쌓여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싸움을 해야만 하는 도전자에겐 최악의 방식일 테지만 말이다.
‘3명에서 10명이면 멤버 전원이 흩어질 필요는 없겠어.’
천유성은 따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외에는 전부 함께 팀을 구성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응?”
도전자들 사이에서 예상 밖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 녀석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진혁이 자신도 모르게 마력을 갈무리하는 걸 실패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