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01
701화. 별들의 전쟁 (3)
“바퀴벌레 같은 놈들.”
보고를 받은 서정희가 혀를 찼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극악의 경쟁률을 뚫고 위로 올라왔다.
아델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한 플레이어가 날뛰어준 덕에, 나머지는 어부지리로 올라가게 된 거였지만.
“그나저나 운도 좋네. 순전히 같은 팀을 이뤘다는 것 하나 때문에 별들의 전쟁 메인 이벤트권을 따내게 될 줄이야.”
스윙뱃 용병대로부터 살아남은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행운을 대폭 올려주는 굉장한 아이템이라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서정희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그곳엔 미국 타이탄 길드와 한국 단군 길드로부터 빼돌린 랭커들이 서 있었다.
스윙뱃의 용병들과는 차원이 다른. 전원이 탑의 상위 유적 공략 경험이 있는 잔뼈 굵은 실력자들이었다.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어요?”
서정희가 확신을 구하듯 물었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랭커들 사이에서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씀하신 대로 조심해야 할 건 아델이라는 자 정도입니다. 그나마 메인이 시작되면서 팀이 파훼될 테니 강진혁과 나머지 놈들을 처리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겠죠.”
장보경.
시작은 단군이었지만, 현재는 미국 타이탄 길드의 메인 딜러 자리를 꿰찬 인물이었다.
“보아하니 서정희 이사께서 저 녀석들하고 쌓인 게 많으신 모양인데, 저희가 깔끔하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잘게 잘라서 심해 밑바닥에 처박아두면 시체조차 찾지 못할 거예요.”
귀엽고 앳된 외모와 달리 입에서 나오는 말은 놀랍도록 잔혹했다.
[장보경이 고유능력 ‘대양(大洋)의 의무’를 발동합니다!]보그르… 보글.
공기 중에 수분이 모이면서 다수의 물방울들이 생겨났다.
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힘.
웬만한 랭커들도 싸우기 꺼려하는 광역 딜러의 힘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곁에 있던 나머지 랭커들도 한 마디씩 덧붙였다.
“보수만 확실히 챙겨주십시오.”
“잡음 없게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수.”
“아, 처리하기 전에 놈들과 드레드로어와의 관계에 대해선 확실하게 밝혀내야 할 겁니다. 그냥 죽였다간 제 입장이 매우 난처해져요. 알고 계시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일반인들이 저희 고문을 버틸 수 있을 확률은 전무하니까요.”
장보경이 다시 한 번 서정희를 안심시켰다.
그래.
실력이 검증받은 인류 0.1%의 랭커들이 있는 한 이변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일까?
서정희는 껌딱지처럼 뇌리에 늘러붙어 있는 불안감을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
메인 이벤트 첫 번째 날.
초대권을 받은 이들이 던져진 곳은 인조적으로 만든 거대한 미궁이었다.
[생존하여 다음 스테이지까지 도달하십시오.] [미궁에는 생존에 필요한 각종 아이템은 물론, 탑에 존재하는 매우 희소한 아이템들이 숨겨져 있습니다.]진혁이 미궁에 흩어져 있는 보상 목록을 훑었다.
키요프와 이반코비치가 입수해둔 내부 정보 중 일부를 기록해둔 것이었다.
종류만 약 392개.
그 중에서 따로 표시해둔 3개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아르첼라의 황금 고삐’.
‘이트클르 사막의 꿀벌 밀랍’.
‘붉은 군단 개미의 페로몬’.
‘이게 여기 있을 줄이야.’
진혁이 입맛을 다셨다.
안 그래도 에덴과의 전쟁에서 꼭 필요한 아이템들을 물색 중이었는데, 코인 거래소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떡하니 보상 목록에 올라와 있지 않은가?
가장 원하던 최우선 목표야 탑에서도 구하기 힘든 것들이지만, 위에 있는 3가지 아이템들은 그 대용품으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종류였다.
‘겸사겸사 타이탄과 드레드로어 쪽 이간질도 해야하고. 언제 습격해올지 모르는 천유성도 신경 써야 하니 생각보다 심심할 틈이 없겠네.’
주신들이나 태고의 존재들과 한 판 붙던 걸 생각하면, 이번 이벤트는 일종의 쉬어가는 타임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와 보상들이 얽히자 마냥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소리다.
진혁이 끝없이 펼쳐진 미궁을 바라봤다.
……잘 만들었다.
탑 내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현재 시설물 내에는 7성급 공간 왜곡 결계가 펼쳐져 있습니다.]시설 자체의 크기는 500m가 채 안 되지만, 결계로 인해 실제 크기의 수백 배까지 그 규모를 확장시켜 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안에 표시되어 있는 수많은 별들은 각 장소의 난이도와 보상 매력도를 표시해주고 있었다.
“그럼, 저희 어디부터 갈 거예요? 기왕이면 가장 어려운 곳을 도전했으면 하는데!”
테레사가 진혁에게 물었다.
그녀답지 않게 연신 온몸이 달싹인다.
이번 이벤트가 열리기 전, 가브리엘과 접선한 것 같긴 했는데, 그 이후로 굉장히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천유성과 마찬가지로 꽤나 혹독한 시간을 보낸 게 틀림없었다.
‘테레사도 조금 귀여운 면이 있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강해지려는 모습.
어서 새로운 힘을 뽐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어린아이처럼.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걸 보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별3개 – ‘람세스 대신전’]이집트 신화를 본떠 만들어낸 장소다.
여기에 찾고자 하는 아이템들 중 두 개가 잠들어 있었다.
문제는.
그곳엔 이번 미궁에서 가장 매력적이라 할 수 있는 ‘남색’ 등급의 성유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다만티움’과 ‘오리하르콘’을 반씩 섞은 다음 에덴의 강물을 이용해 제련한 보검.
신성을 논할 때 없어서는 안 될 ‘미카엘의 기도’라는 특수 효과까지.
탑 상층부에서도 극히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 보상으로 걸려 있는 이상, 모두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군께서 함께하시니 날파리들이 아무리 꼬여 봤자 문제 될 건 없겠죠.”
“달그락. 아까 보니 내 갈비뼈 하나 정도에서 정리가 가능할 것 같다.”
월영과 티본이 자신감 넘치는 투기를 드러냈다.
“흥! 수준 떨어지기는.”
“랭커 중에서 우리를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존재할 확률은 0.000192%야. 응.”
거기에 우리 고고한 여왕님과 최강의 호문쿨루스까지 있으니 경쟁률 따위는 무의미한 일이리라.
‘연화와 태민이는 유천영 어르신 쪽에서 움직일 테니, 일단 차근차근 앞에 닥친 것부터 해결하면 되겠군.’
목적을 정한 진혁이 람세스 대신전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꽤나 험난한 지형들을 몇 시간이나 통과하고 나서야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이미 입구에는 수많은 길드의 랭커와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과연 인기 명소답게, 초반에 가장 치열한 경쟁을 자랑했다.
“정면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겠는데요?”
“테레사 소저의 말에 동감합니다. 벌써부터 칼부림이 나고 있는 걸 보면 순순히 길을 터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찍어누르고 갈 수도 있겠지만, 괜히 뒤를 잡힐 여지를 남겨둘 필요는 없겠죠.“
두 사람의 말에 동감한다.
굳이 리스크 있는 길을 택할 필요는 없겠지.
이 정도 사이즈라면 정면이 아닌 샛길 역시 여러 군데 있을 테니까.
게다가.
‘다행히도 이 이벤트 장소 전체가 결계로 이뤄져있어.’
포크레인 앞에서 모종삽을 들이미는 것도 아니고.
결계에 관해서 만큼은 도저히 일반 플레이어들이 이 몸을 따라올 수 없다.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전부 달려들더라도 말이다.
우우웅!
[직업 전용특성이 발동됩니다!]결계사의 권능이 펼쳐지자 람세스 대신전 전체를 구현하는 결계의 핵심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몇몇 거미줄들과 방패들이 나름대로 신경 써서 배치되어 있었지만, 진혁은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아니, 어디 그뿐이랴?
결계를 통과하는 와중에도 몇몇 부분을 건드려서 결계의 특성을 완전히 바꿔놓기까지 해버렸다.
모르긴 몰라도 몇 시간 뒤에 이상을 감지한 협회의 직원들에게 아주 비상이 걸릴 게 틀림없었다.
“찾았어.”
진혁이 대신전의 서쪽 부근에 있는 곳을 가리켰다.
얼핏 봐서는 화강암으로 뒤덮인 벽에 여러 고대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그야말로 흔히 볼 수 있는 유적의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잠시 뒤 진혁이 그곳에 도착해 벽의 표면에 손을 갖다대자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먼저 뱀.’
뱀의 송곳니 부분을 누른 채 천천히 꼬리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림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그극…!
[‘우로보로스의 뱀’이 새로운 문을 개방합니다.]게임 개발자들이 이런 걸 좋아하곤 하지.
하여간 찌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니까.
‘그래도 한 번 더 꼬아서 함정을 설치한 건 칭찬해줄 만하네.’
만에 하나 우로보로스의 구멍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그냥 들어갈 수는 없다. 정확히는 들어가는 즉시 더욱 깊은 함정에 빠지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피식 웃은 진혁이 벽면의 다른 그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여러 개의 새 모양.
그 중에서 흰색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새의 날개와 부리들을 건드리자 갑자기 수많은 새들이 바위 속에서 튀어나와 우로보로스 구멍의 크기를 넓혔다.
“됐어.”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람세스 대신전 안으로 들어간 순간.
“……!?”
“…….”
진혁과 엘리스가 동시에 강한 이질감을 느꼈다.
분명, 이곳은 인조적으로 만들어낸 장소다.
한데 어째서….
“탑 안에 있을 때와 같은 느낌이 나는 거지?”
“…계약자.”
다른 이들은 감지하기 힘든 아주 옅은 위화감.
하지만, 억겁의 세월을 탑에서 살아온 엘리스와 닳고 닳은 고인물인 진혁은 그 미묘한 차이를 집어냈다.
여기는….
……현대가 아니다.
***
무슨 장난질을 친 걸까?
누가 어떤 이유로 장난질을 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큰 판을 벌여놨다.
한 공간에서 현대와 시련의 탑을 이었다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영향력과 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아웃브레이크의 일종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
아니지.
대부분은 인지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것보다는 훨씬 더 고차원적이고 세련된 방식이라고 봐야 하리라.
뭐가 됐든.
가볍게 즐기려던 여흥은 더 이상 없다.
몇 층인지는 모르지만, 탑의 미궁 중 하나에 들어왔다고 가정하고 행동해야만 한다.
화르륵!
불꽃이 어두운 통로를 밝혔다.
어두운 신전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뭔가 이상하네요.”
테레사도 한 발 늦게 신전 내부의 공기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월영과 프레이 그리고 티본도 긴장감을 유지한 채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때.
카카카캉!
카아앙!
“끄아아악!”
“싸워라! 밀리면 안 된다!”
“힐러! 쉬지 말고 힐 넣어! 젠장! 앞에 탱커라인이 무너지고 있잖아!”
“딜 사이클도 쉬지 말고 돌려라. 여길 확보해야지만, 한 숨이라도 돌릴 수 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함성과 비명소리.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듯, 마력들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주군, 돌아갈까요?”
월영이 샛길을 파악하려 했다.
단독행동을 선호하는 진혁의 특성상 굳이 소란이 일어나는 곳에 가지 않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평소라면 그리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끼어든 상황.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평소와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