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17
717화. 고인물이 엘더갓의 사도를 착하게 만드는 법 (1)
자율 인격 변화.
테레사는 가브리엘과의 훈련을 통해 또 다른 인격을 자유자재로 불러올 수 있는 힘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것도 강압이 아닌 타락한 버전의 동의를 구한 이상적인 형태로.
“순딩이한테 아주 재미난 장난질을 쳐놨네?”
우두둑!
테레사가 전신을 구속하는 황금색 밧줄을 그대로 뜯어버렸다.
[특수 스킬 ‘신성 부정’을 발동합니다!]동시에.
대검을 하늘 높게 들어올렸다.
쿠쿠쿠쿠쿠!
황금색 물결 대신 짙고 어두운 남색의 오러가 솟구쳤다.
“어, 어째서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도미닉이 말을 더듬었다.
‘라파엘의 성화’가 발동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성녀의 마력회로는 전부 막혔을 터.
그럼에도 저토록 흉흉한 기운을 뿜어낼 수 있는 게 도저히 이해가되지 않았다.
“멍청하긴.”
퍼퍼퍼퍽!
남색을 머금은 검이 그대로 도미닉의 어깨에 파고들었다.
“크아아악!”
도미닉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거야 내가 다루는 게 신성력이 아니니까 그렇지 바보야.”
“도미닉 경!”
“이 불경한 자가!”
나머지 이단 심문관들이 헬버드와 창을 휘둘렀다.
콰콰콰콰쾅!
테레사가 날아오는 창들을 모조리 쳐냈다.
그리고 종횡무진 이단심문관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서걱!
잘려나간 팔다리가 어지럽게 뒹굴었다.
“끄아아악!”
“아아아악!”
순식간에 일곱을 베어버린 테레사가 여덟 번째 성직자를 노렸다. 유일하게 갑옷을 입지 않은 사제였다.
우우웅!
[고유능력 ‘성자의 자비’가 발동됩니다!]은은한 장막이 펼쳐지며 처음으로 테레사의 공격이 가로막혔다.
사제가 큰 소리로 꾸짖었다.
“이 죗값을 어찌 씻으려고 계속해서 업을 쌓아가는 것이냐!”
“하! 죗값이라고? 타락하길 바랐던 건 너희들 아니었어? 오히려 지금 내 모습을 보면서 좋아해야지. 그토록 바라던 마녀를 생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실소를 내뱉은 테레사가 완력으로 장막을 짓눌렀다.
콰드득!
장막에 금이 갔다.
“무, 무식한….”
사제의 눈이 토끼처럼 변했다.
신성력의 극의라 할 수 있는 방어막이 단순히 힘만으로 박살나기 직전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조급해진 건 장보경 쪽이었다.
“빌어먹을. 뭐 이리 다들 밀리기만 하고 있어.”
조금 전 천유성이 새로운 검을 구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내장을 파먹는 씨앗’은 물론, 최강의 성유물인 ‘이오브의 불안정 주사위’와 ‘야크세달의 창’까지 전부 사용했건만.
전황은 조금도 자신에게 유리해지지 않았다.
파츠츠…!
상상할 수 없이 불길한 검은 기운.
천유성의 검에서 피어오르는 건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심연 그 자체였다.
이렇게 이질적이면서 오싹한 감각은 단언코 시벅컬과의 만남 이후 처음이었다.
……위험하다.
모든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자신이 임무에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
‘리스크가 높긴 하지만… 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 그건 최후의 방법이다.
일단은 하스팅이 강진혁을 정리하고 이쪽에 합류해주길 기다려야 한다. 강진혁이 패배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적의 사기가 대폭 꺾일 테니까.
바로 그때.
[차원이 연결됩니다.]파츠츠!
하스팅과 진혁이 사라졌던 세계가 이어졌다.
“됐어!”
장보경이 쾌재를 불렀다.
정말로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왔었지만, 다행이도 더 늦기 전에 저쪽의 승부가 결정난 모양이다.
당연히 폐인이 되어버린 진혁과 그걸 하스팅이 질질 끌고 나와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저벅.
모습을 드러낸 건 장보경의 예상을 완전히 짓밟아버리는 존재였다.
***
“뭐야, 서두를 필요가 별로 없었네?”
진혁이 밖의 상황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실제 흐른 시간으로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진혁의 시간 상으론 제법 오랜 세월이 흘러 있었다.
패시브인 ‘냉혹한 심장’이나 ‘최초로 탑을 정복한 자’를 위한 특전이 없었다면 제약회귀의 굴레 속에서 정신이 붕괴되었을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하스팅과의 전투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쌓게 만들었다.
“역시….”
“훗. 그래야 순딩이가 원하는 남자지.”
천유성과 테레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두 사람의 기운이 한 단계 더 거세졌다.
가뜩이나 압도적이었던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지게 된 셈이다.
“마, 말도 안 돼. 하스팅이… 졌다고?”
반면, 장보경은 지금의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하스팅의 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심지어 시벅컬의 사도인 자신조차도 하스팅의 능력에 걸려든다면 폐인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강진혁이라는 인간은 얼마나 강하다는 거냐?
경우의 수를 상정하면 상정할수록 상대의 그림자가 더욱더 짙고 거대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승산을 점 짓는 확률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고생을 좀 하긴 했지.”
진혁이 여유롭게 걸음을 옮겼다.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발걸음이었다.
하스팅과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단순히 시간만 보내는 것이 아닌. 기존의 능력들을 대폭 갈고닦을 수 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젠장….”
장보경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진혁과의 거리를 벌렸다.
창을 잡는 손이 가늘게 떨렸다.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전의가 꺾였다.
여기서는 아주 작은 자극만 줘도 충분하리라.
[고유성창 ‘레인보우 브릿지’가 발동됩니다!]녹색으로 물든 마력이 폭발했다.
콰콰콰콰콰콰쾅!
장보경이 반사적으로 창을 이용해 막(幕)을 펼쳤다.
하지만, 폭발은 단순히 눈속임이었을 뿐. 진짜는 측면에서 파고드는 2번째 공격이었다.
결코 빠를 필요는 없다.
충분히 보고 막을 시간을 주는 게 포인트였으니까.
“느려!”
장보경이 창을 횡으로 휘두르며 공과 수를 한꺼번에 점했다.
“알아.”
진혁이 그 궤도에 맞춰 권(拳)을 사용했다.
‘흑천마황공’
‘묵륜창파’
일점으로 향해 검붉은 빛이 선으로 연결되며 뻗어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
창이 허공 위로 높게 날아올랐다.
그러다 여러 개의 원을 그리고 모래 위에 푹하고 꽂혔다.
덜덜덜.
장보경이 그 자리에서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볼을 스치고 지나간 파장은 사구와 사구를 몇 개나 관통했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
만약 적중했다면 얼굴이 통째로 사라져버렸을 거다.
좋아.
이 정도면 격차는 충분히 실감시켜준 것 같다.
진혁이 ‘탐식의 눈’에 비친 상태창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복사조건: 엘더갓의 사도인 장보경은 스스로가 받은 선택에 의해 무한한 선민의식과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그녀를 철저하게 조련시키면서 이중첩자로 삼는다면 그녀가 가진 고유능력과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엘더 갓 측의 정보를 3가지 이상 빼올 시 앞으로 얻게 되는 고유성창을 복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고유성창은 개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태고의 존재들의 사도들은 평범한 사도들과는 다르다.
워낙에 높은 분들의 가호를 받는 덕에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엘더 갓들의 능력에 뿌리를 둔 고유성창을 개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초기인지라 장보경의 고유성창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머지 않아 그 능력이 싹을 틔울 게 틀림없었다.
‘성가시 게 한 걸 생각하면 곱게 살려주고 싶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이 여자는 엘더 갓 측의 정보를 빼 올 수 있는 귀중한 첩보원이다.
거기에 고유성창까지 복사할 수 있으니 여러 가지로 존재 가치가 있었다.
“지금부터 네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개야.”
진혁이 장보경을 향해 손가락을 폈다.
그런데.
“하… 선택지라고? 내가 왜 당신의 선택지 따위를 골라야 하지?”
“싸움의 승패에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거냐?”
“싸움은 당신이 이겼어. 하지만, 그렇다해서 나에게 뭘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당신쯤 되면 엘더갓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 내가 그분들의 가호를 받는 사도거든. 당신이 뭐든 간에 결코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 이 말씀이야.”
장보경이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니 상위 세력의 포로로서 정당한 대우를 해주길 바라. 뭐, 보상이라면 적절하게 챙겨줄 테니. 이대로 보내준다면 더욱 좋고.”
이야. 그래도 기세가 남아 있긴 하네.
상태창에도 선민의식과 자아도취가 하늘을 찌른다고 하더니. 그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아무래도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 듯 싶었다.
어디보자.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됩니다.]“안에 있어?”
“응! 주인! 나 있어!”
아공간 안에서 살라맨더가 고개를 뿅하고 내밀었다.
“일전에 내가 만들어둔 ‘그것’ 좀 꺼내와 봐.”
“히이익? 진심이야?”
“응. 좀 써야겠어.”
“아, 알겠어. 주인 설마 나한테 쓸 거는 아니지?”
“걱정 마. 저기 다른 애한테 줄 거니까.”
“와아. 어지간히 못된 놈이 있나보네. 히히. 재밌겠다. 얼른 가지고 올게!”
잠시 뒤, 살라맨더가 코를 잔뜩 막은 채 정체불명의 액체가 가득 담긴 서로 다른 유리병들을가져왔다.
말을 안 듣는 놈들을 위해 특별히 따로 만들어둔 특제 음료.
현대의 취두부와 민트초코에 마라소스를 듬뿍 뿌린 뒤 요즘 핫하다는 탕후루도 넣었다. 그 뒤에 홍어와 몸에 좋다는 웅담도 좀 넣어주고.
고블린의 허파와 오크의 엄지 발톱. 오우거의 힘줄도 빼놓지 않았지.
일명 ‘착한 어린이 약’.
이걸 먹는 자는 그 누구든간에 착해진다.
아무튼 그렇다.
“뭐, 뭐하는 짓이야? 설마 이걸 나한테 먹이려는 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어? 홈메이드니까 사양하지 마.”
활짝 웃은 진혁이 그대로 유리병을 장보경의 입에 갖다댔다.
이어진 것은 지옥이었다.
“꿀꺽… 우웨에엑! 웨엑!”
장보경이 눈물 콧물을 게워내며 오열했다.
“자, 위대하신 엘더갓께선 어디 계시지? 지금쯤이면 내려와서 불쌍한 사도를 좀 구원해주셔야 하지 않나?”
진혁이 낄낄대며 또 다른 유리병을 꺼냈다.
“자, 이번엔 뭘 먹어볼래? 자이언트 뱃의 똥이 들어간 거? 아니면 여기 초콜릿된장그릭 요거트 잼이 들어간 거? 말만 해.”
“싫어어어어!”
장보경이 연신 도리질을 쳤지만, 아직까지 눈에선 독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괜찮다. 먹다보면 착해진다.
아직 덜먹어서 그런 거지.
“어머나. 꽤 좋아보이는 약이네. 나도 좀 써도 될까?”
한쪽에서 흥미롭게 지켜보던 테레사가 손을 뻗었다.
“괜찮긴 한데… 이걸로 대체하려고?”
“응. 순딩이가 굳이 목숨까지 빼앗고 싶어하진 않거든.”
으음.
그게 아니라 이단심문관들쯤 되면 차라리 명예로운 죽음을 원하면 원했지. 이걸 마시고 싶진 않을 거라 말하고 싶었는데.
이미 늦은 것 같다.
“자 먹으렴. 타락한 성녀가 얼마나 성질이 더러운지 알려줄게.”
사악한 미소를 지은 테레사가 손수 깔때기를 이용해 이단심문관들의 목구멍 속에 다이랙트로 착해지는 음료를 쑤셔넣었다.
“커억! 컥!”
“주, 죽여라. 차라리 죽여!”
끔찍한 비명이 사막을 가득 채워나갔다.
저쪽 음료에는 테레사의 ‘타락한 마력’까지 들어갔으니 아마 평생동안 그 휴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당연히 살았어도 바티칸에 제대로 된 증언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되겠지.
그거면 나름대로 죄값을 치렀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보스 몬스터가 공략되었습니다!]반대쪽에서 사력을 다해 싸우던 공격대가 람세스 대신전의 최종 보스 몬스터까지 쓰러뜨린 것이다.
‘깔끔하네.’
진혁이 완전히 영혼이 나간 장보경을 한 손으로 번쩍 들었다.
기를 꺾어놨으니 밖에 데리고 나가서 본격적인 인턴 절차를 밟을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한쪽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천유성을 발견했다.
“…….”
천유성의 시선은 사막에 꽂혀 있는 새하얀 창에 꽂혀 있었다.
시벅컬의 성유물인 ‘야크세달의 창’이었다.
자신이 싸움에서 쓰러뜨렸으니 전리품으로 저 창을 가져갈 생각이 틀림없어보였다.
아, 맞다.
깜빡할 뻔했네.
진혁이 재빨리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러자.
[파티원이 소환됩니다.]툭하고.
허공에서 백발의 소년이 떨어졌다.
“에구구 허리야! 그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걸 기다리다가 지루해서 죽어버릴 뻔 했어.”
“미안미안. 워낙 정신이 없어서 말이야. 그래도 전투를 치르면서 감이 아주 바짝 달아오른 팔팔한 활어를 대령해놨으니 기분 풀어.”
“그래. 확실히 날이 서 보이네.”
귀환자 아델이 천유성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혀로 입술을 적시는 게 완전히 변태를 보는 것만 같다.
“무슨…?”
창을 주우려던 천유성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난데없는 상황에 뇌가 너무나 천천히 굴러갔기 때문이다.
“아, 이 녀석 내 친군데. 너랑 꼭 싸우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절대 창이 탐나서가 아니라.
그 뭐냐. 응?
남자의 의리! 약속! 신뢰! 그런 걸 지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유성이이라면 충분히 이런 시련 쯤이야 가볍게 넘어설 테고.
“어허! 내 정신 좀 봐라. 보스가 잡혔으니 미궁이 닫히기 시작할 텐데, 어서 나가봐야지. 너희들도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빨리 집에들 들어가서 쉬어! 유성이는 살아남으면 전화 꼭 하고!”
스토커와 스토커의 대결을 못 보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검마의 힘을 계승한 천유성의 분노에 맞설 자신이 없었으니까.
진혁이 재빨리 창을 챙긴 뒤 뒤도 안 돌아보고 입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