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2)
72화. 거점 방어전 (1)
갑작스러운 4층 공략 선언으로 인해 전 세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지금 당장 시작하겠다고? 진심이야 이거?”
“미친! 랭커들 당장 전부 소집해! 비상사태니까. 누던 똥도 끊고 다 튀어오란 말이야!”
“거점 후보 리스트 뽑아 놓은 거 있지? 가져와! 그간 모아 뒀던 4층 데이터도 싹 다!”
대형 길드의 간부들이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웨이브형의 특성상 수많은 거점 중 위치가 좋은 곳을 선점해야 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1분 1초가 소중했다.
당장 8시간 뒤엔 공격대를 이끌고 4층으로 가야 했으니까.
게다가 남은 시간 안에 어떤 식으로 4층을 공략해야 할지 모든 계획을 세워 둬야만 했다.
그렇게 아침이 밝아 오도록 모두가 동분서주하는 사이.
“으으으으!”
진혁은 푹신한 침대에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우득!
우드득!
관절이 제 자리를 찾았다.
놀랍도록 상쾌한 기분이다.
마치, 다시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 번에 풀린 것 같네.’
새로운 싸움을 하려면 그만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론.
나머지 사람들은 아닐 테지만.
‘최악의 컨디션이겠지.’
일부러 늦은 시간에 공략을 선언해 둔 덕에 밤새 안 굴러가는 머리통을 굴리느라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게 경기장 안에서 치러지는 스포츠도 아니고.
경쟁 상대와 페어플레이를 해야 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4층은 경쟁 상대가 줄면 줄수록 보상이 커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 웨이브가 몰려오기 전까지 남은 시간: 1h:37m:51s]이제 4층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 * *
시련의 탑 4층.
이곳은 과거,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접게 만든 첫 번째 고비다.
그야 그럴 수밖에.
일반 좀비와 특수 좀비로 구성된 웨이브가 100차례에 걸쳐 몰려오는데, 수천 가지 조합의 방어타워를 적절하게 배치해야함은 물론, 거점 안에서 의식주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까지 필요했다.
무엇보다 100 웨이브를 클리어한 플레이어가 한 명도 없을 경우 게임 전체가 리셋되어 버리는 말도 안 되는 페널티 때문에, 그 당시 게임 내부는 유저들의 탈주와 욕설로 지옥 그 자체를 연출했었다.
괜히 [시련의 탑]이 망겜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게 아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우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4층 입구에 플레이어 한 명이 나타났다.
‘여긴 언제 봐도 을씨년스럽네.’
진혁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좀비라는 테마에 맞게, 4층은 층 전체가 아포칼립스 분위기를 자아냈다.
불이 꺼진 건물과 버려진 자동차들. 문명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거리.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지금 보는 이 광경이 인류의 미래를 투영하는 거울인지도 몰랐으니까.
그때였다.
띠링!
눈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시련의 탑 4층에 최초 입장하셨습니다.] [앞으로 20분 뒤부터 다른 플레이어들 또한 4층에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3층을 최초 클리어해 받은 20분의 특전.
이것이 이번 층의 성패를 결정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서둘러야겠군.’
진혁은 북쪽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허나, 가는 길이 워낙 험했기에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싱크홀이 생겨 사라진 도로.
나무넝쿨들로 인해 가로막힌 벽.
방해물은 차고 넘쳤으니까.
‘빨리…… 더 빨리!’
진혁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더욱 속도를 높였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콰콰콰콰콰콰콰!
‘검의 무덤’으로 방해물을 베어 버리고 ‘빙하조형’으로 뻥 뚫린 바닥을 보수하면서,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마침내 진혁의 발걸음이 멈췄다.
도착한 곳은 거대한 월드컵 경기장이었다.
‘간신히 늦진 않았네.’
다른 플레이어들이 입장하기 전에 원하는 거점을 확보해야 했기에, 힘들더라도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플레이어 중엔 가속 능력이나 공간 이동 능력을 갖고 있는 놈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 어디쯤인데…….’
찾았다.
진혁은 경기장 입구에 있는 기둥 중 하나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최우선 거점 지정권’을 사용합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 당신의 거점으로 선정되었습니다!]월드컵 경기장 위로 붉은색 깃발이 올라갔다.
이건 경고다.
‘이곳의 주인은 정해져 있으니, 다른 곳을 알아봐라’라고 알리는.
‘좋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진혁이 경기장 내부로 들어갔다.
한때 22명의 선수들이 땀을 흘리며 승부를 가리던 푸른 잔디밭은 간데없다.
대신, 그 자리는 메마른 흙과 먼지로 채워져 있었다.
정확히.
‘내가 딱 원하는 조건으로.’
흙과 먼지.
생명의 종언을 고하는 상징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암시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말랑말랑 낱알’ 1kg을 흩뿌립니다.] [‘솔라의 씨앗’ 5개를 심습니다.] [‘천연수 50L’를 준비합니다.]진혁이 무혼을 처리하고 획득한 보상을 꺼냈다.
흙 속으로 들어가는 낱알과 씨앗들.
4층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방어 수단 중 진혁이 선택한 건 ‘식물’이었다.
‘경기장의 각 입구를 향해 식물들을 1개씩 배치하고 마지막 하나는 중앙에 배치하면 되겠지.’
[‘솔라의 씨앗’이 부화할 때까지 남은 시간: 55m:33s] [‘말랑말랑 낱알’이 부화할 때까지 남은 시간: 5h:19m:10s]첫 번째 좀비 웨이브가 올 무렵엔 이 식물들은 거점을 방어하는 훌륭한 방파제로서 제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식량으로 요긴하게 쓰일 낱알들도 머지않아 싹을 틀 테고.
그때였다.
띠링! 띠링!
눈앞에 푸른 상태창이 연이어 나타났다.
[오빠, 4층에 오면 연락하라고 해서 연락했어. 태민이도 나랑 함께 있고.] [진혁 씨, 도착했어요. 4층 입구 맞죠?]고인물 동료였던 유연화와 이태민 그리고 암스테르담의 성녀인 테레사까지 연락을 해 왔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라. 금방 갔다 올게.”
진혁이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있는 씨앗들 위로 ‘천연수’를 듬뿍 뿌려 줬다.
[식물들의 성장 속도가 20%만큼 상승합니다!]* * *
약 10분 뒤, 진혁은 처음 왔던 곳에 도착했다.
4층 스타팅 포인트엔 수많은 플레이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유명한 대형 길드들은 거의 다 참가했군.’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엄청난 수가 모였다.
보상이 어지간히 탐나긴 한 모양이다.
하긴.
A등급짜리 랜덤 박스를 고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게 오는 게 아니니까.
아무리 시련의 탑을 초반만 하고 접은 사람들이라도, A등급이 상위 5%에 해당한다는 사실쯤은 조사해 놨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아이템에 따라 이후의 행보가 달라질 것이라는 것 또한.
진혁이 플레이어들을 훑어보고 있을 때였다.
“오빠!”
“형!”
진혁을 발견한 유연화와 이태민이 손을 흔들었다.
“진혁 씨!”
그 옆에 있던 백금발의 소녀, 테레사도 환하게 웃었다.
유연화야 어제 만났었지만, 나머지 둘은 꽤나 오랜만에 본다.
“다들 갑작스럽게 불러서 미안해. 생각보다 일이 급하게 돌아가서 설명할 시간이 없었어.”
“아니에요. 형이 부른 건데 당연히 와야죠.”
“저도 이제 어디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서 상관없어요. 진혁 씨랑 함께하는 게 훨씬 더 좋기도 하구요.”
음…….
그렇게 말해 주니 살짝 미안해진다.
세 사람 다 이제부터 훌륭한 일꾼(?)으로 부려먹을 생각이었으니까.
고용노동법을 위반한 악덕 점주와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르바이트생.
이것이 진혁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포지션이었다.
“저것 봐. 유연화와 이태민이야. 2층에 있는 B급 미궁을 단 둘이서 공략했다지?”
“테레사……도 있어. 회담에서 탈퇴했다고 했는데, 설마 저쪽이랑 붙어먹으려고 그런 거였나?”
“같이 있는 건 강진혁 플레이어잖아? 이번에 한국에서 나온 초특급 신성.”
“저 사람이 강진혁이었어? 재각성 때 마력 수치가 미터기 뚫어 버렸다던?”
“그래. 같은 S급들보다도 훨씬 더 높게 나왔다고 하더라. 등급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말이 저 사람 때문에 나올 정도였으니까.”
“언노운이란 플레이어도 그렇고 최근에 대형 신인들이 많이 나오는 모양이네.”
“수는 적어도 무시무시한 멤버구만. 어지간한 공격대보다 강하겠는데?”
워낙에 이슈가 되는 인물들이 모여 있다 보니, 주위에 시선이 집중됐다.
물론, 그런 시선 따위에 신경 쓸 진혁이 아니었다.
“다들 준비는 잘 해 왔지?”
“준비야 착실하게 했긴 한데, 그것보다 오빠. 우리들만으로 괜찮겠어?”
“응?”
“여기 좀비 웨이브 정말 토 나올 정도로 많이 밀려오잖아.”
유연화가 몸을 가늘게 떨었다.
피비린내와 육편이 낭자하던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저도 소환수를 부리는 능력이긴 한데, 아직 레벨이 낮아서 힘들어요. 특히 변형 좀비들 몰려오는 웨이브는 버티기가…….”
이태민도 한 마디 덧붙였다.
아무리 고인물들이라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웨이브를 맞이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하지만.
“그게 더 재밌지 않아?”
진혁의 얼굴엔 천진난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더 높은 난이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대돼서 죽을 것 같다는 것처럼.
“재……밌다고? 오빠. 이거 게임 아니거든? 여기서 좀비한테 물리면 진짜로 죽어.”
“하아. 형은 아직도 예전 버릇을 못 버렸네요. 그 정도면 자기 학대 수준 아니에요?”
“진혁 씨…… 변태 같아요.”
세 사람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부터 그렇게 좌절하면 어떡하나?
“일부러 거점도 경기장으로 골랐는데?”
“헉!? 겨, 경기장을? 상암 경기장. 거긴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말해 줘.”
“맞아.”
“형. 미쳤어요? 거기가 거점 중에서 제일 빡센 곳인데! 최소한 100명 이상이서 막아야 하는 대형 거점이잖아요.”
알고 있다.
동시에 가장 보상이 짭짤한 곳이기도 하지.
“그래도 다들 20층 부근까지 가 봤었는데, 너무 앓는 소리 하지 마. 초반에 얻을 수 있는 기연은 최대한 모아 놔야 위로 갈수록 편해진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렇긴 한데…….”
“으아아! 나도 모르겠다. 진짜 오빠나 가능한 거지. 우리한텐 힘들다고.”
고인물이라고 다 같은 고인물이 아니다.
썩은 물이 있고 그 위에 석유와 화석들이 존재하는 법.
유연화와 이태민은 하필이면 그중에서 가장 지독한 암모나이트와 한배를 타 버렸다.
두 사람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사이.
“저기, 진혁 씨. 저도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잠자코 있던 테레사가 손을 들었다.
“예. 말씀하세요.”
“제가 알기론 이번 방어전을 수행하기 위해선 최소 인원이 갖춰져야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흰 수가 부족한 것 같아서요.”
“어? 그러고 보니…….”
“맞다. 경기장에 신경 쓰느라 그걸 신경 못 썼네.”
유연화와 이태민도 깜짝 놀라 대꾸했다.
이번 층에서 필요한 최소 인원은 5명.
허나, 모여 있는 건 네 명뿐이다.
또 다른 한 명이 있어야만 거점 방어전을 진행을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 한 명은 이제 곧 올 겁니다.”
진혁이 걱정 말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때마침.
콰아아아앙!
조금 떨어진 곳에서 굉음이 일어났다.
‘쯧쯧.’
하여간, 조용히 등장하는 법이 없는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