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24
724화. 50층 ‘아자토스의 궁전’ (1)
띠링!
[최초로 탑의 가장 위험하고 비밀스러운 장소에 도달했습니다.] [특수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아자토스의 방’에 들어가십시오.]난이도: 측정불가
내용: 아자토스가 잠들어 있는 거대한 방. 그 안에 들어가 ‘피지 못 하는 꽃’을 확보하세요.
보상: ‘피지 못 하는 꽃’과 ‘8개의 물방울’.
실패 시: 아자토스가 잠에서 깨어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상태창이 연이어 점멸했다.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을 내포한 채.
“이건 예상하지 못한 건데….”
단순히 이쪽의 죽음만이 대가로 걸린 게 아니다.
‘소멸.’
시련의 탑은 물론. 현대마저 통째로 사라져버릴 수 있는 파급력을 낳을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세상이 끝나버린다는 소리다.
그러나.
‘보상이 말도 안 돼.’
피지 못 하는 꽃은 아자토스의 방 안에 있는 놈의 개인 소장물. 말 그대로 개화(開花)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꽃이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태고의 존재들 사이에서 그렇게 알려진 것이고. 실제로는 딱 한 가지. 꽃을 개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엘더 갓 측에서 보유하고 있는 ‘8개의 물방울’을 이용하는 방법이 말이다.
‘저건 나도 아직 개화시켜보지 못한 거야.’
과거에도 꽤나 많은 도전을 했었지만, 둘 중에 하나만 손에 넣은 게 고작이었고. 두 개를 모두 손에 넣진 못 했었다.
그런데 저걸 피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줄이야.
어떤 보상이 주어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헤헤. 안 할 거지? 응?”
청하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안 할거야.”
진혁이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으며 고민에 빠졌다.
“안 할 거라면서 왜 고민하는 얼굴인데? 응? 왜 그런 얼굴이냐고!”
“조용히 좀 하고 있어 봐.”
꾹꾹!
달라붙으려는 청하를 밀어내며 진혁이 경우의 수를 따져나갔다.
원래라면 궁전 내부에서 묘목과 씨앗들 위주로 훔쳐 갈 계획이었다. 50층 공략과 에덴과의 거점 점령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 위주로 해서 말이지.
욕심을 더 부리자면 아자토스의 능력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들을 좀 해두는 것까지가 생각했던 최대치였다.
하지만, 너무도 먹음직스러운 퀘스트로 인해 기존의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하게 생겼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변칙적인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건 특기 중에 하나였으니까.
“알겠어. 받아들일게.”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구성원의 퀘스트 수락으로 인해 나머지 인원들 역시 강제적으로 퀘스트를 부여받게 됩니다.]“안돼애애애애!”
청하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말로 가벼운 마음으로 나온 나들이가. 이제는 일족의 존망을 건 지옥열차에 올라타게 된 꼴이 되었다.
그러거나 말았거나 일단 하기로 결정을 내린 진혁은 빠르게 움직였다.
‘이 인원만으로는 무리긴 해.’
쓸 만한 조력자가 필요하다.
믿을 수 있고 입이 무거우며 능력까지 갖춘.
‘한 명이라….’
현재 시스템 조작으로 50층에 올 수 있는 인원을 3명으로 조정해둔 상태. 따로 만들어둔 ‘소환서’를 발동한다면 한 명을 더 데리고 올 수 있다.
‘다행히 브라함의 반지 안에 든 엘리스는 그 인원에서 제외된 모양이니까.’
혹시 몰라 청하랑 단 둘이 온 뒤로 출입권을 확인했는데….
[1명을 추가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아직 출입권에 적힌 인원이 2/3인 상태인 걸 보면 엘리스는 그 3명 중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다시 말해 또 한 명을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대상을 의사를 묻습니다.]진혁이 원하는 상대에게 중요한 이야기는 쏙 빼고 좋은 면만 적은 다음에 상대에게 쪽지를 보냈다.
그리고 당연히.
[대상이 당신의 부름에 수락합니다.]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양이 지옥에 합류했다.
***
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마지막 인물이 50층에 도착했다.
“오랜만이에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헤헤!”
안드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잘 지내고 있었어?”
진혁이 품 안으로 달려드는 안드리아를 안아주며 안부를 물었다.
“그럼요! 진혁 님이 말한 대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강해지기 위해 수련했어요!”
안드리아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 모양이다. 실제로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질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여우구슬을 마지막 단계까지 개방시킬 수 있겠어.’
페시스랑 안드리아를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했었는데, 안드리아의 능력이 조금 더 이번 일에 잘 맞을 거라 판단했다.
진혁이 아공간에서 오묘한 빛이 흘러가는 구슬을 꺼냈다.
일전에 각성자 협회의 금고에서 훔친… 아니, 주어온 성유물과 재료들을 융합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청구(靑丘) 여우구슬]입수난이도: SS
내용: 가장 오래된 여우구슬로 구미호의 원류를 재현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에 존재하던 성유물 중 하나로 구미호의 힘을 가진 이가 사용한다면 모든 스탯이 +20%만큼 상승하는 추가 효과가 부가됩니다.
“와아아!”
선물을 받아든 안드리아가 기쁨을 감추지 못 했다.
개인의 성장이 압도적이었음에도 상대적으로 평가가 절하될 수 밖에 없던 이유. 그것은 저층부에 머무르고 있어야 했기에 최상급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혁의 지원으로 인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게 좋아?”
“당연하죠! 어서 빨리 새로운 능력들을 시험해 보고 싶은 걸요!”
얼마나 다양한 조합과 기존의 능력과의 시너지가 가능할지.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을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
“그래그래. 이렇게나 좋은 선물을 줬으니 우리 안드리아도 내 사소한 부탁쯤을 들어줄 수 있지?”
“그럼요!”
“그게 무엇이든?”
“그…럼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챈 안드리아가 청구 여우구슬로부터 눈을 뗐다.
그러자 비로소 주위에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계약자.
“응.”
-저 아이도 울고 있느니라.
“괜찮아. 구미호도 때론 울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야.”
이걸로 패는 모두 갖춰졌다.
따악!
진혁이 손가락을 튕겼다.
[1,094개의 결계가 활성화 됩니다.]우우웅!
푸른 물결들이 꼬리에 꼬리를 타고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이기 위한 안배.
아자토스의 영역에 들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갖춰졌다.
“그럼, 가볼까.”
진혁이 폭이 몇 미터에 이르는 계단을 바라봤다.
불타오르는 보라색 화염 속.
아자토스의 궁전으로 가는 길이 개방되었다.
*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왔던 길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곳까지 도달했을 무렵 기다란 통로가 나타났다. 말이 좋아 통로지 양쪽 끝이 몇 킬로미터 단위에 이르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기둥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건 기괴한 식물들.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기둥들 사이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배회하는 게 느껴졌다.
바닥도 그냥 평범한 바닥이 아니다.
조금씩 움직이는 돌들은 본능적으로 함부로 발을 디뎌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히이익!”
“으으으….”
안드리아와 청하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온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최악의 층계에 함께 온 상태였기 때문에 둘의 친밀감은 그 어느 때보다 급속도로 올라가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하긴 하네.”
진혁이 혀로 입술을 적셨다.
얼핏 봐도 치명적인 게 10개는 넘게 보였다. 처음보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역시 대여섯 개는 가볍게 넘었고.
이런 와중에 아자토스에게 들키지 않고 최심부까지 파고들 확률은 0.01%도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애써 손에 넣은 히든 피스가 있었으니까.
[‘네크로노미콘의 책장’이 펼쳐집니다.]아공간 가장 안쪽에 잠들어 있던 50층의 공략집.
드디어 이걸 사용할 시간이 찾아왔다.
[‘잃어버린 언어’에 대한 해독력이 30%만큼 상승합니다!]오만한 집합소에서 습득한 결계와 해석 능력.
지금까지 갖은 노력을 하며 모아둔 것들이 빛을 발할 차례다.
***
같은 시각.
마계의 맞은 편에 있는 에덴에서는 한창 공성전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완벽하군.”
라파엘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성벽과 각종 수성장비들을 보며 만족에 찬 미소를 지었다.
다른 모든 것들을 제쳐둔 채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이번 일만 잘 해결된다면 고대룡들과 그 위에 있는 위대한 존재들이 탑 44층에 대한 완전 지배권을 인정해 줄 터.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마계와의 오랜 영토싸움을 마무리짓고 온전히 44층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감히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붙은 이집트와 올림포스가 다스리고 있는 42층과 43층 역시 에덴의 몫이 될 예정이었다.
‘유일하게 아쉬운 건 천세가 있는 45층을 건드릴 수 없다는 점이지.’
라파엘이 힐끗 옆에 있는 존재들을 바라봤다.
브라흐마와 아수라를 비롯한 천세의 상위 신격들 역시 이곳에 상주하며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도 위대한 편에 선 이상 그 대가를 받게 될 터였다.
“무슨 약속을 받은 것 같습니까?”
최후의 성전을 알리는 천사인 이스라필이 그 곁에서 물었다.
“글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역시나 한 군데 뿐이겠지.”
최상층에서 유일하게 힘의 비대칭이 극과 극인 층계가 한 군데 있다.
바로 제3세력이 거주하는 47층.
원후왕 손오공이라는 최강의 절대자 중 하나가 버티고 있는 층계가 바로 그곳이다.
워낙에 층계 자체에 자원이 부족한 데다 유적과 미궁의 수 역시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기에 메리트가 떨어지는 장소.
그렇기에 47층은 다른 세력들의 표적이 되지 않았다.
리스크 대비 리턴이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층부의 세력 균형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면 47층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아무리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해도 47층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역시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 때가 도래한다면….
손오공이나 우마왕만으로는 다른 절대자들의 연합공격을 결코 방어할 수 없으리라.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푸는 척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건 천세 쪽에 넘길 거라는 말씀인가요?”
“대천사들이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우리보다는 천세 쪽이 더 쓸모가 있을 테니, 놈들 쪽을 더욱 챙겨주려 할 것이다. 강진혁으로 인해 요계의 아수라가 천세와 협력하게 된 것도 우리로서는 뼈아픈 일이지.”
“그걸 알면서도 저희는 가만히 지켜만 볼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군요….”
“…….”
이스라필의 말에 라파엘의 입이 일자로 굳게 다물어졌다.
물론, 일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게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뾰족한 방법이 없기에 그저 침묵하고만 있을 뿐이지.
그런데 바로 그때.
“여기들 있었네.”
에덴과도 천세와도 전혀 연관이 없는 제3의 존재가 나타났다.
“어떻게 네놈이 여길…?”
라파엘이 믿기 힘들다는 듯 두 눈을 치켜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