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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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화. 50층 ‘아자토스의 궁전’ (2)
라파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눈앞에서 헤실거리고 있는 남자의 등장은 완전히 허를 찌르는 종류였기 때문.
물론, 알고는 있는 세력의 인물이다.
‘귀환자들’.
특별히 어느 세력에도 속해 있지 않았지만, 탑의 크고 작은 대소사에 얽혀 있는 놈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앞에 있는 남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자였다.
페인 폰 아델.
싸움에 미친 전투광이 찾아왔다.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지?”
“가로막는 놈들이 있으면 베어버리면서 왔지. 몇 놈 죽이니까 순순히 들여보내 주던데?”
“신성한 천사들을 죽였다고? 그 말, 사실이냐?”
라파엘이 즉시 묵직한 메이스를 꺼내들었다.
[성유물 ‘심판을 고하는 자’가 해방됩니다!]파츠츠….
신성력이 메이스를 완전히 뒤감쌌다.
“역시 천사들은 화끈해서 좋아. 바로 무기부터 꺼내드니까.”
아델 역시 천천히 검을 뽑았다.
격렬한 전투야말로 바라던 바였다는 듯이.
“전투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스라필이 끼어든 건 바로 그때였다.
거대한 눈을 하늘에 띄워둔 채 성벽을 살펴봤지만 그 어디에서도 싸웠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아델은 몰래 이 안으로 숨어들었다는 뜻이다.
“날 도발하려고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이냐?”
“어느 정도 힘을 가졌는지 궁금했을 뿐이야. 대천사급하고 싸울 기회는 그리 흔치 않으니까.”
“그 하찮은 호기심 때문에 목숨을 걸 줄이야. 과연 바벨탑을 쌓아올렸던 인간의 한계답구나.”
라파엘의 살기가 오히려 한층 더 짙어졌다.
조금 전까지는 그래도 제압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이제는 아예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살덩이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라파엘 님.”
“말리지 마라 이스라필. 지금 저 녀석을 짓밟아야 내 직성이 풀릴 것 같으니.”
“화가 나신 건 알겠지만, 저 인간이 단순히 라파엘님을 도발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온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서 싸우게 되면 다른 신격들 역시 이 자의 침입에 대해 눈치 챌 겁니다.”
완벽하다 생각했던 성벽.
그걸 유유히 돌파해냈다는 게 알려진다면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적어도 구멍이 어딘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당장 아델을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라파엘이 메이스에 두른 신성력을 반쯤 거둬들였다.
“한 가지 제안을 하러 왔어.”
“제안이라고?”
“응.”
고개를 끄덕인 아델이 이곳에 온 본론을 늘어놨다.
“사실 내가 강진혁 패거리들과 잠깐 어울렸거든. 놈이 사는 세계에서 말이야.”
“……!?”
“……!!”
두 천사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설마 여기에서 적들의 최고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진혁이 거론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냥 헛소리만 하러 온 건 아니었군. 그래서 제안이라는 게 뭐지?”
“분명 강진혁은 자기를 도와주면 천유성과의 진검승부를 약속했었어. 둘 중에 더 강한 자가 남을 때까지 칼부림을 벌여주겠노라 떠벌렸지.”
“약속을 어겼나보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해둘게.”
약속은 지켜졌다.
일정 부분은 말이다.
하지만, 천유성과 아델의 검격이 절정을 넘어 극에 달했을 무렵. 진혁은 둘의 싸움에 개입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갔으면 끝을 볼 수 있었어.”
생사를 오가는 순간.
각자가 보유한 최강의 검술을 쏟아붓는다.
칼날이 살을 베고 뼈를 끊어내는 그 짜릿한 찰나를 느끼기까지 고작 한 걸음만 남았지만, 그 중요한 순간에 감히 초를 쳐버린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승부의 결착을 짓는 거야. 그것만 약속해주면 놈들의 편인 척 곁에 있으면서 가장 중요한 때에 배신해주지.”
“크하하하!”
아델의 말에 라파엘이 광소를 터뜨렸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는 말이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번 전쟁에 있어 신의 가호가 깃든 게 누구인지는 이미 결정이 나버린 모양이다.
⁕⁕⁕
쿠그그그…!
“으음 여기서 왼쪽으로 두 발자국만 더 걸으면….”
콰아앙!
진혁의 바로 반대쪽에 있는 땅이 그대로 솟구쳐 올랐다.
기괴하게 생긴 무언가가 바닥을 통째로 삼킨 채 다시 아래로 들어갔다.
무시무시한 속도와 힘을 지닌 놈이었다.
실드 따위는 과자처럼 으적으적 씹어버릴 만큼.
“오. 살았네?”
진혁이 책의 다음 장을 넘기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방금 전까지 상반신이 통째로 사라져버릴 뻔한 것치곤 너무나 태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반면.
“후으으…. 후아후아.”
“시,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아요.”
곁에서 따라오는 청하와 안드리아는 그야말로 1분1초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둘을 보던 진혁의 입 꼬리가 기괴하게 뒤틀렸다.
‘흐음. 더 큰 충격을 줘야 하는데….’
이 정도로는 조금 아쉽다.
더욱 이질적이고 근원적인 자극을 줄 필요가 있었다.
[복사조건]안드리아와 청하의 능력을 복사하기 위해선 그녀들에게 9번의 절망감을 선사해야 합니다. 심장 박동수(BPM) 최소 분당 250회 이상, 눈물 콧물을 많이 뺄수록 복사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지며, 최고 수준을 충족했을 경우 고유성창을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안드리아에게 값비싼 ‘청구 여우구슬’을 준 것은 단순히 안드리아가 예뻐서가 아니다. 전투력을 증강시키는 게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이유중 하나였을 뿐 가장 중요한 건 아니었다.
‘슬슬 능력을 복사할 때가 됐지.’
가장 무르익었을 때 가장 맛있는 걸 취한다.
그게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고인물의 방식이었다.
진혁의 눈에 안드리아와 청하의 고유성창이 각각 보였다.
[고유성창 천년여우 페이즈2 – ‘백귀야행 서(西)’]입수 난이도: SSS
내용: 각종 귀신들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숙련도에 따라 다룰 수 있는 귀신의 질과 숫자가 달라지며, 다양한 세계관의 백귀야행을 습득할 경우 능력의 시너지가 120%만큼 상승합니다.
혼백을 다루는 구미호가 그 끝에 이르렀을 때 습득하게 되는 능력.
아델의 백귀야행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중에 그 녀석 것까지 복사할 경우 능력을 훨씬 더 업그레이드해 사용할 수 있다.
아직 백귀야행을 습득하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이 있긴 하나, 여기라면 각성을 위한 무대를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진 않을 거다.
다음은….
진혁의 시선이 청하에게 옮겨갔다.
[신령질주]입수 난이도: SS
내용: 체중을 30%만큼 감소시켜주며, 이동속도와 지구력을 각각 15%만큼 상승시켜줍니다. 또한 능력의 숙련도가 일정 수준을 넘길 경우 묘족의 다리를 일시적으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묘족의 고유한 상징인 신령질주 역시 군침 도는 능력이긴 마찬가지였다.
“아주 즐거운 나들이가 되겠어.”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절로나오는 상황.
50층이라는 스릴 넘치는 무대도 갖춰졌겠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건 죄다 뽑아주마.
진혁이 부지런히 책장의 다음 장을 넘겼다.
글자들이 기묘한 색을 띠며 움직였다.
잃어버린 언어를 통해 해석이 가능한 건 일부분. 문장 전체를 완벽하게 읽어낸다기 보단 단어들을 통해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유추하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더 도움이 되었다.
그런 식으로 얼마나 흘렀을까?
수많은 함정들과 알 수 없는 길들을 돌고돌아 마침내 궁전의 초입부를 넘어섰다.
시야가 바뀌었다.
기둥들이 끝없이 늘어선 곳을 넘어서자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여기는….”
“끄, 끝난 거예요?”
청하와 안드리아가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공간을 바라봤다.
발목 높이의 물이 찰랑이는 공간은 광활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이 절로 떠오르지만, 이 살벌한 곳을 그런 관광지로 착각했다간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할 것이다.
“아니. 아직 멀었어.”
진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크로노미콘’을 이용해 최대한 위험을 피하며 지름길만을 골라왔다.
하지만, 아직 아자토스가 있는 곳까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대로라면 조금 곤란한데….
계획대로 되려면 ‘놈’이 슬슬 반응을 해줘야만 한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어.’
진혁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쿠쿠쿠쿠쿠쿠!
저 멀리서 고막에 거슬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이 희미하게 진동하고 있어요.”
“소리도… 이상해.”
안드리아와 청하도 이변을 감지했다.
눈에 마력을 집중하자, 아주 저 멀리에서 푸른 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벽… 아니, 산인가요? 뭔가 굉장히 높은 게 있어요.”
“파도야.”
높이만 약 3km가 넘기 때문에 벽처럼 보이는 것 뿐이지. 정확히는 쓰나미라고 부르는 게 좋으리라.
문제는 저건 단순히 물로 이루어진 파도가 아니라 정신을 오염시키는 특수한 액체로 이루어진 재액이라는 점이다.
‘정신 방벽’마저 일격에 붕괴시켜버릴 수 있는 저주덩어리. 그리고 그 뒤에 오는 건 이성을 잃어버린 먹잇감들을 산채로 집어삼키는 대형 몬스터들이었다.
“어, 어디로 도망쳐야 하지? 뒤로 앞으로?”
“진혁 님! 빨리 피해야 해요. 저거 보기보다 엄청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요!”
안드리아가 진혁의 소매를 붙잡았다.
조금 전까진 잘 몰랐는데, 쓰나미가 다가오는 속도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지금 당장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든지 아니면 다른 피난처를 찾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취취췻!
사사삭….
네크로노미콘에서도 벌레 소리가 연신 새어나왔다.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 가장 안전한 길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아니, 여기선 다른 선택지로 간다.’
탁!
진혁이 요동치는 책을 그대로 덮었다.
아자토스가 눈치채지 못 하면서도 이 넓디넓은 미궁을 단기간에 주파하려면 승부수를 던져야 할 터.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거대한 벽.
파도의 표면에는 수많은 얼굴들이 웃고 비명을 지르고 울어대고 있었다. 희노애락이 뒤섞인 재앙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진혁이 양 손에 마력을 끌어모았다.
화르륵!
신성력과 붉은 불꽃이 동시에 몰아쳤다.
용암과 화염이 만다라와 별의 가호과 합쳐지자 황금색 섬광이 휘몰아쳤다.
[고유능력 ‘무한의 마법’이 발동됩니다!] [다중결계 ‘위력 증폭’이 발동됩니다!]화력의 극대화.
일점으로 모인 빛을 중심으로 스파크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서로 다른 능력들이 완벽하게 합쳐진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콰!
빛줄기가 기다란 궤적을 그리며 파도를 향해 폭발했다.
물살이 좌우로 갈라졌다.
튀어오른 물방울들이 마법진을 통해 다시 한 번 흡수되었다.
이어진 것은 천지를 뒤흔드는 충격이었다.
콰아아아앙!
파도에 생긴 지름 10m의 구멍.
“됐어!”
“빠, 빠져나갈게요!”
파도에 생긴 구멍을 통해 진혁과 안드리아와, 청하가 파도의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크오…오….”
“꿰이이익!”
그 뒤편에 있던 대형 몬스터들 역시 몸의 각기 다른 부분을 잃어버린 채 그대로 쓰러졌다.
쿠웅!
쿵!
아자토스의 궁전에 서식하는 대형종들이었지만, 진혁의 일격을 버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게 말이 돼?”
“역시 진혁 님은…!”
청하와 안드리아가 연신 탄성을 내뱉었다.
탑의 마지막 층계인 50층. 그 중에서도 전 층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존재가 있는 곳에서 날뛸 수 있는 존재가 몇이나 될까?
낯설고 생소한 지옥 속에서도 이토록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는 또 얼마나 되고?
장담하건데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탑에 있는 모든 거주자들의 공통된 대답일 것이다.
특히나 청하는 진혁과 함께 50층에 있으면서 진혁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묘왕께서도 이런 건 불가능해.’
저렇게나 강력한 능력을 썼음에도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걸 보면, 힘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우마왕… 아니, 어쩌면 손오공보다 더 강한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청하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쿠룩. 쿠루륵….”
얕게 깔린 물이 시계방향으로 거칠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진혁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왔냐.’
드디어 원하던 놈이 미끼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