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37
737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
“그오오오!”
“케에엑!”
몸이 꿰뚫린 소르사들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상처 부위에선 피 대신 푸른색 화염이 연신 쏟아졌다.
‘주인 없는 그림자 묘목’의 기운이 느껴진다.
사람으로 치면 직계가 아닌 방계.
일부 특징을 갖고 있긴 하지만, 원류는 아닌 셈이다.
허나, 그 일부의 특징만으로도 평범한 거주자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위협을 초래했다.
“저건… 다른 층계에서 개화가 불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라파엘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럴 수가….”
나머지 천사들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던 건 마찬가지였다.
[‘태양을 삼키는 꽃’이 개화합니다!] [‘화염 폭포의 해바라기’가 개화합니다!] [‘염산 민들레’가 적들을 바라봅니다!]그 외에도 엄청난 수의 식물들이 지면에서 솟구쳐 올랐다.
모두 양질의 마력과 영양분을 섭취했는지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위력을 뽐내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퍼어엉!
순식간에 전선을 따라 형형색색의 폭발이 일어났다.
“조만간 기습을 받을 거라고 하더니. 정확히 진혁 님이 예측하신 대로네요.”
“왔네. 왔어.”
“크하하하! 범부(凡夫)들이 제 발로 마경에 들어왔구나.”
“인간이 아니에요. 날개 안 보이시나요?”
모습을 드러내는 다수의 그림자들.
혹독한 농사일로 인해 완전히 현지적응이 완료된 탑 각계층의 강자들이었다.
“지금 보여준 건 맛보기니라. 이곳은 나의… 아니, 짐의 영토! 침범한다면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오필리아가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임시로 거점을 맡게 된 덕에 쓰게 된 ‘거점 지배자’란 감투.
일시적일뿐더러 진혁이 오는 순간 설탕처럼 사라지는 신기루에 불과한 명예직이었다.
그럼에도 항상 부려먹기만 하던 노예에겐 그 의미가 남달랐다.
황금 쇠사슬.
오필리아는 그 달콤함이 주는 유혹에 잔뜩 도취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다른 멤버들은 오필리아를 꽤나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저주 받은 뱀파이어 따위에게 거점을 맡기다니….”
“불경하다!”
“손을 대면 안 되는 영역까지 가는구나. 강진혁 네놈들은…!”
여지저기서 분노에 찬 음성이 터져나왔다.
“진조도 아니고… 진즉에 떨어져나간 데카서스의 혈족 따위가….”
라파엘 역시 오필리아의 도발에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천상에서 가장 고귀한 대천사의 위치.
언제나 경외와 존경을 받는 게 당연한 삶이었건만.
보는 족족 밟아죽이던 저급한 종족에게 저런 말을 들을 줄이야.
“당장 저 애송이를 잡아다가 내 앞에 데려와라.”
라파엘의 서슬 퍼런 명령이 떨어졌다.
[특수 스킬 ‘천상의 계율’이 발동됩니다!] [반경 10km에 신성력을 회복시켜주는 ‘성소’가 만들어집니다!] [암속성 존재들에 대한 저항력이 30%만큼 상승합니다!]황금색 이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움찔하고.
거침없이 자라나던 식물들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시작이군.”
“반드시 방어해야 해요.”
“안 되면 차라리 전사하는 쪽으로 하자고. 괜히 어설프게 살아났다가는 나중에 그 거머리의 후환을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까.”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진형 쪽에서도 전투 준비를 끝마쳤다.
“전부 잿더미로 만들어버려!”
“한 놈도 안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거점을 두고 양 쪽의 세력이 격돌했다.
⁕⁕⁕
진혁을 따라간 곳은 이스마엘이 처음 가보는 장소였다.
워낙에 거대한데다 위험하기까지 한 신성석 보관 창고.
때문에 구석구석 엿볼 기회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100번은 넘게 이곳에 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실제로 나머지 노예들 역시 이 일에 관해서만큼은 전폭적으로 믿어주고 있었고.
그런데.
‘어떻게….’
분명 처음 오는 자일 텐데, 내부를 이토록 소상하게 알고 있는 걸까?
심지어 방금 들어온 곳은 우연으로 찾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흐음. 허접하네. 나름 기대 좀 하고 왔는데, 겨우 이거야?”
혀까지 끌끌 차면서 보이는 여유.
심지어.
“여긴 이렇게 고치는 게 더 재밌을 텐데. 다음에 오는 놈은 절대 못 풀게.”
몇 가지 조언과 더불어 수정까지 해주고 있다.
보면서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함정과 방어 마법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잠시 뒤 보관소의 가장 안 쪽으로 갔을 땐.
“…….”
이스마엘은 지금까지 자신이 본 게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고 말았다.
“봐. 내가 이러는 이유를 좀 알겠어?”
진혁이 저 아래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며 쓰게 입맛을 다셨다.
꽤나 넓은 지하공간.
그곳에선 여러 개의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끄으으으….”
“주, 죽여줘. 제발….”
“차라리… 차라리 잠도 안 자도 되고 안 먹어도 되니 신성석을 캐게 해주세요.”
나무에 묶인 최하급 천사들의 몸에는 여러 개의 링거가 달려 있었다.
무언가를 주입하는 게 아니다.
몸에 있는 걸 빼가고 있는 것이지.
쭈우욱….
신성력이 뽑혀 나감에따라 천사들의 안색이 더욱더 하얗게 질렸다.
몇몇은 견디다 못해 고개를 푹 떨궜다.
“다, 다른 마을로 갔다던 동료들이에요. 다치거나… 해서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스마엘이 묶여 있는 천사들을 보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충격과 분노를 넘어선 알 수 없는 감정이 전신을 집어삼켰다.
자신이 여태까지 알고 있던 상식이.
조금 더 나은 미래로 향했을 거란 희망이.
산산조각나버렸다.
“신성석에 들어가는 신성력. 거기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정체가 바로 저거야.”
당장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밑바닥 천사들.
그런 값싼 재료들을 갈아 넣을 수 기회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불어 힘이 다할 때까지 신성석을 채굴하게 할 수도 있고.
“우리들이 아무리 여기서 아등바등버텨봐야 미래란 없다는 거야.”
모두에게 소중한 신성석을 오염시켜선 안 된다?
개소리다.
애초에 그 신성석 자체가 누군가의 생명력 위에 만들어진 산물이었으니까.
“어때. 진실을 다 보고도 이대로 방관만 하고 있을 수 있겠어?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에 만족하면서 죽을 날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냐고?”
“압니다!”
이스마엘이 참지 못하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저도… 알고 있다고요.”
복합적인 감정으로 인해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요. 저는 아무 힘도 없는데.”
왜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는가.
모두가 똑같겠지만, 무력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야. 그저 내가 하는 걸 도우면서 모두에게 진실을 말해줘.”
“하하하. 겨우 그것만 하면 모든 게 바뀐다는 건가요? 당신이 평범한 천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겠습니다만, 그래봤자 갇혀 있는 신세라는 건 변하지 않아요.”
“뭐, 그 고정관념을 깨주는 건 내 몫이겠지. 나중에 말이나 바꾸지 마.”
“네? 그게 무슨 뜻… 자, 잠깐만요!”
이스마엘이 말리기도 전에 미친 짓이 벌어졋다.
툭.
진혁이 가볍게 아래로 내려간 뒤 몸을 날린 것이다.
사자굴에 스스로 뛰어들다니.
1초도 안 되어 잡힌 다음 똑같이 신성력을 뽑히는 꼴이 될 게 틀림없었다.
저들은 감독관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정예들이었으니까.
들키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자살 행위야.’
그리 생각했건만.
바람처럼 사라진 신형.
……’빠르다’는 수준이 아니다.
눈으로 따라가는 게 아예 불가능한 정도.
실제로 저 아래 있는 수많은 천사들 가운데 진혁의 움직임을 포착한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순식간에 신성력이 모이는 곳에 도달한 진혁이 검은 액체를 떨어뜨렸다.
또옥.
신성력 전체에 아주 희미한 검은 기운이 번졌다.
얼핏 보기엔 큰 변화는 없다.
시각적으로 말이다.
허나.
[타락한 성녀의 피로 인해 신성력이 변질되었습니다.] [흡수 시. ‘상태 이상’과 ‘타락’효과가 부여됩니다.]상수도원을 공략하는 건 현대전에서도 꽤나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인권문제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여기선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애초에 동족을 희생시키는 놈들에게 자비를 베풀 이유는 없었다.
목적을 달성한 진혁이 곧바로 이스마엘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정말로… 굉장하네요.”
이스마엘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약속이나 지켜.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니까.”
아무리 술을 마시고 있다고 해도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선 곤란하다.
이스마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묶여 있는 천사들을 바라봤다.
“계속… 고통 받게 내버려둬야 하는 건가요?”
“당장은.”
아직까지 신성력을 뽑히고 있는 천사들에겐 미안했지만, 지금 구해줬다간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적어도 지금 오염시킨 신성석이 이곳을 벗어나 본군에게 도달할 때까지는 버텨줘야만 한다.
‘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인가.’
진혁의 손 끝에 마력이 맺혔다.
[고유능력 ‘별의 가호’가 발동됩니다.]따스한 기운이 멤돌았다.
기체화 해서 흩뿌려둔 신성력.
이걸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보유하고 있는 신성력의 양과 질을 올려줄 수 있었다.
회복된 만큼 고통은 길어지겠지만, 구출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리라.
그리고.
이들이 살아남는다면 반격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존재들로 거듭날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아이템’을 제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겠지.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다.
***
감옥 안으로 돌아온 진혁은 곧바로 보관소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에게 털어놨다.
당연한 말이지만, 처음에는 모두가 믿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다.
갑자기 천사들을 갈아넣어 신성석이 완성되는 거라고 하면, 그 누가 쉽게 믿을까?
하지만, 지금 하는 말에 신빙성을 싣기 위해 데려간 게 바로 이스마엘이었다.
“모두 사실이에요.”
이스마엘이 무겁게 입을 뗐다.
“그럴 수가.”
“우리가… 결국엔 모두 죽을 운명이었다고?”
“분명, 전쟁만 다 끝나면 살려준다고 했었는데….”
“여기까지인가보네.”
“어쩔 수 없지.”
웅성임이 커졌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노예 근성에 찌들어 있는 이들.
거대한 힘과 공포에 짓눌려 발버둥치는 노예들에겐 내일을 바라볼 의지란 없었다.
그저 오늘 하루.
지금 당장 살아남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실제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금도 이 처지를 바꿀 생각은 크게 없어보였다.
“쉽지 않겠구나. 계약자.”
엘리스도 이들의 눈빛에서 공허함을 읽었다.
아타락시아의 가문을 이끌어온 그녀로서도 이런 자들을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해야 해.’
앞으로를 위해선 이들을 흡수해야 한다.
진혁이 한 걸음 나섰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
“저건…!”
영혼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천사들의 얼굴에서 이변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