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38
738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2)
가브리엘에게 받은….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브리엘로부터 빌린 거다.
안 주려고 화도 내고 울먹이기도 하긴 했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아무튼 그 아이템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화의 아뮬렛’.
오직 대천사의 가호와 신뢰를 받은 자만이 그 증거로서 하사받는 신물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도 가브리엘의 성유물을 얻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
워낙에 유명했지만, 동시에 진품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우우웅!
눈부시게 빛나는 아뮬렛에서 가브리엘의 마력이 고스란히 흘러나왔다.
……진짜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품이다.
그렇다는 건.
“가브리엘 님의 선지자…라는 겁니까?”
“에덴에서는 이미 쫓겨나신 걸로 아는데….”
“어떻게 이런 곳까지 오시게 된 건지….”
모두의 눈동자가 급속도로 떨렸다.
대의를 위해 가차없이 희생을 강요하는 라파엘과 우리엘과 다르게.
가브리엘과 미카엘은 순수한 사랑과 아가폐적인 헌신에 뿌리를 뒀다.
약자를 보호하고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는 대천사.
그 신념은 이들로서도 익히 알고 있었다.
“제가 여러분에게 온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진혁이 양 팔을 넓게 벌렸다.
어느새 옷까지 하얀 수의로 갈아입은 상태.
목에 건 아뮬렛이 신성력과 반응해 은은한 광휘를 자아냈다.
마치, 신의 계시를 받은 선지자가 눈앞에 나타난 것만 같다.
지금이다.
힐끗.
진혁이 감옥 구석에 있는 엘리스를 바라봤다.
이미 어떤 걸 해야할지를 완벽하게 지시해뒀다.
“응!”
엘리스가 버튼을 눌렀다.
마정석을 이용해 현대의 최고급 스피커를 가볍게 즈려밟는 시련의 탑 표 프리미엄 라디오.
거기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고막을 감미롭게 어루만졌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천사. 오늘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가슴이 절절한 멜로디와 가사.
CCM을 적절하게 개사한 건 덤이다.
-태초부터. 시작된 가브리엘 님의 사랑은….
그것은 곧 기적을 만들어냈다.
오랫동안 멈춰버린 심장이 두근거리며 고동쳤다.
“가브리엘 님께서 여러분을 구원하기 위해 저를 보낸 겁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들이라고 어찌 이런 비참한 삶을 살고 싶었겠는가?
그저 다른 방법이 없기에.
자신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에 체념하고 순응했던 것 뿐이다.
그걸 박살내 줄 시간이다.
“여러분은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거라는 것을 믿습니까!?”
“미, 믿습니다. 아니, 믿겠습니다!”
“오오오! 대천사의 대리인이시여!”
“저희를 구원하러 오셨군요.”
새로운 열풍이 만들어졌다.
가장 밑바닥에서 만난 희망은 그 무엇보다 환하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어미 앞에 선 아기새들마냥 이미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진혁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제게 힘을 주십시오. 우리 모두가 함께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이긴다!”
“승리한다!”
“따르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나이다.”
열풍은 곧 광기로 변질되었다.
이 타이밍에 말하긴 좀 뭐하지만.
다들 눈이 맛이 갔다.
흐리멍텅한 게 사라진 건 좋은데, 다른 의미로 더 안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다.
“크흠! 이건 뭐 별 건 아니고. 앞으로 가브리엘 님을 따르겠다는 맹세입니다. 저희가 같은 편이라는 걸 확인하는데 있어 이것만큼 완벽한 건 없죠.”
진혁이 ‘염혼의 낙인’을 발동했다.
이들은 집단 광기에 도취되어 잠시 이성을 잃은 것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고 현실의 공포를 마주한다면 지금의 의지와 열망 역시 눈 녹듯 사라져버리겠지.
하지만, 일단 이 도장을 시원하게 찍는다면.
싫어도 이쪽이 하는 말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주 마지막 남은 단물까지 꽉꽉 눌러서 써먹어주지.’
치이익!
이미 도장을 찍은 이상 게임 끝이다.
“감사합니다. 선지자시여.”
“저희를 구원하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들은 아직 자신들의 운명을 모르고 있겠지만.
***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진혁이 신성석을 오염시키고 감옥에 있는 노예들을 포섭한 지 일주일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에덴 전체로 퍼져나간 신성석이 기존의 천사들을 오염시켰다.
질병과 구토 등등의 상태 이상.
신앙심에 금이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어긋난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이변 때문에 에덴은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에덴 곳곳에 있는 신성석 채굴장과 보관소에서도 천사들의 뒤통수를 치는 분수령이 일어났다.
-선택받은 신의 사자가 모두를 구원하리라.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을 굽어살피는 자.
강자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에덴을 만들어가겠노라 한 선지자가 나타났다.
그 결과는 약자들의 반란으로 이어졌다.
물론, 그들 개개인의 힘은 미미했다.
영양실조에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이들이 전투병들을 어찌 상대하겠는가?
전원이 덤비더라도 중갑 천사 한 둘이나 데려가면 잘한 일이리라.
그러나 그들의 진가가 발휘되는 건 전투가 아니었다.
총 파업.
신성석을 주기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데 노동자들이 모두 일을 때려치운다?
그것이야말로 최악이다.
‘좋아.’
진혁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일들이 기대했던 것 그 이상으로 잘 풀려주고 있었다.
이스마엘로부터 능력을 복사한 것 역시 쏠쏠한 수확이었고.
[복사에 성공했습니다.] [고유성창 ‘검은 혈통’]입수난이도: AA
내용: 배신자의 더러운 피는 에덴을 부정하는 상징. 유다 일족의 힘은 신성력보다는 암속성 계열에 가깝습니다.
주르륵.
찐득찐득하고 불길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이 자체로도 활용이 가능하긴 했으나, 검은 혈통의 진짜 힘은 다른 것과 시너지를 내는 데 있다.
진혁이 무한의 대서고에서 또 다른 능력을 꺼냈다.
융합이 아닌 흡수.
검은 눈물의 베이스에 이스마엘의 고유성창이 스며들었다.
우우웅!
[‘검은 눈물’의 숙련도가 최대치로 상향됩니다!]저주와 타락의 속성을 강화시켜주는 효과.
이걸로 천사와 고대룡들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카드 한 장이 더 추가되었다.
바로 그때.
저벅.
다수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노예들이 있는 감옥을 향해 감독관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뒤이에 그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요즘 여기저기서 난리야.”
“신성석을 오염시키다니. 주제 파악도 못 하는 것들 같으니라고.”
“가브리엘의 선지자? 하! 어이가 없어서는….”
“위에서 명령도 떨어졌겠다. 본 보기로 몇 놈 족치자고. 반으로 갈라버리면 그 버러지같은 것들이 다시는 대들 생각도 못 하겠지.”
“더러운 자들의 속죄라. 간만에 피 맛좀 진하게 보겠군.”
아직까지 진혁이 있는 보관소엔 단 한 번도 반란이나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감독관들은 이번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지 못 했다.
평소하는 대로.
적당히 겁을 주면 알아서 꼬리를 말 거라 생각했다.
노예들은 뼛속까지 노예근성에 찌들어 있었기에, 영원히 그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철컹!
드르르륵….
중세의 고문기구인 ‘아이언 메이든’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끔찍한 철제 기구들도 함께였다.
“진혁 님….”
이스마엘이 진혁을 바라봤다.
이제는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기에, 진혁이 시키는 거라면 뭐든지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옵니다.”
“빌어먹을 놈들.”
“놈들이 행패를 부리면 저희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그 틈에 선지자님은 몸을 피하십시오.”
나머지 노예들 역시 같은 심정이었다.
무거운 긴장감이 감옥 전체를 짓눌렀다.
곧 있으면 수많은 이들이 죽거나 끔찍한 고문을 당할 것이다.
“아직도 해야 할 게 남아 있는 것이냐?”
엘리스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연기는 이쯤이면 될 것 같아.”
이미 모든 목적을 달성한 이상 참을 필요는 없겠지.
감독관들이 감옥 문을 여는 타이밍에 맞춰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선지자님…?”
“잠깐….”
모두가 깜짝 놀라 진혁을 만류하려 했다.
“뭐냐, 이 놈은?”
“가장 먼저 고문을 받고 싶은 것인가?”
아이언 메이든을 끌고 오던 감독관이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그리고.
서걱.
그게 마지막 웃음이었다.
붉은 선혈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맨손에서 뿜어져 나온 강기가 횡으로 가로지르자 철창이 무 잘린 듯이 일격에 사라졌다.
“뭐, 뭐야?”
“노예가… 아니다!”
감독관들이 기함했다.
……느리다.
반응하고 대응하는 것조차도.
콰콰콰콰콰콰!
채 병장기들이 뽑히기도 전에 진혁의 두 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천마광소’.
수십 개로 쪼개진 강기가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끄아아악!”
“아아아악!”
무시무시한 광역기.
검의 극의에 이르면 9서클의 광역 마법이 부럽지 않다.
그 자체만으로도 태풍을 몰고 올 수 있었으니까.
쿵! 쿵! 쿵! 쿵!
시끄러운 소란에 중갑천사들이 몰려왔다.
이제야 제대로 된 전투병들이 그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엘리스.”
“응.”
진혁의 부름에 엘리스가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섰다.
거기에서 귀찮다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고귀하고 존엄한 밤의 귀족이…..
……이런 돼지 우리에 일주일이 넘게 처박혀 있었다?
아무리 스스로 따라온 것이라곤 하나 농담의 질이 너무 안 좋다.
“짐이 이 더러운 곳을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음에 감사하거라. 원래라면 이 대가는 훨씬 더 비싸게 받아야 하니까.”
[‘블러드 스피어즈’가 발동됩니다!]쿠쿠쿠쿠쿠쿠!
하늘을 빼곡이 뒤덮은 붉은 꼬챙이들.
뒤늦게 도착한 중갑 천사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신이시여….”
“이…건 말도 안 돼.”
태양마저 가려버린 저 많은 흉기들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저 꼬챙이 하나하나에 실려 있는 마력은….
이곳에 모인 정예병들 전체보다도 무거웠다.
퍼퍼퍼퍼퍽!
이어진 것은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
동시다발적인 패배.
전선 각지에서 일어난 모든 전투에서 뼈아픈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왔다.
“크아아아!”
콰앙!
에드온이 분을 삭히지 못하고 지면을 내리쳤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
“…….”
모여 있는 나머지 주신들도 굳은 얼굴로 쓰디쓴 패배의 잔을 들이켰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
마치, 모든 경우의 수들이 간파당한 것만 같다.
무얼 하든 족족 대응해왔으니까.
심지어 에드온이 직접 움직였음에도 피노누아와 그린 일족들을 제거하는 데 실패했다.
레어 자체는 잿더미로 만들었지만, 핵심 전력은 고스란이 빠져나가버린 것이다.
장보경.
그 엘더갓의 사도라는 인간 때문에.
‘강진혁과도 연관이 되어 있는 건가.’
니알라토텝께서 말씀하시길 엘더갓 쪽은 적어도 당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는데. 대체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
변수들로 인해 혼란이 더욱 가중되어만 갔다.
“잃은 거점이 얼마나 되느냐?”
에드온의 서슬퍼런 질문에.
“12…개입니다.”
사마엘이 조심스레 보고했다.
12개.
전쟁이 시작된 지 2주도 안 된 상황에서 벌써 12개다.
그 중에서 핵심 지역은 헤븐즈 도어 하나 뿐이긴 했으나, 그것만으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결과였다.
특히나 천사들의 에너지라 할 수 있는 신성석에 장난질을 한 게 가장 뼈아팠다.
“라파엘 쪽도 고전중이라고 합니다.”
“생각 외로 강진혁 쪽 거점이 단단한 모양이에요.”
골드 일족인 알테라와 아덴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훨씬 더 유리하고 익숙한 지형과 압도적인 병력의 수를 기반으로 이기겠다는 계획에 제동이 걸린 순간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흐음. 여기가 본영인가?”
“킥킥. 죽을 쑤고 있다더니 정말이네.”
두 명의 낯선이가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네놈들이 여긴 어떻게….”
에드온의 동공이 가늘게 찢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