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39
739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3)
허리까지 오는 아름다운 은발에 황금색 눈동자를 한 여성.
이와 대조적으로 짧은 적발의 미남자가 눈에 띄었다.
평범한 거주자가 아니다.
이토록 무시무시한 마력을 뿌려대고 있는 건 최상위 절대자들만이 가능했으니까.
드래곤.
그것도 각각 이명이 부여된 고대룡들이었다.
“혼자서는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해서 그분께서 보내셨다.”
“완전히 참패중이라고 들었어. 킥킥. 듣자하니 고대룡 망신은 아주 다 시켰더라고?”
천지룡 ‘디아문’
극암룡 ‘에블린’.
하늘과 땅을 관장하는 고대룡과 어둠을 관장하는 고대룡이다.
“닥쳐라! 아직 본대의 전력이 상한 것은 아니다.”
에드온이 발끈했다.
“그러니까. 본대의 전력이 상하기 전에 우리가 개입해야 한다는 거다. 이미 강을 건넌 다음에는 아무리 손을 써도 소용없을 테니까.”
“뭣보다 불평해봤자 소용없어. 이미 위에서 정한 거라고.”
킥킥 거리던 에블린이 아공간에서 터무니없는 걸 꺼냈다.
툭.
별자리의 마지막 운석으로 만든 성유물.
‘용맹의 왕관’이다.
“확보해야 하는 건 두 가지야.”
태고의 존재들이 반드시 원하는 어떤 ‘책’.
그리고 고인물 코퍼레이션에서 보유하고 있는 세 개의 왕관이다.
“이걸로 우리 쪽에도 두 개의 왕관이 있으니 어느 정도 해볼만 하겠지.”
용맹의 왕관과 에덴 쪽에서 보유하고 있는 신성의 왕관.
그 두 개를 활용한다면 변수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
왕관까지 함께 왔다는 말에, 에드온의 분노가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다.
어설프게 도발이나 하자는 목적에서 온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디아문과 에블린이 거슬리긴 했으나, 막강한 힘을 지닌 고대룡들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확실히.
이들이 있으면 승산이 대폭 상승하게 될 것이다.
“좋아. 함게 하도록 하지. 단, 어디까지나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나다. 그 점은 잊지 마라.”
이제부터는 최대전력을 유지하면서 동시다발적인 난전까지 펼칠 수 있다.
게다가.
드디어 놈들과의 협상도 끝났다.
계속해서 당하기만 했던 걸 갚아줄 시간이다.
***
전선 구석구석 생긴 허점들.
본대와 합류한 진혁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멤버들 각자가 맡은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해준 덕분에 주요 거점들을 공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 먼저 노린 곳은 ‘에브라함의 제단’이다.
이곳은 중대형 거점으로 에덴의 동쪽을 관통하는 핵심 요충지 중에 요충지였다.
당연히 함정을 위해 그냥 넘겨준 헤븐즈 도어와는 차원이 다른 견고함을 자랑하고 있기도 했고.
“엄청나네요”
“와아.”
“지금부터 여길 뚫어야 한다는… 거죠?”
모두의 입에서 복잡한 심정이 담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성.
공중을 날아야만 성문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였다.
단순히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엄두가 안 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제단 주위에는 형형색색의 부유석들이 떠 있었는데, 한 눈에 봐도 평범한 종류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마력이 기괴하게 공명하고 있었으니까.
바로 그때.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 간악한 몸뚱아리를 들이미는 것이냐!”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기차 화통이라도 삶아 먹었나.
마력으로 귀를 방어하지 않았다면 고막이 터질 뻔했다.
모습을 드러낸 건 10m에 이르는 거대한 체구를 가진 천사였다.
“죄 많은 자들이여. 지금부터 이 사무마엘이 그 비참한 삶에 종지부를 찍어주도록 하겠다!”
[사무마엘이 성유물 ‘창세의 끝을 알리는 나팔’을 발동합니다!]웅장하면서도 불길한 나팔 소리가 대기를 갈랐다.
창세의 끝을 알리는 나팔이라면 설마….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틀림없다.
“막아!”
진혁이 고함을 질렀다.
동시에.
우우우웅!
떠 있는 부유석들과 제단 사이에 거대한 빛줄기가 이어졌다.
절대판정에 신성력의 극의가 집약된 섬멸기.
저 빛에 맞는다면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콰앙!
지면을 박차고 몸을 날린 건 진혁 혼자만이 아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연합에 소속된 강자들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사무마엘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에덴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엄청난 수의 천사들이 이에 맞서 사무마엘을 보호하려 했다.
[헤라클레스가 ’12개의 과업’을 발동합니다!]“크오오오!”
“크아아!”
헤라클레스의 뒤로 거대한 히드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9개의 아가리를 따라 뭉치기 시작한 녹색 구체.
반신마저 쓰러뜨린 독액이 뿜어졌다.
치이익!
“끄아아악!”
“아아악!”
빼곡하게 밀집해 있던 천사들이 그 독액을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신성력을 뚫고 순식간에 갑옷까지 스며든다.
제대로 된 대처도 해보기 전에 수백 명의 천사들이 그대로 한 줌의 핏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위로.
토르의 번개가 몰아쳤다.
투콰앙!
[특수 스킬 ‘울부짖는 벼락’이 발동됩니다!]묠니르를 둘러 싼 전격이 불을 뿜자. 천사들 사이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컥!”
‘쿨럭….”
압도적인 공격력과 속도.
몸의 절반을 잃은 천사들이 그대로 추락했다.
그렇게.
길이 열린다.
사무마엘에게로 향하는 최단 거리가 확보되었다.
진혁이 ‘서리혼령’의 창을 꺼냈다.
아무리 강력한 힘이라도 발동되기 전에 끝낸다면 상관없을 터.
한 번에 제압한다.
파치칙!
극한의 냉기가 집약되었다.
눈송이들이 하나의 선을 이뤘다.
그런데 바로 그때.
화르륵!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마력이 개입했다.
“……!?”
진혁의 몸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전신을 짓누르는 낯설고도 이질적인 힘.
[용언 ‘땅의 예속’이 발동됩니다!]평범한 용언이 아니다.
드래곤을 뛰어넘어 훨씬 더 많은 세월과 격을 쌓은 놈이다.
[천지룡 ‘디아문’이 현현합니다!]츠츠츠츠…!
붉은 빛을 띤 실들이 진혁의 다리를 옭아맸다.
“24시간 동안 캐스팅해둔 조건형 용언마법이다. 그대가 괴물이라고 듣긴 했다만, 아무리 그래도 단시간에 푸는 건 어려울 거야.”
디아문의 손에 여러 개의 녹색 불덩이들이 생겨났다.
헬파이어다.
퍼퍼퍼펑!
한 놈당 한 발씩.
사무마엘에게 달려들던 주신들에게 겁화가 작렬했다.
“크윽!”
“큽!”
헤라클레스와 토르가 몸에 붙은 화염에 털어냈다.
자체 저항력이 터무니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럼에도 디아문의 공격 마법에 견디긴 버거웠다.
그 사이.
우우우웅!
나팔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결국에 능력의 발동시간이 다 되어버린 것이다.
번쩍하고.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뒤이어 엄청난 열풍이 몰려왔다.
쿠쿠쿠쿵!
진동하는 구름.
수백 미터에 이르는 빛줄기가 부유석 사이로 발사되었다.
[이태민이 ‘기계군주’ – ‘고철더미 산’을 발동합니다!] [테레사가 ‘별의 가호’ – ‘황금 십자가’를 발동합니다!] [오시리스가 ‘태양의 성역’을 발동합니다!]수없이 많은 방어스킬들이 연이어 펼쳐졌다.
하지만. 소용없다.
빛줄기는 그 모든 것들을 증발시키며 병사들 사이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버렸다.
***
치이이익!
파인 구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크으으….”
“뭐, 이런 위력이 다 있어.”
“다들… 괜찮은 겁니까?”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얼마나 많은 전사들이 당한 건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확실한 건 최소한 몇 천이 넘는 병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위력.
방어 스킬들을 겹겹이 펼쳤음에도 이 정도 피해가 발생했다.
“크하하! 이교도들에게 내린 천벌이… 으음?”
광소를 터뜨리던 사무마엘의 두 눈이 커졌다.
뭔지 모르지만, 섬뜩한 살기가 바로 목덜미 뒤에서 느껴졌다.
콰아앙!
몰아치는 창의 끝을 막은 건 바로 그때였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
디아문이 직접 사무마엘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목에 바람 구멍이 생겼으리라.
“어떻게….”
사무마엘이 진혁을 보며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분명, 용언에 의해 전투에 개입할 수 없는 상태여야 할 터인데.
무슨 수로 그 속박에서 빠져나왔는지 모르겠다.
“괴물 같은… 놈이로구나.”
당황한 건 디아문도 마찬가지였다.
고대룡인 자신이 무려 24시간 동안 준비해둔 결속 마법.
그걸 10초도 안 돼 파훼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날 상대하려면 그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걸 준비했어야 할 거야.”
우리 쪽에서 몇 천을 데려갔으니.
그 대가로 몇 배 더 많은 놈들을 박살내주지.
진혁이 창을 가볍게 휘둘렀다.
쩌저저적!
공기 중에 퍼진 물방울을 타고 냉기가 퍼져나갔다.
디아문에 비해서 훨씬 더 구속력이 약하긴 했으나, 애초에 목적이 디아문이나 사무마엘이 아니었다.
부유석를 지키던 천사들이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위로….
거대한 눈이 나타났다.
이글거리는 태고의 심연이 천사들을 마주했다.
“광역기를 가지고 있는 게 너희만이 아니거든.”
어디 한 번 막아볼 수 있으면 막아봐라.
콰콰콰콰콰콰콰!
더욱 거대한 빛줄기가 부유석들을 통째로 박살내버렸다.
“멈춰라!”
사무마엘이 고함을 질렀다.
수많은 부하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 이성의 끈이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창세의 끝을 알리는 나팔’을 지근거리에서 사용했다.
[범위와 위력이 축소됩니다.] [영창의 시간이 극단적으로 단축됩니다.]휘말린다면 같이 죽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끓어오른 분노가 이성보다 더 크게 작용해버렸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고유성창 ‘세라핌’이 발동됩니다!] [고유성창 ‘크로노 스피어’가 발동됩니다!]신성력으로 만들어진 탄환과 검붉은 마기로 만들어진 마탄이 장전되었다.
타아앙!
빛줄기가 점멸했다.
서로 다른 능력이 한 점에서 충돌했다.
콰아아앙!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일어났다.
워낙에 강력한 능력들이 격돌한 여파로 인해, 떠 있던 부유석들이 균형을 잃고 그대로 추락했다.
상쇄.
서로가 가진 힘의 크기는 거의 엇비슷하다.
차이점은….
철컥!
진혁이 가진 총의 연사 속도는 사무마엘의 나팔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격철이 올라갔다.
퍼어억!
“크아아악!”
사무마엘의 팔 하나가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진혁의 총구에서 탄환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것은 일종의 자연재해였다.
태고의 존재들마저 죽인 진혁이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하자, 철벽을 자랑하던 부유석과 에브라함의 제단에도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병력들.
“크하하하!”
“그래. 바로 이거지!”
“다 쓸어버려라!”
북유럽과 올림포스의 전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
“괜찮아?”
디아문의 옆에 에블린이 나타났다.
아슬아슬한 타이밍.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사무마엘과 마찬가지로 저 몰아치는 폭풍에 휩쓸렸을 것이다.
“덕분에….”
디아문이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처음 이번 일에 대해 맡게되었을 땐.
에드온의 무능력함을 대놓고 비웃었다.
의지만으로도 능히 생명을 죽여버릴 수 있는 10서클의 용언 마법.
그리고.
그런 10서클의 용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드래곤들을 부리는 게. 바로 자신들이었다.
하지만.
‘굳이 우리까지 보낸 게 저런 이유였나.’
방심?
그딴 걸 논하는 건 이미 한참이나 지났다.
이제는 가지고 있는 총력을 동원해야만 할 시간이다.
[특수 스킬 ‘고대의 맹세’가 발동됩니다!]우우우웅!
공간이 갈라지며.
디아문과 에블린의 레어를 지키던 수많은 가디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외에도 블랙과 레드 일족을 비롯해 수많은 용족들이 완벽하게 무장을 끝낸 상태였다.
“위대하신 이의 명을 받듭니다.”
“명령을….”
각 레어의 가디언들을 총괄하는 우두머리들이 고개를 조아렸다.
“저 인간을 제거해야 한다.”
“전부를 잃어도 좋으니, 놈에게 빈틈을 만들어라.”
고대룡의 긍지를 걸고 반드시 맡은 일을 완수하고야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