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40
740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4)
쿠쿠쿠쿠쿠쿠!
공간을 찢고 나온 무수히 많은 군단.
그냥 평범한 양산형 몬스터들이 아니다.
“…….”
“…….”
전원이 고대룡의 레어를 지키기 위해 엄선된 정예. 일당백을 자랑하는 상층부의 괴물들이 총동원되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드래곤들이 동서남북에서 완벽한 포위망을 갖췄다.
명령만 떨어진다면 즉시 대규모 마법을 난사해댈 것이다.
“전부를 소환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그 정도 상대라는 거지. 48층을 지키는 데스티아를 제외하고는 전부 모였잖아?”
“층계를 지키는 자가 하나쯤은 남아있어야 하니까.”
자존심 강한 고대룡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서로의 성질을 꺾었다.
이럴 진데….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상처입은 긍지를 두 번 다시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파츠츠!
또 다시 ‘창세의 끝을 알리는 나팔’이 부유석에 흐르는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무마엘은 조금 전에 죽었으나, 제단만 무사하다면 얼마든지 능력을 재사용할 수 있었다.
*
“이럴 수가.”
“고대룡과 드래곤들까지 왔다고?”
당황스러운 건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연합 측도 마찬가지였다.
‘에브라함의 제단’이 핵심 요충지인 건 맞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전면전이 일어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고작해야 전체 병력의 10% 남짓.
그 정도의 힘겨루기가 될 거라 예측했던 것이다.
“여기서 결판을 볼 생각인가.”
“크하하하! 차라리 좋다. 속 시원하게 붙는 게 내 취향이지.”
“동감이다. 모조리 쳐죽이고 이 전쟁을 끝내겠다.”
아스가르드의 전사들이 광기에 젖었다.
하여간, 싸우다가 죽으면 발할라로 갈 거라는 미친 소리는 누가 만들어낸 건지 모르겠다.
저러니까 너도나도 죽으려고 환장을 했잖아.
진혁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군의 진형 자체는 어떤 충돌에도 대응할 수 있을 만큼 탄탄했지만, 드래곤들을 상대할 때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산개해서 여러 부대로 나눈 다음 적의 핵심 간부들을 각개 격파해야만 한다.
‘내 명령이 중요한 게 아니야.’
총사령관 혼자만의 지휘가 빛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중소규모로 나뉜 부대.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각각의 부대장들의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었다.
다행이도.
‘제대로 움직여주고 있네.’
이미 천유성과 엘리스, 테레사와 이태민 그리고 유연화는 진혁의 의도를 읽은 뒤였다.
산전수전을 함께 한 동료들.
수많은 사선을 넘으며 호흡을 맞춰온 일이 빛을 발했다.
툭.
콰앙!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모두가 자신에게 맡는 상대를 찾기 위해 질주했다.
“위대한 결전을 치를 것이다. 잡다한 놈들은 빠져 있어라.”
[천지룡 디아문이 ‘차원 마법’ – ‘뒤틀린 영역’을 발동합니다!]쩌저적!
구름 사이가 갈라졌다.
동시에.
엄청난 인력이 발생했다.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힘.
“커억!?”
“빠, 빨려들어간다!”
앞으로 전진하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버티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모든 마력을 쏟아부여야 할 정도로 디아문이 사용한 능력은 상식을 초월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극암룡 에블린이 ‘차원 마법’ – ‘암흑 세계’를 발동합니다!]구체를 본 전사들의 동공이 순간, 까맣게 물들었다.
“크으으….”
“아아아악!”
극심한 두통이 솟구친다.
그것도 잠시.
푹!
서걱!
“죽어라!”
“네놈이야말로 발할라로 보내주지!”
“올림포스를 우습게 보지 마라. 무식한 것들 따위가!”
방금 전까지 서로의 등을 맡기던 이들이 서로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살을 꿰뚫고 뼈를 끊어낸다.
순식간에 시야가 빨갛게 물들었다.
“다, 다들 멈추세요!”
테레사가 황급히 신성력을 끌어올렸지만, 소용없었다.
두 마리의 고대룡이 펼친 대마법은 신성력으로도 파훼가 불가능했다.
[서리혼령 – ‘빙극환’이 발동됩니다!]콰아아앙!
얼어붙은 구체가 디아문에게 작렬한 건 바로 그때였다.
“크아악!”
중첩된 실드가 일격에 박살났다.
실드의 표면만 파괴하는 게 아니라, 누적된 충격파가 그대로 몸 속까지 파고드는 종류였다.
“신성력도 소용없는 걸 보면, 되돌리는 건 불가능한가 보네.”
각성한 테레사가 손을 못 쓴다는 건, 그 누가 해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소리다.
하지만.
“그 마법을 펼친 놈들을 죽이면 저 혼란도 끝나지 않겠어?”
근원 자체를 없애버리면 될 터.
단지 그뿐이다.
“감히…!”
“죽여라!”
디아문의 레어에 소속되어 있는 가디언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카아앙!
진혁이 가장 먼저 날아든 검을 쳐냈다.
지이잉!
저릿한 충격.
‘이것 봐라?’
특별한 가디언들이 동원될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건 꽤나 흥미롭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디아문이 주력으로 내세운 가디언들의 정체는 바로 개량된 호문쿨루스였기 때문.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이질적으로 노란 눈동자가 진혁을 노려봤다.
‘어느 정도 감정까지 구현화한 버전인가.’
주인에게 상처를 입힌 자에 대한 분노가 여과없이 전해졌다.
콰콰콰콰쾅!
창과 검들이 허공에서 격돌했다.
자로 잰 듯 짜임새 있는 움직임.
수십의 호문쿨루스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진혁을 압박해왔다.
그 위로.
우우웅!
고서클의 마법이 캐스팅되었다.
아군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광역 마법.
호문쿨루스까지 한꺼번에 소멸시켜버리겠다는 뜻이다.
“지독한 놈….”
진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드래곤들이 다른 이들의 생명을 먼지처럼 여긴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자신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가디언들까지 같은 취급을 할 줄은 몰랐다.
“시답잖게 감성적이로군. 그 하찮은 목숨이 우리를 위해 쓰인다면 녀석들도 오히려 기꺼워하며 죽을 것이다.”
조소를 머금은 디아문의 머리 위로 눈부신 광휘가 점멸했다.
[‘용맹의 왕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투를 치르는 적의 잠재력이 본인보다 위일 경우. 그 대상에게 맞설 수 있는 ‘용맹’ 스탯이 추가로 주어집니다.] [용맹 1스탯 당. 왕관의 소유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잠재력이 +1%만큼 추가됩니다.]‘용맹의 왕관’은 왕관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보다 강한 자를 상대할 때 진가가 나오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디아문은 자존심보다 실리를 택했다.
태고의 존재들에게 인정받아 고대룡들의 비원을 이룰 수만 있다면.
긍지니 자존심이니 하는 것들은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단 말이다!
“과연…. 훌륭하군.”
디아문이 손가락을 쥐었다폈다를 반복했다.
전신에 넘치는 마력.
기존보다 몇 배는 더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어디 한 번 시험해볼까?
가벼운 손짓이 이어졌다.
[표적이 고정되었습니다.]좌표값을 지정하고.
[4개의 속성이 추가로 부여됩니다.]방어하기 까다로운 원소들을 뒤섞는다.
호문쿨루스들이 시간을 끌어주는 만큼, 진혁의 특성과 움직임을 고려할 여유는 충분했다.
“강진혁!”
고위 천사 하나를 베어버린 천유성이 고함을 질렀다.
무시무시한 검풍이 대기를 갈랐다.
콰콰콰콰콰콰!
검마의 극의가 발현되며 수십 개의 강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달라붙던 천사들과 레어의 가디언들이 그대로 수십 조각으로 잘려나갔다.
몰아치는 피보라 속.
천유성이 진혁을 향했다.
그 흉흉한 기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어보였다.
“네가 강진혁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놈이야?”
킥킥거리며 웃는 에블린이 나서기 전까지는.
통상적으로 드래곤들이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 다르게. 에블린은 몸으로 치고 박는 걸 더 즐겼다.
무투와 냉병기 등.
두 손으로 상대의 몸을 부수는 것에 더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는 소리다.
“비켜라. 베어버리기 전에.”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 내가 이런 말도 다 듣고. 그래.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
에블린이 드래곤의 발톱이 달린 건틀렛을 꺼냈다.
파츠츠츠!
각각의 발톱을 따라 1m가 넘는 오러가 솟구쳤다.
[’10개의 발톱’이 발현됩니다!]검은 빛을 띤 오러와 황금빛을 띤 오러.
왼손과 오른 손에 서로 다른 발톱이 완성되었다.
***
서걱!
하나를 베면 둘이.
콰콰콰콰콰콰!
둘을 베면 다섯이 달려든다.
2분도 안 돼 죽인 호문쿨루스의 숫자는 40이 넘었지만, 그것을 아득히 상회하는 숫자가 계속해서 보충되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문쿨루스들은 ‘발을 묶어둔다’라는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특히나.
가장 정면에 있는 가디언들의 우두머리.
다른 호문쿨루스들과는 다르게 푸른 색과 금색의 눈을 가진 소녀는 격이 달랐다.
콰아아앙!
진혁의 창을 효율적으로 흘려내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감당하기 힘든 일격을 마주했을 땐, 자신의 부하들을 방패로 대신 내세웠다.
그렇다면.
창을 쥔 반대쪽 주먹에 내공이 실렸다.
[흑천마황공 ‘묵륜창파’가 발동됩니다!]검은 창파가 기다란 초승달을 그렸다.
괴랄하게 공중에서 궤도가 틀어진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다 시 한 번.
이리저리 피하든. 부하를 방패로 세우든… 물어뜯을 수 있도록.
뱀처럼 휜 묵륜창파가 그대로 호문쿨루스를 덮쳤다.
바로 그때.
호문쿨루스의 금색 눈동자 쪽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동시에. 창파가 새하얀 피부를 파고들었다.
…푸슉!
어깨에서 뿜어진 핏줄기.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치명상은 아니다.
할 수 있는 선택 중에서 최선의 걸 선택해 피해를 최소화시킨 결과였다.
“어이가 없네.”
진혁의 입에서 허탈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방금 걸로 숨통을 끊고 디아문의 마법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탐식의 눈’이 대상을 간파했다.
[베타]기존 호문쿨루스들의 약점을 대폭 개량하고 강화시킨 결전병기입니다. 전투능력은 물론, 상황판단력과 통솔력까지 갖추고 있으며, 냉정하고 충성심이 매우 높습니다.
디아문에 의해 한쪽 눈에 ‘신선의 눈’을 이식받은 상태입니다.
‘눈’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빌어먹게 짜증나는 종류의.
“그래서 저렇게 미꾸라지처럼 잘 피해다닌 거였나.”
‘신선의 눈’은 최악의 경우를 피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베타의 눈에는 생존을 위한 방법이 보이는 게 틀림없었다.
“호오. 인간치곤 상당히 박식하구나. 설마, 선인의 눈까지 알고 있다니.”
디아문이 다시 한 번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제 곧 죽을 대상하고 길게 문답을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번쩍하고.
섬광이 뿜어졌다.
완성된 디아문의 마법이 진혁의 심장을 노렸다.
……온다.
진혁이 이를 꽉 깨물었다.
기회는 한 번 뿐.
[‘1초 무적’이 발동됩니다!]섬광이 몸에 닿는 것과 동시에 무적의 방어스킬이 발동되었다.
튀어나간 섬광이 그대로 허공으로 솟구쳤다.
“소용없다!”
디아문이 고함을 질렀다.
곧바로 튕겨나간 섬광이 재차 내리 꽂혔다.
이번에는 8개의 줄기로 갈라져서 몰아쳤다.
마법이 다시 한 번 진혁의 몸을 꿰뚫었다.
아니, 정확히는 잔상을 꿰뚫었다.
[‘신속의 왕관’을 착용했습니다!]콰앙!
몸이 질풍이 되었다.
순식간에 디아문의 뒤를 잡은 진혁이 두 번째 왕관을 꺼냈다.
[‘패도의 왕관’을 착용했습니다!]서리혼령의 창 끝에 검고 푸른 마력이 맺혔다.
쩌저저적!
마기와 냉기가 뒤섞인 일격이 그대로 세계를 얼려버렸다.
“주인님!”
베타가 기함했다.
호문쿨루스들이 디아문을 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2개의 왕관이 지닌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온 여파.
더군다나 디아문을 통째로 얼려버릴 만큼 무지막지한 마력을 소모했다.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리 없다.
베타와 호문쿨루스들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기습의 여건은 없을 테지.
하지만….
상관없다.
이미 이에 대한 대비를 해뒀으니까.
꿀렁!
진혁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준비… 전부 끝났어. 응. 승산은 100%야.”
인형 놀이를 시작한 프레이가 수십의 인형들과 함께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