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44
744화. 생존을 위한 혈전 (2)
용살검 ‘발뭉’.
신화 속 지그프리트가 마룡 파프니르를 베어버렸을 때 쓴 성유물이다.
적어도 ‘시련의 탑’이라는 세계관에서 드래곤을 베는 데 있어 저것보다 더 강력한 검은 존재하지 않았다.
크고.
웅장하고.
아름답다.
뛰어난 대장장이인 오룬과 헤파이토스를 갈아 넣어 업그레이드를 한 것이라 그런지. 더욱더 강력해 보였다.
하지만.
“멋지군. 훌륭해.”
천유성은 감탄사만 내뱉을 뿐.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유성아?”
콰콰콰콰콰콰콰!
몰아치는 마력의 해일 속. 진혁이 또 한 번 몸을 피했다.
“…….”
“유성아! …천유성! 야!”
“정말 멋있어 흠흠.”
“야이, 들은 척 좀 하라고!”
마음 같아서는 독버섯을 입에 넣고 그대로 마리아나 해구 한가운데에 수장시켜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문자 그대로.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천유성이었으니까.
진혁이 이를 악 물고 천유성의 비위를 맞췄다.
“이야, 발뭉이 아주 그냥. 우리 유성 장군님이 들고 있으니까 아주 태가 사네. 역시 이래서 모델이 중요하다고 하나 봐. 한 폭의 그림이다. 그림!”
어르고 달래고.
전무후무한 위대한 검성이 될 것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그리 위태위태하다면 어쩔 수 없군. 특별히 도와줄 테니 감사히 여겨라.”
천유성이 마침내 자세를 잡았다.
우우웅!
검신을 타고 퍼져나가는 마력.
새로운 대검의 본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콰드득!
묵빛을 간직한 대검의 표면을 따라 드래곤의 비늘과 비슷한 갑피들이 생겨났다.
‘베기’ 위함이 아닌.
더 크고 육중한 것을 ‘부수고’ ‘뜯어내기’ 위함에 가깝다.
“……!?”
디아문도 한발 늦게 그 마력을 감지했다.
오싹하고.
드래곤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본능에 직접 호소하는 불길함이 온 신경을 자극한다.
그리고 때마침.
띠링!
진혁에게도 패키지 선물이 도착했다.
발뭉에 뒤를 이어 맡겼던 또 하나의 애병기가 완성된 것이다.
[‘퍼스트 블레이드’ + 10강]공격력: 20,000,000
내구도: 45,000,000 / 45,000,000
13월(月), 뱀자리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가호’)
1. 샤일록의 잔혹한 거래
두 가지 조건을 저울에 달고 일정한 대가 지불 시 다른 조건으로 달성할 수 있는 거래 시작이 가능합니다.(30일에 한 번만 사용 가능)
2. 숙련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숨겨진 2개의 특수효과가 추가로 부여됩니다.
3. 특수 스킬 ‘사상 단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물리적인 공격뿐 아니라. 개념적인 능력까지 벨 수 있는 힘으로, 검강이나 오러를 뛰어넘는 ‘차원’에 이르는 영역입니다.
기존과 비교해서 3배 가까이 오른 공격력, 심지어 ‘사상 단절’이라는 추가적인 효과까지 붙었다.
아자토스의 궁전에서 가져온 물방울이 있었다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냈다.
새삼스럽게, 이번 싸움이 끝나면 오룬에게 귀한 술이라도 한 잔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엄청나네.’
두 손에 착 감기는 감촉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고대룡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발뭉만큼 시너지를 낼 순 없겠지만. 드디어 태고의 존재들에게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무기를 손에 넣었다.
‘어디….‘
한 번 시험해 볼까?
단순히 수치를 넘어선 현실감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카가각!
진혁이 날아오는 마법을 통째로 베어버렸다.
촤촤촤촤촤….
늘어나는 칼날들이 엄청난 속도로 구름을 훑고 하늘까지 솟구쳤다.
[13월, ‘뱀자리의 주인’이 재차 현현합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가호’가 발현됩니다!]“크오오오!”
아까보다 훨씬 더 큰 덩치.
화려한 순백의 비늘과 붉은 눈동자가 디아문을 내려다봤다. 그 외에도 수십 마리의 뱀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부유하며 밤하늘을 굽어살폈다.
강렬한 빛줄기가 디아문의 망막을 두드렸다.
“큭!”
욱씬!
정신계열에 작용하는 강력한 족쇄.
디아문의 마법에 약간의 허점이 생겼다.
그 틈을 파고든 진혁이 더욱 거칠게 압박해 들어갔다.
그리고.
콰앙!
강기를 끌어모은 천유성 또한 전투에 가세했다.
두 개의 그림자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디아문에게 향했다.
“크아아아!”
서걱! 서걱!
피부에 생기는 검상.
실드를 박살내고 파고든 검이 살점을 마구 헤집었다.
시큰한 통증이 디아문의 뇌수를 불태워버렸다.
“이 빌어먹을 인간 놈들이…!”
[‘초월 마법’ – ‘타임 슬립’이 발동됩니다!]범위를 지정해 그 공간을 통째로 멈춰버리는 권능. 신마저 초월해버린 고대룡의 능력이 발현되었다.
하지만.
툭.
탓!
이미 둘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범위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서로의 검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기에, 두 개의 초식이 그 위력을 극대화시켰다.
[검마이식 – ‘사륜(四輪)’이 발동됩니다!]네 개의 검은 바퀴가 만들어졌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강기의 칼날.
그 위로.
[천마신검 ‘하현흑월야(下弦黑月夜)’가 발동됩니다!]수십 개로 쪼개진 검은색 초승달이 드리웠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끝을 보겠다.”
디아문 역시 모든 마력을 폭발시켰다.
24개의 브레스를 담은 구체와 서로 다른 138개의 초월 마법.
얼음과 불, 중력과 번개. 대지와 하늘을 담은 삼라만상이 세상을 집어삼켰다.
“한 방 싸움이야. 알지?”
“너나 잘해라.”
진혁과 천유성이 한 마디씩 주고받았다.
어깨를 마주한 채 정면을 바라본다.
두 개의 검이 다가오는 재앙에 맞섰다.
시작을 알린 건 구체형 브레스였다.
쿠쿠쿠쿠쿠!
고속으로 회전하는 검은색 구체들이 사방에서 몰아쳤다.
…빠르다.
진혁이 한 걸음 앞서 나갔다.
카가가각!
거대한 마력덩어리가 두 개의 단검에 가로막혔다.
검붉은 불꽃과 황금색 파편들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팽팽한 힘의 균형이 이어진 것도 잠시.
콰아아앙!
구체가 오른쪽으로 크게 궤도를 틀어 날아가버렸다.
번쩍하고.
멀리 있던 흰색 산 하나가 사라졌다.
“엄청나네.”
진혁이 몰아치는 태풍에 눈을 가늘게 떴다.
얼마나 마력이 압축되어 있으면 저런 게 가능할까?
어이가 없는 위력이다.
동시에, 하늘에서는 번개와 불덩이로 이뤄진 소나기가 쏟아졌다.
퍼퍼퍼펑!
이건 더 이상 한 개체와 한 개체가 벌이는 전투가 아니다.
에덴 전체를 멸할 수 있는 절대자 간에 혈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리라.
츠츠츠…!
진혁이 소환한 초승달과 그믐달을 해방시켰다.
무수히 날아오던 마법들이 두 개의 달과 충돌했다.
또 다시 엄청난 불꽃이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 틈을 노려.
퍼퍼퍼퍼퍽!
구름 속에서 잠행해서 날아온 구체들이 진혁의 다리로 쇄도했다.
진혁마저도 반응이 살짝 늦을 정도로 완벽하게 허를 찌른 한 수였다.
그러나.
진혁에겐 그 0.1초의 빈틈을 커버해주는 든든한 아군이 함께 있었다.
[‘일륜(一輪)의 해(垓)’가 발동됩니다!]천유성의 발뭉이 첫 번째 륜(輪)을 뿜어냈다.
콰콰콰콰콰콰!
태산마저 베어버릴 대검이 구체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일진일퇴.
주고받는 모든 것들이 치명적이다.
허나, 그 모든 건 이 싸움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을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다.
디아문도. 그리고 진혁과 천유성도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우우웅!
디아문의 아가리가 벌어졌다.
새하얀 이빨 사이로 보이는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함. 완전한 상태에서 펼치는 브레스다.
쏴아아아….
공기 중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입으로 빨려들어갔다.
수분 한 점 없이 바싹바싹 메말라가는 공기.
머리 끝과 솜털을 타고 전해지는 압박감.
회색의 빛이 빠른 속도로 점멸했다.
*
“하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군.”
“눈을 뗄 수가 없어.”
적군과 아군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어느새 모두가 전투를 멈춘 채 최후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굳이 나머지들끼리 싸울 이유가 없었다.
저 승부의 결말이 이번 전투의 승패와 직결될 것이기에.
이긴 자는 에브라함의 제단을 포함한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며.
진 쪽은 모든 것을 잃고 거점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콰콰콰콰콰!
콰아앙!
이미 인지를 아득하게 초월한 괴물들 간에 사투. 그 한수 한수에 실린 마력과 업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다.
피가 끓고 심장이 뛴다는 말은 이럴 때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부디, 이겨다오.
-믿을 건 그대뿐이다.
-디아문 님.
-무운을 빌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소망을 담은 채.
최후의 일격이 이어졌다.
콰콰콰콰콰콰콰!
극한까지 압축된 브레스가 마침내 해방되었다.
단순히 이 층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탑을 뚫고 현대까지 그 빛줄기를 뿜어낼 기세다.
기존에도 몇 번이고 드래곤이나 브레스를 사용하는 적과 싸운 적이 있었지만.
이건 아예 차원이 다른 종류였다.
죽을 수도 있다.
그러한 공포가 전신을 짓눌렀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진혁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피식.
천유성 역시 미소로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걸 받아내지 못하면 어차피 미래가 없다. 그렇다면….
천유성이 발뭉을 높게 치켜들었다.
은은한 빛줄기들이 천유성의 몸 속으로 파고들었다.
[혼신일체]검게 깃든 기억과.
그 검의 주인이 쌓아올린 신화.
이것은.
대영웅의 일격이다.
[‘지그프리트의 힘’이 개방됩니다!] [‘드래곤 족’을 상대할 경우. 고유성창과 고유능력, 스킬과 모든 능력치가 500%만큼 상승합니다!]하늘까지 닿은 오러.
일직선으로 이어진 선명한 빛이 브레스에 맞서 눈부시게 타올랐다.
천유성이 태풍 속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처럼 진혁의 앞에 섰다.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넘어야 할 것이 있다.
거기엔, 질투와 동경 그리고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한다.
천유성의 시선이 진혁에게 향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라이벌. 그 뒤를 쫓은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자기 스스로도 잊어버렸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그토록 수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 놈은….
‘지금 내 옆에 있다.’
동료로서 믿고 의지하며. 필살의 일격을 가하기 위한 1초를 벌어주길 바라고 있다.
반드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견뎌내겠다.
천유성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쿠쿠쿠쿠쿠쿠!
[고유성창 ‘백야’가 발동됩니다!.] [고유성창 ‘드래곤 슬레이어’가 발동됩니다!]하나의 몸에. 두 개의 영혼이.
그리고 두 개의 고유성창이 동시에 발현되었다.
흩날리는 눈송이 사이로….
……지그프리트의 권역이 펼쳐졌다.
새하얗게 물든 용살자의 세상이 나타난다.
콰콰콰콰콰콰!
브레스의 빛줄기가 발뭉에 막혀 좌우로 갈라졌다.
무시무시한 마력의 파도가 범람하여 넘쳐 흘렀다.
“크으윽!”
눈과 코에서 피가 흘렀다.
입과 귀에서도 마찬가지로 붉은 핏줄기가 뿜어졌다.
감내할 수 있는 통증은 이미 아득히 넘어섰다.
그러나.
끝없이 다가오는 브레스를 상대로. 천유성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시간을 벌었다.
지금이다.
콰앙!
진혁이 눈송이를 타고 하늘 높게 몸을 날렸다.
마력과 마력이 충돌하지 않은 제3의 공간은 최후의 일격을 선사하기에 완벽한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
“인정할게.”
진혁이 역수로 쥔 두 개의 단검을 한껏 뒤로 젖혔다.
공과 수.
“혼자서라면 꽤나 힘들었을 거야.”
둘이서라면 종족의 정점마저 베어버릴 수 있다.
[‘사상단절’이 발동됩니다!]단검의 끝에 ‘무색(無色)’이 맺혔다.
디아문의 동공이 급속도로 커졌다.
브레스를 멈출 순 없었다.
그랬다간 천유성의 반격이 이어질 테니까. 아니, 만약 그걸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최대출력의 브레스를 멈추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는.
어떤 수를 선택하려고 해도 상대가 그 틈을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서걱!
일십자로 쇄도하는 검격.
“…커…억.”
드래곤 하트가 정확하게 네 조각으로 쪼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