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45
745화. 재정비 (1)
드래곤 하트를 잃은 드래곤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건 절대불변의 법칙이다.
당연히.
쿠웅!
고대룡 디아문 역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수많은 존재들 위에서 군림했던 탑의 절대자 중 하나가 숨을 거뒀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천지룡의 건틀릿’을 획득했습니다!] [‘천지룡의 흉갑’을 획득했습니다!] [‘천지룡의 비늘 3kg’을 획득했습니다!] [‘최상급 마정석 100개’를 획득했습니다!] [‘천지룡의…’.]무수히 쏟아지는 알림창.
대량의 아이템과 마정석이 시체 사이로 드랍되었다.
“…….”
“…….”
약간의 적막.
그리고.
“우오오오!”
“와아아아!”
뒤를 이어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수십만의 대군이 내지르는 포효가 에덴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승패가 결정됨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순간이었다.
“후우.”
“됐군.”
진혁과 천유성이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극심한 마력 소모 탓에 당장이라도 기절하고 싶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었다.
진혁이 힐끗 오시리스와 오딘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전쟁에 있어서 전과가 극대화되는 순간이 바로 추격전이다.
등을 내보인 채 오롯이 도망가기만 하는 적은 너무도 손쉬운 과녁.
말 그대로 일방적으로 쓸어버릴 수 있었다.
당연히 각 연합의 지휘관들은 그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생각이 없었다.
“빠른 자들 위주로 추려라. 발키리들과 마법에 특화된 놈들로.”
“우리는 쟈칼을 풀도록 하지.”
“길을 인도하는 건 저희 천사들이 하겠습니다.”
다행히 승리에 취해 판단이 늦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
익숙하게 병력을 추려낸 연합은 추격대를 급파했다.
좋아.
이러면 안심할 수 있겠지.
사후처리는 이들에게 맡기면 될 거다.
“정산을 좀 해볼까.”
호흡을 가다듬은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같아선 저 많은 것들을 독식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옆에 있는 놈의 발뭉이 인간의 피를 맛보게 될 거다.
‘앞으로의 결전을 생각하면 적당히 나눠줄 건 나눠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생색을 내기엔 괜찮은 타이밍이다.
진혁이 천유성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디아문의 사체에 다가갔다.
새삼스럽지만, 엄청나게 큰 덩치다.
대형 빌딩의 길이를 가볍게 넘었으니 이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리라.
드래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게 없는 보물덩어리었으니까.
진혁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먼저. 천지룡의 흉갑과 건틀릿.
방어력과 공격력 모두 밸런스가 잘 잡힌 세트 아이템이다.
근접전에 특화된 걸 보니 이건 연화에게 주면 되겠고.
‘드래곤의 핵이라….’
대량의 마력을 품은 결정체는 이태민의 ‘기계 군단’을 기동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외피는 오룬에게 줘서 강화를 하는 데 쓰면 딱 적절해 보였다. 그 외에도 멤버들에게 어울릴 만한 것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그러다 문득.
진혁의 시선이 아이템 하나에서 멈췄다.
[‘미들레인 펜던트’]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구도: 부서지지 않음.
내용: 디아문이 ‘드래곤 하트’의 진기를 흡수하는 것처럼. 착용자의 진원진기를 소모해 일시적으로 마력의 양과 질을 200%만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생명력을 소모시켜 시전의 능력을 3배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성유물.
양날의 검이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는 확실히 큰 변수로 사용할 수 있다.
‘이건 내가 챙겨야겠네.’
진혁이 펜던트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가능하면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바로 그때.
“진혁 씨!”
“형!”
“오빠!”
“괜찮느냐?”
테레사와 유연화 이태민 그리고 엘리스가 한 걸음에 다가왔다.
그 외에도 암황과 추혼사영, 안드리아와 월영 프레이도 보였다.
치열하게 접전을 치르느라 다들 만신창이었지만,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들 고생했어요.”
이 말은 진심이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각자 맡은 역할을 다해줬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적들도 큰 타격을 입었으니 정비를 위해서라도 얼마 동안은 잠잠하겠지.
드디어 한숨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
같은 시각.
우우웅!
에브라함의 제단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에블린이 나타났다.
디아문이 스스로를 희생해준 덕에 왕관과 함께 빠져나갈 수 있었다.
“아슬아슬했어.”
에블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사라진 디아문의 마력.
본신으로 돌아가 전력을 발휘했건만, 그 무시무시한 인간 놈을 쓰러뜨릴 순 없었나 보다.
그렇다는 건. 자신 역시 남아 있어 봐야 디아문과 같은 최후를 맞이했을 거라는 뜻이다.
최소한 셋.
아니, 고대룡 전부를 끌고 와야 승산이 있어 보였다.
‘그래도 왕관이라도 건져 나왔으니 다행이야.’
디아문을 잃은 건 뼈아팠지만, 최악의 사태만은 막았다.
그런데.
사박.
바로 앞 구름 나무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하얀 풀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웬 놈이냐!”
에블린이 경계심 가득 실린 어조로 외쳤다.
혹시라도 추격대가 쫓아올 것을 고려해 아예 쌩뚱맞은 곳을 도주로로 택했다.
근처에 거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죄다 험지여서 도주로로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드, 들켰나 봐.”
“뭘 쫄고 그래? 어차피, 그럴 거라는 걸 알고 있었잖아.”
“맞아맞아. 고대룡이고 나발이고 한 번 시원하게 붙어보자고.”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망설임 섞인 웅성임이 곧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바뀌었다.
곧바로 구름 사이에서 5대 원소의 정령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
에블린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고작 정령수 따위가 매복을 하다니.
손짓 한 번만으로도 전부 소멸시켜버릴 수 있었다.
“크흠! 앞으로 밀지 말거라. 고귀한 이 몸도 살짝 겁나니까.”
“미요오오!”
“크르르….”
말랑흑두루미와 후라이드 그리고 하벨리안까지 나왔을 땐, 기세등등했던 에블린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다른 놈은 몰라도 고대종 중 하나인 후라이드는 살짝 부담스러웠기 때문.
하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아직 제대로 각성하지 않은 고대종 따위야 젖비린내만 날 뿐이다.
“내가 이쪽으로 올 거라는 걸 예측한 건 칭찬해 줄게. 솔직히 말해서 이게 읽힐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 했거든.”
쿠쿠쿠쿠!
강기로 만든 발톱이 또 다시 솟구쳤다.
전부 다 갈기갈기 찢은 다음 예쁘게 포장까지 해서….
…자신들에게 치욕을 준 인간에게 되돌려주겠다.
그러면 목구멍까지 쌓인 이 체증이 조금은 해소되겠지.
그런데 에블린이 전투를 시작하기 바로 직전.
타박.
구름 나무 사이에서 까맣고 작은 존재가 튀어나왔다.
엉덩이를 씰룩이며 여유롭게 걸어나오는 모습이다.
앙증맞고 아기자기한 외형.
“진짜 가지가지 하는… 헉?”
말을 하던 에블린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모기이이이!”
그것은 포효였다.
하늘이 열리고 계곡이 요동친다.
쩌렁쩌렁한 울림에는 예측을 뛰어넘는 격이 깃들어 있었다.
이건 대체.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정보에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불길한 무언가가 오려고 하고 있다.
그 예상을 증명하듯.
곧바로 광풍이 몰아쳤다.
연기가 주변의 시야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1초. 2초.
그리고 3초가 흘렀다.
연기가 걷혔을 땐, 더 이상 고구마의 모습이 없었다.
대신.
[고대룡 ‘????’이 현현합니다!]갈라진 틈 사이로 엄청난 존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촤르르륵….
반쯤 부서진 황금색 쇠사슬들이 길게 늘어졌다.
일전에 현현했던 것과는 또다시 달라진 모습이다. 이번에는 훨씬 더 거대하고 검보랏빛으로 물든 외형을 하고 있었다.
들어본 적 있다.
고대룡들 가운데서도 그 힘이 너무 거대하여 봉인되어 있는 존재들에 대해서.
이름을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된….
탑의 시작을 함께했다고 알려진 고대룡.
“이럴 수가….”
에블린의 손톱이 그대로 부스러졌다.
이건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아아, 이게 우리 ‘대장’이라는 것이다.”
“헤헤. 방금 전에 우릴 해코지한다고 했었지? 꿀밤이나 세게 한 대 맞아보라구!”
“많이 아플 거야! 대장이 쫄쫄 굶으면서 매복하느라고 아주 예민한 상태거든!”
“살려는 드릴게. 그 왕관이나 내놔 봐!”
정령수들이 든든한 고구마의 현현에 환호했다.
호가호위라고.
정작 고구마보다 옆에 있는 이들이 더 신난 모습이었다.
***
디아문이 쓰러진 지 5시간 정도가 흘렀다.
정신없던 전장을 정리하는 것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야 한숨 제대로 돌릴 수 있겠네.”
진혁이 삽질을 멈춘 채 길게 기지개를 켰다.
목표는 거의 다 달성했다.
첫 번째는 고대룡을 처리하고 ‘용맹의 왕관’을 확보하는 것.
두 번째가 깊숙한 적진 안에 아군의 거점을 알박기하는 것이었다.
과정 자체가 꽤나 험난하고 위태위태하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손에 넣었다.
아쉬운 점은….
‘승리했음에도 전과를 생각만큼 못 올렸어.’
목표의 20% 남짓.
대부분의 병력은 고스란히 빠져나가서 적의 본군에 합류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카알루트.
태고의 존재가 추격대 앞에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추격대는 한 번에 박살 났고. 절반 이상이 죽은 후에야 간신히 그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확실히, 태고의 존재가 개입하는 순간 밸런스가 붕괴되긴 한다.
이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뭔가 대비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었다.
모든 태고의 존재들과 홀로 싸울 수만은 없을 테니까.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새로운 무기도 완성되었고. 중요 요충지인 ‘에브라함의 제단’도 확보했다.
거점을 중심으로 적을 더욱 거세게 압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그때.
“계약자! 짐은 배가 고프다!”
“인간적으로 뭐라도 좀 먹고 하는 게 도리라 생각한다.”
“이 스승을 굶겨 죽일 셈이냐!”
노예… 아니, 사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전투가 끝난 직후 이것저것 할 게 많다는 이유로 5시간 내내 부려 먹었다. 그러고 보니 아예 쫄쫄 굶긴 했지.
이대로 30분만 더 지나면 파업이라도 불사할 기세였다.
하는 수 없지.
풍선이 터지기 전에 바람을 좀 빼주는 수밖에.
[Lv102 ‘이세계 식당’이 발동됩니다!]진혁이 두 팔을 걷어붙인 뒤, 빠르게 아공간에서 재료들을 꺼냈다.
대량의 인원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것보단 간편한 게 좋다.
물론, 그러면서도 맛이 보장되는 테마를 골라야겠지.
참치마요네즈로 만든 샌드위치와 돈가스로 만든 샌드위치.
거기에 계란을 풀어 뜨끈하게 끓인 라면이 메인과 사이드를 동시에 담당한다. 대량조리를 통해 떡볶이와 오뎅 김밥을 만들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요깃거리로는 나쁘지 않으리라.
아니, 솔직히 말해 근사한 파인다이닝보다 이 편이 출출할 때 더욱 나을 거다.
“오오오!”
“우와.”
“맛있어요!”
“크으. 국물이 아주 끝내주는구나. 죽엽청이라도 한 병 없느냐?”
“속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쌓인 피로와 긴장감이 사르르 녹는 기분.
든든한 한 끼 식사와 함께 길고 길었던 싸움이 완전히 막을 내렸다.
그렇게 모두가 배불리 먹고 잠에 들었을 무렵.
홀로 남은 진혁이 상태창을 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