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51
751화. 드래곤 로드 (3)
“무슨?”
“뭐, 뭐야?”
오딘과 아누비스가 동시에 외쳤다.
갑자기 허공에서 튀어나온 검.
그 칼날에 아폴론의 가슴이 꿰뚫렸다.
붉은 피가 지면을 적셨다.
새하얀 대리석 위로 붉은 웅덩이가 생겼다.
“쿨럭…?”
아폴론이 그대로 균형을 잃어버렸다.
“오라버니!”
아르테미스가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다.
콰아앙!
화살이 칼날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발사됐다. 검이 닿을 정도의 지근거리면, 절대 아르테미스의 화살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그게 정상일진데….
콱!
“깜짝이야. 위험한 걸 쓰네.”
최속으로 쏜 화살이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잡혔다.
남자가 균열 안에서 서서히 걸어나왔다.
“웬… 놈이냐?”
궁니르를 쥔 오딘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
“…….”
나머지 주신들도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지금까지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다양한 적과 마주했었다.
그 중에서는 손쉬운 놈도 있었고.
생전 처음 접하는 특이한 능력을 쓰는 자도 있었으며.
감당하기 어려운 상상 외의 존재도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그 누구도.
이처럼 짙은 위화감을 뿜어내는 괴물은 없었다.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이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단 한 명.
“죽어!”
아폴론으로 인해 이성을 잃어버린 아르테미스를 제외하고는.
[아르테미스가 고유성창 ‘달들의 속삭임’을 발동합니다!]새하얀 장식들.
아르테미스의 몸에 여러 눈부신 나뭇잎이 나타났다.
달의 기운을 화살로 만들어 쏘아낼 수 있을뿐더러, ‘추적’과 ‘확산’ 그리고 ‘신의 저주’라는 추가 속성까지 붙어 있었다.
[1시간 동안 ‘궁술’에 관련된 모든 능력치가 300%만큼 증가합니다!]연사력도. 위력도. 속도도 모두 곱절로 올라갔다.
퍼퍼퍼퍼퍽!
수십 발의 화살들이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에 발사되었다.
달빛이 남자를 꿰뚫었다.
정확히는 남자였던 것을 꿰뚫었다.
잔상을 남기며 이동한 남자의 검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아르테미스처럼 빠르고 화려하진 않지만, 너무도 유려한 궤적을 가지고 있었다.
푸슈슉!
아르테미스의 목에 생긴 검상.
갈라진 틈 사이로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나왔다.
“우와아아아!”
격노한 헤라클레스의 몽둥이와.
“이 찢어죽일 놈이!”
토르의 묠니르가 양쪽에서 몰아쳤다.
오딘이 궁니르를 개방하고
아누비스와 호루스가 사막의 저주를 불러일으켰다.
순식간에 10개가 넘는 고유성창과 고유능력들이 발동되었다.
콰콰콰쾅!
에덴의 일부가 그대로 사라졌다.
갖은 마력을 쏟아부은 덕에 생긴 틈.
크로노스가 회중시계를 통해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상처를 부분회귀 시켰다.
“가, 감사합니다.”
“허억. 허억….”
죽다 살아난 두 신격이 예를 표했다.
“…조심해라. 자주 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두 명의 주신을 부활시킨 것으로 인해 크로노스의 표정이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더 이상 치명상을 입는 이가 나온다면 그땐 끝장이다.
“저 정도로 퍼부었는데… 끝나지 않았을까요?”
아르테미스가 꺼지지 않는 불꽃들로 뒤덮인 폭심지를 바라봤다.
설령,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무사하기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상층부의 신격들이다보니 꽤나 화끈하긴 하네. 피부 다 상하겠어.”
남자는 그 폭염속에서도 멀쩡히 걸어나왔다.
완벽하게 날이 선 검을 뽑은 채.
파츠츠…!
검신을 타고 퍼지는 처음 보는 형태의 오러.
그 흉흉함과 이질감은 태고의 존재들보다 더욱 낯설게 다가왔다.
“도망…쳐라.”
오딘이 중얼거렸다.
“예?”
“그게 무슨….”
“당장. 전부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란 말이다!”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끝.
다음은 최고위 주신 중 하나로서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남게 하기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콰앙!
오딘이 몸을 던지다시피 내달렸다.
⁕⁕⁕
투콰아앙!
산산히 부서져 내리는 골탑.
천마의 기세가 하늘까지 닿았다.
“과연, 네놈이 그 위험하다는 인간 중 하나인가. 슈브니구라스 님과 툴차 님을 마주하고도 살아남았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마냥 거짓은 아니었나보군.”
아무납트가 여전히 같은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봤다.
피부가 저릴 정도로 예리하게 갈무리된 기운.
이게 고작 한 명의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힘이라니.
어이가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
“크…키우우….”
그토록 호전적이던 본드래곤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이미 죽은 상태였지만, 그런 이들조차도 본능적으로 공포심을 느끼게 만든 것이다.
따악.
손가락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퍼퍼퍼퍽!
조금이라도 겁을 먹은 본드래곤들의 몸이 수십 조각으로 부서졌다.
“…그 녀석들은 수하가 아니었던가?”
“쓸모없는 사냥개는 키우지 않는 주의라서. 죽이고 더 쓸모 있는 걸로 갈아치우면 그뿐이다.”
[사룡의 묘지 – ‘본 어보미네이션(Bone Abomination)’이 발동됩니다!]쏴아아아….
검보라빛 운무가 피어올랐다.
그러자 그 순간.
우드득!
콰드득!
부서진 뼈다귀들이 물러서지 않았던 본 드래곤들에게 달라붙었다.
네 개의 팔을 가지고 두 개의 머리를 가진.
혹은 날개가 두 쌍이 되어버린 혐오스러운 종족이 탄생했다.
“크오오오!”
“크와아아!”
아까와는 다르다.
천마의 기세에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은 변종들이 천천히 포위망을 좁혔다.
게다가.
부서진 뼈조각들로 만들어진 용아병들 역시 수천 가까이 그 수를 불렸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옆에 있던 진혁이 복잡한 얼굴로 물었다.
천마에게 너무 많은 걸 짊어지게 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대는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이곳은 본좌에게 맡겨라.”
“하지만….”
진혁이 말 꼬리를 흐렸다.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암황이 그러더군.”
천마가 말문을 뗐다.
“자신의 제자가 이미 너무 높게 날아올라 보살펴주지 못하게 됐노라고. 힘이 되어주고 싶지만, 자신으로서는 더 이상 버팀목이 되어줄 순 없노라고. 그래서 도와달라 했다. 언제나 명령을 따르기만 하던 친우가 그리 부탁하였다.”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다.
스승으로서 제자의 경지가 자신을 뛰어넘으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다고. 무림인들 사이에선 일종의 자랑으로 여겨지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진정한 위험이 닥쳤을 땐….
스승으로서. 스스로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할 테니까.
진혁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영감님이 그런 말을 했었구나.
“그대가 계획하는 큰 그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나무지만, 그대는 저 위에서 숲을 바라보는 자이다.”
전투가 아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넓은 시야와 결단력을 가진 자가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니.
동정하지 말고. 안타까워하지 마라.
희생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가 선택한 길이고. 우리가 원하는 일이다.”
제국도 무림도.
그리고 그 외에 수많은 신화에서 모인 신들과 영웅들도. 자신들의 신화와 영토를 지키기 위해 모였다.
값싼 동정은 그들의 결의를 욕보이게 하는 것일 뿐.
약한 자들에겐 약한 자들만이 싸우는 방식이 있다.
스윽.
천마의 손에 무형의 검이 나타났다.
주변의 마력을 끌어모아 만들어낸 검이었다.
하늘이 열린다.
검보라빛으로 물든 시야에 검은 마기가 펼쳐졌다.
거대한 도화지에 다른 색의 물감 한 방울이 떨어진 것에 불과했으나. 그 이질적인 물감은 매초마다 빠르게 자신의 색을 넓히기 시작했다.
기존의 것을 지우고 자신의 것으로 바꾸는 영역.
초월자의 세계.
‘생사경’.
그것이 천마가 서 있는 높이다.
“본교의 교인들은 들어라.”
천마가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지금부터 저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쳐라.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을 때까지 검을 놓는 것을 허(許)하지 않겠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최소한 절정을 넘어섰다. 초절정에 이르거나 중급을 넘어선 고수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한들 고대룡을 상대로는 하찮을뿐이다.
애초에 비등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뜻.
그렇기에.
싸우다 죽어다오.
천마는 그렇게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명령에.
스릉!
철컹!
“신, 귀혈대주 ‘구자하’ 외 23명.”
“신, 음영대주 ‘월영’ 외 25명”
“신, 흑운대주 ‘이호’외 17명.”
“신…. 우호법, 암황.”
수많은 무림인들이.
“…명을 받듭니다!”
병장기를 뽑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망설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분기 충전한 기세가 유형화되었다.
쏴아아아….
천마의 내기와 무림의 내기가 하늘 위에 새로운 하늘을 만들어냈다.
“뒤를 따라라.”
그저 묵묵히.
의심하지말고.
“그럼 이길 것이다.”
천마가 선두에 섰다.
***
콰앙!
진혁이 고구마를 끌어안은 채 몸을 날렸다.
모두가 사력을 다해 버텨준 덕에, 마정석이 있는 곳까지는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하지만, 어떻게든 될 것 같네.;
천마도 천마였지만, 거점 역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크헬헬헬! 드래곤이고 나발이고 간에 이 천재 설계사 ‘발세테르’님께서 만든 곳을 통과할 생각은 하지 마라!”
‘미궁개조’를 통해 만든 수많은 함정들.
거기에 각종 식물들의 조합은 까다로운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화, 화속성 브레스가 오히려 식물들을 강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쪽도 허상입니다.”
“크아아아! 대체 출구가 어디에 있는 거냐!”
미궁 안으로 들어온 드래곤들이 쩔쩔맸다.
온갖 마법을 다루는 절대적인 존재들이었으나, 어째서인지 이 미궁 안에서만큼은 계속해서 허를 찔리는 상황에 처했다.
‘살려두길 잘 했어.’
그런 모습을 보며, 진혁이 피식 웃었다.
몇 번이고 발냄새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죽이는 대신 한 쪽에 머물 수 있는 길을 선택했는데.
아무래도 그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
이제 코앞이다.
서걱!
“퀘륵!”
“쿠웩!”
마지막으로 가로막고 있던 오크 둘을 베어버리자 거대한 마정석이 눈앞에 보였다.
용소 ‘호크라샤의 전당’.
드래곤 로드가 되기 위한 시험의 문턱에 마침내 도달했다.
파치칙!
그런데 한 걸음 더 내딛는 순간.
붉은색 전격이 번개처럼 뿜어졌다.
“헙!”
진혁이 재빨리 피했다.
이질적인 기운에 반사적으로 ‘맞으면 안 된다’라는 걸 느꼈다.
부글부글 녹아내리는 지면.
‘시험하자는 용도는 아니고. 죽이려는 의도였어.’
드래곤이 아니면 접근조차 하지 말라는 건가.
여기서부터는 고구마 혼자 가야만 할 듯 싶었다.
“모기이이!”
고구마가 품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호박색 눈동자가 맹렬하게 빛났다.
네 다리로 지면을 단단하게 지탱한 채 다가올 시련에 정면으로 맞섰다.
[‘호크라샤의 눈’이 새로운 드래곤을 바라봅니다.]마력의 파장이 달라졌다.
파치직!
이번에도 전격을 머금긴 했으나, 아까와 달리 그 색이 달라져 있었다.
적어도 시험을 볼 자격 정도는 갖췄다는 거겠군.
하지만.
조금 뒤에는 알겠지.
고구마가 그 어떤 용족의 인정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몸속에서 단 한 줌의 정수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면 즉시 공격을 퍼부을 게 틀림없었다.
‘그 전에 저 마정석의 제어를 끝마쳐야 해.’
가능성은 있다.
확률이 낮긴 하지만….
‘나라면 아니, 우리 라면 가능해.’
진혁이 고구마의 바로 뒤에 섰다.
파치칙!
다시 한 번 전격이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두 개의 의식이 하나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