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52
752화. 드래곤 로드 (4)
쿠쿠쿠쿠쿠!
상상을 초월하는 작열통이 전신을 집어삼켰다.
“크읍!”
진혁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이미 숱하게 단련이 되어 있어서 이 정도지. 만약 다른 이었다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고 있었을 것이다.
[‘통각 수치’가 최대치에 이릅니다.]연신 붉은 상태창이 경고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최적의 상태로 고구마를 서포트해줘야 했기에, 멈추거나 앓는 소리를 내뱉을 순 없었다.
[‘시험의 의식’이 시작됩니다.]고구마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초점을 잃었다.
얼핏 보면 기절한 것처럼 보인다.
‘제3의 아공간으로 들어갔네.’
고구마의 몸은 여기 있었지만, 의식은 호크라샤의 속에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몇 가지 장치들을 만들어두긴 했으나, 저 안에서는 오롯이 고구마의 의지와 노력이 모든 성패를 결정지으리라,
그나저나.
‘더럽게 아픈데….’
만상공유를 통해 고통을 경감시키고 최적의 마력을 제공해주고 있다. 다른 드래곤들이 해줬어야 할 일은 진혁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당연히, 몸에 부담이 가지 않을 리 없겠지.
마력의 소모 역시 상상을 초월했고.
우우우웅!
“서둘러줘.”
너무 오래 걸리면 진짜로 힘들어진다.
⁕⁕⁕
고구마가 본격적인 시험을 시작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드래곤들 쪽이었다.
“이럴 수가.”
“진짜로. 도전하겠다는 거야? 진심으로?”
에드온와 에블린이 동시에 호크라샤의 전당에서 뿜어져나온 마력을 간파했다.
특유의 붉은 스파크.
그리고 거기에 맞서는 드래곤.
틀림없다.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호크라샤의 전당에서 전격이 뿜어지지 않는 걸 보면, 정수가 없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한 것 같군.”
“설마, 저 인간이 공급하는 마력 때문에? 그런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믿을 수 없지만, 저 장면을 보면서도 부정할 순 없겠지.”
정말로 만에 하나.
저 까맣고 어린 고대룡이 시험을 통과하기라도 한다면….
최악이다.
모든 드래곤들은 결코 로드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고대룡들을 제외한 6개의 일족 전부가 적들의 편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소리다.
그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용맹의 왕관’을 빼앗기면서 직접 고구마의 격을 경험한 에블린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말이다.
“멈춰!”
발톱에서 자란 10개의 강기가 칼날이 되어 고구마에게 날아갔다,
콰아앙!
“그렇게는 안 되지.”
천유성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어느새 옆에는 테레사와 프레이까지 합류해 있었다.
‘별의가호’와 ‘인형놀이’.
강력한 두 개의 능력이 천유성을 서포트하며 든든한 방벽을 구축했다.
정면 루트는 진혁의 거점이 단단히 버티고 있는 상황.
‘주인 없는 그림자 식물’들과 지독한 미궁에 빠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이곳을 통과해야만 했다.
문제는.
인간들이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흐음. 많이들 힘들어보이는구나.”
엘리스가 에드온을 향해 여유롭게 말을 걸었다.
벌써 몇 십합 가까이 공격을 주고받았으나, 어느 한쪽이 승기를 가져가지 못했다.
그리고 당연히.
시간은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편이었다.
1분1초가 흐를 때마다 고대룡 쪽에선 초조해 질 수밖에.
그런데.
궁지에 몰렸어야 할 에드온의 표정에선 여전히 투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드래곤 로드에 관한 의식까지 알고 있는 건 확실히 놀랐다. 아예 꿈에도 몰랐어. 하지만, 딱 거기까지. 너희들이 갈 수 있는 선은 저기가 끝이다.”
“그리 수도 없이 뒤통수를 맞고서도 자신만만하네. 여전히 우리가 실패할 거라 확신하는 거야?”
“그래. 저 고대룡은 절대 의식에서 통과하지 못할 거다. 아무리 인간이 도와준다고 한들 나머지 일족의 정수가 없이는 몸이 버틸 수 없어. 심지어 우리조차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짐의 계약자는 불가능하다는 걸 박살내는 게 특기거든.”
“대화를 이어봤자 의미가 없겠군. 어차피 서로가 옳다고 말할 뿐일 테니까. 살아남는 쪽의 말이 옳다. 이쪽으로 가지.”
“상관은 없다만, 그대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니라.”
“후후. 그거야 보면 알겠지.”
에드온의 입 꼬리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거의 동시에.
콰콰콰콰콰!
엘리스의 측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었다.
콰아아앙!
“큭!”
순간적으로 실드를 10겹이나 중첩시켰다.
그러나 방금 한 방으로 7개의 실드가 박살났다.
그러고도 모자랐는지 어깨를 타고 손끝까지 시큰거리는 충격이 이어졌다.
“말하지 않았던가. 이번 일 때문에 내 종족 전부가 모였다고.”
분명, 진조는 강하다.
그것이 한때 탑을 호령했던 아타락시아의 가주라면 더욱더.
하지만,
이쪽도 그에 걸맞는 전력을 가져왔다.
하나하나가 최강의 절대자에 해당하는 수준을 가진.
[‘불사룡(不死龍) 아스카람’이 현현합니다!]“크하하! 오늘은 아주 즐겁겠구나. 모처럼 제대로 된 사냥감을 만났어.”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999개의 무구.
그것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용기사.
그것이 바로 불사룡 ‘아스카람’이었다.
“그쪽에만 관심을 주면 내가 섭섭하지.”
엘리스의 시선이 돌아간 틈을 노려 에드온이 브레스를 날렸다.
디아문 때와 마찬가지로 양 쪽 머리에 기다란 뿔이 자라나 있었다. 제대로 된 전력을 발휘하며 치명타를 날리겠다는 뜻.
콰콰콰콰콰콰!
녹청색 겁화가 구름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한편.
다른 지점에서는 또 하나의 고대룡이 움직였다.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형.
“어디보자. 여기 어디 쯤인데….”
저벅.
격전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 아닌. 알들이 늘어져 있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아, 찾았다. 여기에 다 모아놨군요.”
우우웅!
부드러운 손짓이 이어지자 지면을 따라 보라색 운무가 일어났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쩌저적.
우드득.
여기저기 쌓여 있던 알들의 표면에 금이 갔다.
갈라진 표면 사이로 보라색 운무가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군신룡(群臣龍) 하이브’가 현현합니다!] [고유성창 ‘제왕의 소집’이 발동됩니다!]“알들을 일찍 부화시키는 게 여러 가지로 무리가 많이 가는 짓이긴 한데.”
하이브가 배시시 웃었다.
“뭐, 그거야 새로 더 많이 낳으면 상관없겠죠.”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전쟁에 필요한 병력을 투입하는 거다.
태어난 순간부터 9서클을 사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태생부터 최강의 병사라 할 수 있는 헤츨링들을.
“크오오!”
“캬오오!”
수많은 알들 속에서 다양한 색을 가진 드래곤들이 튀어나왔다.
아직 몸에 붙은 껍질을 완전히 떼어내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벌써부터 주위의 마나를 흡수하며 마법을 다루려고 하고 있었다.
“자, 좀 더 재밌게 놀아보자고요. 이런 유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니까.”
이제는 숫자상의 이점마저도 사라지게 되었다.
전투에 개입하는 고대룡들은 하나같이 상식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어 한 세력의 멸망을 원하는 중이었다.
⁕⁕⁕
결국, 균형이 무너졌다.
급속도로 무너지는 거점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아직 중심부까지 함락된 건 아니었으나, 어디까지나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여기 있었군.”
진혁에게 고대룡과 드래곤 다섯이 다가왔다.
하나같이 일반적인 드래곤들보다 강력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운데 있는 자는 차원이 달랐다.
청색 단발을 하고 있는 소녀.
청염룡(靑炎龍) ‘미스티’였다.
푸른 불꽃을 전신에 두른 광전사가 손에 묻은 피를 핥으며 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만나는구나.”
“네놈 하나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당장 신성한 제단에서 물러나라! 그건 네놈들 따위에게 허락된 곳이 아니다!”
그 뒤로 블랙과 레드 일족에 소속된 드래곤들이 다수의 마법진을 소환했다.
빌어먹을.
진혁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방어선이 뚫릴 줄이야.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고구마가 시험을 통과할 터였다. 적절하게 마력을 공급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했기에, 가능성은 충분했다.
‘어쩔 수 없지.’
진혁이 한 손으로는 고구마와 마력을 연결한 채 나머지 손으로 검을 쥐었다.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호오. 그 꼴을 해서 싸우려고?”
푸른 단발의 소녀가 키득였다.
“우리 애가 케어가 좀 많이 필요해서 말이야. 한 손으로도 잘 싸울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재밌는 남자네.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수컷이 얼마나 있었더라? 아, 그래. 아무도 없었지.”
볼을 따라 퍼지는 약간의 홍조.
미스티가 진혁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어떻게, 내 남자가 되어 복종을 맹세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줄 수도 있는데?”
강하고 아름다운 것을 수집하려는 드래곤의 본능.
당연히, 미스티에게도 DNA에 각인된 욕망이 남아 있었다.
“드래곤의 노리개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진 않네, 제안은 고마운데, 거절하겠어.”
“안타까워라. 상처라고. 그런 식으로 단칼에 잘라내는 건.”
“표정은 신나 죽겠다는 것 같은데?”
오히려 더욱 가지고 싶어졌다는. 그런 광기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지독한 놈한테 걸린 것 같다.
“한 방. 딱 한 방으로 그 하찮은 신념을 박살내줄게.”
화르륵!
불꽃이 거칠게 날뛰었다.
온다.
콰콰콰콰콰콰!
청염이 정면에서 쇄도했다.
[빙하조형 ‘천년결빙’이 발동됩니다!]눈송이 모양의 거대한 얼음 방패가 펼쳐졌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불꽃을 전부 막을 수 있을 만한 크기였다.
그런데 얼음과 불이 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순간.
“그깟 얼음 방패로 내 불을 막겠다고?”
얼음이 삽시간에 녹아버렸다.
1,500만 제곱 킬로미터가 넘는 얼음 호수를 열대지방으로 바꿔버렸다는 게 헛소문은 아니다. 단순히 온도의 높낮이를 떠나서 미스티에겐 물질 자체를 액체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권능이 있었다.
[‘해류의 의지’가 발동됩니다!]녹은 얼음에서 나온 물이 시계 역방향으로 회전했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불꽃 하나하나에 달라붙어 그 흐름을 뒤틀어버렸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고 정교한 마력 제어였다.
퍼퍼퍼퍼펑!
불꽃이 갈 길을 잃고 흩어졌다.
“한 방에 끝내준다고 하지 않았나? 이미 한 방은 한참 전에 넘은 것 같은데?”
진혁이 여유롭게 웃었다.
“건방진!”
“감히 누구 앞에서…!”
지켜보던 일족들이 기함했다.
물론.
“다들 나서지 말고 닥치고 있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예. 예!”
“죄, 죄송합니다.”
미스티의 한 마디에 다들 꼼짝도 하지 못 했다.
지독한 살기가 실린 눈동자가 진혁을 바라봤다.
한 손을 쓰지못한다는 족쇄를 차고 있음에도 밀렸으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뿌드득.
마법이 아니라 이 두 손으로 직접 살을 발라내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건.
‘걸렸어.’
오히려 진혁이 바라던 바였다.
적절한 도발을 해서 유리한 판으로 끌어드리려는 계획이 정확히 적중했다.
그냥 싸웠으면 꽤나 고전했을 테지만, 이걸로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겠지.
……라고 안도했는데.
저벅.
드래곤들 사이에서 또 다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혁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한 번에 사라졌다.
…이건 최악이다.
적어도 지금 타이밍에서 만나기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