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57
757화. 꿈틀거리는 것들의 군주 ‘카알루트’ (2)
[‘회귀자의 시간’에 저장되어 있는 능력을 불러옵니다.]파츠츠…!
진혁의 양 손을 따라 푸른 전격이 맺혔다.
퐁포포퐁!
몸 주위에는 서로 다른 색을 띤 주먹만 한 구슬들이 나타났다.
[‘배틀 메이지’의 전성기가 재현됩니다.]근접에 특화된 마법과 격투술.
이 두 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매력 탓에 진혁은 이 직업을 즐겨했었다.
‘이것도 간만이네.’
가벼운 몸놀림과 통통 튀는 경쾌한 마력의 조합.
낯설면서도 익숙한 흐름이 전신을 감쌌다.
진혁이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콰콰콰콰콰!
5개의 빛줄기가 가장 큰 균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키에!”
“키에엑!”
바글바글 안으로 들어오던 벌레들이 즉각 반응했다.
쇼거스처럼 여러 개의 눈알들을 가지고 있지만, 날카로운 다리들이 달린 종류였다.
[스타더스트(Stardust) – ‘연화(蓮花)’가 발동됩니다!]파아아앙!
부스러진 별의 파편들이 분홍빛 꽃잎의 형태로 화했다.
벌레들의 몸이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지금까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이질적인 위력.
“……!?”
카알루트의 시선이 처음으로 진혁에게 향했다.
흥미와 당혹감이 공존하는 눈빛이다.
그야 그럴 수밖에.
이미 태고의 존재들은 니알라토텝과 툴차를 통해 진혁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다.
주로 사용하는 능력은 무엇이며, 전투 스타일과 무기는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잔머리를 굴리는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또 다시 새로운 게 튀어나올 줄이야.
확실히,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그 어떤 미물들과도 다르다.
그래봤자.
지금의 격차를 뒤엎진 못하리라.
방심하다가 당한 그로스나 툴차 따위랑 같은 길을 걸을 생각 따윈 없다.
“므. 카브라카. 드 사락.”
카알루트의 입에서 태고의 언어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츠츠츠츠….
지금까지 몰려들던 양산형들과 다른 색의 외피를 가진 벌레들이 나타났다.
몇 배는 더 커다란 덩치.
다족 보행이 아닌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족 보행을 하는 개체였다.
‘디그하쉬’.
카알루트의 장기를 통해 만들어낸 일종의 키메라다.
각기 다른 성유물을 무기로 사용하는 디그하쉬들이 카알루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나이까?”
“아르타마. 구르 베가쉬.”
카알루트의 눈동자들이 꿈틀거렸다.
짧고 확고한 명령.
거기엔 오직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알겠습니다.”
디그하쉬들이 즉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다섯 중에 셋은 진혁이 있는 곳으로.
나머지 둘은 거점 안으로.
***
“거긴 가지 말고 나랑 놀지?”
진혁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려는 디그하쉬 둘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세 마리가 진혁이 움직이기 바로 직전 가로막았다.
콰콰콰콰콰쾅!
특이한 형태의 방패를 든 놈이 선두에 서서 공격을 받았다.
“호오.”
진혁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름 마력을 실은 건데, 그걸 견디다니.
아무래도 더럽게 단단한 방패를 가지고 온 듯 싶다.
‘간만에 능력 시험용으로 나쁘지 않겠네.’
오랜만이라 잘될진 모르겠지만, 어디. 예전 느낌 좀 내볼까? 현실이 되고 나선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능력들을 사용할 생각을 하니 묘하게 심장마저 두근거렸다.
번쩍하고 사라진 진혁의 신형이 디그하쉬 바로 코앞에서 나타났다.
툭!
세 개의 원소가 고속으로 회전했다.
[하늘을 삼키는 ‘화홍(花紅)’]투콰앙!
방패를 든 디그하쉬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꽃잎으로 이뤄진 무언가가 강하게 튕겨올린 것이다.
[땅을 멈추는 ‘청풍(淸風)’]넉백(knock-back)과 0.1초 남짓한 기절 효과가 중첩되었다.
공중에서 춤을 추는 벌레.
짧은 찰나에 생긴 공백을 이용해 진혁이 완벽한 포지셔닝을 굳혔다.
파츠츠!
양손에 푸른빛이 도는 두꺼운 건틀릿이 생겨났다.
뿌려둔 구체 형태의 원소들이 하늘을 향해 일렬로 위치했다.
[영혼을 태우는 ‘뇌전(雷電)’]파치치칙!
원소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다.
무시무시한 절단기가 사정없이 벌레의 전신을 꿰뚫었다.
치이이익!
“크아아악!”
아무리 단단한 방패라도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은 존재할 터.
정확히 그 점을 파고든 일격이었다.
파파팟.
하나가 쓰러짐과 동시에 진혁의 신형이 다시 한 번 번개를 타고 사라졌다.
손과 다르게 발에는 붉은 날개가 달린 신발이 있었는데, 발자국을 따라서 작은 화염이 일어나고 있었다.
화르륵!
[스킬 ‘플레임 워커(Flame walker)’가 발동됩니다!]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단순히 화염으로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기 위함이 아니다.
[술식이 완성되었습니다.]불길을 따라 그려진 술식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허공에 그림을 그리던 진혁이 2개의 플라스크와 두 장의 부적을 꺼냈다.
꼴깍!
분홍빛과 노랑빛을 띤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일시적으로 ‘집중력’과 ‘정교함’을 올려주는 포션이었다.
“급조한 것 따위로…!”
“부숴버리면 그만이다!”
부우웅!
쏴아아아!
거대한 철퇴와 창이 동시에 날아갔다.
‘분쇄’와 ‘왜곡’의 성질이 부여된 성유물들.
그 말대로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낸 술식은 부수기 쉽다.
실제로도 방금 두 무기로 인해 진혁이 만들어둔 불의 식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크하하!”
“장난질은 이게 끝이냐?”
기세등등하게 좋아하는 데 찬물을 끼얹게 돼서 살짝 미안하긴 하지만.
“이건 술식을 누군가 중간에 박살 냈을 때 화력이 최대치가 되는 구조거든.”
평범한 마법진을 생각했다면 글쎄.
미안하게 됐다.
[‘밤의 연회’가 발동됩니다!]적염이 순식간에 흑염으로 바뀌어 하늘까지 솟구쳤다.
콰콰콰콰콰!
“크아아악!”
“우와아악!”
끈질긴 생명력답게 저 폭발에 휘말리고도 즉사하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범위에서 벗어나 날아다니는 걸 보니 생명력 하나는 끝내준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아무리 빠르게 날아봤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불꽃을 떨쳐낼 순 없었다.
서서히 외피를 뚫고 장기까지 녹여버리는 불꽃.
역시, 벌레는 태워야 제맛이지.
퍼서석.
퍼석.
까맣게 타들어간 외피와. 완전히 익어버린 내부.
비틀거리던 디그하쉬들의 몸이 그대로 무너졌다.
순식간에 세 마리 모두 정리한 진혁이 힐끗 아래를 내려다봤다.
놓친 두 마리가 거슬리긴 했으나, 다행히 발냄새와 오필리아가 거점을 활용해 잘 방어하고 있었다.
워낙에 공을 들인 덕에 뚫는 게 쉽진 않을 것이다.
바로 그때.
“크오오오!”
“크와아아!”
감염된 고대룡들이 일제히 용언을 발동했다.
[아무납트가 ‘에드 포 네크로폴리스’를 발동합니다!] [미스티가 마검 ‘페드뭇’을 꺼냅니다!]죽은 자들을 부활시키는 힘.
그 범위는 방금 전에 쓰러뜨린 디그하쉬들에게까지 이어졌다.
파스슥.
재가 하나로 합쳐지며, 디그하쉬들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긋지긋하네.”
진혁이 대놓고 혀를 찼다.
죽여도 죽여도 부활해대는 놈들을 상대하려면 가장 위를 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만상공유 – ‘블루 링크’가 발동됩니다!]쭈우욱!
에덴으로 향한 동료들의 마력이 주입되었다.
벌레들 한복판으로 파고든 진혁이 양 손을 길게 뻗었다.
[‘설화수’ – ‘구름의 장’이 발동됩니다!]쩌저저적!
거센 서릿발이 뿜어졌다.
‘빙결효과’가 중첩되자 수백 마리가 넘는 벌레들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틈을 이용해 두 장의 부적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렸다.
[테디베어 ‘루마노프’가 현현합니다!] [블랙판다 ‘우파루’가 현현합니다!]귀엽게 생긴 곰과 판다 인형이 나타났다.
기워서 만든 아기자기한 모습이었으나, 각자의 몸에서 풍기는 마력은 범상치 않았다.
진혁이 크게 반원을 그렸다.
우우우웅!
얼어붙은 구슬이 나타나며 벌레들이 그 구슬을 향해 빨려들어갔다.
마치, 작은 블랙홀을 만들어낸 것만 같다.
그렇게 한 쪽으로 모여들자 루마노프와 우파루의 입이 기괴하게 크게 벌어졌다.
콰콰콰콰콰콰콰!
음파공격.
서로 다른 음역대를 가진 파장이 몰아쳤다.
원소 마력이 시너지를 극대화시켰다.
퍼퍼퍼퍼퍽!
반쯤 얼어붙은 벌레들이 그대로 박살 나 버렸다.
한 번에 수백이 넘게 죽으면서 카알루트에게까지 가는 길이 열렸다.
“순(瞬).”
진혁이 꽃잎 하나를 움켜쥔 채 언령을 외쳤다.
슈슉!
꽃잎 속으로 진혁의 몸이 빨려들어갔다.
이동한 곳은 카알루트의 본체가 있는 곳이었다.
투박하고 거칠던 건틀릿이 사라지고 손에 꼭 맞는 장갑이 나타났다. 청남색 운무가 장갑을 통해 흘러나왔다.
[‘진극창파’ – ‘비아(非我)’가 발동됩니다!]몸 주위를 회전하던 구슬들이 그대로 한쪽으로 빨려들어갔다.
번쩍하고.
카알루트의 머리에 한 줄기 섬광이 지나갔다.
메시지와 함께 이어진 것은 천지가 쪼개지는 듯한 굉음이었다.
[크리티컬 확률이 100%로 적용됩니다!]피해량 17배!
칼날과 구슬로 이뤄진 파동들이 허공에 무수히 많은 파편들을 토해냈다.
아무리 카알루트라도 직격 당한 이상 타격을 받지 않을 리 없다.
쩌저적…!
외피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진혁이 재빨리 그 안으로 들어갔다.
*
‘안에서 한 방 더 먹이면….’
네크로노미콘을 통해 가장 타격이 큰 지점은 이미 찾아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마력을 모으려는데.
내부에서 소년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다가왔다.
“넌….”
진혁이 멈칫했다.
저 느낌.
저 감각.
카알루트의 분신체다.
“훌륭…하군.”
입에서 나온 건 태고의 언어가 아닌 인간의 언어였다.
어색하긴 했으나,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는 됐다.
“내가 좀 제법이긴 하지.”
진혁이 어깨를 으쓱였다.
“오만함…은 오직 우리…에게만 주어진 것. 허나 인…정하지. 네놈도. 그럴 자격 있다.”
레인저만큼은 아니어도.
정보가 전무한 배틀메이지는 적어도 이 상황에서만큼은 더 큰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콤보가 가능했기 때문에,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이 편이 훨씬 더 까다로울 수밖에.
화르륵!
진혁이 모은 마력을 카알루트의 장기가 갖다 댔다.
“그렇게 띄워주기엔 살짝 이른데. 감상은 이걸 몇 방 더 먹여준 다음에 천천히 듣도록 할게.”
“글쎄. 나야… 상관없지만. 없을 텐데? 너에겐 그런… 시간이?”
카알루트가 사용한 ‘벌레들의 연회장.’
그것은 단순히 생명만 먹는 게 아니다.
감정과 기억.
심지어 시간과 공간까지 잡아먹는 종류다.
진혁이 당장이라도 날리려던 능력을 잠시 접어뒀다.
저 자신만만한 웃음.
시간이 왜곡되어 흐르는 게 저놈에게 무엇이 그토록 이롭길래 저리 여유만만한 걸까?
생각과 생각이 이어졌다.
그리고 몇 초 뒤.
“……!?”
쿠웅하고.
진혁의 가슴에 돌덩이가 떨어졌다.
무겁고도 차가운 감촉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가정으로 이어졌다.
“설마.”
“그래. 맞다. 그 생각이.”
카알루트의 입가에 더욱 진한 미소가 걸렸다.
인류에게 걸려 있는 제한 시간.
승리를 위해서는 단순히 적보다 강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저 절대적인 조건 안에 다음 층계를 공략하지 못하면 아무리 날뛰어봐야 멸망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리라.
그렇기에.
“지금 얼마나 흐른 거냐?”
진혁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그리고.
“……다.”
카알루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모든 희망을 짓뭉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