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61
761화. 꿈틀거리는 것들의 군주 ‘카알루트’ (6)
콰아앙!
거대한 내벽에 구멍이 생겼다.
“후우.”
진혁이 한숨을 내쉬며 안으로 진입했다.
쿵쾅쿵쾅!
거대한 고동소리가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인간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외형. 특이한 형태의 마정석이라고 일컫는 편이 오히려 더 맞으리라.
“하악.하악.”
“지, 진짜로 죽을 뻔했어.”
“손발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주인.”
같이 온 정령수들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 말대로 복잡하게 얽힌 미로와 수많은 기생형 벌레들을 뚫고나서야 마침내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연히 체력과 마력을 한계에 가깝게 소진할 수밖에.
그마저도 이게 없었다면 이 단시간에 이곳까지 오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진혁이 손안에 감추고 있던 살덩이를 바닥에 던졌다.
카알루트의 분신체의 파편 일부.
더 강하고 거대한 마력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는 까닭에 심장이 있는 곳까지 올 수 있었다.
“고생했어. 이제부턴 내가 맡아서 할게.”
[정령수들이 아공간으로 역소환됩니다.]정령수들을 돌려보내고 대신 두 개의 단검을 쥐었다.
그러자.
우우웅!
기다렸다는 듯, 심장 앞쪽에 인간형의 무언가가 나타났다.
카알루트의 분신체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장에서 만났던 것과는 아예 격이 다르다.
급소를 지키는 마지막 수문장인 만큼, 그 힘과 능력은 본체를 거의 그대로 옮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왔군. 역시, 내 파편을 숨겨두고 있던 거였나?”
“맞아. 네 덕분에 편하게 왔지.”
“하하. 정말이지 모르는 게 없는 놈이로군. 네크로노미콘에 그런 정보까지 적혀있을 줄이야. 다시 한 번 그 책을 엄한 놈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
카알루트가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면서 가시들을 엮어 만든 거대한 무기를 꺼내들었다.
[성유물 ‘긍휼의 검’이 소환됩니다!]중세 고문기구를 떠올리게 하는 듯 무시무시한 모습. 스치기라도 했다가는 살점이 모조리 발려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검에는 그 외형만큼이나 끔찍한 효과가 부여되어 있었다.
[관통효과: 방어 시에도 전체 피해량의 1%에 해당하는 대미지가 가해집니다. 또한 상쇄나 흘려내기가 완벽하지 않을 경우 전체 피해량의 10%에 해당하는 대미지가 가해집니다.]‘결국 저걸 꺼내네.’
진혁이 혀로 아랫입술을 적셨다.
긍휼의 검의 공격력은 1,500만.
그 중에 1%만 해도 15만의 대미지다.
‘게임 때처럼 내 생명력을 정확히 수치화할 순 없겠지만, 100번만 방어해도 치명상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하물며 1%가 아닌 10%를 허용한다?
몇 초도 안 되어서 게임이 끝나버릴 수도 있었다.
아자토스의 성유물들을 어떻게든 봉인시키고자 했던 것처럼. 저 검 역시 가능하면 절대 정면에서 상대하고 싶지 않은 무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좋든 싫든 돌파하는 수밖에.
진혁이 자세를 잡았다.
파아앙!
시작을 알린 건 카알루트였다.
두 자루의 단검이 앞으로 뻗으면서 상대와의 간격을 가늠하려는 그 작은 틈을 노렸다.
광풍이 몰아치면서 대검이 쇄도해왔다.
그 궤도에 맞춰 진혁이 가볍게 백덤블링을 했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회피를 하기 무섭게, 검이 3개의 궤적을 추가하며 동시에 몰아쳤다.
콰콰콰콰콰콰!
마치, 살아움직이는 뱀처럼.
속도와 유연함을 모두 갖춘 검격이 먹잇감을 찾아 움직였다.
그러나 아무리 교묘하게 허초를 섞더라도 진혁은 쉽게 걸려들지 않았다.
“제법이구나. 빗겨낸 것도 아니고 전부 회피하다니.”
“근접전이라면 나름 이골이 났거든. 아무렴 벌레들만 다루느라 직접 몸을 쓰는 일이 거의 없는 너한테 당할까 봐?”
“확실히. 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쳐죽이는 일이 드물긴 하지.”
카알루트가 손가락 끝으로 턱을 긁적였다.
보통의 인간이나 거주자라면 마주하는 즉시 정신이 붕괴되기 일쑤였고.
영웅급에 해당하는 놈들이나 더 강한 자들도 몸에 있는 벌레들을 푸는 것이면 충분했다.
검을 다루는 데 예리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리라.
하지만.
“기교 따위는 종의 우월함 앞에서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려주지.”
[긍휼의 검 ‘외형변화’가 발동됩니다!]쩌저저적!
불규칙하게 달려있는 가시들이 한껏 그 크기를 부풀렸다.
거대한 성게와 같은 모습.
‘하나만 걸려라’라는 의도가 엿보인다.
동시에.
[카알루트가 ‘절멸의 산란장’을 발동합니다!]여기저기에 매달려 있던 반투명한 알들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푸슉!
푸슈슈슉!
알의 표면이 갈라지며 체액이 뿜어져나왔다.
“키에에에!”
“쉬이잇!”
징그러운 모습을 한 2m급 벌레들이 하나둘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등에 거대한 연녹색 액체덩어리를 짊어지고 있는 건 덤이었다.
저건….
진혁이 본능적으로 ‘신속의 왕관’을 착용했다.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벌레들에게서 형언할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정확히 적중했다.
“키에에에!”
…퍼퍼퍼펑!
벌레들이 진혁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 그대로 자폭했다.
액체 역시 함께 폭발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끈적끈적한 분비물을 흩뿌렸다.
죽이려는 목적이 아니다.
“묶어두려는 거냐.”
진혁이 속도를 한 단계 더 올렸다.
잔상이 잔상을 남기며 이동하는 모습은 더 이상 눈으로 따라잡을 수조차 없었다.
“손쉬운 마무리를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아무리 본능이 뛰어난 놈이라도 이런 식으로 몰리면….”
진혁의 바로 옆에 카알루트가 나타났다.
“…도주 루트가 읽기 쉬워지거든.”
‘긍휼의 검’에 보라색 화염이 일어났다.
역동작이 걸린 터라 이번엔 피하지 못한다.
진혁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다.
콰아아아앙!
“으아아악!”
이빨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예상을 하고 각오를 다졌건만, 느껴진 충격은 통각의 한계치를 아득히 넘어서버렸다. 나름 고통에 관해서는 닳고 닳았다고 자부했음에도 비명을 지르지 않곤 버텨낼 수가 없었다.
한참이나 튕겨나간 진혁이 떨리는 양팔을 진정시켰다.
다행히 뼈가 다치진 않았다.
‘블루 링크’를 통해 전해지는 마력 덕분에 손상된 혈관 역시 빠르게 수복 중이었다.
그러나 이대로는 심장을 파괴하는 것은커녕 도망치는 것조차 녹록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충분하다면 공략법을 찾아낼 순 있을 테지만.
문제는.
‘그 시간이 없어.’
지금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도 카운트 다운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네 말대로 넌 툴차나 그로스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긴 하네.”
그래도 태고의 존재라고.
학습 능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이제야 격의 차이를 실감한 건가? 순순히 포기하고 왕관과 네크로노미콘을 넘긴다면 수치스럽게 죽는 건 면하게 해주지.”
“뭔가 오해하고 있나 본데, 내가 허탈해하는 건 너한테 두 번째 카드까지 쓰게 된 게 아쉽다는 소리야.”
진혁이 끌어모은 마력을 한꺼번에 해방했다.
[‘회귀자의 시간’을 발동합니다!]두 번째 능력을 꺼낸다.
진혁이 승부를 던졌다.
⁕⁕⁕
같은 시각.
카알루트의 외부에서는 나머지 멤버들이 사력을 다해 카알루트의 벌레들을 대적하는 중이었다.
콰콰콰콰콰콰!
퍼퍼퍼펑!
수많은 벌레들이 몰려들었고. 감염된 고대룡들이 10서클이 넘는 초월마법들을 난사해댔다.
흔들리는 지축.
진혁의 거점은 이미 함락당하기 직전이었다.
“어떻게든 버텨! 뭐하고 있어. 이 냄새 나는 발냄새야!”
“으으읍…. 보, 볼 잡아당기면… 떨어져 나간다. 그만. 멈춰!”
오필리아가 발냄새의 볼을 마구잡이로 뒤흔들었다.
혼신을 다했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다.
사실. 여기까지 버틴 게 기적이긴 했다.
오필리아나 발세테르에게 있어 태고의 기생충들과 고대룡들은 천재지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우리 쪽도 슬슬 무리다.”
그린 일족의 피노누아 역시 곤란한 기색을 비쳤다.
모든 그린 드래곤들을 이끌고 합류한 상태였지만, 계속되는 전투에 서서히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쳇!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하더니. 대체 저 안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장보경이 혀를 찼다.
당장 저 거대한 벌레를 끝장내지 못한다면, 전멸하는 건 자신들이 될 터였다.
바로 그때.
“모기?”
휴식을 취하고 있던 고구마가 무언가에 반응한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마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기이이….”
마력의 잔향을 음미하던 고구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즉시 날개를 편 채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곳엔 감염된 고대룡들이 있었다.
“크르르….”
“그오오오.”
더 이상 긍지 높고 고고한 최강의 종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성을 잃은 채 카알루트에 종속된 인형. 그저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해야 하는 꼭두각시만이 남아 있을 뿐.
[고구마가 ‘브레스’를 발동합니다!]“모기이이이!”
공허룡 에테리온이 아닌. 헤츨링 고구마의 브레스가 뿜어졌다.
화르르륵!
겁화가 고대룡들의 몸을 두드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정도 어중간한 온도로 고대룡들의 비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에테리온이라.”
디그하쉬가 고구마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같이 온 동료들이 모조리 그 진혁이란 인간 놈에게 당해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는데. 저 고대종을 제거할 수 있다면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다행히도.
“마력이 바닥난 모양이군. 그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야.”
그 압도적인 괴물이 날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었다.
“죽여라.”
디그하쉬의 명령이 떨어지자 각종 마법들이 작렬했다.
콰아아앙!
직격이다.
불꽃에 뒤덮인 고구마가 비틀거렸다.
“모…기….”
호박색 눈을 깜빡이면서 괴로운 숨을 토해냈다.
그런데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한 눈동자로 고대룡들을 하나씩 바라봤다.
“멍청한 놈이로군. 그깟 공격으로는 백날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모르는 건가?”
디그하쉬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한층 더 진해졌다.
다시 한 번 명령을 내리자 각종 마법들이 쏟아졌다.
한 번.
콰아아앙!
두 번.
퍼어엉!
그리고 다시 한 번.
3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잔인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일방적인 폭력이 이어졌다. 힘의 차이가 워낙에 명백했기에 견디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모기….”
고구마는 버텼다.
견디고 또 일어섰다.
마력이 없더라도.
힘이 다 떨어졌더라도.
날개를 활짝 편 채 종족의 긍지와 빛을 잃지 않았다.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군. 그냥 멍청한 건지 아니면 자존심이 센 건지… 음?”
말을 하던 디그하쉬의 시선이 위쪽으로 향했다.
카알루트의 본체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황금빛 마력.
저건 뭐지?
자신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드래곤들 사이에 알 수 없는 기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력이 공명하며….
……깨워서는 안 되는 것을 자극한다.
설마.
디그하쉬의 두 눈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황금색 운무가 모조리 고구마에게 빨려들어가는 걸 목도했기 때문이다.
“막아라!”
다급히 최후의 일격을 가할 것을 명령했다.
그런데.
“…….”
“…….”
고대룡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분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냐!? 당장 저 고대종을 죽이라고 명령했다!”
[‘드래곤 로드’가 ‘위대한 부름’을 발동합니다!]‘용맹의 왕관’이 붉게 빛났다.
[고구마가 ‘공허룡의 피어’를 발동합니다!]“모기이이이이!!!!”
쩌렁쩌렁한 포효.
그 처절한 울림이 몸 속 깊이 봉인되어 있는 자아를 두드렸다.
텅 비어 있는 고대룡들의 동공에 작은 불꽃이 튀어올랐다.
동시에.
퍼퍼퍼퍽!
퍼어억!
“키에에에!”
“케에에!”
고대룡들의 몸 속에 파고들었던 기생충들이 그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