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62
762화. 창공의 용기사
“뭐, 뭐야?”
디그하쉬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완전히 정신과 육체가 종속되어 있어야 할 고대룡들이….
……하나둘씩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고구마의 포효와 카알루트의 본체에서 흘러나오는 황금색 운무. 두 개가 만들어낸 결과 때문이었다.
“우리를….”
“원래대로 돌아오게 해 준 건가.”
“그대의 힘이라면 그냥 전부 죽였어도 됐을 텐데….”
“어째서죠?”
미스티와 아무납트를 포함한 고대룡들이 물었다.
방금 전까지 고구마의 적이였던 자신들을 구해줄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 질문에.
“모기이이!”
고구마는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었다.
이해관계나 가식 따위는 섞여있지 않은. 거기엔 그저 동족을 향한 반가움과 그리움만이 배어 있었다.
긍지 높은 종족.
그리고 수많은 드래곤들을 이끌게 된 새로운 로드.
그 위업과 격에 어울리는 자태다.
“……태고의 존재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봤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군요.”
“그게 그대의 결정이라면.”
“우리도 따르겠다.”
“영원히 기생충에 감염되어 살 뻔했던 삶에서 구원해줬으니까.”
[고대룡들이 ‘고유성창’을 개방합니다!]쿠쿠쿠쿠쿠!
각종 능력들이 개화했다.
다시 한 번 돌아온 마력은 그 어느 때보다 드래곤 하트를 맹렬하게 불태웠고. 새로운 로드의 마력의 가호를 받으며 점점 더 그 범위를 넓혀갔다.
[상층부의 거대세력 ‘고대룡’들이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합류합니다.]“크오오오!”
“그오오오!”
화르륵!
고대룡들의 브레스에 벌레들의 몸이 그대로 타들어갔다.
제아무리 카알루트의 몸에서 살아가던 놈들이라도 그 겁화에 맞설 순 없었다.
“마, 막아라!”
디그하쉬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
창공의 용기사.
드래곤을 길들여 타고 함께 전장에 나서는 직업이다.
시련의 탑에서도 굉장히 희귀한 축에 속하며, 이 능력의 특성이 발현될 시 모든 드래곤 족에 대한 상태 이상을 해소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너….”
카알루트가 새로운 이변에 두 눈썹을 꿈틀거렸다.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마. 부담스러우니까.”
단칼에 말을 자른 진혁이 힐끗 심장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저걸 뚫으려면….
[‘화룡의 발톱’을 소환합니다!]쩌저저적!
붉은 용린들이 모여들어 거대한 창을 만들었다.
한 점에 파괴력을 압축시킨 형태.
심장을 파괴하게 최적화된 일격이 준비되었다.
콰앙!
‘신속의 왕관’의 도움을 받아 단숨에 몸을 가속한다. 한 줌의 질풍이 된 진혁이 그대로 심장을 향해 쇄도했다.
“어딜!”
카알루트가 즉시 대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검과 창이 한 점에서 격돌했다.
육중한 무게를 증명하듯,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이어졌다.
하지만, 카알루트의 방어는 처음과 비교했을 때 정교함이 확연히 떨어져 있었다.
‘당황하고 있군.’
계속해서 꺼내는 새로운 직업의 특성과.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는 고대룡들의 배신.
두 개의 변수가 연이어 터져나온 탓이다.
당연히, 그런 흔들림은 진혁이 애타게 기다려왔던 것이었다.
‘한 번 더….’
우우웅!
[‘뇌전룡의 격노’가 소환됩니다!]육중한 창 대신 이번에는 훨씬 더 가볍고 얄쌍한 창이 나타났다.
[고유성창 ‘뇌신’이 발동됩니다!]번개의 권능이 그대로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 스파크가 온 시야를 가득 메웠다.
카가가가강!
진혁이 가볍게 창을 휘둘렀다.
그에 맞춰 카알루트가 다소 힘겹게 검을 휘둘렀다.
두 개의 무기가 허공에서 수십 차례 맞부딪쳤다.
격돌하는 순간마다 대미지가 누적되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타이밍에 흘려낸 덕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진혁이 카알루트의 분신체를 몰아붙이며 심장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섰다.
어느새 심장이 5m 안까지 들어왔다.
우뚝.
진혁의 걸음이 멈췄다.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은 더 이상 없고. 대신 양 다리로 단단히 지면을 디딘 채 무게 중심을 잔뜩 낮췄다.
[용신일체 ‘뇌전일격’이 발동됩니다!]사방으로 퍼져나가던 스파크들이 창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호흡마저 지워지고 시간이 그 흐름을 멈췄다.
숨막힐 듯한 적막 속, 타오르는 두 눈동자는 오롯이 목표만을 바라봤다.
“웃기지 마라!”
카알루트가 노성을 터뜨리며 대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긍휼의 검 ‘완전개화’ – ‘소울 브레이커’가 발동됩니다!]천장까지 닿을 듯 거대화한 검이 수직으로 내리 꽂혔다.
태산을 잘라내버릴 듯한 베기와 초고속의 찌르기가 교차했다.
태풍과 질풍이 한 공간에서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아!
이어진 것은 거대한 충격파였다.
몸 전체가 날아가버릴 듯한 아득한 통증.
의식을 부여잡는 게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크읍.”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빗겨낸 진혁이 어깨를 바라봤다.
푸슉!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는 게 심상치 않아 보였다.
더욱 뼈아픈 건 이 정도 상처를 입었음에도 심장을 파괴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었다.
“아깝…네.”
마지막 순간.
공격에 모든 것을 쏟아붓던 카알루트가 방향성을 틀어버렸다.
“쿨럭. 커억….”
반신이 쓸려나가버린 몸.
카알루트의 입에서 검은 피가 울컥울컥 토해졌다.
만약, 지키는 게 아니라 그대로 검을 휘두르는 쪽을 택했다면 심장에 바람구멍이 생겼을 것이다.
“이… 빌어먹을 인간 놈이… 감히, 내 분신을 이 꼴로 만…들다니. 용서…못해. 절대. 용서할… 수가 없단 말이다 이 미물아!”
콰콰콰콰콰콰!
카알루트의 몸속 깊은 곳에서 엄청난 풍압이 만들어졌다.
내부와 외부를 단절시키던 껍질들을 모조리 들어올리자, 몸 밖의 광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
진혁의 몸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으나, 바람의 강도가 터무니없이 강력했다.
‘바람의 영역’을 사용해도 제어가 안 될 정도로.
“모기이이이!”
밖으로 튕겨나온 진혁을 향해 즉시 고구마가 달려왔다.
재빠르게 진혁이 그 위에 올라탔다.
“잘 하고 있었어?”
“모기!”
고구마가 자신감 넘치게 콧김을 뿜어냈다.
모든 고대룡들이 자신을 따르게 만들었으니 당연히 어깨가 하늘로 솟구칠 수밖에.
진혁이 고구마의 머리를 격하게 쓰다듬어줬다.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건 조금 뒤로 미뤄야 한다.
지금 당장은 분노로 길길이 날뛰는 저 거대한 곤충을 처리해야 했으니까.
“모두에게 경고해. 지금부터는 많이 지저분해질 거라고.”
그 말을 증명하듯.
쩌저적!
카알루트의 등껍질이 벌어졌다.
파파파파파!
엄청난 수의 집게발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입에서는 보라색 덩어리들이 꾸역꾸역 쏟아졌다.
“키익”
“취이익!”
보라색 덩어리를 짊어진 벌레들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혼돈의 통로’가 현현하기 시작합니다!]증기가 하늘에 닿았다.
룬어들로 이루어진 통로가 조금씩 그 모습을 확고히 해 나갔다.
⁕⁕⁕
일종의 소환진.
‘혼돈의 통로’는 카알루트에게 복종하는 이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고대 마법이었다.
더 이상 다른 곳에 힘을 쓸 이유가 없어졌기에, 모든 전력을 이곳으로 끌어모아 승부를 내려고 하는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 놈이 이런 수까지 꺼내 들었다는 건 그만큼 코너로 몰렸다는 뜻이겠지.
[상층부의 ‘거대 세력’들이 합류합니다!]천세와 에덴 그리고 마계의 병력들이 강제로 소환되기 시작했다.
“쳇!”
“거의 다 왔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다. 숨통을 끊어놓기 바로 직전이었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닥치고… 눈앞에 보이는 놈들을 처리해라. 네놈들까지 전부 다 집어삼켜버리기 전에.”
카알루트가 낮게 으르렁댔다.
가장 강력했던 분신체를 잃은 탓에, 아직까지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심장에 가해진 부담 역시 생각보다 더욱 심각했고.
“알겠습니다.”
“우리도 저 인간에게 갚아야 할 게 있으니까요.”
신격들이 새로운 전투를 준비했다.
그들을 따르는 엄청난 수의 병력 또한 넓게 전선을 펼쳤다.
진혁이 점점 더 촘촘해지는 방벽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저 멀리서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를 포착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때가 왔다.
“구마야. 이제 돌파할 거야.”
“모기!”
고구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후의 한 방.
쇠약해진 카알루트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마침내 찾아왔다.
진혁이 고구마의 등에 올라탄 채 새로운 창을 꺼내 들었다.
[신룡 ‘아트라만의 창’이 소환됩니다.]푸른 빛을 띤 아름다운 창이 오묘한 빛을 뿜어냈다. 마치, 모든 드래곤들을 불러모으는 것처럼.
“크오오오!”
“캬오오오!”
고대룡들이 일제히 포효하며 날아올랐다.
화염과 얼음, 전격과 암속성 계열의 마법이 쏟아졌다.
퍼퍼퍼퍼펑!
눈앞에 보이는 병력들이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고대룡들의 압도적인 마법에 순식간에 수천이 넘는 숫자가 목숨을 잃었다.
“무슨 수로 고대룡들을 끌어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태고의 마력이 넘쳐나는 지금은 본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 거다.”
[현재 이 일대는 ‘카알루트의 숨결’이 퍼져있는 상태입니다.] [초소형 벌레들에게 아군으로 식별된 자들은 능력치의 30% 버프 효과가 주어지며, 반대로 적으로 식별된 이들은 조금씩 마력회로가 갉아먹힙니다.]조금 전 카알루트가 토해낸 벌레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필드형 군집체의 특성상 카알루트가 죽기 전까진 계속해서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크하하하! 마력이 차고 넘치니 드디어 이걸 다 사용해 보는군.”
비슈누가 하늘 위에서 광소를 터뜨렸다.
공중요새 비마나의 두 번째 버전.
하늘을 나는 기하학적 구조물에서 광선포가 뿜어졌다.
콰콰콰콰콰쾅!
드래곤들의 실드에 푸른 화염이 작렬했다.
보라색 불꽃들이 은은하게 타오르며, 충격을 몇 배로 증폭시켰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는….
“쳐라.”
아수라가 이끄는 요수병들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진혁에게 크게 당한 적이 있는 탓에, 그들이 느끼는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다.
단숨에 도약한 아수라가 6개의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칼날이 채 진혁에게 닿기 전.
콰아앙!
누군가 끼어들었다.
인간형으로 폴리모프한 미스티가 끼어든 것이다.
“여긴 우리에게 맡기고 가!”
미스티가 고함을 질렀다.
진혁이 말없이 그 호의를 받아들였다.
고구마가 요리조리 움직이며 무수히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들을 피했다.
부우우웅!
카알루트의 영역에 가까이 가자, 집게발들이 번개처럼 날아왔다.
[용신일체 ‘검은 섬광’이 발동됩니다!]용기사 특유의 라이딩 기술이 극대화되었다.
‘만상공유’를 통해 고구마의 습관과 패턴까지 완벽하게 이해해뒀다.
아무리 궤도를 예측하고 3수, 4수를 앞서나간다고 하더라도 잡는 게 쉽진 않을 것이다.
진혁의 시야에 두근거리는 카알루트의 심장이 들어왔다.
조금 전의 피해를 수복하기 위해 대량의 마력이 흘러들어가는 중이었다.
우우웅!
진혁이 창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심장을 향해 조준했다.
‘지금…!’
잔뜩 젖혀진 어깨가 막 창을 해방하려고 했을 때였다.
“그건 곤란하지.”
하늘에서 검은 벼락이 떨어졌다.
콰콰콰콰콰!
“큭!”
균형이 크게 무너지며 진혁이 타이밍을 놓쳤다.
6개의 날개를 펴고 있는 루시퍼가 신성력과 마기를 동시에 뿜어냈다.
‘통로를 통해 저 자식도 기어나온 건가?’
그래. 확실히 힘을 완전히 해방한 타천사라면 지금 상황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벽이겠지. 단시간에 돌파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리라.
‘어쩔 수 없네.’
진혁이 오랫동안 회피하던 말을 내뱉었다.
“수락할게.”
항상 ‘보류’ 상태로 머물러있던 상태창이 점멸했다.
[‘검은 사도’의 임시 계약이 맺어졌습니다.]정식이 아닌 한정.
일종의 인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목에 남은 검은 표식을 통해 계약한 당사자의 터져나올 듯한 감정이 여과 없이 전달되었다.
꿀렁하고.
“크하하하! 최후의 승자는 이 몸이다. 이집트와 북유럽 머저리들아!”
눈시울이 붉어진 마왕이 현현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