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63
763화. 프롤로그 (2)
이명 ‘썩어가는 심장’.
마계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마왕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치열한 전투로 인해 몸과 마음이 전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가장 바라던 일이 현실로 되었다는 기쁨을 넘어서진 못했으니까.
“후후후. 후후후후후!”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죽어도 좋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전신에 흐르는 마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콰콰콰콰콰콰!
베리엘이 단숨에 루시퍼를 압박해 들어갔다.
“이…놈이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이리 펄펄 날아대는 거냐?”
루시퍼의 눈에서 당황한 기색이 흘러넘쳤다.
“크하하! 네놈은 절대 모를 거다. 지금의 이 몸을 상대하려면 그깟 날개 6개로는 턱없이 부족할 터! 젖먹던 힘까지 모조리 쏟아부어라!”
베리엘의 흑창이 종횡무진 움직였다.
그 틈을 이용해 진혁이 박차를 가했다.
“모기이이이!”
고구마가 고속으로 비행했고. 그 옆으로 고대룡 셋이 호위처럼 붙었다.
네 마리의 드래곤이 소닉붐을 만들며 빠른 속도로 카알루트에게 쇄도했다.
“이 버러지들이….”
카알루트가 넓게 펼쳐진 갑피들 사이에서 수많은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정신계열’ 마법과 ‘섬멸 마법’을 비롯해. 10서클에 이르는 마법들이 끝없이 발동되었다.
강력한 한 방 보다 물량으로 쏟아부어 시간을 벌 생각이다.
그러자 그 순간.
가브리엘과 미카엘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나타났다.
계속해서 기다리던 대천사들이 드디어 준비를 끝낸 것이다.
우우우웅!
아름다운 대결계의 초석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성역 ‘천상의 축복’이 발동됩니다!]“반드시….”
가브리엘이 아래에서 위를 바라봤다.
[성역 ‘열두 사도의 신념’이 발동됩니다!]“길을 열겠습니다!”
미카엘이 위에서 아래를 바라봤다.
두 천사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황금색 파장이 잔물결을 만들어내며 두 개의 성역이 하나로 합쳐졌다.
쩌저저적!
“큭!?”
카알루트의 마법진들이 그대로 멈췄다.
에덴 전체의 힘을 갈아넣어서 번 시간은 고작 3초 남짓.
그 안에 치명상을 입혀야 한다.
가브리엘과 미카엘이 보유하고 있는 최강의 성유물을 소환했다.
[한정 소환 ‘롱기누스’가 재현됩니다!] [‘성인의 피’가 주입됩니다!] [‘지금 일격엔 그 어떠한 존재의 방어막이라도 관통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신의 몸을 꿰뚫은 성유물.
두 대천사가 모든 마력을 불태워 소환한 원류가 카알루트의 실드를 박살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크아아아!”
카알루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최강의 방어막에 금이 가면서 고동치는 심장이 완전히 드러났다.
지금이다.
진혁이 ’블루링크‘를 통해 모든 마력을 끌어모았다.
각종 마력이 혈관을 통해 폭포수처럼 밀려들었다.
진혁의 몸에 은은한 푸른 빛이 퍼져나갔다.
바로 그 순간.
[용기사의 고유성창 ‘드래곤 월드’가 발동됩니다!]드래곤들의 잠재력을 1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용기사의 고유성창.
고대룡들의 브레스가 하나로 모여들었다.
“크오오오!”
“그오오오!”
드래곤 하트에 금이 갈 만큼의 최고 출력.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없다는 걸 아는 듯. 모든 고대룡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모기이이!”
고구마의 성명절기 ‘단죄의 검’이 소환되었다.
브레스가 단죄의 검을 완전히 덧씌우며 보라색으로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네크로노미콘’을 통해서 카알루트의 마력이 가장 약해진 부분을 파악해 두었다. 투척 경로와 피해량에 대한 계산 또한 끝내두었고.
“그만, 마무리 짓자.”
진혁이 들고 있는 창을 크게 뒤로 젖혔다.
그리고 단죄의 검의 끝을 향해 휘둘렀다.
파아아아앙!
[‘무한 가속’의 영창이 발동됩니다!]최강의 무기에.
최속의 속도가 더해진다.
공간을 도약한 단죄의 검이 그대로 카알루트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
퍼거걱!
푸슈슉! 푸슉!
완전히 관통된 심장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졌다.
“마, 말도 안 돼.”
카알루트가 말을 더듬거렸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아까 전의 상처를 모두 회복하고 만전의 상태에서 싸울 수 있었을 거다.
적어도 인류의 멸망이라는 카운트 다운이 다 되기까지 버티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고 남았을 거란 말이다.
그런데.
승리까지 단 한 걸음 남겨둔 시점에서 이런 최후를 맞게 될 줄이야.
현실을 부정하는 말들이 목구멍까지 솟구쳤다.
허나.
흩어져가는 생명의 마지막 숨결은 그 단말마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쿠웅!
카알루트의 본체가 지면으로 추락했다.
[‘태고의 존재’가 사망했습니다.] [경악할 만한 업적에 50층이 크게 동요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긍휼의 검’을 획득하셨습니다!] [‘태고의 외피’ 1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구멍 뚫린 심장’ 1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최상급 마정석 3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획득하셨습니다!]레벨업과 함께 무수히 많은 상태창들이 나타났다.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보상들도 다수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최우선 관심 순위에서 밀렸다.
“허억, 허억.”
대량의 마력을 소모한 진혁이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남은 시간은….
현실 시간으로 약 1시간 30분.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뒤를 부탁할게.”
진혁이 양팔을 흔들며 날아오는 베리엘에게 전장의 정리를 통째로 맡겼다.
“뭐? 어, 어디로 가려는 거냐? 그렇게 지친 모습으로?”
“설명할 시간도 없어. 패잔병들은 너무 무리하게 추격하지 말고. 전력을 보존하고 수습하는 걸 우선으로 해줘.”
굳이 전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싸울 필요는 없다.
카알루트가 쓰러진 것만으로도 기대를 아득히 넘어선 전과를 달성한 셈이었으니까.
“알겠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 챈 베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품 안에서 검은색 알약 한 개를 꺼냈다.
“사도에게만 줄 수 있는 마력의 핵이다. 완전히는 아니어도 마력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야.”
“흠흠! 뭘 또 이런 걸…. 이런 걸 노리고 말한 건 아닌데,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고맙게 잘 쓰도록 할게.”
주는 건 또 거절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말이지.
임시 계약인 걸 들켰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하면 살짝 미안한 감도 들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세상 사는 게 다 속고 속이는 법이었으니까.
진혁이 곧장 층계를 이동했다.
⁕⁕⁕
트라이 횟수 79회.
전멸한 각종 길드의 공격대 297팀.
사망자 315,850명.
인류가 48층을 공략하다 실패한 결과물이다.
[제한시간: 0h : 58m : 33s]빛이 바란 상태창이 깜빡였다.
-하울의 무빙 오지는 성: 하아, 이젠 더 이상 도전자도 없네.
체념한 듯한 목소리.
-나의 라임 개쩌는 오렌지나무: 이제 1시간 뒤면 세계 멸망임. 뉴스에서도 카운트다운 들어감. ㅅㄱㅇ.
-클라이머123: 새로운 공격대가 출발한다고 어쩌고 하던데, 슈에뜨랑 같이 해서. 그건 소식 없음?
-너굴맨4: 간다는 말 이후로 소식 완전 끊어짐. 어떻게 된 건지 말도 없고.
-형궁서체다: 다들 도망갔겠지. 하. 어차피 랭커랑 성유물도 없는 멤버로 답도 없었음. 슈에뜨도 부상 때문에 제 컨디션도 아닐 테고.
더 이상 희망은 없다.
그걸 알면서도 접속해 있는 자신들은 바보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바로 그때.
우우웅!
푸른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건 단 하나.
[48층 ‘레드 드래곤 데스티아’의 영역에 도전자가 등장했습니다.]새로운 도전자가 들어왔을 때였다.
“아슬아슬했네.”
가면을 쓴 진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이곳에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둔 상태.
다시 얼굴이 팔리는 걸 막기 위해선 이런 가면이 필요했다.
언노운이 생각나는 게 살짝 찜찜하긴 했어도 그런 부분은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이리라.
-하울의 무빙 오지는 성: 오오오!
-클라이머123: 아직, 도전하는 사람이 있어!
[현재 접속 중인 시청자: 7,588]시청자들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다가 진혁이 들고 있는 단검을 보면서 더더욱 큰 소리로 환호했다.
보라색 등급의 성유물.
이처럼 완벽하고 선명한 보라색 빛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손에 넣지 못 했었다.
“크르르르….”
진혁의 등장에 둥지에 있던 레드 드래곤이 낮게 포효했다.
“너희 인간들은 포기라는 걸 모르는구나. 그렇게 많은 수를 잃고도 또 다시 온 것이냐?”
“도마뱀 구이를 만들려면 준비할 게 좀 있어서 말이야. 그래도 늦지 않게 왔어.”
‘수호룡’이란 이명을 지닌 데스티아는 거점 방어에 한해서 특별한 이점을 지닌다.
특정 공격 외에는 아예 피해를 입지 않는 혜택을 받고 있지.
그러니 아무리 인력과 성유물을 쏟아부어도 흠집 한 번 내지 못할 수밖에.
하지만.
‘이미 재료는 다 모아뒀어.’
층계 공략에 대한 대비는 틈틈이 그리고 완벽하게 해두었다.
“인간, 똑같이 죽더라도 훨씬 더 고통스럽게 죽는 수가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이냐?”
“글쎄. 어디 한 번 할 수 있으면 해 봐. 말로만 하지 말고.”
“좋다. 어차피 미물과의 대화 따위 의미가 없는 것을.”
데스티아가 발톱으로 허공을 그었다.
속박 마법과 뒤이은 발구르기.
콰앙!
지면에 금이 쩍하고 갈라졌다.
‘너무 만만하게 보네.’
진혁이 피식 웃으며 옆쪽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조금 전까지 아주 날이 바짝 선 전투를 치르고 온 참이다. 이런 단순한 마법과 육탄 공격의 조합은 눈을 감고도 피할 수 있지.
‘너무 강해져버린 것도 이럴 땐 아쉽다니까.’
긴장감이라는 게 사라져 버리는 부작용을 낳아버렸다.
아아, 시시해서 죽고 싶다. 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조금 이해해버린 순간이다.
반면, 데스티아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스킬이 발동하기 전에…… 파훼했다고?”
“뭐, 손동작만 봐도 대충 뭘 하려는 건지 알고 있으니까.”
최소한 성명절기나 고유성창이라도 꺼내들던가.
그러면 조금 놀란 표정 정도는 지어줄 수 있다.
그런 진혁의 마음을 읽지 못한 채 데스티아가 거칠게 포효했다.
“개소리 하지 마라!”
동굴 천장에 닿을 정도로 솟구친 몸.
“이제 우연 따위는 없을 것이다.”
쩍 벌어진 아가리에서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대기에 있는 모든 수분이 말라붙었다.
적을 잿더미로 만들기 위한 최강의 힘.
오직 드래곤만이 갖고 있는 권능.
“역시 브레스인가.”
진혁이 따분하다는 듯 혀를 찼다.
“피할 곳은 없다.”
이 던전 전체가 브레스 영역 아래 놓일 터.
도망쳐봤자 잿더미가 되는 운명에서 벗어나진 못하리라.
그리고 물론.
“피할 이유도 없어.”
진혁이 입속에 머금고 있던 검은 알약을 깨물었다.
아득.
쏴아아아….
쓴맛이 멤돌며 바닥까지 도달했던 마력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동시에.
진혁이 브레스를 발동하고 있는 데스티아를 향해 ‘세계의 기억’을 개방했다.
촤르르륵!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스킬 ‘헬 파이어’와….] [업그레이드 시킨 ‘검은 눈물’을 융합한다.]거기에 ‘진명’을 개방시킴으로써 이해도가 최고도에 이른 ‘만상공유’의 마력을 일치시킨다.
우우웅!
세계의 기억에서 불러온 능력들이 모여들었다.
[공허룡 ‘에테리온’의 브레스를 융합하는데 성공했습니다!]데스티아의 브레스와는 격이 다른 흑염이 타올랐다.
마력의 질도.
불꽃의 온도도 다르다.
“그, 그건!”
데스티아의 눈동자에 지진이 일어났다.
모를 리가 없겠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고대종 중 하나인 에테리온.
그리고 그 고룡이 사용하던 최강의 브레스를.
“대체 누구냐 네놈은!”
호기심을 넘어선 두려움.
그렇기에 물을 수밖에 없었다.
데스티아의 질문에,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진혁.”
나는 고인물이다.
닳고 닳아 결국엔 마모되어 버린.
“그리고 내가 너를 죽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동시에, 나는 이 탑의 정상을 올랐던 유일한 플레이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