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64
764화. 48층 ‘레드 드래곤 데스티아’ (1)
쿠쿠쿠쿠쿠쿠!
압도적인 격이 퍼져나갔다.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데스티아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굳이 싸워보지 않아도 상대와의 격차가 얼마나 확연한지는 깨닫고 있었다.
…맞서면 죽는다.
그런 공포감이 본능을 옥죄어왔다.
“안 덤비고 뭐해?”
진혁이 불타오르는 보라색 겁화를 어루만졌다.
“그, 그게….”
“아니면 내가 갈까? 이쪽은 시간이 별로 없거든.”
움찔거리는 손끝.
당장이라도 공허룡의 브레스가 데스티아에게 뿜어질 것만 같았다.
‘겁은 이 정도 주면 충분하겠지.’
어차피 고구마가 드래곤 로드의 자리를 꿰차고 있고. 고대룡들이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합류한 상태다.
당연히 데스티아 역시 적으로 돌리기보다는 합류시킨 뒤 부려먹는 그림이 좋을 것이다.
‘수호룡의 포지션은 거점 방어에 있어서 꽤나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이제 남은 적은 십이지신과 태고의 존재들 뿐.
그 벽을 돌파하기 위해선 작은 도움 하나라도 전부 모을 필요가 있었다.
콰앙!
진혁이 자리를 박찼다.
고속으로 이동한 채 그대로 모은 브레스로 데스티아의 옆구리를 노렸다.
“크헙?”
크게 당황한 데스티아가 어떻게든 실드를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최강의 실드로도 끔찍한 격통을 막는덴 실패했다.
차원이 다른 감각이 뇌수까지 파고들었다.
“크아아악!”
모아두었던 브레스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반항은커녕 도망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일어나지 말고 납작 엎드려 있어. 살려줄 테니까. 그냥 장단에 맞춰 연기나 잘 하란 말이야.”
진혁이 데스티아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하, 항복하란 말이냐?”
“자존심 상해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너희 쪽 세력 전부가 나한테 넘어왔으니까.”
진혁이 ‘만상공유’를 통해 고구마의 마력을 슬쩍 흘려보냈다.
드래곤 로드의 장엄한 격과. 여러 고대룡들의 마력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두 말할 필요 없는 복종의 증거.
“그럴 수가….”
외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데스티아가 다시 한 번 크게 당황했다.
“빨리 결정해. 어떻게 할 거야?”
이미 방송시스템이 폭주하고 있는 중일 터.
시청자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적당한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하울의 무빙 오지는 성: ㅁㅊ.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음?
-나의 라임 개쩌는 오렌지나무: 와아. 저런 스킬이 가능하다니. 드래곤마저 압도한다고?
-클라이머123: 노는 물이 아예 다르네.
-형궁서체다: 그런데, 저런 고인물이 왜 지금까지 잠잠히 있던 거래? 거의 멸망 직전이 되어서야 나타났는데?
-앞비전뒷점멸: 원래 히어로는 찐 위기일 때 나타나는 법임.
-생갈치 1호의 행방불명: 이유가 뭐가 중요하겠어? 해피엔딩이니까 다들 한 잔 해!
한껏 달아오른 축제 분위기.
멸망의 공포에서 벗어난 시청자들의 댓글이 그야말로 미친 듯이 폭주하고 있었다.
[동시 시청자 수: 58,993,253]그 짧은 시간 동안에 동시 시청자 수가 6,000만 가까이 까지 치솟았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끄덕.
데스티아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움직였다.
항복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리라.
[층계가 공략되었습니다!] [48층에 대한 지배권이 넘어갑니다.] [놀랄만한 업적은 내일 하루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 [앞으로 90일 동안 다음 층계를 공략하십시오!]성공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황금색 폭죽이 폭발했다.
생방송 역시 뜨거운 열기를 뒤로한 채 종료되었다.
⁕⁕⁕
“후우.”
진혁이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에덴 공략부터 해서 정신없이 몰아친 하루하루.
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그저 눈앞에 있는 상황에 대응하며 승리를 위해 악착같이 움직이기만 했을 뿐이다.
그래도.
그 고생들이 달콤한 과실로 돌아왔다.
이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다음 단계에 대해서 고민할 차례다.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저벅.
“하하. 그 촉박하던 찰나에 카알루트를 처리하고 여기까지 온 거였습니까? 이쯤되면 인간이 맞는지 진지하게 해부라도 해보고 싶을 지경이군요.”
어둠 속에서 숨어 있던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슈에뜨.
아니.
“니알라토텝….”
진혁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아직 이 녀석이 남아 있었지.
이 모든 일을 계획하고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장본인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당연히 분노로 인해 목소리가 떨릴 수밖에.
물론.
약이 바짝 오른 건 니알라토텝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심의 한 수라고 자랑하던 일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버렸으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면 당신이란 인간을 처리할 수 있는 걸까요? 이 정도로 치밀하게 계획하고도 헛물을 켠 건 단언컨대 이번이 처음입니다.”
허탈함이 가득 배어 있는 말투.
하지만, 그 뒷맛에는 아직까지 지독한 집착이 남아 있었다.
“내가 얼마나 질긴지나 말하려고 여기 온 건 아닌 것 같고. 아직도 해 볼 생각인 거냐? 아무리 너라고 해도 50층이 아닌 곳에선 완전히 제 힘을 발휘하긴 힘들 텐데?”
“맞습니다. 이곳은 저에게 있어 별로 유리한 곳은 아니죠. 하지만….”
니알라토텝의 입 꼬리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동시에.
쿠쿵!
“커억?”
납작 엎드려 있던 데스티아의 동공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의식이 희미해져 간다.
극도의 분노와 끓어오르는 감정이 격하게 요동쳤다.
쿠쿠쿠쿠쿠!
“크오오오!”
그것도 잠시, 데스티아의 눈동자가 완전히 초점을 잃었다.
강한 광풍이 몰아치더니 진혁을 한참이나 뒤로 날려버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수많은 기둥과 벽 뒤에 있던 동상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드래곤 가디언’들이 새로운 적을 바라봅니다.]공격대를 전멸시킨 원흉.
아다만티움과 오리하르콘으로 무장한 가디언들이 무시무시한 투기를 뿜어냈다.
쿵! 쿵! 쿵! 쿵!
순식간에 엄청난 수의 대군이 결집되었다.
“아무렴, 당신을 사냥할 카드가 하나뿐이었겠습니까?”
제한 시간 내에 카알루트의 손에서 벗어날 거라곤 예상하지 못 했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플랜b 정도는 마련해 두었다.
동료들을 모두 에덴에 두고 온 지금의 상황으로는….
……제 아무리 진혁이라 해도 녹록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곳에 모여 있는 건 가디언들만이 아니었다.
“크으으….”
“괴롭다. 괴로워….”
“피로서 이 고통을 씻으리라.”
각종 시체들이 일어섰다.
데스티아를 공략하다가 죽은 공격대의 시체들이다.
생전의 능력과 힘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니알라토텝의 권능으로 인해 훨씬 더 악랄하고 강력해졌다.
레이드에 동원되었던 각종 성유물들과 아이템들 역시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었고.
“잡아서 내 앞에 데리고 와라.”
니알라토텝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콰앙!
쾅!
다수의 그림자들이 움직였다.
가디언들이 5m에 이르는 창으로 찌르기를 시도했다.
그 틈 사이로 공격대가 짧은 무기로 무장한 채 파고들었다.
“1분1초가 스팩타클하네.”
진혁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무기를 고쳐잡았다.
카가가가강!
두 자루의 단검이 어지럽게 움직였다.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치며 화려한 불꽃들이 튀어올랐다.
푸슉!
진혁의 어깨에 얇은 핏줄기가 뿜어졌다.
고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혹사 시켜온 몸. 이미 휴식을 취해야 할 시기가 한참이나 지나버렸다.
그렇기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가 이거다.
“큭!”
시큰한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전에 또 다른 공격이 폭풍처럼 이어졌다.
[고유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 [‘흑월야(黑月夜)’가 발동됩니다!]강기가 몰아쳤다.
서걱!
붉은 피보라가 일어났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은 검격은 가히 예술의 경지에 올랐을 터.
나름 한가닥하던 랭커들이라도 진혁의 적수가 될 순 없었다.
문제는….
“죽여. 죽여. 죽여!”
“우리와 같은 고통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시체들의 수가 너무나 많다는 것.
“그르르.”
“우오오!”
가디언들 역시 무자비하게 밀어붙이긴 마찬가지였다.
수십을 베어내면 수백이.
그것마저 돌파하면 더 많은 놈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수호룡 데스티아’가 ‘수호자의 영토’를 발동합니다!] [거점에 소속된 모든 이들의 능력치가 20%만큼 상승합니다!] [성유물 ‘구국의 심판’이 발동됩니다!]수호룡의 특전.
거점 전체를 둘러싼 겁화가 몰아쳤다.
천장이 열리며, 붉은 번개가 점멸했다.
온다.
[만다라 ‘천년자련화’가 발동됩니다!]진혁이 반사적으로 자줏빛이 도는 연꽃을 꺼냈다.
콰아아앙!
아득한 충격이 전해졌다.
단일 대상을 송두리째 배제하는 섬멸기. 절대 판정의 효과가 붙은 남색 등급의 성유물이 그 위용을 뽐냈다.
“하하하! 단단하군요. 하지만, 계속해서 막을 순 없을 겁니다.”
니알라토텝이 박수를 치며 휘파람을 불었다.
빌어먹을.
누군 탈진하기 직전의 상황인데, 저리 비꼬기나 하고 있다니.
저 능글맞은 놈의 면상을 반드시 박살내주고야 말겠다.
진혁이 그런 다짐을 하면서 욕설을 속으로 삼켰다.
바로 그때.
“크르르.”
“커엉! 컹!”
회색 갈기를 가진 늑대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는 건….
진혁 역시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레이.
7대 길드 중 하나인, 드레드로어 길드의 마스터.
첫 만남이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인류를 위한다는 의지 만큼은 진짜인 남자였다.
저 녀석도 결국 살아남지 못한 건가.
정말 모든 랭커들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몰살시킨 모양이다.
울컥하고.
마음속 깊이 쌓여 있던 울분이 꿈틀거렸다.
“그래도 동족이라고. 시체라도 마주하는 건 불편한가 보죠?”
니알라토텝이 이죽였다.
한 마디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혐오스럽게만 보지 마세요. 어차피 조금 있으면 당신도 그들과 함께 하게 될 테니.”
우우웅!
보라색 마력이 주입되자 니알라토텝의 지배를 받는 이들이 더욱 기민하게 움직였다.
A~AAA급에 해당하는 놈들이야 아무리 많이 몰려들어봤자 진혁의 털끝 하나 건들이긴 힘들었지만,
S급.
그리고 그들을 넘어선 7대 길드 메인 랭커들의 합격진은 위협적이었다.
콰아앙!
진혁이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휘두른 망치를 막아냈다.
[‘그림자 사격’이 발동됩니다!]측면에서 화살 두 방.
카카가강!
빠르게 쳐냈으나, 진짜는 그림자 사이에 숨어든 세 번째였다.
[‘별의 가호’ – ‘신성방패’가 발동됩니다!]콰아앙!
실드의 일부가 뚫렸다.
이번엔 왼쪽.
퍼퍼퍼퍼퍽!
진혁이 서 있던 곳에 가디언들의 창이 투척되었다.
수백 개의 창이 꽂힌 장소는 고슴도치의 등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구국의 심판’ – 뇌적운(雷積雲)의 궁(宮)이 발동됩니다!]검은 번개들이 수직으로 낙하했다.
콰콰콰콰쾅!
레어의 지형이 완전히 바뀌어버릴 만큼의 위력이다.
근처에 있는 공격대와 가디언들까지 팔다리가 뜯겨나가며 천재지변과 같은 광경을 연출했다.
“후웁!”
가까스로 호흡 한 번을 가다듬은 진혁이 ‘빙하조형’과 ‘태초의 불꽃’을 동시에 발동했다.
얼음과 불로 이루어진 폭풍이 가디언들이 밀집한 곳에 작렬했다.
카가가가각!
갈려 나가는 전사들.
그 사이로 극한까지 갈무리한 ‘퍼스트 블레이드’가 날아갔다.
콰아앙!
“크아아아아!”
데스티아의 오른 팔이 그대로 뜯겨나갔다.
‘페이즈 2’까지 사용한 상태에서 한 투척인지라 ‘수호자의 영토’로도 방어할 수 없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고인물답다.
이 많은 숫자가 달라붙었지만, 균형을 무너뜨리지 못 했으니까.
그럼에도.
포위망이 조금씩 단단해졌다.
철저하게 진혁의 마력과 체력을 소진시키려는 의도 역시 착실하게 성과를 올리는 중이었다.
“포기하시죠. 이미 끝난 싸움입니다. 이대로 구질구질하게 버텨봤자 당신의 최후만 더욱 추해질 뿐이에요.”
니알라토텝이 무의미한 저항을 그만둘 것을 권고했다.
시간이 갈수록 승산이 없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만약.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한 게 아니라면.
“미안하지만, 추하게 버틴 보람은 있었어.”
진혁이 피식 웃었다.
니알라토텝의 장난질을 막기 위해 숨겨둔 히든 카드.
그게 방금 막 도착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