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65
765화. 48층 ‘레드 드래곤 데스티아’ (2)
“하하. 궁지에 몰리니 되도않는 헛소리를 하시는군요.”
니알라토텝의 입 꼬리가 한 층 더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히든 카드가 남아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허풍이 틀림없다.
하지만.
저벅.
그 말을 부정하듯 울려퍼진 발걸음 소리엔 형용하기 힘든 무게가 실려 있었다.
깃털처럼 가벼우면서 태산처럼 무겁다.
“이런 난장판을 원했던 건 아닌데 말이지.”
툴툴대는 소리와 함께 진혁의 뒤쪽에서 제3의 인물이 개입했다.
“너는….”
니알라토텝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모를 수가 없는 놈이다.
태고의 신격과 정면으로 맞서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들은 탑 전체를 놓고 봐도 손에 꼽을 정도.
대표적으로 중층부에 ‘천마’가 있다면.
상층부에는 이 괴물이 있었다.
십이지신.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제천대성.
홀로 능히 층계 점령이 가능한 절대자가 현현했다.
“설마, 우리에게 반기를 들겠다는 겁니까?”
“반기라고 하기엔 좀 뭐하네. 애초에 난 누구 밑에 들어간 적이 없거든.”
제천대성이 여의봉을 어깨에 기댄 채 콧방귀를 뀌었다.
“무엇보다 저 인간이 나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걸 제안했거든. 안 됐지만, 그게 해결될 때까지 이 인간을 건드는 건 막아야겠어. 아무리 상대가 니알라토텝. 당신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쿠쿠쿠쿠쿠!
무시무시한 마력이 솟구쳤다.
반론을 허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 모습에 니알라토텝의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막판에 와서 이런 장난질까지 하다니….”
정말이지.
‘승리’라는 확신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는 인물이다. 다시 한 번 강진혁이라는 이름 석 자가 지닌 변수가 얼마나 지독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저 역시도 이제와서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정말 뒤가 없거든요.”
제천대성을 상대해야 하는 위험 부담도 감수하는 수밖에.
스릉!
니알라토텝이 톱날검을 꺼냈다.
특이하게 검 자루 쪽에 이빨이 달린 꽃들이 달려 있는 형태였다.
“진심으로 할 생각이군. 아무리 50층이 아니라고 해도 저건 좀 위험해 보이는데.”
제천대성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어린아이처럼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다.
강자와의 대결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성격 탓이다.
“미안. 워낙 상황이 안 좋아서 도움이 좀 필요했어.”
“근두운에 대한 대가가 절대 싸지 않을 거라곤 예상했지만, 이건 비싸도 너무 비싸군. 이 대가는 나중에라도 확실하게 받아야겠어.”
“물론이야. 나도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
제천대성하고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할 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생각이다.
“알겠다. 그럼, 간만에 몸 좀 풀어볼까.”
후욱하고.
재빠르게 뽑은 털이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퍼퍼퍼펑!
다수의 분신들이 나타난 건 바로 그때였다.
여의봉을 든 제천대성이 순식간에 적들에게 쇄도했다.
“죽여라!”
“갈가리 찢어서….”
“산 채로 씹어주지.”
그 압박감을 느끼지 못한 이들이 폭풍의 한 가운데로 다가갔다.
그 결과는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
콰콰콰콰콰콰콰!
추풍낙엽.
여의봉들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피보라가 일어났다.
“휘유.”
진혁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현실에서 제천대성의 전투를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
피부까지 저리게 만드는 화려하고 패도적인 무용은 대인전의 최강자라 불릴 만했다.
‘훨씬 더 쉬워졌어.’
제천대성이 광역 어그로를 끌어준 덕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아졌다.
진혁이 직접 니알라토텝을 노렸다.
“그 몸을 가지고 먼저 덤빈다고요?”
니알라토텝이 톱날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받아내고 반격한다.
그리 생각했는데.
“……!?”
채 공격을 다 흡수하기도 전에 한쪽 무릎이 지면 근처까지 꺾였다.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겁다.
근접전에 특화된 게 아닌데도, 거신병의 전력을 그대로 받아낸 것만 같았다.
“50층이 아니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겁니까? 그렇다면….”
꾸구구국.
검에 가해지는 압력이 한 층 더 묵직해졌다.
니알라토텝의 동공에 붉은 스파크가 튀겼다.
“크게 착각한 겁니다.”
[톱날검 ‘울부짖는 자’가 발동됩니다!]톱날이 기괴한 공명음을 내뱉었다.
소름끼치는 소음.
문제는 단순히 귀에 거슬리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건…?”
진혁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마력의 흐름이 완전히 뒤틀렸던 것.
분명 ‘만다라’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려고 했는데, 엉뚱하게 ‘혈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칼날에 깃든 ‘검의 무덤’ 역시 투명화 효과가 있는 ‘하얀 맹수’로 바뀌어 있었다.
“톱날검에 저런 능력이 있을 줄이야.”
니알라토텝의 모든 것을 파악한 건 아니었기에, 이 부분은 꽤나 생소하게 다가왔다.
과연.
썩어도 태고의 존재는 태고의 존재라 이건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에, 진혁의 본능이 최고조의 경고를 보내왔다.
필요한 순간에 완전히 다른 종류의 능력이 튀어나오는 건 치명적이었기 때문.
그나마 다행인 건 검을 잡는 감각까지 뒤틀어버린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패도의 왕관’을 착용했습니다!] [‘신속의 왕관’을 착용했습니다!]두 개의 왕관을 쓴 진혁이 고속으로 움직였다.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면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끝내면 그만일 터.
순수한 검술로 상대의 목을 칠 생각이었다.
부우웅!
검이 바람을 갈랐다.
빠르고 날카롭게.
공격과 속도의 극한 버프를 받은 일검이 가해졌다.
그런데 칼날이 목에 닿기 바로 직전.
우우웅!
난데없이 반투명한 실드들이 연이어 펼쳐졌다.
10겹에 달하는 실드들은 모조리 박살이 났지만, 대신 니알라토텝에게 상처를 입히는 건 실패로 돌아갔다.
신생 길드 ‘신조선’의 마스터였던 ‘손창희’.
각종 방어에 특화된 랭커가 개입한 것이다.
“…….”
손창희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실드가 송두리째 박살나면서 생긴 여파가 몸에 가해진 결과다.
[힐링스킬 ‘하얀 라벤더의 이슬’이 발동됩니다!]드레드 로어의 메인 힐러 에밀리가 손창희를 치유했다.
“발은…내가 묶어두겠다. 노려라. 그때를.”
아프리카 대륙의 강자였던 슈자 길드의 은크루마가 창을 휘둘렀다.
콰아앙!
긴 길이에서 나오는 회전력이 묵직한 한 방을 만들었다.
인류를 위해서 희생했던 영웅들이 목숨을 노려오는 상황.
유쾌함과는 거리가 먼 빌어먹을 현실이다.
반면.
니알라토텝은 그 장면을 꽤나 유쾌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
“흐음. 내가 나서는 것보다 이 놈들을 이용해 압박을 넣는 게 더 효과적이겠어.”
슈에뜨라는 분신체가 지닌 한계는 명확하다.
이 몸으로도 7대 길드의 랭커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강하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랭커들 사이에서 국한된 이야기.
탈인간급에 해당하는 진혁의 앞에선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톱날검 ‘증오의 뿌리’가 발동됩니다!]푸욱!
니알라토텝이 톱날검을 지면에 꽂았다.
순간, 톱날검에서 검은색 줄기들이 뿜어지며 각각의 랭커들에게 연결되었다.
꿀렁꿀렁!
순수한 태고의 마력이 주입되었다.
슈에뜨의 힘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대신 공격대 상위 랭커들의 마력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증폭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진혁이 계속해서 노리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니알라토텝은 ‘침식’과 ‘강화’를 통해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걸 가장 선호했으니까.
당연히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을 취할 거라 확신했다.
“좋아.‘
진혁이 재빨리 아공간을 열었다.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됩니다.]나타난 건 니알라토텝 역시 익히 잘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혼돈의 지팡이’.
정확히는 니알라토텝이 애용하던 성유물이다.
궁전에서 사용하면서 한 번 파괴된 적 있었지만, 그 파편들을 복원시켜 재사용이 가능하게끔 만들어뒀다.
“어설프게 붙여서 만든 꼴 하고는. 하! 됐습니다. 어차피 그건 제가 아니면 제대로 다룰 수 없는 것. 당신도 감당하기 버거우니 계속 아공간에 숨겨뒀던 것 아닌가요?”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진혁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 지팡이가 다루기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한텐 해당하지 않지.’
아자토스의 무기까지 사용해본 적 있는데, 하물며 네 지팡이 하나 다루지 못할까?
그저 절호의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을 뿐이다.
우우웅!
진혁이 지팡이에 마력을 주입했다.
태고의 언어들이 떠오르며, 복잡한 수식과 파장이 얽히고설켰다.
아주 약간의 오차나 어긋남이 있다면 그 즉시 공허의 틈에 잠식되어버릴 터. 그러나, 진혁은 너무나 익숙하고 유연하게 수식을 갈무리했다.
파츠츠! 파치칙!
파장과 파장이 하나로 합쳐졌다.
“마, 말도 안 돼.”
니알라토텝이 말을 더듬었다.
지금 완성된 게 무엇인지 깨달아버린 탓이다.
[특수 스킬 ‘불편한 골짜기’가 발동됩니다!]파아아앙!
보라색 파장이 원형을 그리며 퍼졌다.
그러자.
이변이 일어났다.
쩌적!
미친 듯이 날뛰던 공격대와 가디언들의 몸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끄으으….”
“크아아아!”
이성과 본능이 충돌하면서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한 순간에 니알라토텝의 대군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최상위 강자들은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공격에서 날카로움이 사라져버린 뒤였다.
[‘긍휼의 검’ – 부분개화가 이뤄집니다!]카알루트에게서 얻은 검이 나타났다.
막아도 치명상을 입히는 특성.
거기에, 같은 태고의 존재들에게 추가 데미지를 입히는 효과까지 더해졌다.
“나름대로 판을 만드느라 고생한 건 알겠는데, 이제 그만 꺼져라.”
슈에뜨라는 인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분신체.
그 인형놀이는 여기서 끝이다.
“끄아아아아! 빌어먹을!”
니알라토텝이 비명을 지르며 다가오는 칼날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이.
서걱!
니알라토텝이 48층에서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완전히 목이 날아가버린 시체가 그대로 무너졌다.
당연히, 녀석의 통제를 받고 있던 모든 이들의 움직임 역시 완전히 멈춰버렸다.
은크루마와 에밀리, 손창희와 그레이 등.
쉴새없이 몰아치던 랭커들의 공격이 끊겼다.
마치,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 같았다.
“크르르….”
쿠우웅!
거점 전체를 수호하던 데스티아 역시 풀썩 주저앉았다.
⁕⁕⁕
“진짜 끝난 건가.”
진혁이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가능하면 플래그 같아서 말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제는 정말로 확실한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찾아왔다.
“듣던 대로 대단하군. 십이지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이 나올 만해.”
제천대성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은 채 다가왔다.
그 역시도 상대하던 수많은 적들을 모조리 잠재운 뒤였다.
“도와줘서 고마워. 혼자였다면 당한 건 나였을 거야.”
“인사는 됐다. 덕분에 나 역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까. 게다가. 너 같은 자에게라면 빚 하나 지워두는 게 이득이겠지.”
손을 휘저은 제천대성이 자신의 머리카락 한 개를 건넸다.
“이걸 보여준다면 화과산에 있는 그 누구라도 극진히 예를 갖출 거다. 보아하니 마무리 할 일들이 좀 있어 보이는데, 다 끝나면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라.”
제천대성의 머리카락.
이건 또 귀한 거다.
“꼭 들리도록 할게.”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