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78
778화. 숨겨진 의도 (1)
“쿨럭… 컥! 끄으으….”
하반신이 완전히 날아가버린 하사신이 거친 숨과 피를 토해냈다.
빠르게 증발하는 마력.
워낙에 압도적인 힘에 찢겨나간 터라, 회복 자체가 되지 않았다.
“이런…힘을…가지고 있…다니. 큭! 크하하! 주, 줄을 잘못 선 건… 나였군.”
그 말을 끝으로 하사신의 안광이 완전히 꺼졌다.
동시에.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성유물 ‘하사신의 넝마’를 획득하셨습니다!] [‘검은 반월도’를 획득하셨습니다!] [‘상급 마정석 35개’를 획득하셨습니다!]21포인트를 소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듯. 레벨업과 함께 굵직한 아이템들이 연이어 떨어졌다.
진혁이 곧바로 레벨업을 통해 얻은 스탯을 분배했다.
[마력이 829 → 838로 상승합니다!]파이널 제네시스의 레벨을 두 자릿수를 찍은 시점에서 고인물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제물을 바쳐 더 높은 레벨을 찍을 필요가 없다는 뜻.
이후의 전투를 위해서 모든 스탯을 마력에 투자하는 게 맞으리라.
다음은….
진혁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더욱더 중요한 보상과 선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복사조건을 달성했습니다!]눈앞에 점멸하고 있는 황금색 상태창을 보자 심장이 기분 좋게 두방망이질 쳤다.
선택지는 여러 개다.
먼저. 탐식의 눈과 마찬가지로 시련의 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불신자의 눈’.
그리고.
흑둔술의 일종인 ‘아랑흑아’.
두 가지 중에서 선택을 하긴 해야 하는데….
‘둘 다 너무 탐나는 능력이라 고민되네.’
고유성창인 ‘검은 밤의 초대’야 ‘잔류월광’과 유사점이 많으니 제쳐둔다고 쳐도. 저 둘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각각의 매력과 쓰임새가 있었다.
탐식의 눈과 번갈아 쓸 수 있는 불사신의 눈과. 공간형 능력인 아랑흑아.
앞으로 49층과 50층에서 필요한 쓰임새를 따지자면….
진혁이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10분 가량이 흘렀을 무렵.
[‘아랑흑아’를 선택하셨습니다!] [아랑흑아]입수난이도: 측정불가
내용: 탑 50층에서 특수한 조건을 달성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능력으로. 무르 펜리르의 어금니와 송곳니를 허공에 소환해 공간 자체를 도려낼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며, 그 능력이 정점에 이를 경우 ‘무르 펜리르’를 소환할 수 있게 됩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어디.
진혁이 가볍게 허공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그리고 쫙 벌어진 손가락을 동시에 움켜쥐었다.
콰직!
날카로운 어금니들이 나타나 그대로 공간을 집어삼켰다.
“하하…하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온 웃음.
여태까지 다양한 능력들을 모으고 또 사용했지만, 위력과 쓰임새 그리고 멋까지 갖춘 능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서 빨리 다음 실전에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게다가.
[‘공허의 녹색 불꽃 1회분’을 획득하셨습니다!] [최고위급 태고의 신격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상태이상과 수면의 효과를 부여합니다.]얻은 건 하사신의 능력과 아이템만이 아니었다.
공허의 녹색 불꽃.
비록 1회분이긴 했으나, 49층과 50층에서 생길 수 있는 최악의 변수가 나타났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한 장 더 추가되었다.
“으으.”
“크윽.”
여기저기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사신이 죽으면서 미궁이 붕괴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연기가 걷히는 것 역시 확연하게 눈에 보일 정도가 되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모두가 정신을 차릴 것이다.
아. 그 전에.
이것도 잊으면 안 되지.
진혁이 재빠르게 하사신의 주위에 ‘빙하조형’을 발동했다.
쩌저적!
혹한의 냉기가 펼쳐지며 여기저기 날카로운 얼음기둥들이 나타났다.
‘으음. 여기서 좀 더 이렇게 깎아내고.’
‘저기는 좀 더 드라마틱하게 얼음 가루들을 흩뿌려볼까?’
‘칼자국도 많이 만들어야지. 얼음 방패들로 수많은 암기들을 튕겨낸 것처럼 보이게.’
장황한 격전을 연출하는 것쯤이야….
수많은 사기로 단련된 자신에게 있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
몇 분이 흐르고.
기절해 있던 등반자들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며 일어섰다.
아직까지도 의식이 흐리멍텅하고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뿌연 안개가 낀 것마냥 기억 사이에 짧은 공백들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무엇에 당했는지는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능력은 물론, 의지마저 짓밟아버리는 불덩이.
하사신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그 녹색 운무에서 멀쩡할 수 없었다.
그래.
놈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들은 자고 있는 동안 모조리 도륙나 있어야 정상일 텐데.
“그 불꽃 속에서 견뎠다는 건가?”
사멸자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걸로도 모자라 하사신까지 해치웠어요.”
서리혼령의 푸른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무수히 새겨진 서리의 흔적들.
틀림없이 자신과 같은 빙계 능력으로 하사신을 쓰러뜨렸다.
형언할 수 없는 벅참과 감동이 전신을 차갑게 달궜다.
“이러면… ‘고대의 맹세’에 대한 제어권도 되찾아올 수 있겠군. 정말이지.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아.”
벨토르도 한 마디 덧붙였다.
[세 등반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신뢰도가 +50만큼 상승합니다!] [이들은 당신이 하는 어느 정도 무리한 부탁까지 들어줄 것입니다.]“여러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결계와.
총.
그리고 빙계능력까지.
이곳까지 오는 데엔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뒷받침되었기에, 지금의 강진혁이라는 고인물이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조금 다시 보게 되는군.”
“진즉에 당신과 만났어야 했는데, 아니, 아니에요 지금부터라도 알아가면 되겠죠.”
[신뢰도가 +20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이들은 당신이하는 상당히 무리한 부탁까지도 흔쾌히 들어줄 것입니다.]크흠.
뭐, 이런 걸 바라고 말한 건 아니지만.
등반자들이 굳이 빚을 갚겠다고 한다면야 거절한 이유는 없겠지.
그리고 이쯤이면 마지막 보상이 와야 할 타이밍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복사조건을 달성했습니다!]기다렸다는 듯이 상태창 하나가 추가로 나타났다.
서리혼령의 능력 복사.
하사신과는 달리, 이건 무얼 복사해야 할지가 너무나 확고하게 정해져 있었다.
[고유성창 ‘태고의 눈꽃’을 복사합니다!]태고의 눈꽃
입수난이도: 측정불가
내용: 서리혼령이 수천 년 만에 깨달은 서리의 의지. 그 마지막 구결로 이루어진 극한의 눈꽃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모든 냉기의 근원이 되는 패시브 능력으로 앞으로 사용하는 빙계능력은 이 태고의 눈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최상위 능력의 습득으로 인해 ‘빙하조형’의 마지막 단계인 관짝송의 ‘빙하천결’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꿈틀.
진혁의 입가가 씰룩였다.
암스테르담에 와서 정말이지. 배가 터질 듯한 기연과 행운을 목구멍 끝까지 꽉꽉 눌러서 채웠다.
이런 호박들이 넝쿨로 굴러다니는 곳이라면, 이코노미 석이 아니라 비행기 수화물 칸에 실려 가더라도 웃으면서 갈 수 있다.
“슬슬 테레사 씨와 청하를 데리고 빠져나가면 되려나.”
나머지 등반자들이야 고대의 맹세만 있으면 언제든지 복속시킬 수 있으니 지금 당장은 내버려둬도 상관없으리라.
진혁이 고대의 맹세가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바로 그때.
쿠웅!
이곳에 있던 공기가 급변했다.
무지막지한 압박감이 영역 전체를 짓눌렀다.
마력의 농도가 너무 진하다 못해 마치, 중력의 법칙을 거슬러버리는 것만 같다.
“크읍.”
진혁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나머지 등반자들도 난데없이 덮쳐온 마력에 크게 당황했다.
덜덜덜.
“이, 이건….”
“설마….”
몇몇은 전신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주 오래전에 새겨진 트라우마가 스멀스멀 피어올랐기 때문.
저릿저릿.
벨토르나 사멸자는 물론, 태고의 반열에 가장 근접한 서리혼령 역시도 같은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이 정도 격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는 탑 전체를 놓고 봐도 손에 꼽는다.
미궁에서 계속됐던 위화감.
하사신이 ‘아랑흑아’를 손에 넣은 것도. 당연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불꽃을 가지고 있던 것도 이제야 모두 이해가 됐다.
“저 멍청한 놈은 아무리 퍼줘도 일 하나를 제대로 처리 못 하네. 그냥 방관하고 있었으면 더 큰 혹을 붙일 뻔했어.”
보랏빛이 도는 장발의 머리카락.
알 수 없는 철로 만든 쇠사슬의 끝에는 여러 마리의 사냥개들이 묶여 있었다.
노스 이디크.
태고의 신격들 중에서도 최고위에 속하는 자로. ‘틴달로스의 사냥개’들을 지휘하는 모든 군주들의 왕이기도 했다.
‘빌어먹을. 하필 하사신에게 목줄을 채운 게 저놈이었다고?’
지금 상황에서 슈브니구라스 만큼이나 피하고 싶었던 괴물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그마나 다행인 건….
‘쇠사슬 한 개는 이미 써먹었다는 거겠지.’
진혁이 차분하게 머리를 식히며 절망감을 떨쳐냈다.
노스 이디크의 권능이 사기적인 건 맞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50층에서 전력을 다 발휘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
탑 밖에서는 상당한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금 놈이 쥐고 있는 쇠사슬 개수가 2개 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라든가.
‘큰 능력은 한 번, 위력이 떨어지는 건 두 번 정도만 버티면 돼.’
그 고비만 넘기면 이쪽의 승리다.
“호오. 그토록 거대한 심상결계를 만들어낸 직후이거늘. 아직도 싸울 생각이 있는 건가? 과연, 어떤 걸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되는구나.”
노스 이디크가 두꺼운 털 외투에 푹 파묻힌 채 물었다.
흥미롭다는 표정이 퍽 역겹다.
그래. 아주 누구는 피똥을 싸면서 싸우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체력이랑 마력을 빵빵하게 충전시키고 왔다 이거지?
진혁이 곧바로 새로 얻은 능력을 꺼냈다.
[‘아랑흑아’가 발동됩니다!]손을 뻗는 것만으로 발동되는 즉발기.
공간을 도려내는 이빨들이 정확히 노스 이디크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콰득! 콰드득!
하지만, 이빨들은 살 속으로 파고들기 직전 무언가에 막혔다.
“능력 복사라. 니알라토텝에게 전해듣긴 했지만, 참으로 신기한 능력이구나. 송곳니의 날카로움이나. 사각을 찔러오는 타이밍을 보면, 오히려 하사신 녀석보다 능력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은 것 같군.”
“칭찬 한 번 고맙네. 대가로 이 다음엔 엉덩이라도 깨물어줄게.”
“후후. 미안하지만, 이번엔 내 차례다.”
[두 번째 쇠사슬이 개방됩니다!] [노스 이디크가 스킬 ‘틴달로스의 포효’를 소환합니다!]화르륵!
허공에서 거대한 불꽃이 일어났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홍염의 띠는 초가 지날수록 그 크기를 더해나갔다.
타닥타닥!
공기 중에 갑자기 발화 현상이 일어났다.
미궁 여기저기에서도 화염이 솟구쳤다.
[스킬 ‘빙하천결’이 발동됩니다!]눈송이들이 모여들었다.
이미 말라붙어 버린 대기에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눈송이들은 아무리 뜨거운 겁화 속에서라도 그 꽃을 개화했다.
“도울게요!”
서리혼령 역시 가세했다.
쿠쿠쿠쿠쿠!
녹아내리려는 눈꽃에 새하얀 냉기가 더해졌다.
[벨토르가 고대 결계 ‘담청색 호수’를 불러옵니다!]“여기서 저런 괴물이랑 만나는 것까진 계획에 없었는데.”
벨토르 역시 혀를 차면서 결계를 불러왔다.
콰콰콰콰콰쾅!
이어진 것은 거대한 화염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대결계의 격돌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의 폭풍.
빙하천결로 만들어진 얼음이 모조리 증발해버렸고. 벨토르의 대결계 역시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박살났다.
그럼에도.
“후우.”
견뎠다.
더 많은 쇠사슬을 이용한 공격이었다면 모를까. 하나짜리로는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하하! 대단하도다. 마치, 엘더 갓과의 전쟁을 떠오르게 만드는구나. 능력과 격 그리 배짱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아.”
실패한 게 조금도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듯하다.
노스 이디크는 오히려 이 상황이 더욱더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마지막 카드를 사용했다.
[‘세 번째 쇠사슬’이 개방됩니다!]이번에는 공격형 능력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강제로 이곳에 불러오는, 소환진이라고 봐야 하리라.
[49층의 존재가 현현합니다!]양쪽에 솟은 뿔.
상당히 미남자의 모습을 한 것과 달리,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제천대성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십이지신 중 하나, ‘우마왕’이다.
결국. 태고의 존재들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바.
그러나.
“……!?”
우마왕의 옆에는 진혁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버릴 수밖에 없는 이가 함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