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81
781화. 49층 ‘십이지의 세계’ (2)
콰콰콰콰콰콰!
요동치는 마력.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폭풍이 49층 전체를 집어삼켰다.
빠르게 달리던 진혁이 힐끗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방향을 바라봤다.
콰지직!
파츠측!
검은 먹구름과 함께 쏟아지는 뇌우(雷雨).
제천대성의 분노가 바로 코앞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
‘일단은 내 쪽에 서주기로 한 건가.’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당장 크게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걸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
태고의 존재들이 50층의 진입을 막기 위해,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허점이 많이 생길 거라는 뜻이기도 하지.’
다른 층계의 존재들 역시 자신이 속한 곳보다 아래로 가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코인이든 성유물이든 마정석이든.
꽤나 타격이 있다고 느낄 만한 등가교환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태고의 존재들은 다른 층계에 비해 훨씬 더 특별한 제약이 걸려 있을 터.
네크로노미콘의 해방으로 인해 그 제약이 다소 완화가 되었다고 한들, 무언가 소중한 걸 내놨을 것이다.
‘가능하면 이번에 지불하는 게 그거였으면 좋겠는데.’
노스 이디크 정도가 현현했다는 건 가능성이 꽤나 있어 보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울창하던 숲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지점에 도달했다.
화르륵!
여기저기서 솟구치는 흑염.
부서진 바위와 거대한 구덩이들이 여기저기 파여 있었다.
방금 전까지도 격렬한 전투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여기저기에 묘족과 언데드 병사들의 시체들뿐. 청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불꽃이로구나.”
엘리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더 이상 태울 것이 남아있지 않는 곳에서도 타오르는 잔불.
단순히 무언가를 소멸시키는 게 아니라, 그 일대에 지독한 저주를 남기고 있었다.
‘절망의 왕관’이 지닌 효과다.
“제 얼음에도 저항을 하는 걸 보면, 평범한 불이 아니에요.”
서리혼령도 눈송이를 갉아먹는 불꽃을 보며, 표정이 살짝 굳었다.
제대로 마음을 먹고 능력을 발동한 건 아니었으나, 하사신보다 훨씬 더 상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확실히.
‘놈의 불꽃은 이질적이긴 하지.’
거기에 모든 왕관들 중에서 가장 비밀이 많은 ‘절망의 왕관’까지 있으니, 제아무리 고대의 등반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놈이 모르는 게 한 가지 있다.
진혁이 옆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테레사가 나섰다.
“저한테 맡겨 주세요.”
“신성력으로 정화하려고? 아무리 성녀 클래스라고 하더라도 힘들어 보이는데….”
엘리스가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었다.
“있어 봐.”
진혁이 느긋하게 팔짱을 꼈다.
[‘인격’이 변화됩니다!]쏴아아아….
온순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대신 차가운 어둠이 몰려왔다.
금발이 검게 물들며, 타락한 성녀가 거대한 검을 어깨에 기댔다.
“으음. 기분 좋은 향기가 가득한 곳이네. 웬일이야? 이런 상큼한 곳을 다 알고?”
테레사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몸까지 가늘게 떠는 걸 보니, 이 불길함이 정말로 몸에 잘 맞는 듯 보였다.
“이면에서 고생하는 게 좀 안쓰러워 보여서. 이번에 회포 좀 풀게 해주려고 했지.”
“어머나. 기특한 말도 다 할 줄 알고. 우리 순딩이가 많이 좋아하겠어.”
“바보 성녀!”
“꼬맹이는 언제나 함께구나. 기품이 없는 건 여전하네.”
“야!”
엘리스가 꼬챙이를 꺼내려고 하는 찰나, 진혁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시간 없으니까. 이것부터 빨리 다 흡수해줘.”
“그런 거라면 사양하지 않으마.”
테레사가 혀로 입술을 핥으면서 불꽃을 향해 다가갔다.
후우웁!
더욱더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자, 지면에 붙어있던 불꽃들이 모조리 빨려들어 갔다.
[‘암속성’이 강화됩니다!] [스탯 ‘암흑’ 포인트가 +3만큼 상승합니다!] [스탯 ‘암흑’ 포인트가 +6만큼 상승합니다!] [스탯 ‘암흑’ 포인트가 +1만큼 상승합니다!]테레사의 몸 주위에서 피어오르던 마력이 더욱더 짙게 변했다.
“호오.”
“이런 게 가능할 줄이야.”
엘리스와 서리혼령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1초 단위로 강해지고 있는 테레사는 직접 보면서도 믿기 힘들 정도의 성취를 이뤄내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좋아. 역시 예상대로네.’
진혁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페르무트는 까맣게 모르고 있겠지만. 이쪽에는 놈의 불꽃을 포식할 수 있는 카드가 있다.
게다가.
여기엔 단순히 마력을 증폭시키는 것 외에도 또 다른 효과가 있었다.
불꽃을 삼키던 테레사가 갑자기 저 먼 곳을 바라봤다.
“저쪽으로 60km, 지점. 거기에 이 불꽃의 주인이 있어.”
바로, 페르무트가 있는 곳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테레사라면 나중에는 놈의 의도와 계획까지도 읽어낼 수 있는 경지에 오를 것이다.
청하가 있는 곳을 특정하자 진혁이 바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구출과 페르무트의 근거지에 있는 아이템들을 뽑아먹으려면, 이쪽을 최우선 순위로 둬야만 한다.
아, 가기 전에.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됩니다!] [‘5대 원소의 정령수’들이 주인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말랑흑두루미’가 소환됩니다!]“불렀어 주인?”
운디네가 작은 팔로 경례를 했다.
“이 쪽지를 연화나 태민이한테 전해줘. 여기 분위기가 흉흉하니까 꼭 말랑흑두루미의 기상개변 안에서 움직이고.”
“크흠! 고귀한 이 몸에게 다소 쉬운 임무이긴 하다만… 주, 주인의 부탁이라면 들어야지. 절대 불평한 게 아니니까. 그 검 좀 내려놔라.”
“그래. 부탁할게.”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정교하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야만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
어두운 공간 안에서는 남자와의 전투에 패한 운영자들이 구속되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특이한 형태의 결계.
운영자들 역시 그 이질적이고 생소한 영역에 갇혀 지금까지도 탈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구성.
이 형태.
시련의 탑에서 존재하지 않는 종류다.
‘설마.’
아니겠지.
그 영역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가 자신 외에 또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건 이 세계에 있는 가장 은밀하고 두려운 비밀이었으니까.
수리부엉이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나저나 의도가 뭔지 짐작이 되질 않아.’
죽일 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일종의 유희?
아니면 단순한 변덕?
무엇이 됐든 그저 남자의 기분에 따른 일이었고. 언젠가 그 기분이 뒤틀어진다면 그 즉시 자신들은 전부 먼지가 되어버릴 거라는 것이다.
‘혼돈의 즙’.
50층의 식물로부터 채취한 액체.
이걸 이용한다면….
서걱!
수리부엉이가 손톱으로 손바닥을 그었다.
살 안쪽에 감춰두었던 보라색 즙이 바닥에 떨어졌다.
남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생겨난 아주 작은 틈을 파고들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걸 이용해서 빠져나갈 수 있는 건 단 한 명뿐.
워낙 소량만을 챙겨왔기 때문이다.
“지금이다…. 어서, 거라.”
모든 운영자들이 수리부엉이를 떠밀었다.
“하, 하지만.”
수리부엉이가 말을 더듬었다.
탈출한 뒤에 남겨진 자들이 어떤 꼴이 될지 뻔했기에.
구하러 올 때까지 버틸 확률은 거의 없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어쩔 수 없어요. 당신이라도 가지 않으면….”
2닭이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자신에게 있는 운영자의 고유권능이 담긴 정수를 건넸다.
이미 추출이 완전히 끝난 순수한 결정체.
다시 이걸 집어넣더라도 생명이 꺼지는 걸 막을 순 없으리라.
나머지 운영자들도 그녀와 뜻을 함께했다.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수리부엉이가 그 모든 짐을 짊어졌다.
파츠츠!
쩌저적!
[‘임시 게이트’가 닫힙니다!]결계 사이로 나타난 아주 작은 틈.
수리부엉이가 몸을 비집어 넣었다.
순간, 엄청난 압력이 전신을 짓눌렀다.
쿠쿠쿠쿠쿠쿠!
압축되어 찌부러지는 듯한 감각.
임계점을 넘은 통증이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공간이 갈라지며, 한 명의 그림자가 쓰러지듯 튀어나왔다.
“허억. 허억….”
수리부엉이가 간신히 정신을 붙잡았다.
당장이라도 기절해버릴 것만 같았지만, 여기서 쓰러졌다간 곧바로 추격대에게 붙잡힐 것이다.
‘최소한 시스템 안전지대까진 가야 해.’
49층에는 그래도 다른 층계에 비해 운영자들이 ‘블라인드 스팟’이라 부르는 장소가 많았다.
수리부엉이가 남아 있는 모든 마력을 쥐어 짜냈다.
목적은 둘.
첫 번째는 십이지의 세계에 어딘가에 있는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접선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만나야 해. 반드시.’
남자에 대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희망.
릭 헤네시.
암울하기 짝이 없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탑의 설계자를 찾아야 한다.
설령.
‘내가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툭.
무거운 첫 발걸음이 옮겨졌다.
***
툭.
“여기야.”
테레사가 발걸음을 멈췄다.
겉보기에는 관광지에서나 볼 법한 꽤나 근사한 폭포와 호수가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기감을 조금 집중하자 얼핏 봐서는 놓치기 쉬운 포인트들이 드러났다.
우우웅!
희미한 검은색 가루들이 뿌려져 있다.
“흑마법인가.”
엘리스가 손가락으로 그 가루를 훑었다.
“그래. 그것도 상당히 고위급이야. 확실히 놈의 흑염을 흡수한 보람이 있네.”
“뭐, 저기 있는 꼬맹이보다야 내가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
테레사가 다시 한번 이죽였다.
엘리스가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 이불에서 사이좋게 있던 게 맞는지 싶다.
길게 한숨을 내쉰 진혁이 가루로 만들어진 마법진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최상위 네크로맨서답게 저주와 흑마법을 응용한 게 제법이긴 한데, 안됐지만 상대를 너무 잘못 만났다고 생각해라.
마법진의 배열이 바뀌는 것과 동시에. 검은 가루들이 테레사의 입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대마법 ‘검은 밤의 경계’가 왜곡됩니다!] [‘경계알람’이 일시적으로 작동을 중지합니다!] [‘시야 왜곡’ 효과가 사라집니다!]파츠츠!
보이던 광경이 무너지며, 페르무트의 거점이 본 모습을 드러냈다.
꿀렁꿀렁!
녹색 용암이 흘러내리는 폭포.
온갖 해골들이 배회하는 마경이다.
‘호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특이한 형태의 본 드래곤을 비롯해, 고대 흑마술을 연성하는 리치들부터 대영웅급으로 만들어진 데스나이트까지.
다양한 종류의 군단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절망의 왕관’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주입받아 1분 1초가 다르게 강화되는 건 덤이었다.
바로 그때.
“저 앞에… 묘왕이 계세요.”
서아리가 손가락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