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82
782화. 절망의 왕관의 주인 ‘페르무트’ (1)
검은색 수정 구슬 앞.
페르무트가 화과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를 바라봤다.
콰콰콰콰콰콰!
여의봉을 휘두르는 제천대성이 앞에 나서자 수많은 축족의 전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과연, 최강이라 불릴 만하군. 49층 아래에서 적수를 찾는 게 더 어렵겠어.”
슈브니구라스를 마주하고도 살아남은 천마의 상위호환.
저 괴물 앞에선 숫자상의 이점이라는 말은 존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키이이이잉!
틴달로스의 사냥개 중 하나인 바르어비스가 개입함에 따라 전투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촤르륵!
노스 이디크로부터 하사받은 황금 사슬.
그걸 이용한 절대 판정의 ‘제약’과 ‘구속’으로 인해 제천대성의 움직임과 행동반경이 유의미하게 제한되었다.
처음 상대해보는 종류인데다, 함께 데리고 온 50층의 사념체인 쇼거스들의 협공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고 생각해라. 화과산의 왕이여.”
페르무트가 수정 구슬에서 시선을 뗐다.
굳이 더 살펴보지 않더라도 이변이 일어날 일은 없을 거다.
현재 화과산에는 바르어비스뿐 아니라, 사왕과 우마왕을 비롯해 여러 왕들의 대군이 진군하고 있는 상태.
거기에 여차하면 자신을 비롯해 그분의 명령을 받는 여러 특수전력들까지 가세할 예정이다.
툭.
페르무트가 수정구 위에 덮개를 덮었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싸움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그게 아니라도 지금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그 도망자의 위치를 찾아내는 거라든가.”
그분의 위대한 계획을 방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불안 요소.
그 실낱 같은 확률을 잘라내려면 자신이 더 완벽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콰아아앙!
거대한 동굴 전체가 뒤흔들렸다.
“키에에!”
“크오오!”
외곽 경비를 맡겼던 언데드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침입자라고?”
페르무트가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분명, 이곳은 왕들이 아닌 한 찾지 못할 정도의 장치를 해두었는데.
대체 누가…?
“강진혁입니다.”
“동료들도 데리고 왔군요. 엘리스와 테레사 그리고 서리혼령과 묘족입니다.”
옆에 있던 데스나이트와 리치가 대신 대답했다.
“청하의 마력을 쫓아온 건가. 제법이군. 전투 뿐 아니라 흑마법에도 조예가 깊구나.”
“어떻게 할까요?”
“놈은 태고의 존재들마저 사냥한 괴물. 일반병사들로는 피해만 키울 뿐입니다.”
“그래. 어설프게 대응했다가는 전멸하는 건 우리 쪽이 될 수도 있겠지.”
릭 헤네시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 변수.
50층을 위협하고 그분의 목에 칼을 들이밀 수 있는 사냥개가 한 마리 더 있었다.
“내가 직접 가겠다. ‘연성진’을 발동시켜라.”
대어를 잡으려면 그에 걸맞는 걸 사용해야 하는 법이다.
***
콰콰콰콰콰콰콰!
위로 올려친 검격이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 냈다.
“흐응. 여기가 아주 딱 나한테 맞네.”
테레사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끝없이 몰려오는 마기의 파도.
베어버리고 찢어도 계속해서 사냥감들이 굴러 들어와 주니 더할 나위가 없다.
[스탯 ‘암흑’ 포인트가 +0.01만큼 상승합니다!] [스탯 ‘암흑’ 포인트가 +0.004만큼 상승합니다!] [스탯 ‘암흑’….] [……상승합니다!]뭐,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놈들이 나오지 않다보니 오르는 수치는 미미하긴 하다만.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난다면 꽤나 달달한 맛이 느껴질 거다.
“근데, 너무 움직이면 근육이 배기는데… 기왕이면 한 번에 와주면 안 될까? 이 언니가 조금 바쁘거든.”
테레사가 대검을 앞으로 뻗었다.
[‘타락한 성호’가 발동됩니다!]우우우웅!
검보라빛으로 물든 십자가가 솟구쳤다.
두려움이라는 감정 자체가 없는 언데드들조차 뒷걸음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어, 엄청나네요.”
서아리가 그런 테레사를 보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훗. 고작 저 정도 가지고. 짐은 더 강하느니라.”
“지, 진짜요?”
“물론이다. 저 바보성녀는 고귀한 밤의 귀족이 지닌 힘의 10%만 사용해도 먼지로 만들어버릴 수 있지.”
“완전 어려 보이시는데… 대단하네요.”
빠직.
어리다는 말에, 엘리스의 이마에 작은 힘줄이 돋았다.
“짐이 원래 모습만 되찾는다면, 저런 몸보다 훨씬 더 굉장하다는 것도 기억해줬으면 한다. 지금 이 모습만 가지고 짐을 판단하지 말란 의미다.”
“예?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아무튼! 명심해 두란 말이다!”
“예? 예!”
엘리스가 질 수 없다는 듯 양 주먹을 꼭 쥐었다.
‘그나저나, 상급 언데드들은 하나도 투입하질 않네.’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진혁은 날카롭게 전체적인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얼핏보면,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페르무트 그 늙은 구렁이가 절대 호락호락 자신의 안방을 내어줄 리 없었다.
아마, 이 타이밍이면….
시선이 빠르게 움직였다.
파츠츠!
동쪽 숲의 끝으로부터 희미하게 연기들이 피어오르는 게 보인다.
다음은 남쪽.
다음은 서쪽.
역시, 그런 생각이었나.
시작부터 아주 과감한 수를 던지려고 하네.
확실히 저건 지금 만져두지 않으면 꽤나 골치 아파질 수 있다.
“여기서 애들하고 좀 놀아주고 있어.”
“계약자는 어디 가려고?”
“뒷방 어르신이랑 잠깐 대화를 나눌 게 있어서. 늦지 않게 올게.”
콰앙!
대답을 듣기도 전에 진혁이 몸을 날렸다.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됩니다!]“모기이이이!”
충분히 잘 먹고 쉬며, 체력을 충전해 둔 고구마가 나타났다.
진혁을 태운 고구마가 까만 날개를 활짝 펼치며 고속으로 날아갔다.
빠르게 바뀌는 풍경.
쿠쿠쿠쿠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거대한 암흑성소(暗黑聖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괴하면서도 웅장한 크기다.
이 세상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흉측한 건축물들이 연신 주위의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움. 드. 아카르바.”
“오옴. 사바트라 마.”
“울르카. 오 새라미.”
그 주위에서는 눈알이 없는 광신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고대 마계어가 쓰여진 경문들이 은은한 빛을 내며 불타올랐다.
동시에.
“욱.”
비릿한 피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온 시야가 빨갛게 물든다.
얼마나 산 제물들을 갈아넣었으면 벌써 연성진의 절반 이상이 완성되어 있다.
“쓸어버려.”
진혁이 고구마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기이이이!”
흉흉한 광경에 분노한 건 고구마 역시 마찬가지.
잔뜩 볼을 부풀린 고구마의 입에서 브레스가 뿜어졌다.
화르륵!
뜨거운 겁화가 광신도들 한복판에 작렬했다.
살은 물론 뼈까지 녹여버릴 만큼 뜨거운 겁화다.
이제 저 의식도 당분간은 못 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우움…. 드, 드 아카…바.”
“사크으 바트라아.”
전신이 타들어가는 와중에도 광신도들의 기도는 멈추지 않았다.
통각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 그것마저도 잊어야만 하는 집념에 옭매여 있는 것이다.
바로 그때.
“왔구나!”
제단의 가장 위쪽에서 리치가 소리쳤다.
[엘더 리치가 고유능력 ‘호라드 헬름’을 발동합니다!]섬뜩한 음성과 함께, 녹색 섬광이 뿜어졌다.
고구마가 곡예비행을 하며 날아오는 섬광들을 피했다.
성소 주위로 다수의 리치들이 영창을 준비하는 게 보인다.
‘귀찮게 하네.’
툭.
진혁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타난 곳은 엘더 리치들이 있는 한복판.
서걱!
단검이 횡으로 가로지르자 다섯 엘더 리치의 몸통이 반으로 쪼개졌다.
[압도적인 검격에 의해 호라드 실드가 박살납니다!]실드 따위는 무의미하다.
대등한 급의 능력으로 상쇄시키지 않는 한, 종횡무진 움직이는 진혁의 공격을 방어할 수 없었다.
“큭!”
“놈이 날뛰지 못하게 막아라!”
“성소를 지켜야 한다!”
반 박자 늦게 호위격인 데스 나이트들이 튀어나왔다.
유령군마를 타고 거침없이 질주하며, 진혁을 사방에서 노렸다.
이 녀석들 역시 엘더 리치들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데스나이트를 한참이나 초월한 상위 개체다.
하지만.
[아공간이 개방됩니다!]“마스터!”
그런 상위 종에도 급이라는 게 있는 법.
데스 블레이드를 흩뿌리며 등장한 티본이 질주하자, 수십 기가 넘는 데스나이트들의 목이 몸에서 달아나버렸다.
마법도.
검도 소용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의 고위 언데드들을 처리한 진혁이 성소의 중심에 도달했다.
우선 이것부터 처리해볼까.
성소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마정석 앞에 선 진혁이 손바닥을 펼쳤다.
[고유능력 ‘원 아이 문’이 발동됩니다!]허공에서 완전 개방시킨 게 아닌 미니 버전.
손바닥 위로 나타난 눈에서 눈부신 광채가 점멸했다.
“마, 막아!”
“안 된다!”
살아남은 엘더 리치들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목숨보다도 소중한 위업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려 했기에.
물론, 그런 애절한 부탁을 들어줄 진혁이 아니었다.
[고구마가 ‘피어’를 발동합니다!]“모기!”
쩌렁쩌렁 울려퍼진 고함이 모든 몬스터들을 짓눌렀고.
그 사이에 완성된 원 아이 문의 마력이 한 점을 향해 쇄도했다.
퍼퍼퍼퍼펑!
마정석이 반으로 쪼개지며, 뒤에 있는 성소 역시 불덩이에 휩싸였다.
이걸로 의식의 속도를 대폭 깎아내는데 성공했다.
“흐음.”
새로운 목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
진혁이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등줄기를 향해 흘러내린 식은 땀.
접근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페르무트.
화려한 왕관을 쓰고 있는 이 영역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근! 두근! 두근!
엇박자로 날뛰는 심장.
아무리 페르무트가 왕관을 한 개 소유한 데다,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이런 위압감과 이질감을 내보일 순 없었다.
놈의 전력을 아무리 높게 잡아봐야 툴챠나 그로스보다 훨씬 아래였으니까.
그런데.
‘어째서지?’
의문은 길지 않았다.
앙상한 해골의 심장이 있는 위치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설마.
“이식…을 받은 거냐?”
“호오. 이것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건가?”
페르무트가 신기하다는 듯 진혁을 바라봤다.
모를 리가 없지.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땅거미의 저편’이라 불리는 마석.
정확히는 ‘엘더갓들의 심장’들로 만들어진 영혼석이었다.
저 크기와 색깔.
거기에 내재되어 있는 마력의 질을 고려하면….
적어도 셋 이상의 고위 엘더갓들을 사냥해서 만든 게 틀림없었다.
잠깐.
진혁의 눈매가 한층 더 가늘어졌다.
영혼석에 새겨진 검상들이 꽤나 상당히 익숙했기 때문.
“유성이를 데리고 뭘 하나 했더니… 엘더갓들을 사냥하고 있던 거였냐.”
놈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는지 조금이나마 감이 잡혔다.
동시에 지금의 천유성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경지에 다가가고 있는지 실감이 났다.
“눈치가 빠르다고 하더니. 상상 그 이상이로구나. 하지만, 이제와서 알아차려 봐야 너무 늦었다.”
“성소 하나가 박살난 마당에 여유를 부리는 건 너 쪽 같은데?”
“아니.”
페르무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리를 한다면 의식을 끝내는 거야 그리 어렵지 않아. 단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먹잇감이 오냐마냐의 문제가 있을 뿐이지.”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따악!
페르무트가 손가락을 튕겼다.
쩌저저적!
한줄기 빛줄기가 성소 아래를 향해 내리꽂혔다.
[‘크로노스의 회중시계’가 강제로 발동됩니다!]우두둑! 콰드득!
빛줄기가 단숨에 거대한 남성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사정없이 심장이 있는 곳을 향해 파고들었다.
“크아아악!”
성소 아래에 갇혀 있던 올림포스의 신격이 비명을 내질렀다.
올림포스의 주신 ‘크로노스’.
포로로 잡힌 뒤, 이 순간만을 위해 봉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주르륵.
넘쳐흐른 피가 단숨에 성소를 완전히 활성화시켰다.
[의식이 완성되었습니다.]동서남북.
각기 다른 장소에 있는 성소들로부터 거대한 빛줄기가 솟구쳐 올랐다.
[아포칼립스 ’언약‘의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페르무트가 준비한 칼날이 먼저 진혁의 심장에 닿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