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83
783화 절망의 왕관의 주인 ‘페르무트’ (2)
아포칼립스 언약.
탑 전체의 생태계를 붕괴시켜 버릴 수 있는 최악의 이벤트 중 하나다.
스팩업을 상당히 한 지금이라면, 어지간한 언약 쯤이야 상대가 가능하긴 했으나.
문제는 그 타이밍이다.
십이지들이 본격적으로 제천대성을 압박하고 있는 지금. 이곳에서 전력을 다 발휘한다는 건 여러 가지로 손실이 컸다.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어떤 종류의 언약이 찾아오고 있는 건지도 감이 잡히질 않았다.
‘가능하면 좀 약한 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진혁이 입술을 깨물며 얼마 되지 않는 가능성에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띠링!
띠링!
띠링!
[7개의 ‘금제’가 해제됩니다!] [3개의 ‘봉인’이 파훼됩니다!] [111개의 ‘구속’이 부서집니다!]연이어 등장하는 붉은색 상태창들과 함께 연보랏빛 연기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마신 ‘탈하사’가 해방됩니다!]마지막으로 떠오른 상태창은 가정할 수 있는 경우의 수중에서 최악을 암시했다.
쿠쿠쿠쿠쿠쿠!
연기가 걷히면서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외형.
눈도 입도 없다.
100m가 넘는 아득한 크기에 모든 게 검게 채색된 거대한 어둠만이 가득할 뿐.
‘결국 깨운 건가.’
마계 전쟁 당시에 마신이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게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정확히는, 니알라토텝이 마신을 복종시킨 거였지만.
“크하하하! 과연, 듣던 것보다 더 엄청나군. 단순히 힘의 강함을 떠나서 모든 마(魔)가 도달해야 하는 이상향이로구나!”
페르무트가 양팔을 활짝 벌리며, 전율에 몸을 떨었다.
저릿저릿.
소름돋게 불길하고 끔찍한 무언가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신 자체의 권능도 대단하긴 했으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이 정도 격을 발휘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유가 있다면….
페르무트와 마찬가지로 저 마신에게도 태고의 성유물이 이식되어 있는 탓이겠지.
‘탐식의 눈’이 탈하사의 가슴 한복판으로 향했다.
그곳엔 유일하게 색(色)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연보라빛이 도는 특유의 소용돌이.
‘슈브니구라스의 정수’인가.
그 녀석도 어지간해서는 자기 걸 나눠주지 않는 성격인데. 지금까지 이쪽에서 계속 긁힌 게 상당히 열받긴 한 모양이다.
게다가.
[‘절망의 왕관’이 발동됩니다!]마신의 머리 위에 페르무트와 똑같은 형태의 왕관이 나타났다.
‘혼신공유’.
둘의 능력과 힘을 하나로 쓸 수 있는 특수능력까지 개방되었다.
“진짜 가지가지하네.”
진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에덴과의 전쟁에서 상대했던 적들의 총력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으니까.
“원래라면 그 원숭이 놈까지 한꺼번에 쓸어버릴 때 사용하려고 했지만, 네놈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전과를 올린 거겠지.”
“사로잡는다고? 죽일 생각은 없나 보네?”
“네 최후를 결정하는 건 내 소관이 아니다.”
페르무트가 지팡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
탈하사가 그 명령에 응답했다.
부우우웅!
하늘 높은 곳으로부터 수십 미터에 이르는 검은색 검이 떨어졌다.
구름을 베고.
지면으로 향하는 흉기.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
“우움. 페트라!”
“아크샤. 드 파라메론!”
“오. 드라카 디 라문타.”
몇 안 되게 살아남은 고위 신도들이 최후의 주문을 영창했다.
쩌저저적!
고대 흑마법이 발동되며 진혁의 발쪽에 해골들이 튀어나왔다.
“키에에!”
“끄르…르륵!”
덥썩!
공격을 하려는 의도가 아닌, 발을 붙잡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전부 다 베기엔….
…늦었어.
진혁이 하늘을 향해 눈송이들을 끌어모았다.
[빙하천결 ‘프로즌 스카이’가 발동됩니다!]눈송이와 공기중에 수분이 얼어붙으면서 거대한 방벽이 만들어졌다.
두께만 해도 몇 미터에 이르는 방패다.
콰드득!
검과 충돌한 얼음이 수천 조각으로 쪼개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콰콰쾅!
콰아아앙!
얼음 운석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
쏟아지는 파편들이 주변 일대의 지도를 완전히 뒤바꿔 버렸다.
그럼에도 검에 실린 일격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온다.
단검을 역수로 쥔 진혁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고유성창 ‘페이즈 2’가 발동됩니다!] [고유성창 ‘세라핌’이 발동됩니다!]검은색 기운이 진혁의 전신을 감쌌다.
[‘패도의 왕관’을 착용했습니다!]상대가 50층의 힘으로 다가온다면.
이쪽도 그에 걸맞는 힘을 보여줘야겠지.
콰콰콰콰콰콰콰!
검과 검이 한 점에서 격돌했다.
***
같은 시각.
조금 떨어진 장소에선 수많은 병력들이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태고의 편에 붙기로 결정한 십이지 연합이었다.
다들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세 명은 다른 십이지의 일원들과는 한 차원 다른 격을 뿜어냈다.
말과 인간을 합친 반인반수.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를 연상캐 하는 모습이다.
오(午)족의 장로 ‘아속’이었다.
“괴…물이로군.”
손에 쥐고 있는 창이 격렬하게 떨렸다.
“쉬잇. 저게… 한 인간이 가진 힘이라고요?”
사족의 장로 ‘구사화’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요염한 인간 여성의 상체에 긴 꼬리를 가진 게 특징적이었다.
쿠쿠쿠쿠…콰콰콰쾅!
태산처럼 솟구친 마신과 언데드 대군에 맞서는 인간.
당연히 몇 초도 되지 않아 싸움이 끝날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마신의 검이 지면에 닿는 순간 인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달라졌다.
왕(王)들을 마주했을 때나 느낄 수 있던.
아니, 어쩌면 그조차도 뛰어넘는 흉폭함이 여과없이 전해졌다.
각 족의 장로들인 자신들이 이럴 진데,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전사들은 어떻겠는가?
풀썩.
쿠웅!
그 압박감에 짓눌려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거나 픽픽 의식을 잃어버리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예외라고 한다면….
“겁 많은 놈들답게 이 정도로도 오줌을 지리려 하는 건가? 한심하기 짝이 없군.”
인(寅)족의 ‘수호’.
3m에 이르는 호랑이와 그를 따라온 일족들만이 아직까지 버티고 있었다.
“뭐라고?”
“함께 싸우는 동료에게 그런 망발이라니. 그 발언. 인족 전체의 의견인 건가요?”
아속과 구사화가 동시에 외쳤다.
그러나.
“동료라고?”
그 말에, 수호는 오히려 코웃음으로 받아쳤다.
“우리가 네놈 같이 약한 떨거지들과 함께 하는 건, 네놈들이 동료로 인정할 만큼 강하거나 쓸모 있기 때문이 아니다.”
크르르.
호랑이 특유의 문양을 따라 피어오르는 살기.
십이지 중에서도 강한 축에 드는 인족의 기운은 완벽한 포식자의 그것이었다.
아속과 구사화의 발끈하던 기세가 삽시간에 누그러들었다.
싸우게된다면 누가 이길지 너무나 뻔했던 탓이다.
“명심해라. 태고의 존재들이 아니었다면, 감히 너희는 우리와 같은 위치에 서 있을 수 없다는 걸.”
잡아먹는 쪽과 잡아 먹히는 쪽.
49층의 위계는 이미 확고하게 굳어져 있었다.
완벽하게 서열을 정리한 수호가 격전지 쪽을 향해 안광을 번뜩였다.
강진혁이라 불리는 인간은 어차피 자신들이 상대할 수 없는 존재. 애초에 이곳에 온 건 그자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묘왕을 구하러 오는 묘족 잔당을 전부 사로잡고. 그 외에도 다른 변수들이 개입하는 걸 막기만 하면 된다.’
철저하게 적의 전력을 갉아먹는 작전.
그리고 가능하다면,
엘리스나 테레사라 불리는 적의 핵심 전력이 치명타를 입었을 때를 노리는 게 최상이겠지.
만약, 둘 중에 하나라도 처리한다면 그 공과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터.
수호는 바로 그것을 노리고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전투가 10분을 넘어섰을 무렵. 테레사 쪽에서 아주 작은 흔들림이 포착되었다.
페르무트의 친위대라 할 수 있는 정예 병력들을 갈아넣은 끝에, 변수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셋 중에서 가장 약한 게 저 성녀인가.’
당장은 무리라도.
30분. 1시간이 지난다면 송곳니를 박을 기회가 나올 것이다.
피냄새를 맡은 인족들이 입맛을 다셨다.
“준비해라. 곧 움직인다.”
“죽여도 되는 겁니까?”
“갈기갈기 찢어버려라.”
“후후. 알겠습니다.”
인족들이 먼저 무장을 점검했고. 뒤이어 오족과 사족의 전사들 역시 이동할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완벽한 사냥을 위해 나서려던 바로 그때.
투두두두두!
갑자기 하늘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점멸했다.
“뭣이?”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수호였다.
“적습이다!”
“우와아악!”
뒤이어 나머지 전사들도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공습을 파악했다.
보이지 않는.
덧붙이자면 주위와 동화되어 있는 흐물거리는 것들이 미친 듯이 마력탄을 난사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주위가 지옥으로 변했다.
밀집대형을 유지하고 있던 데다, 워낙에 갑작스러운 기습을 허용한 탓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웬 놈들이냐! 우리가 누군 줄 알고!”
수호가 발을 휘둘렀다.
콰콰콰콰쾅!
호랑이 발톱을 띤 강기가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쾅!
스파크가 튀며 조각조각난 기체의 파편들이 떨어졌다.
“숨지 말고 나와라!”
수호가 크게 포효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그 분노에 대한 답변이 들렸다.
“이야. 호랑이가 막 뭐도 날려대네? 에버랜드에 보내면 사육사들이 엄청 좋아하겠어.”
“저런 애를 데려다 놓으면 하루 만에 망해버릴걸?”
유연화와 이태민이었다.
[비가시 모드가 비활성화 됩니다!]그걸 시작으로 엄청난 수의 드론들이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수송용 드론 위에 타 있는 건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선발대들.
“크흠! 역시 이 몸은 주어진 임무를 단 한 번도 실패하질 않는다니까.”
“주인한테 칭찬 완전 많이 듣겠다!”
말랑흑두루미와 운디네가 칭찬과 포상을 기대하며 한껏 어깨를 폈다.
“바글바글하게도 모여있네.”
“사람이 아니라서 베어버리는 맛은 좀 부족한데, 그래도 나쁘지 않지.”
메드레이와 아델이 무기를 고쳐잡았다.
“여기만 섬멸하면 화과산으로 이어지는 가장 안전한 루트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페시스가 지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쩌저적!
지면을 따라 그어지는 선.
1km에 육박하는 거대한 검상은 방금 전 일격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말해주었다.
‘무시무시하네.’
공격을 빗겨낸 진혁이 휘파람을 불었다.
공격력도 공격력인데, 더 큰 문제는 저 무지막지한 크기다.
벌써 몇 번이고 검으로 베었으나, 그다지 티가 나질 않았다.
게다가 더욱 찜찜한 건 당장이라도 모든 걸 쏟아부을 것만 같던 페르무트가 참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노리는 게 있다는 건데.’
뭔지 모르지만, 엘더갓과 슈브니구라스의 정수까지 손에 넣고. 마신까지 부활시킨 놈이 하려는 계획이다.
당연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으리라.
콰아아앙!
또 다시 대검이 진혁의 단검에 가로막혔다.
우두둑! 콰드득!
엄청난 무게에 지면에 셀 수 없는 균열이 일어났다.
무식하기는.
단순히 힘만으로 찍어누를 생각인가?
“구마야.”
“모기!”
“정령수들과 함께 놈의 거처로 가줘.”
아직 파괴되지 않는 3개의 성소에서 흘러나오는 마기.
그게 아주 조금씩 모이고 있는 장소가 바로 페르무트의 본거지였다.
무슨 장난질을 하고 있는 건진 몰라도. 안방이 쑥대밭으로 변하면 뭐라도 반응을 보일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