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87
787화. 왕관 쟁탈전 (2)
콰콰콰콰콰콰!
퍼어엉!
여기저기서 폭발하는 불꽃들.
그로스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쇼거스들이 사정없이 적진 한복판으로 파고들었다.
“막아라!”
“쳇!”
엘더 리치들과 데스퀸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생각보다 더 빠르게 전열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
찌꺼기로 만든 쇼거스들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게, 베이로둠이 부리는 쇼거스들은 격이 달랐다.
그래.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엄청나게 고위급 대마도사가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하지만.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겠다!”
페르무트가 고함을 질렀다.
[멸성마법 ‘어둠의 습격’이 발동됩니다!]거대한 흑운을 불러와서 모든 생명체들을 말라비틀어버리게 하는 광역 마법.
쇼거스들을 죽이는 것까진 힘들겠지만, 적어도 저 빠른 발을 묶어둘 순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파츠츠!
파치직!
베이로둠의 주위로 전격이 퍼져나갔다.
“저, 저건 또 뭐지?”
페르무트가 멈칫했다.
푸른 빛과 노란 빛이 교차하는 마력은 단언컨대 페르무트로서는 처음 보는 형태의 조합과 배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건 마법이 아니다.
진혁이 적당히 장난질을 해둔 거지.
일종의 시각 마술.
현대의 마술사들이 즐겨하는 트릭을 섞었으니, 당연히 페르무트가 당황할 수밖에.
방송 시절 별풍선 몇 개라도 더 벌고자 죽기 살기로 익혔던 게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단순히 눈속임만으로 페르무트를 계속해서 속이는 건 불가능했다.
[‘흑각 주사위’가 발동됩니다!]“후우….”
베이로둠이 모든 정신을 집중해 마력을 재분배했다.
보유하고 있는 마력의 질이 떨어지고 계약한 마왕의 수준이 어중간해서 그렇지.
베이로둠 자체의 재능이 어설픈 건 아니다.
적절한 서포트만 있다면….
……얼마든지 특유의 센스를 발휘할 수 있다는 뜻.
[‘검은 사도’의 권능이 발현됩니다!]베리엘로부터 받은 직속 사도의 권능.
진혁이 베이로둠에게 농후한 마력을 공급했다.
그러자.
쇼거스들의 움직임이 한 층 더 괴랄해졌다.
“키에에!”
“케에에!”
흑운을 요리조리 피하며, 더욱더 적진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뒤에서 마법진을 사용하던 베이로둠의 마법진 역시 몇 단계는 더 고차원적으로 변했다.
상쇄시키거나 파훼할 필요는 없다.
그저, 적절한 타이밍에 페르무트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을 정도면 충분했으니까.
[‘한정공유’ – ‘고인물의 공략집’이 발동됩니다!]베이로둠의 눈앞에 진혁이 전해준 공략들이 떠올랐다.
어느 타이밍에 무얼 사용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해야 상대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을지.
기타 등등에 관한 내용들이 상세히 기록된 정보들이었다.
덕분에 한참이나 아래인 베이로둠이 페르무트와 대등한. 아니, 정신적인 충격으로 보자면 오히려 그를 압도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리고.
콰아아앙!
베이로둠이 쇼거스들을 통해서 병력을 압박하고 있는 사이, 진혁이 마신 탈하사를 본격적으로 상대하기 시작했다.
쩌저적!
’빙하천결‘과 ’고대 결계‘를 섞은 오망성이 탈하사의 발밑에 떠올랐다.
아래에서….
…위로.
얼음기둥이 솟구쳤다.
혹한의 냉기가 발목을 따라 허리까지 이어졌다.
워낙에 거대한 데다, 특유의 마력 파장으로 인해 몸 전체를 다 얼리는 건 불가능하다.
다리를 묶어두는 것도 몇 초 남짓이 한계겠지.
’그걸로 충분해.‘
복사조건을 클리어할 수 있는 빌드업도 전부 다 해뒀으니, 이제는 마음 편히 눈앞에 있는 적을 박살내버리면 된다.
[구운흑둔술 ‘적 – 아랑흑아’가 발동됩니다!]붉은 이빨이 그대로 탈하사의 목젖을 물어뜯었다.
“크오오오오!”
어지간한 공격에는 신음 한 번 내뱉지 않던 탈하사의 입이 기다랗게 찢어졌다.
천지가 요동치는 비명이 터져나온 건 덤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
대검이 지면을 휩쓸었다.
고통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듯, 그야말로 무차별적으로 대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아앙!
엄청난 충격이 손목을 통해 전해졌다.
저릿저릿.
역시나.
‘페이즈2’ 상태에서도 정면 충돌은 그리 현명한 선택지가 아니다.
하지만, 샛길로 보낸 고구마와 정령수들이 페르무트의 본거지에만 도달할 수 있다면….
탈하사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우우웅!
저 먼 곳으로부터 하얀 빛줄기가 솟구쳤다.
화르륵…퍼퍼퍼펑!
고구마의 브레스가 숲의 일부를 송두리째 증발시켜버리는 것 또한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해 난장판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용맹의 왕관’이 새로운 주인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모기이이이!”
쩌렁쩌렁 퍼져나가는 드래곤 로드의 피어.
페르무트 역시 단기간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거점을 구축해놨으나, 각성한 고구마의 행보 앞에선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탈하사’에게 공급되는 마력이 줄어듭니다!] [‘언약’의 효과가 약화됩니다!]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
동시에.
탈하사의 주위에 몰아치던 검은 흑염들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탈하사의 저 튼튼한 재생력과 방어력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을 것이다.
좋아.
이 정도면 이제 요리해 볼 만하지.
상대는 깎아내리고.
반대로 이쪽은 기존보다 몇 배는 강해질 차례다.
[고유성창 ‘세라핌’이 발동됩니다!] [만상공유 ‘개벽의 계시록’이 발동됩니다!]기다란 날개 너머로 붉은 고리가 떠올랐다.
‘패도의 왕관’과 ‘신속의 왕관’이 하나로 합쳐지며 형언할 수 없는 마력의 폭풍이 솟구쳤다.
“언약이 굉장한 이벤트인 건 맞긴 한데.”
상대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 정도 고비쯤은 벌써 몇 번이나 넘어왔다.
파팟.
잔영마저 남기지 않은 진혁이 탈하사의 심장이 있는 곳에 나타났다.
양쪽으로 교차한 검이 번뜩였다.
[‘청 – 역섬(逆殲)’]탈하사가 본능적으로 대검으로 몸을 가렸다.
흑염이 진혁이 노리는 부분을 향해 모여들었다.
그보다 1초 남짓 빠르게.
진혁의 역섬이 대검의 표면을 강타했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일검.
파각!
작은 단검이 거대한 대검을 완전히 쪼개버렸다.
너무나 깔끔하고 아름답게 잘린 절단면에서 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당연히 그 뒤에 있던 탈하사 역시 그 온몸이 잘려나가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꺼어…으으….”
분수처럼 뿜어져나오는 대량의 피.
상처 부위의 재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슈브니구라스의 정수’가 죽음의 문턱에 반응합니다.]타탁!
보라색 화염이 일어났다.
검었던 전신에서 은은한 연보라빛 광채들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아직 저게 있었지.
‘엘더갓의 영혼석’이나 ‘슈브니구라스의 정수’가 남아 있는 한, 아직까지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다.
태고의 마력을 완전히 주입시켜서 광폭화의 상태로 승부수를 던질 건가?
아니면, 상처만 치료해서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것인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를 확인한 뒤에 그에 맞는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언약의 권능’ – 탈하사의 마검이 발동됩니다!]콰드득!
심장에 위치한 정수에 균열이 생겼다.
부서졌던 대검 위로 연보라빛을 띤 마검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한 방 승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일검에 결착을 보려는 것이다.
“화끈해서 좋네.”
진혁 역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 순간.
파팟!
두 개의 검격이 서로 다른 궤도에서 교차했다.
최속의 속도를 살린 검격이 각자의 심장을 노렸다.
망설이거나 겁에 질리는 쪽은 죽음 뿐.
마지막까지 보고.
피한다.
동귀어진이 아닌 오롯이 상대만을 죽여야 하는 승부였으니까.
카가가각!
거대한 검이 볼을 스치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진혁의 단검이 손을 떠났다.
직선으로 뻗은 한 줄기 빛.
퍼어엉!
극한으로 응집된 마력이 탈하사의 심장을 꿰뚫었다.
“……!!”
가뜩이나 마지막 일격을 가하느라 약해질대로 약해진 심장은 진혁의 공격을 버텨낼 수 없었다.
쿠우웅!
거대한 몸체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띠링!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슈브니구라스의 정수 파편’을 획득하셨습니다!] [성유물 ‘검은 칼날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성유물 ‘언약의 문자’을 획득하셨습니다!]2레벨업과 함께. 다수의 아이템들이 떨어졌다.
게 중에는 군침이 절로 넘어갈 만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 확인하는 건 조금 뒤로 미뤄야 한다.
⁕⁕⁕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진혁이 마지막 목표를 바라봤다.
페르무트.
드디어 저 네크로맨서와 싸울 차례가 왔다.
그런데.
“잠깐.”
어딘가에 잠시 신경이 팔렸던 페르무트가 황급히 손을 뻗었다.
“뭐야? 시간을 끌려는 거라면….”
“네가 이곳에 온 목적. 그건 묘왕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녀를 순순히 넘겨주겠다.”
“눈물나게 고마운 제안이긴 한데. 어차피 그거야 네놈을 정리하고 나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가지고 온 회심의 카드들이 죄다 박살나고 있는 와중에 들어올린 백기치곤 매력이 1도 없네.
“왕관…까지 넘겨준다면?”
“……!?”
진혁의 손이 멈칫했다.
‘절망의 왕관’.
사실상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종결 아이템 중 하나로. 50층에 가려면 반드시 7개의 왕관을 확보해야만 한다.
제천대성이나 우마왕보다 먼저 페르무트에게 집착한 것도. 놈이 쓰고 있는 왕관을 빼앗기 위함이었으니까.
“너로서도 그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걸 텐데… 이렇게나 쉽게 포기한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 가 없는데?”
“그보다 급한 일이 생겼거든. 믿든 안 믿든 자유다만, 너로서도 나쁜 일은 아닐 거다.”
화과산이 있는 방향을 본 뒤에, 꼬리를 마는 게 수상한데.
그쪽에서 뭔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도 터진 건가?
왕관을 확보해도 제천대성 쪽에 변수를 만들어 49층 자체를 불가침의 영역으로 만들 계획이라면 어느 정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됐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꾸욱.
진혁이 다시 한 번 검을 고쳐잡았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왕관 역시 널 죽이고 빼앗으면 그뿐이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만,”
페르무트가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뼈와 뼈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유독 섬뜩하게 들렸다.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 건. 청하가 갇혀 있는 유리관.
그 안에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묘왕이 있었다.
“거절하면 왕관을 다른 층계로 날려버리지. 그리고 그 동안 청하는 이 불꽃에 서서히 타들어가 죽을 것이다. 아무리 네놈이라도 두 개를 동시에 해결하긴 힘들겠지?”
“……보내주기만 하면, 모든 걸 다 넘겨주겠다고”
“물론이다.”
페르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이 머릿속으로 빠르게 득실을 따졌다.
이미, 베이로둠을 통해 복사조건은 달성했다.
압도적인 절망이 아니라서 숙련도는 최하급이었으나, 어쨌든 목표했던 건 손에 넣은 셈이다.
그리고 놈의 말대로 최후까지 가면, 왕관이나 청하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럼 왕관이랑 청하 놓고 꺼져.”
“현명한 결정이다.”
페르무트가 마력을 거둬들였다.
동시에, 청하의 몸 주위에 있던 불꽃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럼, 이만 실례하도록 하지….”
페르무트가 아공간 마법을 시전하려 했다.
거래를 끝마쳤으니 자신의 본거지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콰득!
페르무트의 등뼈를 뚫고 칼날이 반대쪽으로 튀어나왔다.
“무, 무슨…?”
페르무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잔류월광으로 만들어낸 분신이 있었다.
페르무트의 뒤를 잡은 진혁이 그대로 단검을 잡은 손목을 뒤틀었다.
빠각!
영혼석이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이것저것 다 준 건 고마워.”
하지만, 어쩌냐?
이쪽은 약속을 일일이 지키지 않는 주의라서 말이지.
무엇보다 눈앞에서 처리할 수 있는 놈을 곱게 보내줄 정도로 마음이 여리지 못 하다.
“후회…할…거다.”
파스슥!
저주를 남긴 페르무트의 뼛가루가 허공을 따라 흩어졌다.
상태창이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나 본신이 아닌 분신이라는 뜻.
그래도 영혼석 1개를 파괴했으니 페르무트로서도 엄청나게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