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90
790화. 대거점, ‘화과산(花果山)’ (2)
“흥흥. 흐흐흐흥흥흥! 정찰대의~ 규율을~ ㅎ하핳!”
둠칫둠칫!
절로 나오는 콧노래에 맞춰 엉덩이가 좌우로 움직였다.
노력 대비 압도적으로 큰 성과를 냈을 때 나오는 진혁 특유의 행동이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적당한 상황 연출만으로 49층에서 가장 구하기 어렵다는 성유물 중 하나를 대량으로 입수했으니까.
비록 처음에 요구한 것보다 다소 적은 800개 정도로 타협을 봤긴 하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애초에 목표했던 게 800개이기도 했고.’
평소라면 그마저도 장로들의 반발이 하늘을 찔렀을 게 틀림없었다.
허나. 진혁이 제천대성의 분신을 위해 한 영상을 공개하자, 여론이 조금씩 반전되기 시작했다.
분신을 위해서도 저리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인간이라면….
…대체 얼마나 동료들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겠는가?
약속과 계약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적인 서사시는 모두의 심금을 울렸다.
그 결과가 이거다.
“참… 다사다난했지.”
진혁이 지난 며칠을 곱씹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고생이 많았다.
역시, 시련의 탑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게 맞다.
숭고한 희생정신과 열정을 가진 이에게는 더욱더 관대한 것도 맞았고.
그런 의미에서.
쫘아악!
손에 쥔 채찍이 거칠게 지면을 훑었다.
“오늘 밤 안에 전부 끝내야 하는 거 몰라? 설렁설렁 하면 아주 그냥 과즙에 너희들까지 퐁당 넣어서 정령주스로 만들어버리는 수가 있어!”
낑낑!
“히이익! 수, 숨 3번만 고른 거다 주인.”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그때… 대체 왜. 시험의 관문을 맡는 문지기 역할을 했던 거지 우리? 그냥 정령계에서 조용히 살았더라면….”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열심히 천도복숭아를 나르고 있는 소환수들.
“모기이이….”
“미요. 미으르요오….”
땡볕 아래에서 노동의 참된 맛을 느끼고 있는 걸 보니 괜시리 마음이 훈훈해진다.
역시 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리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다.
“주인. 팔에… 가, 감각이 없어.”
열심히 부채를 부치고 있는 실피드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래도 여기서 부채질하는 게 낫지 않겠어? 과즙농장 노예들의 삶보단 낫지 않을까? 아니면, 어떻게. 저기 일자리 하나 더 알아봐 줘?”
“주인이 시원해하는 걸 보는 거야말로 내 정령생을 통틀어 가장 보람찬 것 같아.”
“그래. 알면 됐어.”
진혁이 다시 느긋하게 노동의 현장을 바라봤다.
오룬이 특별히 제조한 대형 마법 솥에 천도복숭아를 넣고. 벨토르에게서 받은 조합식을 토대로 푹 고아낸다.
천연 천도복숭아 과즙.
정제율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으로 치면 대략 80% 정도의 순도를 보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약 100mL.
정말 적은 양의 100% 순도를 지닌 천연 과즙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화려하게 임팩트를 보인 게 큰 도움이 됐어. 덕분에 시간을 왕창 벌 수 있었으니까.’
언약을 막고. 페르무트를 쫓아냈다.
거기에, 드론들을 통해 십이지의 장로와 병력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최대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도록 선택지를 강제한 셈이다.
‘뭐, 그래봤자 오늘 밤이면 놈들이 움직일 테지만.’
화과산의 초입부.
거대한 마력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게 보였다.
시작부터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뜻이겠지.
제 아무리 화과산이 49층에서도 손꼽히는 대거점이라고 하더라도. 저 정도 강력한 괴물들의 공격을 무한정 견디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각 진형에 속해 있는 랭커들의 역량과 판단력.
그리고. 얼마나 더 상대의 틈을 파고들 수 있는지가 전쟁의 승부처가 되리라.
바로 그때.
저벅.
진혁의 곁에 익숙한 존재가 다가왔다.
이번 전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 중 하나인 화과산의 주인 ‘제천대성’이다.
그 옆에는 작은 소녀가 꼭 붙어 있었다.
유연화와 이태민이 데리고 온 삼장법사다.
“저녁 식사 시간에나 보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진혁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스승님을 모시고 왔다 들었다.”
“아차, 아까 말씀드린다는 걸 그만 깜빡했네요. 근두운을 찾는 과정에서 일행이 만났다고 하더군요.”
“저, 저놈들이 나를 꼬맹이 취급했다! 당장 여의봉으로 불경한 것들의 버릇을 고쳐주거라!”
삼장법사가 어린애처럼 고함을 지르며 삿대질을 했다.
천축에서 불경을 사다가 엿이라도 바꿔 먹은 건가?
나름 이 층계의 한 획을 그은 승려치고는 영 입이 저렴하네.
아니면, 그때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 이야기를 흐지부지 넘기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사람이 들어갈 때랑 나올 때가 다르다니까.
“진정하시죠. 스승님. 저 자들은 저희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제천대성이 헛기침을 몇 번이고 했다.
“스승님이 어른스럽지 않다는 건 이 세계에 있는 자라면 누구나….”
빠악!
“크악!”
법구가 제천대성의 머리를 가격했다.
어우야.
저건 좀 아프겠네.
하필이면 이마와 머리의 경계선에 맞았다.
“되었다! 제자 키워봐야 다 부질없다고. 못난 제자를 고쳐주려고 그 험한 곳을 돌아다니는 보람이 하나도 없구나!”
“아,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저야 항상 스승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보다는 저 자에게 더 고마워하고 있지 않느냐!”
음.
티격태격 하는 걸 보니, 저게 삼장법사 나름대로 질투심을 표현하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나랑 친한 게 불편했던 거였냐.’
진혁이 속으로 혀를 찼다.
제천대성이 간신히 삼장법사를 달래 보냈다.
“그나저나, 근두운은 잘 받으신 겁니까? 잃어버린 애마를 되찾았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을 텐데요?”
전장 전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아우를 수 있는 이동수단.
자체만으로도 최강으로 평가받는 제천대성의 무력과 합쳐진다면, 그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단언컨대, 어지간한 태고의 존재들마저도 전성기의 제천대성과의 1:1은 부담스러워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제천대성의 표정이 영 좋지 못했다.
오랜만에 애마를 돌려받은, 그런 기대감 넘치는 분위기가 아니다.
“사실… 문제가 좀 있다. 워낙에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이 아이가 내 말을 잘 안 듣더군. 아마도 내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퍼엉!
복슬복슬한 황금색 구름이 튀어나왔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근두운은 성유물이라기 보다는 신수나 환수에 조금 더 가까운 개념이었다.
오랫동안 자신을 잃어버린 주인에 대한 아쉬움과 토라짐이 과한 반발 작용으로 이어져 버린 건가.
이래서 밑에 있는 애들은 채찍으로 다스려야 하는 법인데.
진혁이 입맛을 다셨다.
근두운을 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제천대성을 보니, 채찍은커녕 꿀밤도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당장 마음을 다시 얻기가 힘들다는 겁니까?”
“그래. 적어도. 이번 전쟁에서는 무리일 듯 싶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달래줘야 할 것 같아.”
호오.
그렇단 말이지.
진혁의 머리 위로 작은 형광등이 켜졌다.
계륵이 되어버린 근두운.
저 귀한 걸 그냥 놀 린다는 건 엄청난 손실이다.
“그러면, 제가 근두운을 빌려도 될까요?”
툭 하고 던진 한 마디.
“뭐…?”
제천대성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설마 이런 요구를 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무례한 요구라며 화를 내진 않았다.
오히려 크게 웃음을 터뜨렸지.
“크하하하! 당돌한 친구로군. 안 됐지만, 근두운은 나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부릴 수 없는 아이라네. 그대가 평범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건 동의하네만 장담하건데 무리일 거야.”
“하하하. 그럼, 시도 정도는 해봐도 된다는 말씀이로군요.”
“굳이 헛심을 쓰고 싶다면야 얼마든지.”
확신에 찬 제천대성이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전재산을 걸라고 해도 걸 것만 같은 기세다.
하기야.
이 세계관에서는 제천대성이 유일하게 근두운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었지.
자신의 상식이 무너진다는 건 그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고유능력 ‘멘트라 테이밍’이 발동됩니다!]대상의 마음 깊숙이 파고드는 능력.
이미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고대종과 환수들을 경험하며 갈고 닦은 능력이 빛을 발했다.
‘안 됐지만, 근두운은 그 녀석들보다 난이도가 훨씬 더 낮아.’
원래. 연인과 막 헤어졌을 때가 가장 틈이 많은 법이거든.
적당히 따뜻한 위로와 상처를 보듬어준다면….
툭.
진혁이 근두운을 향해 가볍게 뛰었다.
폭신!
[환수 ‘근두운’이 당신에게 호감을 표합니다!]말랑말랑한 감촉이 부드럽게 발을 간질였다.
“마, 말도 안 돼….”
제천대성이 손가락질을 하며 말을 더듬었다.
“승차감이 좋네요.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귀한 사람이 귀한 걸 쓰는 법.
전쟁에서 아주 요긴하게 부려 먹어주도록 하마.
어디.
기왕 탄 김에 시운전이나 좀 해볼까?
‘이 정도 스포츠카를 뽑았으면, 들릴 데가 몇 군데 있지.’
진혁의 생각이 그대로 근두운에게 전해졌다.
파아앙!
길고 긴 황금색 줄기를 남기며.
근두운이 산의 반대쪽을 향해 날아갔다.
***
해가 막 떨어질 무렵.
화과산의 초입 부근에 자리를 잡은 엄청난 수의 병력이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화르륵!
거대한 불길이 타올랐다.
수십 미터가 넘는 모닥불 주위에는 태고의 존재들과 함께하기로 한 십이지의 왕들과 장로들이 모여 있었다.
“빈자리가 좀 있군. 그분들은 이 싸움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건가?”
곰방대를 툭툭 턴 거대한 호랑이가 주위를 훑었다.
인왕 ‘적호(赤虎)’.
제천대성과 우마왕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왕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호랑이들의 왕이었다.
2m 남짓한 체구에 인간과 호랑이가 뒤섞여 있는 듯한 외형.
호위하듯 서 있는 다른 호랑이들보다 훨씬 더 외소했으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일족 전체를 압도하고 있었다.
“바르어비스 님은 우마왕과 함께 잠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검은 개가 대신 답했다.
“어머나. 화과산을 앞에 두고 우마왕까지 데리고 가버렸다라…. 대체 얼마나 중요한 이유길래 제천대성을 상대하는 일이 후순위로 밀린 거죠?”
쉬잇.
뱀의 혓바닥이 낼름거렸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한 사왕 ‘백희’가 말속에 가시를 잔뜩 담았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일족으로서, 중요한 결전을 앞두고 전력이 빠져나가는 게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저희 아이들이 용들이 머물고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 소식을 전하자마자 두 분께서는 바로 움직이셨고요.”
검은 개가 군략 지도 위에 한 지점을 가리켰다.
정확히 화과산과 정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장소다.
진(辰)족은 워낙에 신묘한 비술로 자신들을 감추고 있어 접점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수색에 특화되어 있는 사냥개들이 마침내 베일에 쌓여 있는 용들의 거점을 발견한 것이다.
“호오.”
“그래서 별다른 말도 없이 사라진 거였나요.”
여기저기서 납득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진왕 ‘무진룡’.
신비로운 동양의 용들을 이끄는 절대자로 제천대성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무진룡의 실제 얼굴을 아는 자는 없었다.
그만큼 다른 십이지들과 접점이 거의 없다는 뜻.
이미 적대관계가 확정된 제천대성과 달리, 용들의 의중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같은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든든한 아군이 될 것이고.
만약 적이 된다면….
“굳이 배후에 위협 요소를 남기지 않을 셈이군.”
전쟁에 있어서 후방은 반드시 안전하게 보호해야만 하는 요소.
만에 하나를 위해서라도 용들의 확언을 받아내야만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파치칙!
갑자기 왕들이 모인 주위에 황금색 스파크가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