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97
797화. 태고의 생태계 (1)
[특수 성유물, ‘죽음을 불러 모으는 등불’이 밝혀집니다!]쏴아아아아….
연녹색의 광이 번뜩였다.
죽음을 불러 모으는 등불.
저건 그저 그런 평범한 성유물 따위가 아니다.
저릿저릿.
진혁이 49층에 와서 가장 긴장한 표정을 자아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등불은 바로 ‘아자토스’의 보물 창고에 잠들어 있던 것 중에 하나였으니까.
일전에 궁전에 침입했을 때 봉인해둔 3번 ‘부유하는 흑안’과 15번 ‘차원 브레이커’.
시간 관계상, 가장 중요하고 위협적인 것들 위주로 처리해두긴 했으나, 만약 여유만 있었다면 반드시 없애버리고 싶은 것들이 몇 가지 더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페르무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다.
[틈새유적 ‘산맥의 뿌리’에 서식하는 이들이 새로운 주인의 말에 관심을 보입니다.] [현재 호감 상태: 58%] [‘엘더 갓들의 정수’로 인해 호감 상태가 계속해서 상승할 겁니다.]태고의 생명체들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
저 등대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유적의 지배자가 된 것이나 다름없는 지위를 누릴 수 있다.
물론, 페르무트의 숙련도가 낮은 탓에 성유물을 100% 전부 다 활용하진 못할 테지만….
시작부터 58%라고?
저것만으로도 절망적인 수치다.
미친 듯이 사기적인 캐시템을 들고 오는 통에 아주 치가 떨려 죽겠다.
“반응을 보니 이게 뭔지 알고 있는 것 같군.”
“대충은.”
“그렇다면, 이걸 사용한 이상 네놈에게 승산 따위는 없다는 것도 알겠지.”
여유롭게 웃는 걸 보니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아주 부러워죽겠어? 주인 잘 만나서 현질도 빵빵하게 해주고. 밑바닥에서 아등바등 기어 올라온 흙수저는 서러워서 살겠나 이거.”
“후후. 정 불만이면 그분께 항복하고 목숨이라도 애걸해보거라. 혹시 아느냐? 자비를 베풀어주실지? ”
“안타깝지만, 누구 밑에 들어가서 빌빌거리는 취향은 아니거든.”
너무 사기적인 치트를 아무 대가 없이 얻는 건 고인물이 아니다.
밑바닥에서부터 악착같이 길을 찾아내고.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스릴을 즐길 줄 아는 게 천성이었으니까.
“안타깝군. 유일하게 살 수 있는 사다리를 스스로 걷어차버리다니. 그럼, 이 유적을 네놈들의 무덤으로 만들어주도록 하지.”
페르무트의 말을 끝으로.
“쉬에에에엑!”
“크오오오!”
“키에에에!”
찢어질 듯한 짐승의 포효소리가 울려퍼졌다.
아까 전에 사라졌던 어글리 히드라다.
쿵! 쿵! 쿵! 쿵!
5성급에 해당하는 태고의 몬스터가 그대로 동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온다.
“조심해요!”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서리혼령이었다.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어글리 히드라.
각기 다른 입에서 굵은 침이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몬스터들을 잡아먹고서도 여전히 허기가 지는 건가.
쩌저저적!
거대한 몸뚱어리가 그대로 다리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극저온의 냉기로 인해 이동에 제약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온 건 어글리 히드라만이 아니었다.
“피에에에!”
[5성, ‘고름 박쥐’가 ‘구원의 울음’을 발동합니다!]파아아앙!
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파장.
그 음파에 닿자 얼음에 균열이 생겨났다.
각종 ‘상태이상’을 강제로 파훼해버리는 능력. 거기에 특유의 검은 고름을 뱉으며 공격을 가해왔다.
치이이익!
서리혼령이 두른 얼음이 급속도로 녹아내렸다.
“너넨 짐이 상대해주겠다.”
꼬챙이들이 날아다니는 표적을 향해 발사되었다.
하지만,
부우우웅!
빠르다.
특유의 감지스킬과 공중에서 재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는 능력은 무수히 많은 꼬챙이들을 모조리 피해버렸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저마다 키득거리며 엘리스를 비웃었다.
“이 잡것들이 감히….”
엘리스가 곧바로 꼬챙이들을 소환하는 걸 멈췄다.
이런 식으로는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는 것마냥 끝이 없을 터.
우우웅!
대신, 막대한 양의 혈액이 구체 형태로 뭉쳤다.
‘블러드 익스플로젼’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한꺼번에 모조리 쓸어버릴 생각에서였다.
“우, 우리도 여기 있다고!”
진혁이 다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제대로 열이 받은 건지, 구체의 크기가 말이 안 된다.
아예 이 구역을 통째로 증발시켜버리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졌으니까.
“알아서 살아남거라. 주변을 일일이 살필 정도로 짐의 심기가 그리 편치 못하느니라.”
콰콰콰콰쾅!
퍼퍼퍼퍽!
이어진 것은 피의 폭발이었다.
비산하는 액체들이 보이는 모든 것들을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렸다.
기둥이 무너지고. 지형이 새로 만들어졌다.
“끄으으… 엘리스 너….”
“하하하. 마음에 들어. 아군이고 뭐고 없다는 건가?”
“과연, 최강의 진조라 불릴 만하네요.”
가까스로 몸을 피한 일행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늘어놨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당연히 박쥐들 역시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
그래야 정상일진데.
꿀렁꿀렁!
전신이 용암으로 뒤덮인 놈들이 엘리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스티키 라바 골렘.
6성급에 해당하는 놈으로 이 층계가 아니라, 더 아래 층계에 내려가야 볼 수 있는 상위종이었다.
그런 놈들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건.
페르무트가 등불을 다루는 실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위라는 뜻.
“우으…그롸라라라!”
쩍 벌어진 입에서 자기보다 작은 새끼들을 토해낸다.
증식을 해대는 게 심상치 않다.
속도를 미루어 보건데, 몇십 분만 지나면 이 일대가 전부 스티키 라바 골렘의 영역이 되어버릴 게 틀림없었다.
“크하하하! 아무리 애써봐야 소용없다. 네놈이 가진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게 바로 탑의 50층이니까. 무슨 계획을 세웠던. 어떤 꼼수를 가지고 있던 간에 모조리 먼지로 만들어주마!”
페르무트의 턱뼈가 위아래로 달그락거렸다.
동시에.
쿠쿠쿠쿠쿠!
유적 전체가 요동쳤다.
단순히 이 유적에서 서식하는 몬스터들 뿐 아니라, 유적을 구성하는 생태계 전체가 페르무트의 등불에 동화되고 있는 것이다.
투콰아앙!
콰아앙!
지면에서 거대한 넝쿨들이 튀어나왔다.
수많은 이빨과 눈을 가진, 보랏빛을 머금은 태고의 식물들이었다.
“취릭.”
“키시시시….”
각종 벌레들과 마수들을 비롯해 2~3성급에 해당하는 각양각색의 몬스터들 역시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게 중에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놈들도 섞여 있었다.
“마, 마스터!”
거침없이 돌진했던 티본도 어느새 그 위력을 잃어버렸다.
유령군마를 도로 몰아서 도망치기 급급한 모양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플래시 이터들로부터 해방된 십이지의 병력 역시 여유를 되찾은 상태였다.
“후우. 좀 살만해졌군.”
적호가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아델의 지독한 맹공으로부터 벗어난 데다, 든든한 아군의 조력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계약자….”
엘리스가 진혁의 옆에 꼭 붙었다.
본능적으로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간다는 걸 느낀 거겠지.
특히나 저 스티키 라바 골렘은 엘리스의 혈계 능력과 극상성을 띠고 있었으니까.
‘이쯤이면 슬슬 입질이 좀 와야 하는데.’
태고의 몬스터들이 죄다 몰려오고 있는 와중에, 어째서 ‘그 녀석’들이 잠잠한지 모르겠다.
미끼는 충분히 뿌려두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진혁이 초조하게 손가락을 달싹였다.
다소 무리를 한다면 이 상황을 극복할 수는 있겠지만, 여기서 대량의 마력을 소모하는 건 이 유적에 온 의미를 퇴색시켜 버린다.
페르무트나 적호를 제거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말이다.
바로 그때.
달짝지근한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아까 전에 발라두었던 꿀의 냄새가 조금씩 더 짙어졌다.
드디어 제대로 된 숙성 기간에 도달했다.
어떻게든 한 곳에 모여서 가야 하는데.
진혁이 힐끗 동료들을 살폈다.
엘리스야 옆에 있다지만, 나머지는 다들 거리가 제법 멀었다.
어쩔 수 없지.
모두를 신경 쓸 정도의 여유는 없다.
1분 1초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
“꼭 붙어 있어.”
“응?”
“이제 곧 올 거야.”
“뭐, 뭐가 말이냐?”
미지의 사건이 발생한다는 말에, 엘리스가 토끼 눈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부우우우웅!
위이이잉!
허공에서 무시무시한 날개소리가 울려퍼졌다.
인간과 꿀벌이 뒤섞인듯한 외형.
‘갑옷 꿀벌’이다.
달콤한 향에 매료된 2m 크기의 벌떼가 엄청난 속도로 몰려왔다.
“먹이다 먹이 먹이!”
“달콤해. 미칠 듯이 달콤해!”
“가지고 돌아가자. 여왕님께 가져다드리면 좋아하실 거야! 칭찬받을 수 있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암컷과 수컷들이 꿀을 바른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뭐, 뭐야?”
페르무트가 당황한 듯 등불을 높게 치켜들었다.
[‘죽음을 불러 모으는 등불’의 영향력이 대폭 감소합니다!]짙은 녹색 운무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지만, 갑옷 꿀벌들은 페르무트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지금 몰려오고 있는 놈들은 이 유적의 최심부에 거주하는 생태계 최상위종이다.
무려 15성급에 이르는. 진짜 중에 진짜라는 뜻.
이제 막 성유물을 다루기 시작한 페르무트로서는 당연히 저 녀석들을 제어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막아라!”
갑옷 꿀벌들이 진혁을 데려가려 하자 페르무트가 다급히 고함을 질렀다.
다 잡은 먹이를 눈앞에서 놓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키이이이….”
“키에에에.”
“그르르.”
그토록 호전적이던 몬스터들이 하나같이 꼬리를 말고 주춤거렸다.
본능적으로 깨닫고 만 것이다.
만에 하나 이들의 잔치에 끼어들었다가는 모조리 죽을 거라는 것을.
심지어 먹잇감 앞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던 플래시 이터들까지도 벽에 납작 붙은 채 눈치만 살폈다.
툭!
타악!
갑옷 꿀벌들이 진혁과 나머지 멤버들의 어깨를 붙잡았다.
놈들이 오기 바로 직전 저항하지 말라는 말을 전해두었기에, 멤버들은 순순히 놈들의 납치(?)에 몸을 맡겼다.
어이쿠.
그래도 귀한 먹잇감이라고 아주 살포시 모시려고 하네.
저 날카로운 다리로 잡았는데도 고급 세단이라도 탄 것처럼 편안했다.
이대로 사라져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겠지.
하지만.
‘적의 전력을 좀 깎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진혁이 저 아래에서 연신 고함을 치고 있는 페르무트를 바라봤다.
저 등불은 위험하다.
페르무트라는 대마도사가 다룬다면 더욱더.
놈의 이해도와 센스를 고려했을 때. 다시 만나게 될 시점이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까다로운 상황이 펼쳐질 거라고 봐야 하리라.
그렇다면….
진혁이 페르무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편안하게 먼저 아래 쪽으로 내려가볼게. 천천히 정리하면서 따라오라고. 아! 근데 좀 조심하면서 천천히 와야 할 거야. 네 실력을 보니까 어후야. 올해 안에 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
“뭐, 뭐라고?”
“아니, 긁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잖아. 그 좋은 등불을 들고 그것밖에 사용 못한 다는 게 말이 돼? 차라리 베이로둠보고 1년간 어디 과외라도 배우게 한 다음에 그 등불을 던져주면 너보다는 잘 다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
“이… 빌어먹을 놈이… 뭐가 어쩌고 저째?”
페르무트가 걸치고 있던 로브를 찢어버렸다.
안에서 보이는 건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
엘더갓들의 정수로 만들어진 마력의 핵이었다.
우우우웅!
광채가 형형색색의 빛을 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강제적으로 마력을 폭주시켜 등불에 대한 지배권을 넓히려고 하는 것이다.
…걸렸다!
도발과 능욕.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평생 동안 연구와 실험만 반복해온 마도사들은 참 외부 자극에 약하단 말이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