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798
798화. 태고의 생태계 (2)
[‘죽음을 불러 모으는 등불’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상승합니다!]붉게 점멸하는 상태창과 함께.
“키에?”
“크오오오!”
“그롸라라라!”
꼬리를 말고 있던 태고의 몬스터들이 괴성을 내질렀다.
동공의 초점이 흐릿해지며 뿌리 깊게 박혀 있던 본능이 흐려진다.
그 자리를 대신, 허기와 탐욕이 꾸역꾸역 채워나갔다.
“저놈을 내 앞에 데려와라.”
페르무트의 안광이 푸른 빛을 내며 타올랐다.
그러자.
“뭐야? 뭐야?”
“싸우자는 거야? 싸우자고? 우리랑?”
“죽여. 죽여. 방해하면 전부 죽여.”
갑옷 꿀벌들이 몰려오는 적들을 바라봤다.
감히 자신들의 먹잇감을 빼앗으려고 하는 걸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곧이어 전투가 펼쳐졌다.
아니,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 벌어졌다.
촤촤촤촤촤촤….
이 녀석들에게 갑옷 꿀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이유. 그것은 싸우게 될 경우 외형이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변화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갑옷 꿀벌들이 고유능력 ‘전투의 시간’을 발동합니다!]날카롭고 얇은 형태의 갑옷이 갑옷 꿀벌들의 전신을 뒤덮었다.
마치, 신화 속에 나오는 흑기사들이 재림한 것만 같은 외형이다.
물론, 이 녀석들은 신화에서 나오는 것들 따위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악랄했다.
파아아앙!
소닉붐을 일으키며 날아간 갑옷 꿀벌들이 사정없이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집게발에 걸리는 것이 무엇이든 잘라내버렸다.
서걱!
콰지직!
하나하나가 말이 안 되게 강하다.
터무니없다는 감상평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광경이다.
‘굉장하긴 굉장하네.’
진혁이 휘파람을 불었다.
하기야 15성급에 해당하는 놈들은 49층이 아니라 50층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개체다.
전력을 다한 적호 역시 양상형 갑옷 꿀벌 열 마리 이상을 동시에 상대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으니까.
하물며 수백 마리가 몰려온 지금 상황에서 페르무트에게는 승산 자체가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기세등등하던 페르무트가 절망에 가득 찬 탄식을 내뱉었다.
상대의 도발에 비장의 카드까지 꺼냈건만, 싸움 자체가 성립이 되질 않고 있었다.
“저 벌레들은 대체 뭔데… 이토록 강하단 말이냐. 아직 유적의 초입 부근에서 이런 놈들이 있다는 게….”
갑옷 꿀벌들이 최하층에서 왔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한 모습.
그저 멍하니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사를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다 죽일 셈이냐!”
적호 역시 목에 핏대를 세웠다.
갑옷 꿀벌들이 무차별적으로 날뛰는 통에, 십이지의 전사들까지 휘말렸다.
장로급을 제외하고는 인당 1마리도 감당하기 힘든 터라, 이 짧은 시간 동안 전체 병력 가운데 1/4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크아아아!”
“커억!”
적호가 거의 페르무트의 해골을 잡아 뽑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1초라도 빨리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피해는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결국.
“퇴, 퇴각하라! 다들 물러난다!”
남은 병력이라도 건지는 방법을 선택했다.
자갈을 먹는 지렁이가 뚫어놓은 통로를 통해 반대쪽으로 도망치기로 한 것이다.
부우우웅!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갑옷 꿀벌들은 굳이 그 뒤를 쫓진 않았다.
애초에 처음 목적은 참을 수 없이 매력적인 먹잇감을 운반하는 것이었기 때문. 굳이 영양가 없는 놈들을 상대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진 않은 거겠지.
“크으. 꼴 좋네.”
진혁이 사이다라도 한 잔 원샷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역시나 참교육은 언제 어디서 해도 시원하다.
이번 걸로 치명상을 입었을 테니, 적어도 재정비하기까지 몇 시간 정도는 걸릴 거다.
우리를 뒤쫓아 최하층까지 오려면 그보다 더한 시간이 걸릴 테고.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그래도 서두르긴 해야겠네.’
페르무트의 잠재력으로 보건데 너무 지체하다간 갑옷 꿀벌들까지 다룰 수 있게 될지도 몰랐다.
만약 거기까지 가게 된다면 정말로 최악의 결과까지 내다봐야 하리라.
“일단 한숨을 돌린 건 좋은데, 여유롭게 구경하면서 낄낄대고 있어도 괜찮은 것이냐? 짐은 꿀벌들의 간식이 되는 엔딩은 결단코 사양이니라.”
갑옷 꿀벌들에게 메달린 엘리스가 파닥거리며 외쳤다.
“걱정 마. 이 녀석들은 우릴 배달해주는 운송 수단이니까.”
아무렴 순순히 먹이가 되는 멍청한 짓을 하겠냐?
진혁이 느긋하게 몸을 맡겼다.
아래로 보이는 각양각색의 몬스터들과 기괴하기 짝이 없는 식물들.
저것들을 일일이 다 주파해 나가려면 대체 얼마나 개고생을 해야 했을까?
세삼스레, 철저한 준비와 정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
같은 시각.
화과산에서는 일진일퇴를 반복하는 치열한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콰콰콰콰콰!!
콰콰앙!
“끄아아악!”
“으아아아!”
수백. 아니, 수천이 넘는 전사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 정도로 접전이 벌어질 수 있었던 건….
툭!
“다 정리했다.”
제천대성.
화과산의 주인 덕분이었다.
산의 측면으로 교묘하게 이동하던 별동대를 모조리 쓸어버린 제천대성이 복귀했다.
이미 곳곳의 거점에 분신들도 배치해둔 상황.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큰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후우. 하아….”
“쉽지 않네. 젠장.”
전력의 주축이 되는 구성원들의 체력과 마력이 소모되는 속도였다.
특히나 가장 크게 날뛰어주고 있는 이태민과 유연화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도달해 있었다.
상층부에서 고유성창의 각성까지 끝낸 데다, 각 능력에 맞는 최상위 성유물들까지 확보했지만, 아직까지 그걸 따라갈 만한 마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겨우 하루는 넘기고 있다만.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하게 될 것 같군. 단순히 물량 공세를 막는 것만으로도 만만치가 않아.”
메드레이가 여기저기에 상처가 난 이태민의 타워들에 색(色)을 불어넣었다.
[레인보우 브릿지 – ‘노란색’의 가호가 스며듭니다!] [방어 타워의 격이 상승합니다!]대규모 병력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해준 방어타워와 마력지뢰, 그리고 각종 드론들.
이걸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제천대성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화과산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어떻게 밤이 오긴 왔네요. 적들도 일단은 물러나고 있어요.”
구미호로 변한 안드리아가 두 귀를 쫑긋 세웠다.
멀리서 적들의 대규모 병력이 산 아래로 이동하는 게 감지됐다.
야간의 전쟁은 자신들에게도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조금이라도 쉴 수 있겠군요.”
“교대로 눈이라도 좀 붙이죠?”
“전 뭐라도 입에 넣어야겠습니다. 허허. 왕께서도 시장하실 텐데, 바나나라도 좀 가져다 드릴까요?”
잔뜩 긴장했던 원숭이들 사이에서도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너희들끼리 먼저 먹거라. 나는 한 번 더 주위를 살펴보고 오겠다.”
“무언가 걸리시는 부분이라도 있으신지요?”
“별 건 아니고 단순한 직감이다. 신경쓰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체력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거라.”
“알겠나이다.”
그런데 짧은 평온함을 만끽하려던 바로 그때.
쿠쿠쿠쿠쿠쿠!
산 아래에서 심상치 않은 불길이 솟구쳤다.
“……!”
제천대성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흉흉하다? 그런 레벨이 아니다.
파츠츠츠.
산에 있는 나무와 풀들이 검게 말라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모래의 색 역시 검보라빛으로 칙칙하게 물들었다.
오싹!
“무,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운이….”
조금 전까지 여유롭고 희망에 찬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압도적인 공포와 절망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냥 도망쳤던 게 아니었나….”
단순히 밤이 되었기에 물러난 게 아니었다.
밤이 되어야지만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왔기 때문에 모두가 빠져준 것이다.
걸리적거리는 자들 없이. 마음껏 날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태고의 존재 ‘산 위에 있는 자’가 현현합니다!]과타노차.
노스이디크 급은 아니었으나, 그를 제외한다면 단연코 이곳에 넘어온 이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초월자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증발의 저주가 가미된 ‘상태이상’에 빠지게 되었으니까.
끔찍하고 징그러운 외형만큼이나 거대한 덩치는 화과산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다.
꿈틀꿈틀.
과타노차의 지렁이 같은 몸이 서서히 위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태민이 즉시 기계 군단을 지휘했다.
기이잉!
철컹!
……콰콰콰콰쾅!
땅 속에 묻혀 있던 지뢰들이 폭발했다.
드론들 사이에서도 형형색색의 빛이 점멸했다.
메드레이로부터 색의 버프까지 받은 터라, 그 위력은 화과산 수십 킬로 미터 밖에서도 보일 만큼 화려하고 거대했다.
하지만.
“키에에에!”
“키이이.”
소용없다.
과타노차의 피부를 살짝 태운 게 전부였다.
오히려 화만 잔뜩 돋궜는지, 올라오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
막아야 한다.
모두가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죽음을 보며,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모두 더 안쪽으로 대피시키겠다. 다시 올 테니, 조금만 버텨다오.”
제천대성이 분신들에게 명령을 내린 채 산의 중심으로 몸을 날렸다.
“누나!”
“알겠어!”
이태민의 외침에, 유연화가 즉시 앞으로 내달렸다.
이미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사이.
어떤 거를 요구하고 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훤히 내다볼 수 있었다.
[유연화가 고유성창 – 한정연계(限定聯啟). ‘아이언 하트’를 발동합니다!]시련의 탑 47층의 유적 ‘철의 심장’에서 각성한 연계형 고유성창.
유연화의 양 팔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은빛 건틀렛이 나타났다.
철로 만들어진 신발 역시 특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징그러운 양반은 나랑 좀 보자고. 누나가 아주 화끈하게 놀아줄 테니까.”
유연화가 가장 앞쪽에서 다가오는 과타노차의 지렁이를 막아섰다.
[‘성유물’ – ‘철의 유산’ 시동.] [‘완전개변’이 이루어집니다!]콰콰콰콰콰콰!
건틀렛에 있는 칼날이 시계방향으로 맹렬하게 회전했다.
마치, 발동이 걸린 전기톱처럼.
고속으로 회전하는 칼날 사이로 화려한 불꽃들이 피어올랐다.
우우웅!
신발에서 역시 푸른색 화염이 일어났다.
콰콰콰콰콰콰콰!
폭풍이 몰아쳤다.
아까와는 달리 과타노차의 지렁이가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키에에에!”
“크에에에에!”
뭉텅이로 터져나가는 살점들.
유연화가 처음으로 과타노차의 진격을 막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창공에서 작은 빛이 점멸했다.
[고유성창 라스트 마이스터 ‘하늘의 지팡이’가 발동됩니다!]낙하하는 건 고대 룬어들이 새겨진 나뭇가지.
구역 전체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을 만한 마력을 가진 최강의 궁극기였다.
푸욱!
과타노차의 몸에 나뭇가지가 꽂혔다.
꿀렁하고.
지렁이가 크게 부풀었다.
그것도 잠시.
쩌저저저….
…콰콰콰콰콰쾅!
나뭇가지를 중심으로 파동이 일어났다.
공기를 압축시켜 그대로 폭발해버리는 듯한 충격이 화과산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룬어들이 빛을 뿜어내며 계속된 연쇄작용과 더욱 큰 피해를 야기했다.
하지만.
“단단…해.”
시간이 지날수록 이태민의 표정이 점점 더 딱딱하게 굳었다.
‘하늘의 지팡이’는 분명 기대한 것 그 이상의 효과를 내보이고 있었지만, 과타노차는 여전히 건재했다.
덜덜덜.
떨리는 팔과 다리.
창백하게 질린 얼굴에선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멈춰! 태민아. 멈추라고!”
유연화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도 이태민은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저 괴물의 발을 묶어두기 위해서.
또옥. 또옥.
코에서 피가 흘러 내리고 그 자리에서 쓰러질 정도가 되어서야 비로소 길고 길었던 능력이 해제되었다.
[‘마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고유성창의 효과가 사라집니다.]뒤를 생각하지 않고 모든 걸 쏟아부었음에도 결과가 이렇다니.
도저히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콰직!
쭈우우욱!
“으으…으으어….”
“끄르…륵.”
지렁이에게 붙잡힌 원숭이들이 그대로 미라처럼 변해갔다.
체액과 마력이 모조리 빨려버린다.
나름대로 시간을 끌긴 했지만, 전사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몰이사냥.
빠져나갈 길이 없는. 그저 산의 중심부로 계속해서 물러나야만 하는 지옥이 시작된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