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8)
8화 미궁 리바린토스 (2)
진혁이 ‘진실의 눈’을 통해 박하나의 상태창을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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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박하나
성별: 여
나이: 22세
레벨: 1
힘 4 민첩 5 체력 5 마력 10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보유한 코인: 100
직업: 없음
고유 능력: 교감(交感)
스킬: Lv1 ‘빠른 걸음’, Lv1 ‘미약한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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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능력(交感能力).
처음 만난 대상이라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고.
위화감 또한 지워 버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경계심을 허물고 능력을 복사해야 하는 진혁으로선 그 무엇보다 필요한 능력이었다.
게다가.
‘이후에 [그 녀석]을 길들이는데도 큰 도움이 되겠어.’
처음에는 함께 다니면서 미궁에 있는 함정들이나 제거하는 용으로 쓰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이건 놓쳐선 안 되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진혁이 박하나의 복사 조건을 확인했다.
[복사 조건: 최소 240시간 동안 박하나와 함께 행동하십시오. 단, 240시간이 지나는 시점에서 박하나와 당신 외에 다른 인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240시간.
다시 말해, 열흘 동안 함께 있어야 복사 조건이 충족된다.
‘그 외 나머지 5명은 필요 없다라…….’
굳이 죽여야 한다는 말은 없다.
‘내가 피에 굶주린 살인귀도 아니고.’
선을 넘지 않는다면 적당히 이용만 한 뒤, 각자 갈 길을 가면 된다.
하지만.
만약 선을 넘는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로 다짐한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다시 한번 조건을 꼼꼼하게 읽은 진혁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사냥터로 가지 않고 저한테 다가온 이유가 뭡니까?”
“그 질문에 대답해 드리기 전에, 먼저 한 가지만 여쭤 봐도 될까요?”
“물어보세요.”
“지금, 들어가시려는 데가 미궁 맞죠?”
“맞습니다.”
“역시…….”
박하나가 예상이 적중했다는 듯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본론을 꺼냈다.
“저희도 함께 가고 싶어요.”
“함께…… 말입니까?”
“네.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위험부담은 나눌수록 좋다는 말도 있으니.”
생긋 웃으면서도 손이 옆구리로 향하는 게 보였다.
말이 좋아 권유지.
지금 손은 허리춤에 있는 암기로 가 있었다.
‘저건. 박물관 곤충 전시실에 있던 애호박벌의 침 같은데.’
나머지 사람들도 움찔 하고 손이 무기로 뻗었다.
재밌네.
그러니까.
‘미궁 속에서, 그것도 나를 상대로 수작을 부리겠다 이거잖아?’
진혁이 미궁 입구를 향해 손바닥을 슬쩍 뻗었다.
“편하실 대로 하세요.”
미궁에 들어오고 싶다고?
얼마든지 마음대로 해라.
대신, 들어올 땐 마음대로라도 나갈 땐 아닐 거다.
***
[미궁 ‘리바린토스’에 입장했습니다.] [도전 인원은 7명입니다.]미궁으로 들어오자, 습하고 찐득찐득한 공기가 피부에 눌어붙었다.
이 냄새.
이 감각.
이제야 실감이 났다.
탑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진혁이 재빨리 미궁 벽을 살폈다.
어두운 내부를 밝혀 주는 밝은 빛들.
수백 마리에 이르는 ‘야광 나방’이었다.
보통 지하 던전이나 미궁에서 시야를 밝혀 주는 용도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예외다.
진혁이 다섯 개의 손가락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움직였다.
천천히 접고……. 다시 빠르게 폈다.
마치 날갯짓을 흉내 내듯이 말이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그러자.
사뿐 하고.
나방 한 마리가 진혁의 손에 앉았다.
분진으로 인해 손이 금세 밝은 빛으로 물들었다.
‘그래, 나도 반갑다.’
진혁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때였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못 했네요.”
박하나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진혁이 조심스럽게 나방을 벽에 놓아 준 뒤 대답했다.
“아. 워낙 정신없긴 했죠.”
미궁의 입구가 완전히 닫히기 전에 전부 들어와야 했으니까.
일일이 인사나 나누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온 지금,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박하나라고 해요. 22살이고 예전에 시련의 탑 2층까지 가 봤어요.”
박하나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냈다.
“장철식입니다. 시련의 탑은 1층에서 조금 하다 접었습니다.”
“이혜민이예요. 저도 1층까지만 해 봤어요.”
“장미나. 탑은 3층까지…….”
“천민국이라고 불러 주쇼. 시련의 탑인지 뭔지는 아예 해 본 적 없어.”
“도광우입니다. 저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모두들 열심히 이름을 외치고 있었지만…….
진혁의 귀엔 조금 다르게 들렸다.
“함정에서 죽을 엑스트라1입니다!”
“저는 도망가다 위급해지면 미끼로 사용될 예정이죠!”
“하하. 밤마다 불침번도 열심히 서고 식사도 맛깔나게 대령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이다.
어차피 마지막 순간, 보상을 나누기 싫어 뒤통수 칠 게 뻔한데.
일일이 이름을 기억해야 할 필요는 없다.
진혁의 입 꼬리가 미묘하게 뒤틀렸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하는 레이드 파티라…….’
아무래도 심심할 겨를은 없을 것 같다.
“강진혁입니다.”
“진혁 씨……였군요. 그래서, 진혁 씨는 예전에 이 미궁에 왔던 적이 있던 건가요?”
이름까지 주고받자 박하나가 더욱 치근덕대며 달라붙었다.
[박하나가 고유 능력 ‘교감(交感)’을 발동합니다.]순간, 간질거리는 기운이 전신을 노곤고곤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런 식으로 작용되는 거구나.’
만약, 능력을 몰랐다면 상대에 대해 친근한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상성이 좋거나.
혹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흔히 말하는 ‘첫 느낌이 좋다’는 것처럼 말이다.
“운이 좋게 예전에 발견했던 미궁입니다.”
“와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분이셨네요. 같이 가게 돼서 영광이에요.”
박하나가 슬며시 눈을 반짝였다.
적당히 치켜세우면서 경계심을 허물겠다 이거군.
누구 앞에서 그런 얄팍한 수를 쓰려는 건지 모르겠다.
피식 웃은 진혁이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잘 알고 있죠. 아마 이 미궁에 대해서 저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아니, 진짜로요.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플레이어도 제 발끝도 못 쫓아 올 걸요? 공략 팁 한 번 들으려고 삼고초려 할 사람이 일렬종대로 운동장 12바퀴는 될 겁니다. 하하.”
“…….”
박하나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세도 정도껏이지.
이래서야 칭찬해 주는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 그럼, 미궁 안에 어떤 종류의 몬스터가 있는지, 무슨 특징을 갖고 있는지 알려 주세요. 가능하죠?”
“그거야 어렵지 않죠.”
어디 보자.
뭐가 있으려나?
“일단, 이 미궁은 일정 시간마다 위치가 바뀝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미궁 변화’라고 하는 건데요. 아. 마침 시간 다 됐네요.”
진혁이 제 자리에 우뚝 멈췄다.
바로 그 순간.
쿠쿠쿠쿠쿠!
미궁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천장에 쌓여 있던 먼지가 쏟아지면서, 바닥과 벽에 금이 벌어졌다.
“으아아아!”
“이, 이게 뭐야?”
“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지면이 치솟거나 아래로 꺼지고 거대한 바위덩어리들이 전후좌우로 이동해 대니 그럴 수밖에.
“피, 피해! 서로 붙지 말고 떨어지라고!”
“젠장. 깔렸다간 즉사야!”
“온다! 오른쪽! 오른쪽 봐!”
쾅!
콰아앙!
고속으로 움직이는 바위들은 테트리스처럼 빠르고 복잡한 패턴을 구사했다.
콰아아앙!
모두들 바위에 짓이겨지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몸을 날렸다.
무릎이 까져서 피가 줄줄 흘렀지만, 그런 자잘한 상처는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그그그그…….
진동이 멈춘 건 그로부터 몇 분이 지난 후였다.
아까와는 완전히 바뀌어 버린 길.
그나마 일행이 흩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허억! 허억!”
가슴이 들썩였다.
“이, 이런 미궁이 1층에 있다니.”
“말도 안 돼. 1층에서 유적 빼고는 다 고만고만했던 거 아니었어?”
모두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진혁은 느긋하게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 냈다.
“지형이 바뀌는 미궁 정도는 다들 한 번씩은 경험해 보지 않았나요?”
“그, 그런 걸 누가 경험해 봐요!”
박하나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아님 말고요.”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야광 나방들을 불러 분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건 덤이었다.
그 태평한 모습에 박하나는 목구멍까지 욕설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하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해. 혜민아. 출구 찾을 수 있겠어?”
“그게……. 방금 미궁이 바뀌면서 능력 발동이 취소됐어.”
이혜민이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유 능력 ‘나침반’.
던전이나 미궁에서 가장 안전한 루트를 표시해 주는 능력이다.
박하나가 낯선 곳에 자신만만하게 들어온 것도 모두 이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능력은 소용없게 됐다.
미궁이 새롭게 바뀌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바뀔 테니까.
“그, 그럼 탈출구를 찾지 못한다는 거야?”
“이 안에…… 갇혔다고?”
***
‘자신만만하게 미궁에 들어온 이유가 뭔가 했더니.’
고작 믿은 게 내비게이션 능력이었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진혁이 웃음을 삼켰다.
누가 뉴비 아니랄까 봐. 미궁 알기를 동네 슈퍼 가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바보들이야 그렇다 치고, 이제 슬슬 놈이 나타날 때가 됐는데…….’
진혁이 손에 묻은 나방의 분진을 슬쩍 바라봤다.
체취와 분진이 섞이면 특수한 물질이 분비된다.
아주 특별한 향을 지닌.
때마침.
쿠—웅. 쿠—웅.
아주 멀리서부터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다들 목청을 높이고 있느라 눈치 채지 못 했지만.
진혁은 확실하게 느꼈다.
이 미궁을 배회하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
“미궁이 변한다니! 대체 왜 그 중요한 걸 미리 말해 주지 않은 거죠?”
박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살살 좀 말해라. 귀 아프다.
그리고.
“내가 따라오라고 했어요?”
“……네?”
“아니 그쪽에서 오겠다면서요? 제가 강제로 끌고 온 것도 아니고.”
니들이 오고 싶다며?
그래 놓고 이제 와서 큰 소리야?
“그, 그거야 그렇지만…….”
박하나가 말을 더듬었다.
뭐라 반박하고 싶은데,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던 탓이다.
“이 자식이 지금 그걸 말이라고! 가뜩이나 이런 곳에 갇혀서 기분도 거지같은데 한 번만 더 주둥아리 놀리면 아예 죽여 버리겠어!”
옆에 있던 천민국이 고함을 질렀다.
음. 박하나는 필요하니 넘어간다지만.
너는 아닌데……?
진혁이 머리를 긁적이며 천민국 앞에 섰다.
“돼지처럼 꿀꿀대는 거야 자유지만, 조금 목소리를 낮추는 게 좋을 겁니다.”
“뭐?”
“아! 사람 말로 해서 못 알아들으셨구나. 꿀꿀, 꿀꿀꿀. 꾸울! 꾸르르꿀꿀. 이해하셨어요? 대충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해 본 건데.”
“이, 이 빌어먹을 새끼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천민국이 주먹을 휘둘렀다.
턱을 노리고 날아온 공격을.
스윽.
진혁이 고개를 살짝 돌려 피했다.
동시에 발을 건드려 상대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렸다.
“어? ……어어?”
허우적거리던 천민국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우득!
진혁이 발로 천민국의 손목을 짓밟았다.
무게를 싣자, 뼈가 어긋나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아아아악!”
“쉿! 조용히 하세요. ‘미궁 내에선 소리 지르지 말라’라는 말도 몰라요?”
“으으으……. 이 미친놈아. 조용히 하라면서 왜 손목을 부러뜨리는 건데?”
“이렇게 말해줬는데도 아직 정신 못 차리셨네.”
“뭐?”
“그 입. 험하다고요.”
진혁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위에서.
아래로.
퍼어억!
다리가 천민국의 안면으로 파고들었다.
무게를 제대로 실었기에,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꾸에에엑!”
앞니가 모조리 박살나며, 피분수가 뿜어졌다.
“너,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고작 주먹 한 번 휘두른 것 가지고.”
“그, 그래. 세상에 무슨 사람이…….”
“저렇게 잔혹할 수가.”
박하나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이 적잖게 충격을 받은 듯싶었다.
물론, 웃기는 일이었다.
자신을 공격하려는 놈을 박살내는 게 너무하다고?
무슨 ‘강해져서 돌아와라’도 아니고.
한 번 이빨을 드러낸 적을 왜 봐줘?
‘나는 그 정도로 의인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인간성이니 뭐니를 따지는 도덕시간도 아니고.
“걱정하지 마세요. 죽이진 않을 겁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힐끗.
진혁이 통로에 잠긴 어둠속을 바라봤다.
‘이 소란과 피 냄새를 맡고 놈이 올 차례거든.’
쿠웅! 쿠웅! 쿠웅!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한 발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