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83)
83화. 마법 대도서관 (1)
[5층의 메인 테마는 ‘탈출’입니다.]남자 플레이어가 입을 열었다.
[탈출이라면, 어딘가에 갇혀서 시작한다는 말씀인가요?] [예. 과거에 있던 영상과 기록들이 전부 사라진 덕에 정보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 당시 시련의 탑을 플레이한 플레이어들의 기억을 토대로 8층까지를 재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오오. 그렇게나 많이요?] [하하. 전부 고인물 플레이어분들 덕분이죠.]“8층까지가 고인물이라니, 웃기네요. 적어도 15층까진 갔어야 고인물 축에 들어가는 거지.”
TV를 보던 이태민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러게. 하지만 어쩌겠어. 대부분 사람들이 8층 전에 다 접어 버렸으니까. 그나마 8층까지라도 정보를 밝혀낸 게 대단한 거야.”
유연화도 거기에 동조했다.
“하긴. 우리 기준으로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너무 허들이 높으니.”
“이렇게 보면 정보를 선점한 게 진짜 크긴 큰 것 같아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나머지 사람들도 한 마디씩 덧붙였다.
모두의 얼굴에서 탑의 15층 이상을 경험해 봤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음…….
그 모습을 보던 진혁이 볼을 긁적였다.
‘여기선 말을 아껴야겠지?’
차마 콧대를 치켜들고 있는 모두에게 적어도 탑의 끝 정도는 봤어야 고인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아끼는 동료들인데.
적어도 마음에 상처는 주지 말아야지.
특히 천유성 저 녀석은 20층따리라고 놀렸다간 이성의 끈이 끊어질 놈이었으니까.
‘진짜, 팀원들 멘탈도 생각하고. 내가 생각해도 나는 난놈이구나.’
진혁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탈출을 해야 하는지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5층은 정신병원, 검투장, 광산, 무인도 등 생존에 치명적인 장소 중 하나를 선택해 그 장소에서 탈출하는 게 목적입니다.] [생각만큼 힘들어 보이진 않는데요? 장소만 미리 알고 있다면, 공략 또한 미리 준비할 수 있지 않나요?]탈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정보다.
그 안에 어떤 인물들이 있을지.
지형과 지물은 어떨지.
무얼 활용할 수 있는지 등등.
미리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준비할 수 있는 방법 따윈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하하, 그렇게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아닙니다. 5층은 매번 장소와 그 안의 구성들이 바뀌기 때문에 2회 차라는 이점도 퇴색되는 데다 마력까지 봉인되는 너프가 이뤄지거든요. 오히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공략이 어려울 겁니다.] [마력이 봉인당한다구요?] [예. 순수하게 본인의 힘만으로 클리어하라는 뜻 같습니다.]할 때마다 새로워지는 환경.
고유 능력과 스킬이 봉인되는 너프.
최악의 상태로 시작해야 하는 게 이번 층의 대전제다.
“이번 층이 이래서 짜증나긴 하죠.”
“후우. 간만에 긴장 좀 해야겠네.”
“아, 진짜로 한 번 깬 다음에 두 번 다시 쳐다도 안 보던 층이었는데…….”
여기저기서 한숨 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두가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그러나 딱 한 명.
진혁만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알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번 층을 최대한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걸 위해선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조차도.
***
다음 날 오후.
호텔에서 늘어지게 피로를 회복한 진혁은 펜다리엘을 쓰러뜨리고 얻은 보상을 주르륵 나열했다.
‘A급 랜덤 뽑기 상자’.
‘상급 스킬 강화서’.
‘환전 수수료 10% 할인권’.
‘마법 대도서관 입장권’.
이렇게 네 개다.
모두 버릴 게 없는 알짜배기들로만 모았다.
당장이라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전에 먼저.
“상태창.”
진혁은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레벨을 올리면서 얻은 스탯 포인트를 분배해야 했기 때문이다.
——————————————————
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34
힘 16 민첩 16 체력 16 마력 62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10
보유한 스탯 포인트: 21
보유한 코인: 235,341
직업: 없음.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스킬: Lv6 ‘불의 원소’, Lv4 ’탐식의 눈’, Lv3 ’교감’, Lv3 ‘염혼의 낙인’, Lv4 ‘독식’, Lv4 ‘얕은 호흡’, Lv5 ‘빙하조형(氷河造形)’, Lv4 ‘데이라이트’, Lv3 ‘추혼검(追魂劍)’, Lv1 ‘이중 첩자’, Lv1 ‘진태청화랑심법(眞太淸花郞心法)’, Lv2 ‘검마제왕보(劍魔帝王步)’
——————————————————
정신없이 사냥하느라 상태창을 못 보고 지나친 것까지 합쳐 총 7개의 레벨을 올렸다.
두근! 두근! 두근!
진혁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과거에도 최적화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으니까.
‘하하. 이건 어이가 없을 정도네.’
현실화된 시련의 탑은 분명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 난이도가 상승한 것보다.
‘내가 성장하는 폭이 훨씬 더 커.’
과거의 경험과 축적된 실력이 증명하고 있다.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기분 좋은 고양감을 느끼며, 진혁은 쌓여 있는 21 스탯을 빠르게 분배했다.
[힘이 16 → 19로 상승합니다.] [민첩이 16 → 19로 상승합니다.] [체력이 16 → 19로 상승합니다.] [마력이 62 → 74로 상승합니다.]역시 가장 중요한 건 마력이다.
12 스탯을 한 번에 올리자, 전신에 구석구석 퍼져 있는 마력의 흐름이 훨씬 더 부드러워지는 게 느껴졌다.
좋아.
그럼 다음은…….
진혁이 ‘상급 스킬 강화서’를 집었다.
Lv10 이상의 스킬을 1단계 올려 주고 Lv10 이하일 경우 무려 3단계를 올려 주는 아이템.
갈수록 스킬 레벨을 올리는 게 어려워진다는 걸 고려한다면, 이 스크롤이 갖고 있는 가치는 돈이나 코인으로 환산할 수 없는 종류였다.
그리고 물론, 어떤 스킬을 강화할지는 이미 생각해 두었다.
‘5층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라도 가장 성장시켜야 할 건 빙하조형이지.’
공격과 방어는 물론,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만능형 스킬.
단 한 가지만을 고르라면 단연코 이게 최우선이다.
우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스크롤이 사라졌다.
동시에.
[‘빙하조형(氷河造形)’이 Lv8로 상향되었습니다.]파츠츠츠……!
호텔 내부를 따라 서늘한 기운이 퍼져나갔다.
“뭐야? 갑자기 추워진 것 같은데? 에어컨이라도 킨 건가?”
“늦가을에 무슨 에어컨이야? 젠장. 게다가 이건 에어컨이 아니라 거의 냉동고 수준이잖아.”
“중앙 냉방장치에 이상이 생긴 것 같은데…….”
“손님들 불편하시지 않게 빨리 해결해. 감기라도 걸려서 컴플레인 들어오면 우리 전부 모가지라고!”
진혁은 모르고 있었지만, 호텔 직원들은 한동안 원인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스킬을 강화한 진혁은 침대에 놓여 있는 황금색 상자를 집었다.
A급 랜덤 뽑기 상자.
이름 그대로 룰렛을 돌려 A랭크 아이템 중 뽑을 수 있는 가챠형 아이템이다.
우우우웅!
방 안에 거대한 황금 룰렛이 나타났다.
약 2m 크기의 룰렛엔 A랭크에 해당하는 수많은 아이템들이 새겨져 있었다.
‘시작해 볼까.’
레버를 내리자 룰렛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띠링!
[중앙에 있는 붉은색 버튼을 눌러 주세요.]버튼을 눌러야 아이템을 선택되고 고른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진혁은 느긋하게 팔짱을 낀 채 기다렸다.
버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제한시간이 초과되었습니다.] [룰렛을 다시 한번 돌리십시오.]경고성 음성이 실린, 붉은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고르지 않았다간 기회 자체가 박탈될 것만 같았다.
‘싸구려 협박 하고는.’
상태창을 확인한 진혁은 또 다시 레버를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선택을 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런 짓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일종의 버그라고 할까?
아니면, 확률 조작이라고 할까?
플레이어들을 엿 먹이기 위해 조작해 놓은 시스템의 허점을 진혁은 우연히 찾아냈었다.
‘룰렛을 돌리는 걸 36번 연속으로 포기하면, 37번째에는 룰렛이 돌아가는 속도가 99.99%만큼 감소하지.’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다음은 원하는 아이템에 룰렛이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실제로 어젯밤 천유성에게도 이 방법을 사용해 원하는 아이템을 뽑게 해 줬다.
딱 한 가지.
그렇게 해서 뽑은 건 사용 기한이 일주일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진혁의 입꼬리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일주일 뒤 속성검이 박살난 천유성이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살짝 미안하긴 하지만, 내가 뭐 거짓말한 것도 아니고.’
분명 속성검을 완성할 수 있는 재료를 준다고 했지. 그 속성검이 만수무강할 거라고는 약속하지 않았잖아?
무엇보다 적어도 일주일은 새로 뽑은 속성검을 갖고 즐길 수 있으니 완전히 사기를 친 것도 아니다.
암, 그렇고말고.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어느새 기다리던 37번째 차례가 다가왔다.
룰렛이 어느 걸 가리키는지 보일 정도로 느려졌다.
지금이다.
진혁이 처음으로 붉은색 버튼을 눌렀다.
[A랭크, ‘삼색(三色) 알약’을 선택하셨습니다!]붉은색, 흰색, 검은색.
서로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세 가지 알약이 나타났다.
일주일이란 시간 내에 사용할 수 있으면서 다음 층을 공략하는 데도 도움이 되려면, 이게 베스트다.
진혁은 알약을 아공간 인벤토리 한 구석에 잘 보관했다.
‘환전을 할인해 주는 쿠폰이야 나중에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영상을 업로드했을 때 쓰면 되겠고.’
마지막으로 남은 건 하나.
마법 대도서관이다.
상위 버전의 스킬, 고대에 사장된 금술, 탑의 중층 이상에서나 등장하는 결계.
다른 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마법 계열 스킬을 한 가지 배울 수 있는 타차원의 도서관은 내용 그대로 심장을 설레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진혁의 얼굴엔 예상 외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곧 만나게 될 도서관의 관리자는 꽤나 성가신 상대였기 때문이다.
‘간만에 그 영감탱이랑 다시 보게 되겠군.’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서(司書), ‘릭 헤네시’.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로 탑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전당포 역시 그 영감의 소유였다.
진혁 역시 과거에 종종 거래를 하곤 했는데, 릭 영감에게 ‘타노스’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상대가 갖고 온 물건은 언제나 반값으로 후려치며,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은 2배로 비싸게 받고 팔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기적의 거래 방법.
막대한 자본과 무궁무진한 아이템은 물론, 얼굴에 철판까지 깔고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여유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다.
‘당신이 나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일 테지만.’
‘내가 당신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
아무것도 모른 채 호되게 당했던 과거와는 다르다.
이번에는 상대에 관한 모든 걸 알고 있었으니까.
진혁은 ‘코인 거래소’에서 몇 가지 물건들을 구입했다.
그리고 이번 보상의 가장 중요한 티켓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법 대도서관이 열렸습니다.]쿠쿠쿠쿠쿠쿠!
표면이 초록색으로 일렁이는 게이트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