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86)
86화. 5층, 정신병동 (2)
3m에 이르는 거대한 키.
철로 된 삼각형 투구.
마지막으로 파쇄차(破碎車)를 연상케 하는 망치까지.
벽을 뚫고 나타난 괴물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자랑했다.
이 녀석이 바로 네임드 몬스터 중 하나인 ‘브레이커’다.
‘탐식의 눈’이 재빨리 대상을 스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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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브레이커
성별: 무(無)
나이: 1세
레벨: 45
힘 100 민첩 15 체력 30 마력 0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고유 능력: 끈질긴 사냥꾼
스킬: Lv12 ‘단두대’, Lv11 ‘아머 브레이크’, Lv11 ‘육탄돌파’, Lv10 ‘무기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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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죽일 수 없습니다.]비약적으로 높은 힘과 비교되는 마력이 눈에 띈다.
하지만, 상태창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정보는 바로 ‘죽지 않는다’는 특성이다.
어떠한 공격으로도 끊어지지 않는 숨통과 지옥 끝까지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의 특성.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에 정신병동의 난이도가 다른 맵들에 비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뭐, 그래봤자 요리조리 잘 도망치기만 하면 되긴 하다.
무적이고 뭐고 간에 이 녀석들을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대, 대리자님.”
“저…… 저희는 겁을 먹은 게 아니라…….”
광신도들이 몸을 벌벌 떨었다.
곧이어 다가올 결과를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브레이커가 무릎을 꿇고 있는 광신도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끄아아악!”
끔직한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하여간, 힘 하나는 무식할 정도로 센 괴물이다.
‘잡혔다간 척추채로 뽑히겠군.’
눈살을 찌푸린 진혁이 자세를 낮췄다.
이 녀석이 나온 이상 지금부터는 술래잡기를 해야 한다.
한 번 잡히면 그대로 인생을 로그아웃해야 하는 1코인 술래잡기를.
타악!
자리를 박차고 향한 곳은 브레이커의 가랑이 사이였다.
브레이커가 반사적으로 망치를 휘둘렀지만, 이미 늦었다.
진혁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녀석의 공격을 빠져나간 상태였으니까.
대신 애꿎은 망치는 광신도 한 명의 몸을 박살내 버렸다.
부우우웅!
콰아앙!
쾅!
공격 한 번에 벽이 무너지고 바닥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다.
압도적인 위력이다.
사람 하나는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만큼.
그러나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맞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터.
진혁은 미꾸라지처럼 망치를 피했다.
“크오오오!”
약이 잔뜩 오른 브레이커가 더욱 거칠게 날뛰기 시작했다.
“우아아악!”
“끄아악!”
미친 듯이 휘두르는 망치에 당하는 건 광신도들이다.
곤죽이 돼 버린 시체들 사이로 진혁은 조금씩 브레이커와의 거리를 벌렸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뚫려 있는 복도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브레이커가 Lv12 ‘단두대’를 발동합니다!]양손으로 망치를 움켜쥔 브레이커가 몸을 크게 뒤로 젖혔다.
콰콰콰콰콰콰!
망치가 천장을 통째로 박살내면서 진혁의 머리를 향해 낙하했다.
무게와 속도가 실린 일격.
심지어 떨어지는 낙석으로 인해 시야까지 방해했다.
이건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프렌드 실드!”
진혁이 광신도 한 명을 앞으로 내세웠다.
“뭐, 프…… 프 뭐!?”
광신도가 영문 모를 단어에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것이 녀석이 남긴 유언이 되었다.
콰아아앙!
바닥까지 파고든 망치.
불쌍한 어린 양이 신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진혁은 복도 책상 서랍에 있는 플래시 라이트를 꺼냈다.
‘다행이 누가 가져가진 않았네.’
하긴. 다들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서랍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진혁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그그극!
브레이커가 박혀 있는 망치를 뽑으려고 힘을 쓰고 있었다.
광신도들은 모조리 곤죽이 되어 버린 상태였고.
‘자기편을 아주 죄다 죽여 버렸네.’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진혁은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플래시 라이트의 전원을 연거푸 눌렀다.
딸깍! 딸깍!
“조금 더 분발해야지? 그런 느려터진 몸으로 날 잡을 수 있겠어?”
밝은 빛이 브레이커의 안구를 두드렸다.
마치 대놓고 도발이라도 하듯이.
***
정신병동 지하 3층.
이곳은 병동의 정문을 나갈 수 있는 키가 보관되어 있는 장소다.
동시에 이 병동의 주인이 있는 곳이기도 했고.
“인간 놈들은 어떻게 됐지?”
핏기가 아예 없는 얼굴에 푸른색 핏줄이 잔뜩 돋아 있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자가 바로 병동의 주인이자 광신도들을 이끄는 교주다.
그러자 그늘에 있던 남자가 대답했다.
“순조롭게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아직 도망 다니고 있는 놈들이 있지만,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이죠.”
“확실한가?”
“물론입니다. 교주님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력이 봉인당한 이상 제 아무리 플레이어들이라도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계획했던 그대로다.
교주의 입꼬리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뒤틀렸다.
“처음, 너희 마인 협회 놈들이 왔을 땐, 화로에 넣고 태워 버리려고 했다. 우리 입장에선 플레이어나 너희나 다 똑같은 놈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너희의 목적을 듣는 순간 그 결심은 변했다. 설마, 인간들 중에서 그런 위대한 뜻을 갖고 있는 자들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느니라.”
“과찬이십니다. 저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죠.”
남자가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에 교주는 더욱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께서 더 많은 제물을 원하신다. 탑이 개방되어 무지한 이들이 들어오는 지금이야말로, 그분께서 다시 재림하실 수 있는 약속의 때다.”
제물.
그렇다.
정신병동에 처박혀 있는 것도.
멍청한 인간들을 세뇌시켜 광신도로 탈바꿈한 것도.
모두 신에게 바칠 제물들을 모으기 위함이었다.
교주가 정면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조금 전 사로잡은 플레이어들을.
“흐윽. 끄윽…….”
“사, 살려 주세요.”
“제……발. 시키는 건 뭐든지 할 테니. 제발 목숨만은……!”
진혁과 같은 방에 있던 플레이어들이었다.
환풍구를 통해 도망쳤지만, 모두들 머지않아 광신도들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거라. 미천한 종들아. 내 너희에게 선택권을 줄 터이니.”
교주가 차갑게 식은 손으로 동양인 여자의 뺨을 쓰다듬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기가 감도는 손이었다.
“서, 선택권이요?”
“너희들이 개종하여 나를 따를 경우, 산 채로 불타는 건 면하게 해 주마.”
생존할 수 있는 기회.
가장 끔찍한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말에, 네 사람의 눈빛이 흔들렸다.
“단, 개종의 증거로서 다른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
네 명 중 살 수 있는 건 두 명뿐.
인간성을 버리고 진정으로 참회하는 자만이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
교주가 검은색 단검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종용하는 것이다.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를.
네 사람이 얼어붙은 듯 검과 서로를 바라봤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교, 교주님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병동 CCTV를 감시하던 신도 하나가 다급히 교주를 불렀다.
“뭔가?”
교주가 화면을 바라봤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나타났다.
“이게 무슨…….”
화면 속에 보이는 건 플레이어 한 명과 신의 대리자 ‘브레이커’였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를 추격하는 일이야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신의 대리자를 농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음에도 계속해서 추격해 올 수 있게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
특히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망치가 벽이나 바닥에 박히게 한 다음. 플래시 라이트를 켰다 껐다 하는 행동은 보는 자신이 치가 떨릴 정도였다.
가벼운 움직임과 궤도를 읽는 눈. 목숨이 달릴 상황에서 보이는 여유까지.
그 누가 저걸 보면서 능력이 봉인당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인간 따위가 신의 대리자를 상대로 저런단 말이냐!”
교주가 고함을 지르며 양 손으로 모니터를 움켜잡았다.
카가각.
손톱이 화면에 기다란 상흔을 남겼다.
옆에 있던 남자 역시 화면을 바라봤다.
그러다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상대의 이름을 내뱉었다.
“가, 강진혁? 저 녀석이 어떻게 여기에?”
“강진혁? 알고 있는 놈이냐?”
“예. 한국에 있는 S급 랭커로…….”
남자는 알고 있었다.
“저희 계획에 있어 가장 위험한 걸림돌이 되는 플레이어입니다.”
고유 능력과 스킬이 봉인되어 있음에도,
상대를 만만하게 생각했다간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
부우우웅!
또다시 망치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벌써 20분이 가깝도록 수백 번의 공격을 퍼부었지만 진혁은 모든 공격을 여유롭게 피했다.
‘이것도 오랜만에 하니 꽤나 재밌네.’
기둥 하나를 두고 빙글빙글 돌면서 상대를 놀린다거나.
지형과 지물을 이용해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한다거나.
예전에는 꽤나 지겹다고 느꼈던 것들조차 시간이 지나니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짜릿한 건 역시, 상대가 약이 오르다 못해 폭발하는 걸 보는 것이다.
손톱으로 자기 몸을 쥐어뜯고 길길이 날뛰는 걸 구경할 때의 쾌감이야말로 이 술래잡기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물론, 전부 다 한때 즐겼던 유희였지만.
“크오오오!”
브레이커가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
이제는 자기 몸이 다치건 말건 망치로 천장과 바닥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진혁이 살짝 거리를 조절했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상대를 농락하는 쾌감을 얻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고.
‘슬슬 거의 다 왔군.’
5층에 있는 교주와 광신도들이 숭배하는 신. 브레이커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몰아붙이면, 바로 그 녀석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순간.
[‘썩어 가는 심장’이 당신의 행동에 흥미를 느낍니다.]눈앞에 붉은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예상했던 대로네.’
진혁이 기다렸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이명(異名) ‘썩어 가는 심장’.
엘리스와 마찬가지로 탑의 상층부에 존재하는 절대자 중 하나다.
녀석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사람들은 흔히 그들을 ‘마왕’이라 불렀다.
움찔하고.
브라함의 반지가 떨렸다.
엘리스 역시 상대의 메시지로부터 흘러나오는 마력을 느낀 거겠지.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상대가 마왕이고 마신이고 간에.
어차피 탑의 40층대에 있는 신격에 불과했으니까.
무엇보다 놈에 대해 전부 알고 있는 이상, 이 상황은 이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이야. 이거 누추하신 분이 이런 귀한 곳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진혁이 생긋 웃었다.
[‘썩어 가는 심장’이 당신에게 자신의 검이 될 것을 제안합니다.] [2차 전직 요건이 발생했습니다.] [신격의 제안을 수락할 경우 ‘검은 사도’로 전직할 수 있게 됩니다.]‘역시 이렇게 나오는군.’
2차 전직 ‘검은 사도’.
테레사가 별의 가호를 받는 성기사라면.
검은 사도는 마왕의 비호를 받는 흑기사다.
결이 다른 능력을 자랑했지만, 대신 평생을 마왕의 하수인으로서 살아 가야만 하는 단점이 존재했다.
‘가장 큰 문제는 거절할 경우 마왕의 저주를 받게 된다는 점이지.’
저주가 내려진 시점부터 모든 마족들로부터 추살령(追殺令)이 내려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거 [시련의 탑]을 플레이어할 때도 마왕의 제안을 거절해 저주를 받은 플레이어는 없었다.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페널티를 안고 싶진 않을 테니까.
하물며 현실이 된 지금은 말해 봤자 입만 아프리라.
그렇기에.
“미안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그 왜. 호랑이 새끼가 치와와 밑으로 들어갈 순 없잖습니까?”
진혁은 이번에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