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9)
9화 미궁 리바린토스 (3)
부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퍼억!
“커…억?”
거대한 도끼가 천민국의 머리에 박혔다.
족히 2m는 될 법한 쇳덩이였으니…… 확인할 것도 없었다.
즉사다.
‘드디어 오는 건가.’
진혁이 자세를 잡았다.
“모, 몬스터다! 중형급 이상이야!”
“젠장할. 하필이면 이럴 때에!”
나머지 사람들도 한 발 늦게 반응했다.
몇몇은 조잡해 보이는 무기를 꺼냈다.
처음 받은 100코인으로 상점에서 구매한 싸구려 아이템들이었다.
물론.
이런 걸로는 흠집 하나 낼 수 없을 것이다.
성유물 중에서도 특별한 몇몇 보구들만이 녀석의 피부를 꿰뚫을 수 있었으니까.
두근! 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전신에 있는 신경이 곤두섰다.
동시에.
쿵! 쿵! 쿵! 쿵!
어둠에 잠긴 통로 끝에서 무언가 다가왔다.
온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크오오오!”
잠시 뒤, 모습을 드러낸 건 2m에 이르는 몬스터였다.
소의 머리와 사람의 몸을 하고 있는 영물(靈物).
미노타우르스.
이 녀석이 이 미궁을 배회하는 유일한 몬스터다.
“우, 우와아아악!”
“뭐야 저게!”
“대체 어떻게 돼 먹은 미궁이야, 여기! 1층이잖아. 1층!”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상황 속.
부우우웅!
미노타우르스가 손에 쥔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콰아앙!
일격에 바위에 거대한 상흔이 생겼다.
벽이 무너지며,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스치기라도 하면 연약한 인간의 살 따위는 걸레짝이 될 게 틀림없다.
그런데 바로 그때.
타악!
진혁이 질주했다.
앞으로.
정확히 미노타우르스의 정면으로.
“크오오!”
맨손으로 덤비는 미물이 신경을 거스른 걸까?
미노타우스르가 양손으로 도끼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높게 치켜들었다.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히는 공격을…….
진혁이 방향을 살짝 틀어 피했다.
콰아아앙!
애꿎은 지면이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그 순간.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스탯 ‘간극’이 0.05만큼 상승했습니다.]진혁의 앞에 두 줄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좋았어!’
진혁이 속으로 환호성을 삼켰다.
-미노타우르스의 공격을 회피하면 히든 스탯 ‘간극(間隙)’을 획득할 수 있다. 단, 이 보상은 탑에 입장한 후, 첫 사냥터로 미궁을 고를 경우로 한정한다.
‘간극(間隙)’.
레벨 차이가 극심한 강자와의 전투에서 차이를 좁혀 주며, 반대로 약자와의 전투에선 더더욱 격차를 벌려 주는 스탯이다.
띠링!
[세부 설명]자신보다 강한 적과 싸울 경우 3포인트당 1레벨 격차를 좁혀 줍니다.
자신보다 약한 적과 싸울 경우 2포인트당 1레벨 격차를 벌려 줍니다.
1레벨인 상태로 성장하기 위한 길.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알아낸 유일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시작은 고작 0.05지만…….
‘서두를 필요 없어.’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
진혁이 요리조리 도끼를 피했다.
부우웅!
콰앙!
무시무시한 파공성과 함께 도끼가 벽을 갈아 버렸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한 번의 작은 실수라도 죽음으로 직결되는 위험한 줄다리기였으나.
진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실수할 일은 없다.
‘나는 고인물이니까.’
‘나는 이것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으니까.’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즐겼으니까.
쾅! 콰앙! 콰아앙!
폭풍처럼 몰아치는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냈다.
“괴, 괴물이다.”
“세상에나…….”
“우, 우리가 저런 놈을 건드리려고 했던 거야?”
진혁에겐 익숙한 패턴이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의 눈엔 그저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뿐이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단순히 반사 신경으로 보기엔 터무니없는 몸놀림이다.
지독하게 반복된 암기를 통해 뼛속까지 학습된 결과물.
그렇기에 예측이라기 보단 예지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내가 완전히 미쳤었구나.’
박하나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인물을 죽이고 보상을 빼앗을 생각을 했었다니.
온몸에 기름을 붓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꼴 아닌가.
***
“크오오오!”
약이 바짝 오른 미노타우르스가 더욱 거세게 날뛰었다.
콰아앙!
콰앙!
도끼가 진혁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치명적인 공격을 매우 아슬아슬하게 회피했습니다!] [스탯 ‘간극’이 1만큼 상승했습니다.]위험한 공격을 피하면 더 많은 스탯을 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뜻이다.
진혁이 목덜미에 맺힌 피 한 방울을 손가락으로 훔쳤다.
‘역시 이 정도는 해야 최대치 스탯을 얻을 수 있군.’
일부러 타이밍을 극한까지 맞췄다.
피부 한 꺼풀을 건네주고 대신 스탯 1포인트를 얻는다면, 그리 나쁜 교환은 아니다.
자주 써먹었다간 과다출혈로 위험해질 테지만.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후우. 헉. 헉.”
진혁의 호흡이 가팔라지고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근육에 피로도 또한 쌓이기 시작했다.
‘슬슬 첫 번째 교전을 마무리 지어야겠네.’
스탯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야 널리고 널렸다.
미궁을 탈출하기까지 1달간, 100스탯은 뽑아낼 생각이었으니.
진혁이 힐끗 뒤쪽을 쳐다봤다.
미노타우르스와 상대하는 사이, 슬금슬금 도망가려 하는 일행이 보였다.
‘이것 봐라? 조연들이 멋대로 퇴장하려 하네?’
그건 허락할 수 없지.
너희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고 죽는지 결정하는 건 나다.
‘뭣보다 출구도 모르는 것들이 어딜 도망가려고?’
진혁이 은근슬쩍 미노타우스르와의 거리를 벌리며, 일행 쪽으로 몸을 날렸다.
“여러분도 스탯을 얻고 싶으시면 저랑 같이 해 보세요.”
“……네?”
박하나가 토끼눈을 떴다.
“녀석의 공격을 피하면 히든 스탯을 주거든요. 보기보다 진짜 쉬운데. 한번 해 봐요.”
원래 좋은 건 나눠 갖는 게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다.
착하고 선량한 마음으로 딱 한 번만 예외를 둬야지.
“…….”
그 말에, 박하나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마치, ‘미친놈아. 그게 어딜 봐서 쉽냐?’라고 외치는 듯싶었다.
“에이. 빼지 마시고. 딱 한 번만. 일단 시도라도 해 봐요. 아니다 싶으면 다시는 강요하지 않을 테니까.”
진혁이 생긋 웃었다.
동시에 박하나의 옆에 서있던 도광우를 앞으로 밀었다.
“어…… 어어어?”
도광우가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인가 앞으로 걸어갔다.
단지 몇 걸음.
그러나 그 몇 걸음이 생과 사를 나누는 경계선이었다.
“으아아아아!”
피할 새도.
목숨을 애걸할 새도 없었다.
서걱!
도광우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반으로 나뉘었다.
잔뜩 약이 올라서 화가 난 터라 미노타우르스의 손속엔 사정이 없었다.
“아이쿠!”
진혁이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아니, 그걸 가만히 서 계시면 어떡해요. 빨리 숙이든가 거리를 벌려야지.”
진짜로. 고구마 100만개를 먹은 기분이다.
거기서 멍하니 있으면 어떡해?
뭐라도 해라 좀.
다음엔 좀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
다음이…… 없구나.
***
미궁이 또 변화했다.
쿠쿠쿠쿠쿵!
벽과 지면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또다시 압사당하지 않기 위해 몸을 날려야 했으나.
덕분에 미노타우르스로부터 떨어질 수 있게 됐다.
“하아. 하아. 하아.”
“다, 다행이다.”
“죽을 뻔……했어.”
다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2명의 동료를 잃었지만, 살았다는 안도감에 슬퍼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나 자기 목숨이 제일 소중한 법이었다.
“이제 따돌린 건가요? 더 이상 안 쫓아오겠죠?”
박하나가 벽 너머를 보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당장이라도 벽을 뚫고 미노타우르스가 나타나기라도 할 것처럼.
“계속 쫓아올 겁니다.”
진혁이 손에 쥔 작은 단검을 만지작거렸다.
조금 전, 도광우가 갖고 있던 무기였다.
이제는 유품이 되어 버렸지만.
“어, 어떻게 계속 쫓아와요? 길이 바뀌었는데!”
“이것 때문에요.”
진혁이 푸른빛으로 물든 손바닥을 폈다.
야광 나방의 분진을 피부에 잔뜩 묻혀 뒀으니, 미노타우르스는 앞으로도 추적해 올 것이다.
미궁을 빠져나가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말도…… 안 돼.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예요! 대체 왜?”
왜긴.
“스탯을 올려야 하니까요. 미궁이 변화할 때만 조금씩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나머지 시간은 송아지랑 놀아줘야죠.”
“얼마나……요?”
“미궁을 빠져나갈 때까지요.”
“그러니까.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리냐고요!”
“음. 대충 한 달?”
정확히는 빨리 가면 한 달이고. 니들이 자꾸 까불면 두 달이 될 수도 있고.
어차피 골수까지 뽑아먹을 거지만, 말을 험하게 하면 그 과정이 더욱 괴로워질 거다.
“…….”
박하나가 풀썩 자리에서 무너졌다.
한 달이라니.
한 달은커녕 당장 오늘 하루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저, 저희는 따로 갈게요. 당신하고 같이 가지 않으면, 그 괴물의 추격을 받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이번엔, 이혜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죠.”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1순위 타겟은 분진을 묻힌 나겠지.’
하지만 말이다.
“어느 쪽으로 가려고요?”
니들 출구 모르잖아.
무턱대고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서 탈출하기를 기도라도 하려고?
글쎄. 그건 영 좋지 않은 선택지 같은데.
“당신은 출구를 알고 있다는 건가요?”
“말했다시피 전 이 미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출구도 알고 있죠.”
“알겠어요. 그럼 저희도 같이…… 후우. 갈게요. 그 방법밖엔 없겠네요.”
“뭐, 같이 가는 거야 상관없습니다만.”
진혁이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이혜민이 불안한 듯 되물었다.
“다만……?”
선수끼리 왜 이러실까.
“맨입으론 안 되죠.”
“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최소한 가지고 있는 코인을 전부 토해내면 모를까.”
간단히 정리해 주자면,
만렙 버스 타고 싶으면 갖고 있는 거 다 내놓으라는 뜻이다.
***
[보유한 코인: 500]스타팅 포인트에서 얻은 코인과 네 사람에게서 받은 코인을 합치니 500코인이 되었다.
쓸 만한 무기나 방어구를 사기엔 한참 부족했지만.
상관없다.
이 정도면 원하는 아이템은 구매할 수 있었으니까.
“장승처럼 서 있지 말고. 다들 할 일들 하세요. 이끼도 뜯어 와서 잠자리도 만들어야 하고. 불을 피울 장작거리도 구해 와야 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알겠어요.”
“가면 되잖습니까. 가면.”
“후우.”
깊은 한숨이 들렸다.
대박을 꿈꾸고 이곳에 왔다가 모든 걸 홀랑 털린 데다.
목숨까지 장담할 수 없게 됐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녀석들은 알고 있을까?
이렇게 해도 어차피 자신들의 운명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모두가 자리를 비우자, 진혁은 거래소를 활성화했다.
[코인 거래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짧은 메시지와 함께 거대한 상태창이 나타났다.
수십만 개의 아이템을 사고 팔 수 있는 장소.
진흙 속 보석과 허울뿐인 황금이 가득 차 있는 기회의 땅.
여기가 바로 ‘코인 거래소’다.
진혁이 슬쩍 목록을 훑었다.
[‘고대종 데고시안의 이빨(SS)’- 395,250,700코인] [‘환수 주작의 깃털(S)’- 188,187,000코인] [‘성유물 단군왕검의 신기(S)’- 159,155,300코인]보기만 해도 눈이 황홀한 아이템들부터.
[‘마모된 작은 돌멩이(F)’- 1코인]사실상 쓰레기나 다름없는 아이템들까지.
그야 말로 가지각색의 아이템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건 백날 봐 봤자 아무 소용없어.’
당장 사지도 못할 거, 아이쇼핑만 해 봐야 시간낭비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카테고리 가장 스크롤을 내렸다.
아래로.
더 아래로.
원하는 건 가장 아래에 모여 있었다.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것도.’
진혁은 빠른 속도로 원하는 아이템들을 구매했다.
전부 해서 4종류.
모두 쓰레기나 다름없었지만, 진혁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개별 아이템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지.
“3가지 아이템을 합성하겠다.”
[잘못된 조합일 경우 모든 아이템이 파괴됩니다.]“알았으니까 진행해.”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3가지 아이템을 합성합니다.] [합성에 성공하셨습니다!]성공을 축하하기라도 하듯이, 눈부신 운무가 뿜어져 나왔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눈앞에 나타난 아이템을 보며, 진혁은 확신했다.
그동안 [시련의 탑]을 플레이했던 모든 시간들이 결코 낭비가 아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