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00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00화 –
반겨 줘서 좋기는 한데.
“아카데미에서 인재로 이름을 날리시다가, 갑자기 잠적하신 이유가 바로 사랑 때문이었다니. 흐읍…… 이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처음이에요!”
사랑? 사랑이 뭐더라. 먹는 건가?
“맞아요. 허어엉. 역시 현실이 로맨스 소설보다 더 로맨틱한 거였어요. 저도 이런 사랑이 언젠가 찾아오겠죠?”
무슨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계속 엉엉 울어대니 약간 기가 빨린다.
게다가 자꾸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랑 어쩌고 로맨스 어쩌고가 귀에 꽂히다 보니 점점 손발이 오그라들고 있었다.
이렇게 오그라들다가 나도 모르게 손발이 소멸하는 건 아닌가 싶어질 쯤, 내가 점차 말수가 없어지는 걸 눈치챈 건지 미야가 슬쩍 주제를 돌렸다.
“로맨스 소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실리아의 아이 이름이 악시온…… 맞지요?”
“네, 맞아요.”
“왠지 로맨스 소설 남자 주인공처럼 멋진 이름이지 않나요, 여러분?”
“어머. 정말 그렇네요!”
내 친구는 참 감도 좋구나. 로판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을 정확히 짚어 냈어. 그녀의 예리함에 속으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 주었다.
그때 한 영애가 호들갑스럽게 부채를 흔들며 물었다.
“악시온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각하시게 된 거예요?”
“어……. 제가 지은 이름은 아니에요.”
“아……! 그럼 그분께서…….”
영애들의 반짝이는 눈에 다시 한번 눈물이 핑 돌았다. 여기서 내 가정사를 늘어놓을 수도 없고. 어휴, 이제 더는 못 봐 주겠다 싶어서 이번엔 내가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쿠키가 맛있네요. 홀먼 백작가의 요리사 솜씨가 좋은가 봐요.”
“칭찬 감사해요, 실리아. 요리사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해 줘야겠네요. 오늘 저희 요리사가 이 쿠키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미야가 살짝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며 입술을 비죽였다. 수줍어하면서도 약간 토라진 듯한, 사랑스러운 표정이다.
내게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표정이로군.
그런데, 쿠키 때문에 고생을 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그게, 하마터면 재료가 부족해서 쿠키를 굽지 못할 뻔했지 뭐예요.”
쿠키의 재료는 분명 미아르였다.
쌓아 둔 식량으로만 지내야 하는 ‘안식의 기간’이 끝났으니, 식량난이 더욱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건가.
“어머. 저도 저번에 디저트를 못 먹을 뻔했지 뭐예요? 갑자기 미아르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고 해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몰라요.”
“저도요! 저번에 다들 미아르를 영지민들에게 나눠 주었지요? 그깟 평민들 때문에 디저트를 못 먹게 된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요?”
영애들은 화가 난 얼굴로 연신 조잘댔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평민에 대한 무시와 창고를 열게 만든 황제에 대한 은은한 분노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들으면서, 나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 번째. 다자르가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심한 듯했다. 귀족들의 식탁에도 영향이 올 정도이니.
두 번째. 이 영애들은 교양이 부족하다.
‘아무리 어리다고는 해도.’
기껏해야 이제 막 데뷔탕트를 끝냈을 것 같은 나이들이다. 미야와도 나이 차이가 꽤 나는 것 같은 영애들.
‘미야는 이런 어린애들이랑 자주 어울리나?’
힐끔 미야를 보았지만, 미야는 묵묵히 제 몫의 쿠키를 깨작대고 있었다. 흐음. 이건 좀 실망스러운데.
미야가 나를 초대한 건데, 여기서 찬물 끼얹은 소리를 하면 그녀의 명예에 누가 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어머. 어디서 개 소리가 들리는데요?”
“네……?”
“방금 못 들으셨어요?”
“개…… 개 소리요?”
씩씩대며 평민과 스칼렛을 헐뜯던 영애들이 벙찐 얼굴을 했다. 눈빛이 흔들리는 게, 설마 혹시 자신들을 일컫는 말인가 싶은 모양이다.
“네. 미야도 방금 들었죠? 멍멍,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혹시 강아지를 키우나요?”
“어…… 드, 들린 것 같기도 하고. 마구간지기가 개를 하나 키우긴 하는데…….”
“어머. 저, 강아지 정말 좋아하는데! 악시온 때문에 키울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거든요. 한번 보여 주실 수 있나요?”
“어어어……. 네!”
미야가 눈을 끔벅이는 동안, 나는 영애들을 휙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함께 귀여운 강아지 구경하러 가실 분?”
갑작스러운 전개에 따라오지 못한 영애들이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멈칫멈칫 손을 들었다.
이런 아이들은 누군가 강하게 리드하면 또 쉽게 따라오지. 아마 저들이 방금 전 뱉은 나쁜 말들도 제 가문에서 주워들은 말들일 것이다.
나에 대한 평가도 순식간에 뒤집은 걸 보면, 생각이 그리 깊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씁쓸해지는데.
‘미야는 왜 이런 영애들과 어울리는 거지?’
지난번에 ‘안식의 장’에서 날 구해 줄 때는 조금 괜찮아 보였는데. 물론, 그 전에 신호등 세 자매와 함께 날 갈구긴 했지만 말이다.
“어머. 귀여워라!”
멍멍! 멍멍멍!
귀여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멍멍 짖는 걸 보고 있자니, 시아스터가에 놓고 온 강아지 한 마리가 떠오른다.
이런. 영애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군. 나도 집에서 개 하나 키우는데. 검은 털에 황금색 눈이 어찌나 재수 없는지.
‘뭐, 요새는 약간 착해진 것도 같지만.’
나는 영애들과 예정에 없던 멍멍이 투어를 하고, 이제 저택을 떠나기로 했다. 그 전에 잠시 다들 떠날 채비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애들은 드레스를 손보고, 화장을 고치는 중이었다.
물론, 나는 채비고 뭐고 바로 출발하면 됐지만. 미야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기로 했다.
마냥 기다리기가 심심해서 응접실을 나와 주변을 살짝 돌아다니는데, 복도 끝 편에 미야가 어떤 영애와 함께 서 있는 게 보였다.
방해되지 않게 조심히 다가가 인사하려는데, 그들이 속닥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그곳에 가면…….”
“그럼요. 그러니까…….”
어쩐지 비밀스러운 대화가 오가는 것 같은데. 실례를 범할 뻔했네. 나는 왔던 길을 다시 조용히 돌아 응접실로 향했다.
그리고 마중을 나온 미야에게 인사를 하고 마차에 올랐다.
아쉽게도 두 번째 여사친과의 만남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왠지 모를 불안이 싹 트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 시간을 잘 보낸 것 같은데. 왜일까.
‘미야가 비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봐서 그런가?’
나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 * *
제법 시간이 지난 모양인지, 석양이 내려앉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걷던 말들이 걸음을 멈추고, 마부가 말했다.
“여기서 내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곳은 조금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혹시 필요하시다면 제가 함께…….”
“아니에요. 괜찮아요.”
시아스터가로 돌아올 때 지나야 하는 수도의 외곽. 나는 그곳에 마차를 멈춰 세웠다. 식량난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수도의 중앙에는 귀족들이 모여 살고 있었고, 외곽에는 주로 평민들이 살고 있었다. 나는 작은 여관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갔다.
수도 중앙에서는 보기 힘든 더러운 바닥이 나타났다. 그리고 양옆으로 늘어선 기다란 줄 또한.
“이봐, 비켜! 새치기하지 말라고!”
“엄마, 나 너무 배고파…….”
“조금만 기다려. 곧 있으면 먹을 수 있어.”
기다란 줄은 작은 천막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러 명의 사람이 그들에게 묽은 스튜를 배식하고 있었다. 로브들로 감추고는 있지만, 어딘가 군기가 잡힌 느낌이다.
그러니까…… 약간, 병사들 같달까.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하는데, 아주 익숙한 외양의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안경에 노란 보자기를 둘러쓴 사람.
“어……? 렛시?”
“실리아? 여긴 어쩐 일인 게냐?”
렛시. 정말 렛시였다. 나는 한걸음에 그들에게 다가갔다. 렛시의 옆에서는 역시나, 그녀를 지키는 하엘 경이 함께 배식을 돕고 있었다. 배식을 하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게, 호위로 힘들 것 같다.
“저는 잠시 수도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음, 돌아가는 길에 잠깐 내렸어요. 렛시야말로 여기서 뭐 해요?”
“어, 으음. 그게…….”
렛시가 검지로 뺨을 긁적였다. 그나마도 보자기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난감해하는 듯했다.
모른 척 굳이 묻기는 했지만,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황제인 그녀가 몰래 평민들을 위해 식량을 나눠 주고 있었다는 것을. 그럼 저들은 황궁의 병사들…… 이거나, 기사들일 테고.
지금 그들이 나눠 주고 있는 건,
‘아마 황궁의 식량이겠지.’
귀족들의 눈치가 보여 이렇게 몰래 하고 있는 건가.
나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렛시가 우물쭈물하다가 더듬더듬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 마음씨 좋은 근처 여관 사장이, 흠흠, 식량을 나눠 준다고 해서 말이다. 우연히 소식을 듣고…….”
“뭐부터 하면 돼요?”
음. 렛시는 거짓말을 참 못하는군.
책을 읽듯 말을 뱉는 렛시의 말을 가로막으며 두 팔을 걷어붙였다. 여리여리한 드레스의 소맷자락에 가려져 있던 내 무쇠 팔이 위용을 드러냈다. 팔에 불끈 힘을 주며 검지로 렛시가 들고 있는 국자를 척 가리켰다.
“주세요. 렛시는 잠시 쉬어요. 오늘 계속 일하다가 왔을 텐데.”
내가 영애들과 디저트를 먹으며 멍멍이 구경이나 하는 동안, 렛시는 제국민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었구나. 살짝 죄책감이 들었다.
“실리아? 이러지 않아도 된,”
“자아, 어서요.”
“억.”
날 말리려 하는 렛시를 힘으로 제압해 의자에 앉히고 콧김을 흥 뱉었다.
아직 렛시에게는 쌀이 다 자랐다는 걸 말하지 않은 건가.
‘모든 제국민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서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게 좋겠어.’
돌아가자마자 다자르의 멱살을 붙잡고 쌀을 보내도록 해야겠다.
그 전에, 우선 이것부터 해치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