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06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06화 –
싱긋 웃고 있는 세드릭의 얼굴은 그야말로 선한 재상의 얼굴이었지만 내 눈에는 어딘가 음흉해 보이기만 했다.
근데 정말 내가 밖에 나갔다 온 건 어떻게 알았지?
미야를 만나러 다녀온 게 벌써 사교계에 소문이 났나. 어째서인지 살짝 소름이 돋은 팔을 문지르며 뚱한 목소리로 툭 말했다.
“세드릭. 너 혹시 내 스토커 그런 거야?”
“스…… 토커?”
싱긋 웃고 있던 세드릭의 얼굴이 살짝 흐려졌다. 스토커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나는 악시온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며 되도록 건조하게 말했다.
“있어, 아주 나쁜 거.”
그러자 세스릭이 들고 있던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얼굴을 어둡게 했다.
“나쁜…… 거? 혹시 실베스타인 형님이 돌아온 것과 연관이 있는 거야?”
“으응?”
실베스타인이 돌아온 건 또 어떻게 알았대?
정말 수상해지려 한다.
“그건 어떻게 알았어?”
나도 모르게 조금 뾰족하게 던진 질문에 세드릭이 순진한 얼굴로 답했다.
“아. 아까 여기 오던 길에 우연히 마주쳤거든. 여행에서 돌아오셨다던데.”
“어…….”
“그나저나 형님께선 여전히 날 마뜩지 않아 하시더라. 아마 내가 전에 너에게 했던 실수 때문이겠지.”
실수라면, 이전에 실베스타인이 말한 그 사건을 말하는 것일 테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나와 세드릭 사이에 있었던 일.
세드릭마저 이렇게 찔끔하며 이야기하는 걸 보니, 제법 사건이 컸던 모양인데.
정작 나는 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거냐고.
“우리에게 그때, 흠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하고 있겠지?”
그를 떠볼 의향으로 슬쩍 물었지만 세드릭은 죽을상을 하고 딴소리만 해 댔다.
“그럼. 당연하지. 그때에도 말했지만…… 어렸을 때 나에게 넌 구원자나 마찬가지였어. 그래서 그랬나 봐.”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래. 모두 기억해. 내게 친우는 너뿐인 것. 그러니까 나를 그런 아주 나쁜…… 스토커로 생각하지는 말아 줘. 그때 날 용서해 주기로 했었잖아. 응?”
음. 말이 안 통하는군.
아주 우울한 얼굴로 그리 말하는 세드릭은 분홍빛 머리카락의 버프 덕분인지 매우 처연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왠지 내가 괜스레 가해자가 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리아가 용서해 준다고 했나 보군.’
아니, 그건 또 모를 일이지.
세드릭은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아닐 수도 있고.
이후로도 여러 번 그 사건을 파헤치려 해 봤지만 그에게서는 어떤 단서도 얻을 수 없었다.
끄응. 나는 어딘가 찜찜한 기분을 안고 세드릭과 헤어졌다. 그의 정체를 조금이나마 유추해 보고자 자리를 마련한 거였는데. 오히려 더 많은 미스터리만 얻은 기분이다.
‘내가 구원자나 마찬가지였다고 했지. 세드릭이 어렸을 때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기억 속을 뒤져 보았지만, 세드릭과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은 내가 그를 괴롭힌 것밖에는 없었다.
에잇, 모르겠다. 일단 세드릭 관련해서는 좀 더 꼬리가 잡히면 다자르와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아직 루벤의 추종자인지, 아니면 정말 다른 흑막인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근거 없이 그의 정체가 수상하다고 하는 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지.’
엘스턴이 원작상 흑막인 건 원작을 읽은 나만이 알고 있었고.
우선 오늘 남은 일을 해치워야 했다. 나름 오늘 하루의 일정이 바쁠 예정이었으니까.
“자, 돌아갈까. 악시온?”
“웅아!”
악시온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 방에 도착하자 실베스타인이 돌아온 후 어딘가 더 기합이 들어가 보이는 칼이 우리를 반겼다.
“실리아 님. 실베스타인 님은 방금 자작저로 출발하셨습니다.”
“아, 그래? 배웅도 못 했네. 아까 세드릭이 우연히 마주쳤다길래 아직 이곳에 있는 줄 알았는데.”
“뭔가 급하신 모양이더군요.”
어제 손님방에서 하루를 묵은 실베스타인은 오늘 바로 에반로아르 자작저로 돌아간다고 했다.
‘내 조카가 루벤인 걸 알게 되었으니, 더더욱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난 먼저 자작저로 돌아가 있을게. 네 몸에 대해서 우연히 실마리를 얻었는데. 그게 고대 문자로 되어 있어 해석이 필요해. 그리고 그 해석을 할 수 있는 자료는 내 서재에 있지.’
대충 듣기에도 아주 중요해 보이는 자료를 얻어 온 듯했다.
‘나중에 자료가 정리되면 그때 알려 줄게. 내 조카를 위한 주문도 그때쯤엔 마무리될 것 같으니까.’
주문이라는 건 아마 그날 ‘3초만 주면 독살시켜드림’ 가게에 주문해 둔 건을 말하는 듯했다.
나는 칼에게 악시온을 맡긴 후 저택의 주방으로 향했다. 어서 오늘 남은 일정을 해치워야 했다.
나름 자주 이용해서인지, 주방의 사용인들은 이제 날 친숙하게 대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셰프!”
“오오! 오늘도 그 신비한 음식을 볼 수 있는 거군요!”
내가 언제부터 셰프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의 열정 어린 인사를 한 손으로 대충 받으며 재빨리 요리 준비를 했다.
오늘 내가 그들의 열렬한 환영에 부응하며 만들 요리는 다름 아닌……!
“오오. 이 고소한 냄새!”
당연히, 간장계란밥이다.
‘약간 데자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저택을 나갈 때 간장계란밥을 해 줬지. 이번에는 그때와는 달리 조금 의미가 담긴 간장계란밥이다.
나는 재빨리 손을 움직여 요리를 시작했다.
‘바쁘다 바빠.’
오늘 오전에는 세드릭을 만나고, 오후에는 외부 일정이 있었다.
요 근래 다자르와 손 붙잡고 다니느라 못 보았던 일을 해치워야 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미야의 초대에 응하는 것.
지난번에 티타임을 다녀온 이후 미야는 곧바로 또다시 초대장을 보냈다. 연이어 다른 영애들과 티타임이 잡혀 있는데, 이번에도 함께하지 않겠냐는 메시지였다.
우선은 다자르를 도와줄 생각으로 계속해서 거절을 해 왔는데. 이후에도 잊을 만하면 서신을 보내왔다.
‘정말 적극적이야.’
지난번에 백작가에 갔을 때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남았었던 와중이라, 미야의 초대에 응하는 게 왠지 꺼려졌지만.
이렇게 내 두 번째 여자 사람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았기에 세 번째 초대에는 응하기로 했다.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물론 그 전에 잔뜩 마음이 급한 상태인 다자르를 달래 두어야 했다. 그게 바로 오늘 또다시 간장계란밥을 만들게 된 이유였다.
내 앞에서 구슬픈 눈을 하고 있는 이 남자를 위해서 말이다.
“뭐? 자리를 비운다고?”
“그런 불쌍한 눈으로 쳐다봐도 어쩔 수 없어요. 저도 계속 당신이랑 붙어 있을 수만은 없다고요.”
“……어디 가는데?”
다자르가 구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던 걸 멈추고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뭐야, 저 오리 입술은.
“알아서 뭐 하게요?”
“뭐 하긴. 따라갈 수 있는 곳이면 가려고 하지.”
“…….”
영애들의 사교 모임에 난데없이 나타난 제국의 공작이라.
거참 재미있겠군.
“왜 그렇게 봐?”
“초대도 받지 않은 영애들만의 샤랄라한 티타임에 당신이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했더니 좀 속이 메스꺼워서요.”
“……티타임?”
“네. 미야 홀먼 백작 영애의 타운하우스에 초대받았어요.”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다자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난번에 다녀온 곳 아닌가?”
“맞아요.”
“그런데 왜 거길 또 가?”
“또 초대를 했으니까 또 가는 거죠.”
다자르가 툭 팔짱을 꼈다.
“이상한데.”
“뭐가요?”
“뭔가 수작을 부리려는 거 아니야?”
“제 여자 사람 친구의 순수한 호감을 그렇게 매도하지 말아 줄래요?”
이대로 초대를 계속 무시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니 한 번만 더 갈 생각이었다.
그 전에 이것만 어서 해결하자.
“자, 여기요.”
“……음.”
내 회심의 역작, 간장계란밥을 슥 내밀었다.
“아무래도 당신 사정이 급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동안 우선 이걸로 좀 달래요. 뭐, 이거 먹는다고 급한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 시간을 내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다.
다자르가 내가 내민 간장계란밥을 물끄러미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오히려 내가 사과할 일이지. 신경 쓰지 마. 내 부탁 때문에 네 개인 시간을 뺏고 싶지는 않으니까.”
방금 전에 내가 가는 곳을 따라오려고 한 사람이 누구더라. 다자르는 그사이 조금 정신을 차린 건지 멋쩍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아 참,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요.”
“부탁……?”
다자르가 힘없이 간장계란밥을 제 쪽으로 당기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 살짝 놀란 기색이 서려 있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놀람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마 ‘저어어얼대 부탁이라고는 하지 않을 것 같았던 네가 나에게 부탁이라니 정말 놀랍군.’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네. 지난번에 악시온에게 걸었던 결계 기억나요? 그걸 다시 걸어 주면 해서요.”
다자르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이내 내가 말하는 게 무언지 깨닫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 그 위치를 추적하는 걸 말하는 거야?”
“네.”
“갑자기 왜?”
세드릭과 엘스턴이 흑막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사실 기회를 보고 있었다. 그들은 시아스터가를 쉽게 드나들 수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내가 없는 사이 악시온에게 접근할 수 있지 않나.
다자르가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다른 이유를 댔다.
“엄마의 직감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미야를 만난 나는,
“오오. 파괴신이시여! 오오오!”
“파괴신을 믿습니다!”
아주 놀라운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