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1화 –
그의 눈썹이 살짝 치솟았다.
“우리 에반로아르 자작 영애께서는 좀 짧은 말을 즐기나 봐. ‘흔들어.’에 이어 ‘먹어.’라니. 딸랑이께서 키우시는 개가 된 기분이야.”
“고막에 필터가 이상하게 달리신 것 같네요. 저는 방금 똑바로 ‘먹어요.’라고 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어조가 존대가 아니던걸.”
“귀 파실 때가 지나신 건가. 아주 공손한 어투였는데요?”
다자르가 상냥하게 웃었다.
언뜻 우아하고 기품있는 다자르가 스쳐 지나갔다.
풀어헤친 차림으로 그런 얼굴을 하니 꽤 언밸런스했다.
“네가 마족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
“사실 마족이지? 그렇다고 말해.”
“삐빅. 인간입니다.”
“……정말 아쉽군. 네가 마족이었다면 지금쯤 저쯤에 목이 뒹굴고 있었을 텐데.”
난 있는 힘껏 얼굴을 찌푸리며 스푼을 휙 내밀었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우선 먹기나 해요.”
그가 내 얼굴을 힐끗 보며 씩 웃더니 스푼을 손등으로 살짝 밀었다.
“먼저 먹어.”
“……네? 제가 왜요?”
“그 하얗게 생긴 거에 독이라도 탔을지 어떻게 알아?”
“허.”
이 녀석은 재능러야, 재능러.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데에 아주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암살 위협이라도 받나?’
직위가 높고 퍽 유명하니 언뜻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스푼 위에 있는 쌀밥을 입에 닿지 않게 털어 넣었다.
스푼은 하나뿐이었고, 저런 놈과 간접키스 따위는 사양이었다.
“됐죠?”
다자르는 그제야 스푼으로 쌀밥을 펐다. 한참을 썩 원치 않는다는 듯 물끄러미 보고만 있던 그가 이내 입 쪽으로 천천히 스푼을 가져갔다.
그러고는 내가 먹은 것처럼 입에서 조금 떼고 털어 넣었다.
좀 우스웠다. 그래. 으레 처음 맛보는 음식은 남이 먹는 걸 보고 따라 하기 마련이지.
그가 쌀밥을 느릿하게 씹었다. 천천히 저작 운동을 반복하던 그가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그러고는 아까보다 더 듬뿍 떠서 한 입 더 털어 넣었다.
그가 약간 멍한 얼굴로 물었다.
“……이거, 이름이 뭐지?”
“쌀밥이요.”
그러자 한 입 더 털어 넣고 꼭꼭 씹으며 말했다.
“미아르로 만든 음식과 달리 찰기가 느껴지는군. 다만, 알알이 있어서 혀를 더 많이 써야 하고, 씹기가 귀찮아.”
“…….”
그가 또 한 입 더 털어 넣고는 마저 말을 이었다.
“크흠. 하지만 씹을수록…….”
“맛있다고요?”
“…….”
그가 스푼을 툭 던지듯 내려놓고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래, 맛있군.”
지금 저 재수 없는 놈 귓불 살짝 붉어진 거 맞지?
다자르는 내 시선을 빗겨 피하면서 다시 스푼을 들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한가득 쌓여 있던 밥이 바닥을 보일 즈음에서야 멈췄다.
그러고는 배가 부른지 하아, 하고 숨을 내뱉더니 뭔가 이상한 얼굴을 했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이해 안 간다는 얼굴이었다.
‘뭐야?’
나는 그사이 미리 준비해 둔 벼를 테이블에 슥 올려 두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팔걸이를 타닥타닥 두드리다가 말했다.
“이걸 키우는 데 얼마나 걸리지?”
그의 눈이 내가 올려 둔 벼를 향해 있었다.
눈치 빠르게 이 벼가 방금의 하얀 쌀밥이 된다는 걸 알아챈 모양이다.
“보통 1년을 잡고 농사를 해요. 한해 수확이죠. 봄에 씨를 뿌려서 늦여름이나 가을에 수확을 해요.”
“미아르와 비슷하군.”
“뭐, 그렇죠.”
자작가에서 부캐 악숀맘으로 활동하면서 알게 된 것은 평민들도 미아르를 주식으로 먹는다는 것이었다.
미아르 대신 옥수수 같은 걸 먹지 않았나 싶어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이 대륙에는 옥수수는 없었다.
“미아르보다 영양소도 풍부해요. 미아르를 가루로 만들려면 풍차나 방앗간이 필요한데, 이건 딱히 그 과정이 필요하지도 않고요. 여러모로 아주 좋은 식량이죠.”
“잘 알고 있네.”
“……괴팍한 취미 덕에.”
슬쩍 시선을 돌렸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주루룩 말했다.
분명 아까 전에는 썩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는데, 갑자기 침묵을 하니 슬쩍 조급해졌다.
“도정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백미로 만들지 현미로 만들지 조절할 수 있고요. 백미는 최대한 맛을 우선으로 해서 만든 거라, 양을 우선으로 하려면 도정 과정을 줄이면 돼요. 그리고 이걸로 죽을 만들기도 하고, 발효시켜서 술도 만들죠.”
다자르는 조용히 경청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쓰임새도 많은 식량이라구요.”
“꽤나 자세히 알고 있군.”
“……연구를 많이 해서.”
“괜히 아카데미 만년 수석이 아니었나 봐.”
“…….”
이전에도 느꼈지만, 이 사람 은근 이 몸에 대해 잘 알고 있는걸.
뭐, 실리아가 아카데미를 다닐 적에 우수하긴 했지.
다자르는 내가 올려 둔 벼를 들어 여기저기 살피더니 말했다.
“그래서. 네 말대로라면 이건 장점밖에 없는 식물이군?”
“으음.”
사실 단점도 있다. 아주 큰 단점이.
“미아르보다 키우는 게 좀…….”
“좀?”
“까, 까다롭죠.”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미아르는 대충 뿌려도 자라지만, 이건 땅도 갈아야 하고 물도 필요하고…… 물을 대려면 관개 작업도 해야 하고…… 으음, 물 양도 그때그때 신경 써야 하고……. 아, 그 전에 모내기법부터…….”
아니, 왜 이렇게 손이 많이 가?
중얼대며 설명하고 있자니 슬쩍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래? 그럼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네. 잘됐어.”
뭐가 잘됐다는 거지. 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자 그가 작게 박수를 쳤다.
“시아스터 공저에 땅을 마련해 줄 테니 거기서 이걸 만들어 내 봐.”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한껏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식량 가져오면 끝인 거 아니었어요?”
그러자 그가 픽 웃었다.
“가져오면 짠, 하고 제국에 모두 보급되나?”
“원하는 걸 들어준다는 건 그럼…….”
“만족할 만큼의 식량을 만들어 내면. 뭐든 들어주지.”
“……뭐든?”
“뭐든.”
미간이 깊게 패었다. 뭐든, 이라고?
“정말 뭐든 들어줄 거예요?”
“그래. 내가 들어줄 수 있는 한에서.”
문득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 보니, 돈 말고도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사돈 관계를 미리 선점하면 되잖아.’
그럼 악시온과 바닐라는 아기 때부터 만날 수 있을 거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때이니 꼭 지식이 출중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호감이 싹 틀 수 있지 않을까?
‘선 계약 후 연애, 이런 말도 있잖아.’
식량 문제가 아주 중요한 거니까. 이런 미친 제안도 들어주지 않을까?
머리가 재빨리 휙휙 돌아갔다. 기막힌 생각을 떠올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럼 지금 미리 말할게요.”
“뭐, 그래. 미리 알고 있으면 나도 준비할 수 있으니 좋지.”
다자르가 말해 보라는 듯 고개를 툭 흔들었다.
나는 꿀꺽, 침을 삼키고 입술을 뗐다.
“결ㅎ…….”
“결?”
거기까지 입술을 뗐다가 문득 어떤 장면이 스쳐 지나가 냉큼 닫았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악시온이 어떤 상단의 딸과 약혼 같은 걸 하지 않았었나?
악시온의 능력을 탐한 어떤 상인이 악시온 몰래 거짓 계약서를 작성했었지.
그리고 악시온은…….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몰래 약혼을 맺다니. 과거 죽어 가던 날 거둬 주었으니, 감사의 의미로 고통 없이 죽여 주마.’
“케엑! 크흠.”
“뭐야?”
눈썹을 까딱이는 다자르를 앞에 두고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니야. 다시 생각해 보니 악시온의 자유 의지가 없잖아. 이러다 그 상인처럼 끔살 루트를 탈지도 몰라.’
갑자기 이러는 것보다는 서로 자연스레 감정이 싹터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사랑을 응원해 주는 쪽이 더 그럴듯하지 않을까?
나는 미간을 한껏 구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냉큼 다른 단어를 뱉었다.
“돈이 필요해요.”
“돈? 방금 다른 걸 부탁하려고 한 거 아니었나?”
“으으음. 그, 그것보다는 좀 더 서로 시간을 가지면서 지켜보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
다자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이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좋아. 청이 생각보다 약소한데? 더 엄청난 걸 요구할 줄 알았는데. 내 목이라든가.”
“…….”
누가 꼭 저와 같은 줄 아나.
다자르가 갓 뽑은 감자처럼 변한 내 얼굴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낄낄댔다.
“뭐, 그래. 그럼 우선 빠른 시일 내에 시아스터 저택으로 들어와.”
“네?”
다자르가 깜짝 놀란 날 보며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럼 거기서 출퇴근할 생각?”
“하지만 거처를 옮기는 건 좀…….”
이곳 시아스터 영지와 우리 영지는 거리가 멀어 왔다 갔다 하면 하루가 다 갈 정도였다.
게다가 내가 거처를 옮기면 당연히 악시온도 함께 와야 하는데.
그날 악시온을 험하게 다룬 이 미친 사돈에게 아직은 악시온을 보여 주기가 퍽 꺼려졌다.
그러자 그가 은근한 눈을 하고 속삭였다.
“평소에 고생하는 걸 좋아하나 봐? 취향 독특하네. 뭐하면 내가 괴롭혀 줘?”
“죄송하지만 제 취향은 괴롭히는 쪽이어서요.”
“아?”
“방은 되도록 햇빛이 많이 드는 곳으로 준비해 주세요.”
재빠른 내 대답에 그가 픽 웃더니, 잠시 입을 오물댔다. 답지 않게 머뭇대는 기색이었다. 뭐야? 소름 돋게.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리고 가끔 이 밥이란 걸 해 줬으면 하는데.”
그러고는 웅얼대듯 덧붙였다.
“……테스트 차원에서 말이야.”
흐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