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3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13화 –
뚝, 뚝. 단도 끝에서 핏물이 떨어져 내렸다.
“다, 다자르……?”
“역시. 몸에 결계를 둘렀는데도…… 그걸 뚫었단 말이지.”
다자르가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댔다.
아니, 이 사람아! 지금 그렇게 태연하게 ‘음. 내 결계가 소용이 없었군!’ 할 때가 아니라고!
나는 황망한 얼굴로 그의 복부를 뚫고 나온 칼날을 응시했다.
조금 전 세드릭이 이쪽으로 달려오며 단도를 던졌을 때, 분명 그 궤적은 날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단도가 빠르게 날아오는 중이었고. 이대로라면 내 목숨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순간.
‘이런.’
눈앞에 커다란 등이 나타났다. 단도가 날아오는 것보다도 빠르게.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건 다자르의 등이라는 것을.
다자르가 마치 단도를 막으려는 듯 손을 쫙 펼치며 내밀었고, 순간 빛이 번쩍였다.
그때까지 나는 그가 당연히 아무렇지 않게 막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괜찮아요?”
“음…….”
다자르가 복부에 박힌 칼날을 힐끗 내려다보고는 내 옷에 묻은 피를 바라보았다.
“피가 묻어 버렸네.”
“……지금 그런 말이나 할 때예요? 괜찮냐니까요!”
“괜찮아. 이 정도로는 안 죽어.”
다자르는 그리 말하며 아까 활짝 펼쳤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앞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흑매들에게 둘러싸인 세드릭이 있었다.
그는 눈에서 불이 나올 것처럼 눈을 희번덕 뜬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를 막고 있는 다자르를.
“감히 ‘시작의 날’을 방해하다니…… 빌어먹을 시아스터.”
“나도 동의해. 시아스터가 좀 빌어먹긴 하지.”
다자르는 그리 답하며 순식간에 제 몸에 박힌 단도를 뽑아냈다. 푸확! 붉은 피가 확 튀어 올랐다.
그걸 그렇게 뽑아도 되는 거야……?
내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바라보는 동안, 다자르는 단도를 바닥에 던지고 한 손으로 상처 부위를 감쌌다.
그러자 그 손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 이 사람 초월자였지.’
신성마법과 결계를 숨 쉬듯 사용하는 초월자. 당연히 제 상처를 치유할 수도 있을 터였다. 그만큼 기력이 소모되긴 하겠지만.
“세이드리그 에이하르츠 후작. 왠지 처음 봤을 때부터 재수가 없더라니. 너, 정체가 뭐야?”
“…….”
얼추 상처를 치료한 듯한 다자르가 고개를 살짝 비틀었다. 세드릭은 묵묵부답이었으나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곳에 쳐져 있던 결계는 분명 네가 만든 거야. 그렇지? 그리고 그 결계는 내게도 익숙한 것이지.”
익숙한 결계라니. 그게 무슨 말일까.
다자르가 세드릭 쪽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
세드릭은 여전히 별다른 말이 없었다. 내게 달려오며 후드가 넘어간 모양인지, 세드릭의 얼굴이 모두 드러나 있었다. 그는 분한 듯 입술을 물고 다자르를 노려보고 있었다.
세드릭의 이런 표정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시아스터는 정신계 결계에 특화된 이들이지. 시아스터가 루벤의 탑을 관리할 수 있는 것도 특유의 힘 덕분이기도 해. 뭐, 그러다 보니 쉽게 미치기도 하지만.”
“시아스터……?”
갑자기 시아스터가 이야기를 꺼내는 다자르는 뭔가 이상했다. 잠깐. 그럼 이 결계는 다자르도 잘 알고 있는 종류라 했고…… 정신을 조작하는 속성은 시아스터가 특유의 힘이고.
“설마 세드릭이 시아스터가의 일원이라는 소리예요?”
“……놀랍게도.”
다자르가 잠시 뜸을 들이다 답했다.
“나도 이 상황이 잘 이해가 안 가기는 하는데, 상황만 봐서는 그게 맞아. 세이드리그 에이하르츠 후작은 시아스터가의 사람이다. 곧, 초월자지. 하지만 이상해. 내가 알기로 이 세계의 시아스터는 나와 바닐라뿐이거든.”
“…….”
이제껏 묵묵히 다자르를 노려보고 있던 세드릭이 아드득 이를 갈며 말했다.
“분명 너도 나와 같은 길을 걷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실리아를 돕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지?”
“너 또한 이전 세계를 루벤에게 바치고 무한의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었나?”
“……뭐?”
다자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황급히 세드릭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잠깐, 너,”
“하지만 내 착각이었나 보군. 어쩔 수 없지. 이번만이 기회는 아니니.”
다자르가 급히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세드릭은 갑자기 갈라진 공간의 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다자르가 나를 구하러 나타났을 때처럼.
“……제길. 도망갔군.”
다자르가 이를 갈며 머리카락을 부스스 흐트러트렸다. 그때까지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세드릭은 다른 세계에서 온 시아스터가의 초월자라는 소리인가? 잠깐, 그렇게 다른 세계에서 온 초월자가 모일 수도 있는 거야?’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걸 눈치챈 건지, 다자르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선 이곳을 정리……”
“잠깐만요.”
“어?”
나는 그의 말을 탁 막았다.
세드릭이 무슨 사정이 있어서 정체를 숨기고 루벤의 추종자를 대표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세드릭이 루벤 즉, 악시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럼 지금 악시온이 위험한 거 아니에요?”
“뭐?”
“세드릭이 시아스터라면…… 당신이 저택에 쳐 둔 결계를 그가 파훼할 수도…….”
그러자 다자르가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결계는 아무리 시아스터라고 해도, 안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파훼할 수 없어.”
“만약 안에서 돕는다면요?”
“……!”
그 말을 듣고 나니, 순간 스쳐 지나가는 얼굴이 있었다. 세드릭과 비밀 이야기를 나누던 엘스턴. 바닐라를 교육하며 자유롭게 저택을 드나들던 마탑주 말이다.
우리와 함께 웃고 떠들기도 했던…….
“제길…… 설마 마탑주가…….”
“당장 돌아가야 해요.”
재빨리 다자르의 팔을 붙잡았다. 이곳에 오기 전 엘스턴의 낌새가 이상했던 게 생각났다. 분명 뭔가 의심쩍었어. 나보고 조심하라고 했었지.
분명 그는 오늘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결국 그가 세드릭의 조력자라는 소리고.
“어서요!”
다자르가 내 벼락같은 외침에 재빨리 공간을 찢었다.
* * *
“우아?”
엘스턴은 제 앞에서 황금색 딸랑이를 흔들고 있는 아기를 내려다보았다. 아기는 처음 봤을 때보다 조금 커서, 이젠 아장아장 걷기도 했다.
‘처음 봤을 땐 정말 갓 태어난 아기였는데.’
엘스턴은 아기를 안아 들었다.
“우웅?”
고개를 갸웃하는 아기의 뒤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노집사가 보였다. 조금 전, 그는 난데없이 나타난 자신을 보며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듯했다.
‘오늘은 실리아 님이 계시지 않는 날인데. 혹시 약속을 하고 오셨습니까? 죄송하지만 주인이 계시지 않사오니, 다음에 찾아오심이 좋으실 듯합니다,’
그러며 자신을 내쫓으려 했다. 그의 말을 순순히 따라 줄 수는 없는 입장이었으므로, 엘스턴은 어쩔 수 없이 제힘을 쓸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갑자기 악시온이 눈에 아른거려 죽이지는 않았지만, 안 그래도 찝찝한 마음에 스크래치가 하나 더 늘었다.
‘젠장. 분명 처음에는 세드릭을 도와 나 또한 영생을 살 계획이었는데.’
왜 이 아기를 보면 흔들리고 마는 거지?
이 순수한 눈이라니.
‘이 아이가 어떻게 루벤이라는 거야?’
분명 그는 처음에는 그렇게 계획했다. 어느 날 나타나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온 초월자라는 걸 밝힌 세드릭. 그처럼 영생을 살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에 넘어간 엘스턴은 그때부터 그를 도와왔다.
지금 이 순간까지 말이다.
그런데 왠지 찜찜한 기분이 계속해서 드는 건 왜일까. 아니다. 이미 늦었다. 늦은 것이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어.”
엘스턴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에 악시온이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
“시오오오온! 나랑 노올자~”
방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제자 바닐라가 들이닥쳤다.
“어……? 엘스터언? 여기서 모 해여?”
“윽…….”
엘스턴이 문을 열고 들어온 바닐라를 보고 멈칫했다. 바닐라는 순진한 얼굴로 엘스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엘스턴의 품에 안긴 악시온을 힐끗 보고, 이내 그 너머를 보았다.
바닥에 쓰러진 노집사가 있는 쪽이었다.
바닐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카알……!”
초월자답게 상황을 단숨에 파악한 듯했다. 그녀의 몸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할 때. 엘스턴은 재빨리 손을 휘저었다.
빛이 번쩍이며 그가 불러낸 바람이 방 안을 휘저었다.
“으……!”
비록 그녀가 시아스터라고 해도,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마법 하나로도 가뿐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콰아아-!
방 안의 잡기가 바람에 휩쓸려 날아오르자, 바닐라의 새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