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4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14화 –
공간을 찢고 도착한 곳은 다자르의 방과 내 방 사이에 있는 복도 한복판이었다. 다자르와 나는 복도에 안착하자마자 서로를 마주 본 뒤,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둘이 전력으로 달리는 소리가 쿵쾅쿵쾅 벽을 타고 울렸다. 저택의 공기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다자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택에 있던 결계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헉, 허억, 아직 악시온이 여기 있는 거 맞……죠?”
발가락에 잔뜩 힘을 주고 땅을 박차며 물은 말에, 다자르가 얼굴을 굳혔다.
그 모습에 마음속에서 불안이 싹텄다.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는 거야?
“조금 전까지는 분명 이곳에서 위치가 잡혔어.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요?”
“이상해. 이전과는 달리, 위치가 너무 흐릿하군.”
다자르가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험상궂게 변한 그의 얼굴만큼이나 나 또한 표정이 말이 아닐 것이다.
“일단 가 보는 수밖에.”
불안감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다자르 또한 불안한지,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손이 구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꽉 잡고 계속해서 달렸다.
쾅!
눈앞에 문이 보이자마자 바로 걷어차 열었다. 그리고 드러난 방 안의 상황에 벼락같이 외쳤다.
“칼-!!”
칼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다급히 옆으로 달려간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다, 다행이야. 죽은 건 아니야.
바닥에 쓰러지며 테이블에 머리를 찧은 건지, 이마에 찢긴 상처가 있었다. 그 외에는 뚜렷한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를 보고 쿵 가라앉았던 마음에 다소 안도가 찾아왔지만, 곧바로 사라졌다.
“악시온……! 악시온은? 악시온은 어디에 있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 안은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고 사라진 것처럼 난장판이었다. 악시온이 항상 누워 잠을 자던 요람은 엎어져 한쪽 귀퉁이가 부러져 있었다.
하지만 어딜 봐도, 악시온은 보이지 않았다. 급히 방에 달린 작은 방들을 살폈지만 그곳에도 역시나 악시온은 없었다.
“허억, 허억…….”
방에 들어선 후에는 그리 오래 달린 것도 아닌데, 숨이 금세 턱 밑까지 차올랐다.
숨을 몰아쉬면서 점차 깨달았다. 이곳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아이가 있는 곳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오직 나만이 숨소리를 내고 있는 듯했다.
꿀꺽 침을 삼키고 더듬더듬 물었다.
“이곳에 악시온이…… 없는 게 맞나요?”
“…….”
내가 방에 들어온 직후 손을 놓친 다자르가 눈을 깊게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이 저택 내에는 없어.”
맙소사.
악시온이 이곳에 없다는 것을 깨닫자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간신히 벽을 짚고 몸을 지탱한 채로 스르륵 미끄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이 내 통제를 벗어나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오한이 들이닥쳤다. 금방이라도 구토할 것처럼 속이 메슥거린다.
악시온이 이곳에 없다니.
그럼 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세드릭이 악시온을 정말 데리고 가 버린 거야?
“잠깐. 진정해. 실리아.”
“지금 당장 찾으러 가야 해요.”
어깨를 감싸 안는 손을 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힘이 빠진 무릎은 금방 꺾였다.
“윽……!”
“이런. 괜찮냐? 제길. 나도 당장 찾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
“네? 그게 무슨 소리…….”
침착하게 말하려 하지만 다자르의 목소리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나만큼이나 동요하고 있다.
그가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짓씹듯 말했다.
“위치를 찾을 수가 없다고.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야. 그 녀석들을 찾을 방법을 찾아야 해.”
뭐?
나는 벽을 짚고 있던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콰득 잡았다. 위치를 찾을 수 없다는 말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그것보다 더 정신을 잡아채는 단어가 있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그 녀석…… 들?”
“……그래. 그 녀석들.”
다자르가 눈을 깊게 감았다 떴다. 그의 황금색 눈동자가 바르작바르작 떨리고 있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바닐라도 함께 사라졌어.”
“……!”
“이 방에 남은 흔적을 봤을 때, 바닐라가 엘스턴을 저지하려 한 듯해.”
그 작은 아이가…….
“내가 평소 쓰지 못하게 하는 시아스터가의 힘을 모조리 방출한 흔적이 남아 있거든. 엘스턴의 마력도 흐릿하지만 남아 있고.”
그 말은,
“아마 악시온을 구할 생각이었던 거겠지. 그러다 함께 끌려간 것 같고.”
나는 두 손을 퍼뜩 들어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절망감과 공포를 그 또한 절절히 경험하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마음에 깊이 퍼졌다.
그러자 이렇게 나약하게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스쳤다.
정신 차려. 넌 한 아이의 엄마야.
그 아이를 구할 사람은 바로 너라고.
‘이렇게 멍청하게 있어서는 안 돼.’
나는 다자르의 손을 꾹 감싸 안은 채 한 음절, 한 음절 힘주어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찾을 수 있죠?”
그러자 다자르가 약간 망설이는 듯 입술을 들썩이다 닫았다. 뭐야? 뭘 알고 있는 거야? 그는 분명 그 방법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지금 당신 머릿속에 떠오른 게 뭐예요? 저한테는 털어놓을 수 없는 건가요?”
“……아니. 네게도 이야기해야겠지. 이걸 말할 사람도 사실 너밖에 없을 거고.”
작게 한숨을 내쉰 다자르가 작게 중얼댔다.
“……루벤.”
뭐? 루벤? 루벤이라니?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자르를 보았지만, 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푸드득! 날갯짓 소리가 들리며 눈앞에 나타난 붉은 새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새는…….’
다자르와 이전 세계에서부터 연이 있는 존재이자, 내가 ‘루벤의 탑’을 찾을 때 도움을 준 새였다. 말을 하는 새라는 게 신기하긴 했지.
그런데 방금 저 새에게 루벤이라고 부른…… 건가?
“흐으응. 네 녀석에게 아주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로군.”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가늘게 뜬 채 높은 곳에 앉아 우리를 내려다보는 붉은 새에게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가 부리로 날개깃을 콕콕 고르더니 여상하게 물었다.
“그래서, 초월자께서 웬일로 ‘루벤’을 불렀지?”
“그 이유는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렇게 받아치는 다자르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붉은 새를 바라보는 황금빛 눈동자는 더 이상 떨리고 있지 않았다. 한기를 담은 채 새를 직시했다.
“그 마탑주가 아이들을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 넌 알고 있겠지?”
“흐응…….”
붉은 새의 눈동자가 도르륵 구르더니, 날 힐끔 보고 다시 다자르에게로 향했다.
그러더니 재밌다는 듯 씩 웃었다.
“웃기는군. 네 녀석, 이 세계의 안위에는 전혀 관심도 없더니. 갑자기 왜 정의로운 척이지?”
“정의……?”
붉은 새의 시비에 다자르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내게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야. 너와 계약하던 순간부터 말이야. 지금 내가 그 녀석들을 찾는 건…….”
“찾는 건?”
“내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어.”
가족.
다자르의 그 말에 붉은 새가 우습다는 듯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어찌나 신나게 웃던지, 몸이 바닥을 구를 정도였다.
그가 웃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붉은 새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했다.
‘아. 이 새가 다자르와 계약한…… 이전 세계의 루벤이구나.’
분명 초월자를 이용해 한 세계를 멸망시킨 끔찍하고 무서운 존재일 텐데. 그가 루벤인 걸 알자마자 스쳐 지나간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악시온처럼 이 새도 나와 같은 엄마가 있었을까?’
분명 세드릭은 나를 ‘루벤의 안내자’라고 불렀다. 내 추측이 맞다면 루벤이 존재하는 세계에는 항상 나와 같은 ‘루벤의 안내자’, 곧 그의 어머니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진정한 루벤으로 각성했다는 건, 그의 어머니가 어떤 방식으로든 그를 떠났다는 것이겠지.
‘악시온과 같은…… 루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붉은 새가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난번에 그와 함께 ‘루벤의 탑’을 오르며 시간을 보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꽤나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렇게 지껄이는 붉은 새에게 불쑥 다가갈 수 있었다.
“킥킥. 우습군. 우스워. 네 녀석이 가족을 운운하다니. 낄낄. 저 여자에게 물들기라도 했…… 켁?!”
그리고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콱 쥐는 것도 딱히 어렵지 않았다.
꽤액!
새치고 제법 기다란 목이 손에 잡히자, 돼지 멱 따는 듯한 소리가 그에게서 울려 퍼졌다.
“이…… 지금 뭐, 하는 짓…… 켁켁.”
“너, 악시온과 바닐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구나?”
그 말에 붉은 새가 눈알을 도르륵 굴리며 “꽤액…….” 소리를 냈다.
다자르의 말대로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