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6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16화 –
“……고마워. 실베스타인.”
이 목걸이를 실베스타인이 준비하는 거였구나. 원작에서는 딱히 목걸이의 배경이 등장하지는 않았던 터라, 놀라웠다.
실베스타인이 실비라는 필명으로 루벤에 대해 파헤치고 있었으니 그러다 결국 이 목걸이까지 만들게 되는 모양이다. 어떻게 이게 성인이 된 바닐라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목걸이를 꾹 쥔 채 재빨리 품속에 넣으려다가, 아예 내 목에 채웠다.
‘이 중요한 걸 그냥 주머니에 넣을 순 없지.’
그럴 가능성은 적겠지만, 혹시라도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잃어버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목에 잘 채워진 것을 확인하고 다자르의 손을 살짝 잡아당겼다.
“이제 가요.”
“……그래.”
실베스타인이 입을 오물거리는 게, 왠지 더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으므로 나는 다자르와 함께 저택을 벗어났다.
이곳에 왔던 것처럼 공간이 찢겨지고 다른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전 날, 악시온이 루벤인 걸 확인했던 곳.
‘루벤의 섬’에 도착한 것이다.
* * *
제 동생 실리아와 시아스터 공작이 있던 공간이 갑자기 찢기면서 그들을 집어삼켰다. 초월자의 힘이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실베스타인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중얼거렸다.
“……아. 이런. 그 이야기를 못 했잖아.”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던 제 조카가 위험하다는 소식에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런 바보 같으니. 그가 제 머리를 주먹으로 콩 때리려다가 멈칫했다.
‘아니지. 상황이 급했어.’
실베스타인, 그가 전하려던 이야기는 동생 실리아의 특이한 몸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결계도, 마법도 통하지 않는 몸.
어렸을 때부터 어딘가 별났던 제 동생의 특별함을 알게 된 건, 그녀가 갑자기 들고 나타난 씨앗 때문이었다.
‘실비. 나 동대륙에 다녀왔어.’
‘엉……?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동대륙이라니. 꿈이라도 꿨어?’
그가 미스터리 탐사를 위해 잠시 저택을 비웠다가 돌아갔을 때, 실리아는 처음 보는 씨앗을 땅에 심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가 꺼낸 이야기는 놀라웠다.
‘아버님의 말씀이 맞았나 봐. 내 몸, 좀 이상해.’
아니, 놀라움을 넘어 걱정스러웠다.
동대륙은 분명 대륙에 쳐진 결계를 넘어가야만 건널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이동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이 씨앗을 발견했고.
세상에 이유 없는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의 미스터리를 쫓는 실베스타인의 철칙이었다.
그 후로 그는 실리아의 몸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이곳저곳의 흔적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흔적을 쫓아 저택을 비운 게 바로 이번이었다.
‘……비록 실리아의 부름으로 급히 돌아오긴 했지만.’
확실히 수확이 있었다.
그는 제 품속에 들어 있을 고서를 생각하며 의자를 끌어 침대 옆에 놓고 앉았다.
“어쩔 수 없지. 실리아가 돌아오면 그때 이야기하는 수밖에.”
초월자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다자르 시아스터 공작이 함께하고 있으니, 분명 무사할 것이었다.
……그런데 악시온을 위험에 빠뜨린 인물이 대체 누군 거지?
그러고 보니 자신은 자세한 정보라곤 하나도 알고 있지 못했다.
‘윽.’
에반로아르 저택에 너무 처박혀 있었나? 어째 실리아에게 전혀 도움 안 되는 오빠가 된 느낌인데. 아, 아냐. 루벤을 막을 수 있는 목걸이도 건넸는걸.
실베스타인은 뒷덜미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무시하고 뺨을 긁적였다.
그 목걸이는 그가 루벤에 대해 조사하며 얻은 정보와 귀한 재료로 특별 주문해 만든 것이었다.
“부디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실베스타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던 바로 그때.
침대에 누워 있던 칼이 중얼대는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으으음. 악시온 님…….”
“칼……?”
실베스타인이 놀라 재빨리 칼의 얼굴을 살폈지만, 여전히 잠든 채였다. 마치 악몽을 꾸는 듯 얼굴이 잔뜩 찌푸려진 채로, 칼이 웅얼댔다.
“안 돼…… 안 됩니다. 실리아 님. 위험…….”
실리아의 이름이 나오는 걸로 봐서, 실리아가 나오는 악몽인 듯했다. 칼이 그렇게 웅얼대자 괜스레 제 속도 요동치는 기분이다.
실베스타인은 어린 시절 제가 악몽을 꾸면 칼이 해 주던 대로 그의 배를 토닥여 주며 창밖을 보았다.
석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쩐지 그 붉음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칼의 악몽 때문일까. 실베스타인은 살짝 어깨를 움츠렸다.
* * *
다자르가 도착하는 위치를 조정한 모양인지, 루벤의 섬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바로 ‘루벤의 탑’이 있었다.
“……저곳에 있다는 거죠?”
나는 다자르의 손을 붙잡은 채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뒤를 잠자코 따르며 다자르가 중얼댔다.
“그나저나, 무섭지도 않나 봐. 여기 있는 녀석들, 꽤나 강한데.”
“…….”
그러고 보니 한 명은 마탑주에, 한 명은 이세계에서 온 또 다른 초월자다. 악시온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고 무작정 일단 날아오긴 했는데.
걸음을 잠시 멈추고 다자르를 돌아보았다.
“생각보다 그렇게 무섭진 않은데요?”
“……왜?”
“그야…….”
미간을 좁히고 잠시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내가 바로 악시온의 엄마니까? 이게 바로 악숀맘의 파워? 내 무쇠 팔과 무쇠 다리를 믿어서? 아니, 그것보다는……
“당신이 있잖아요.”
“……!”
“우리, 한배를 탄 사이라면서요?”
그래. 다자르가 있어서다.
그는 결코 나와 악시온을 저버리지 않을 테니까. 분명 그는 붉은 새, 이전 세계의 루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내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어.’
가족. 분명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 단어 하나가 뭐라고, 내 마음도 어딘가 좀 말랑해진 기분이다. 그의 입을 통해 가족이란 단어를 듣고 나니 그에 대한 신뢰가 무한으로 샘솟았으니까.
“그리고 우리, 가족이기도 하고요.”
“…….”
마주한 황금빛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마치 제가 그런 소리를 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듯했다.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가, 천천히 나를 보았다.
“이런 전적인 신뢰는, 오랜만인데.”
오랜만이라.
‘그녀’가 그에게 주었던 신뢰 이후로 처음이라는 걸까? 자연스럽게 그가 말하는 건 모두 ‘그녀’와 연관을 짓게 된다.
“영광으로 알아요. 저한테 이렇게 신뢰받는 거, 쉽지 않거든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자르의 손을 놓고 척척 걷기 시작했다. 어쩐지 조금 뺨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던 까닭이다.
“뭐 해요? 빨리 와요. 어서 아이들을 되찾아야죠.”
내 말에 다자르가 재빨리 다리를 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내 뒤에 따라붙은 걸 확인하고 탑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지난날, 다자르 몰래 숨어들었던 탑 안으로 다시 한번 몸을 들이밀었다. 이번에는 다자르 그와 함께였다.
탑 안으로 한 발자국, 발을 들이자마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으아앙. 으아아앙-!”
“……악시온!”
이 비명 같은 울음소리의 주인은 분명 악시온이다. 듣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이의 엄마였으니까.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울음소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이 틀림없다.
평소 순하기만 한 아이인데, 이렇게 운다는 건 어딘가 아프다거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는 다급히 땅을 박찼다.
“실리아. 잠깐,”
“어서 가야 해요!”
뒤에서 다자르가 나를 붙잡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이의 울음소리, 아니, 비명을 듣고 만 내가 어떻게 여기서 잠자코 있을 수 있을까.
나는 다자르의 만류에도 달리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는 분명 위에서 들리고 있었다.
쩌적.
그리고 내가 막 탑의 계단 위에 발을 올린 순간, 이상한 소리가 귀를 스쳤다.
‘어?’
이상함을 느낀 내가 뒤를 돌아보는 동시에 방금 전까지 내가 서 있던 바닥이 순식간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우르르-!
“다, 다자르!”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바닥에는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다자르가 위태로운 자세로 서 있었다.
“제길. 이 빌어먹을 마탑주 녀석.”
그의 시선이 허공의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 누군가 있다는 듯이.
그가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내게 다급히 말했다.
“먼저 올라가. 탑은 계속해서 무너져 내릴 거야.”
자세히 보니, 그의 다리에 마치 족쇄처럼 보이는 푸른 형상이 둘러싸고 있는 게 보였다.
내가 당황한 사이, 다자르가 노려보고 있던 곳에서 스르륵,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요. 가세요. 영애. 위에서 아기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앞에서 쩔쩔매던 엘스턴이, 낯선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