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20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20화 –
눈을 가늘게 뜨고 크게도 떠 봤지만, 내 앞의 이 아이는 아무래도 다자르가 맞는 것 같다. 아니, 확실하다. 본인도 제 이름이 다자르라고 하니까.
“정말 네가 다자르…… 라고?”
“응. 내가 다자르인데. 날 어떻게 알아?”
소년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나와 대화하며 안심한 건지, 눈물이 가득했던 눈은 조금 편안해져 있었다. 대신 그의 눈에는 의문이 샘솟았다.
“난 아직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는데…….”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난 지금 꼬마 다자르의 말을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다자르! 왜 이런 모습인 거예요? 세드릭에게 당한 거예요? 여긴 또 어디고요?”
나는 다자르가 어린 모습을 하고 있는 건 분명 세드릭에게 당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자르의 다음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넌 누군데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고? 내가 왜 널 알고 있어야 하지?”
꼬마는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팔짱을 꼈다. 아까 훌쩍이던 소년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퍽 당돌한 모습이다.
나는 눈을 찡그렸다.
“날 모른다고……? 어째서?”
다자르가 어려지면서 머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으윽. 모르겠다. 이건 일단 제쳐 두더라도 상황 파악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다자르라고 해도, 꼬마 모습인 그에게 존댓말을 쓰고 싶진 않았는지 자연스레 반말이 튀어나왔다.
“그래.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알겠어. 그럼 이건 기억나? 악시온은 어떻게 됐어? 세드릭은?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도? 여긴 어디고?”
“……네가 말하는 그 사람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겠는데. 딱 하나 말해 줄 수 있는 건 있어.”
다자르가 작은 이마를 콱 좁히더니 내 앞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잘 차려입은 옷에 흙먼지가 묻을 것 같았지만 다자르는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그가 주저앉으면서 쇠가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지만,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여긴 내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피해 만든 감옥이야.”
“……뭐? 감옥?”
난데없이 감옥이라니?
다자르는 악시온이나 세드릭과 관련된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 문득 한 가지 가설이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진짜 어린 시절의 다자르인가?’
그 가설은 곧바로 현실에 가로막혔다.
‘그럴 리가. 그 얘기는 내가 과거…… 그것도 다자르가 있던 세계의 과거로 이동했다는 소린데. 그게 말이 돼?’
말도 안 되는 가설이라고 곧바로 부인했지만, 머릿속 한편에서는 스멀스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밀려들어 왔다.
그러지 않고서야, 눈앞의 어린 다자르를 설명할 수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이미 소설 속 세계로 빙의하는, 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겪어 본 사람이니까.
더불어 이상하게도, 이전에 배를 관통했던 상처는 내 몸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생채기 하나 없는 깨끗한 몸이었다. 이상했다.
“……봐. 저기. 내 얘기 듣고 있어?”
그때 다자르가 내 눈앞에서 손을 휙휙 흔들었다. 혼란 속에서 머리가 팽글팽글 돌고 있던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내 얘기 듣고 있냐고. 방금 넌 어떻게 여기 온 거냐고 물었잖아. 여긴…… 내 아버지의 감옥인데. 보니까 초월자도 아닌 것 같고.”
그리 묻는 다자르의 얼굴은 어두웠다. 말을 너무 또박또박 잘해서 더욱 그가 내가 아는 다자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어린아이이긴 한 모양이었다. 이렇듯 표정이 잘 드러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생생한 표정 변화를 바라보며 정말 내가 아는 ‘그’ 다자르가 아님을 실감했다. 난 혼란스러운 속내를 감춘 채 더듬더듬 답했다.
“나는…… 글쎄. 눈 떠 보니까 여기였어서. 어떻게 온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음. 그럼 아버지가 너도 잡아 온 걸지도 몰라. 우리 아버지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
대체 그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길래, 사람을…… 그것도 제 아들을 감옥에 가둔다는 걸까. 다자르에게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게 없었기에 나는 잠시 시간을 두고 답했다.
“난 네 아버지…… 를 한 번도 뵌 적이 없는걸.”
“그래……? 그럼 뭔가 실수가 있었던 걸까? 내가 부탁해서 네가 여길 나갈 수 있도록 해 볼게. 아버지를…… 언제 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말한 다자르는 살짝 풀이 죽은 얼굴을 했다. 나는 입을 다문 채 벽에 기대앉은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이곳의 수도 이름이 어떻게 돼?”
“……호아론.”
호아론……. 전혀 들은 적 없는 이름이군.
“그…… 네 아버지가 왜 널 여기에 가둔 거야?”
빙의를 한번 겪어서일까. 내 머리는 생각보다 빠르고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자르가 있던 세계, 그것도 과거로 이동했다.
그리고 눈앞에 어린 시절의 다자르가 있다는 걸 보면 이번 이동은 다자르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도 다자르를 통해서일 수도.
‘마지막에 이곳으로 이동해 올 때도…… 다자르가 눈앞에 있었지.’
그럼 눈앞의 다자르에게 부탁해서 어떻게든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이동 직전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본다든가…….
그렇게 생각하던 중 다자르가 답했다.
“글쎄.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 아버지가 날 싫어하신다는 거. 그래서 곧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다는 거.”
이게, 지금 어린아이 입에서 나올 만한 소리인가? 나는 벙찐 채로 그에게 되물었다.
“죽기를 바라다니? 그런 부모가 어디 있,”
“여기 있잖아. 아버지가 돌아오는 날 내 목숨을 루벤에게 바칠 거라고 했어. 그때 네가 여길 나갈 수 있게 부탁해 볼게.”
찰그랑, 다자르가 그리 말하며 몸을 비틀어 자세를 바꾸는 순간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다시 한번 났다.
“이건…….”
그제야 소리의 근원지를 알아챘다. 다자르의 발목에 메어 있는 검은 족쇄. 그것이 바닥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맙소사…….”
다자르의 아버지라면 당연히 시아스터가의 초월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다자르를 루벤에게 바친다는 소리를 한다는 건……
‘시아스터가의 사람들이 루벤과 가장 가까워 잘 미친다고 했지.’
분명 다자르를 통해 그렇게 들었었다. 세드릭도 다른 세계의 시아스터가였고.
그럼 다자르는 지금 제 아버지의 손에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리였다.
* * *
“크아아-!”
눈앞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에 다자르가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이 결연했다. 실리아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난 뒤, 재상은 루벤의 탑을 벗어나려 했다.
다자르가 가까스로 그를 제압해 제 결계에 가두기까지, 하루가 꼬박 걸렸다.
“허억, 헉…….”
결계 속에 갇힌 재상은 넝마와 같은 꼴이었다.
“이 배신자 녀석……. 네게 영생은 없을 것이다.”
재상의 실핏줄이 도드라지는 눈이 다자르의 뒤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엘스턴이 바닐라와 악시온을 데리고 배리어를 두른 채 있었다.
실리아가 사라진 뒤 얼마 안 있어 제가 있는 곳으로 온 엘스턴은 경계하는 다자르를 안심시키며 아이들을 그가 지키고 있겠다고 했다.
그러며 맹세를 어길 시 시전자의 죽음을 앗아 가는 마법을 스스로 걸고, 다자르에게 제 목숨줄을 쥐여 주었다.
‘아기님을 이대로 위험하게 둘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엘스턴은 진실되어 보였고, 결국 다자르는 그에게 아이들을 맡겼던 것이다.
재상을 완전히 제압하는 데에,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다자르는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실리아는, 아니…… 희아는 어디에 있지?”
분명 그의 앞에서 공간이 어그러지는 감각을 느꼈다. 다자르는 그녀가 어딘가로 이동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그녀를 찾아야 했다.
“뭐야, 네 녀석도 그녀를 알고 있었나? 아아, 혹시 네가 루벤의 손을 잡게 된 건…… 그렇군.”
재상이 알겠다는 듯 킥킥 웃더니, 피가 솟구치는 제 옆구리를 손바닥으로 꾹 누르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왜 네 녀석의 질문에 답해 줘야 하지?”
다자르가 이를 아득 물었다. 재상은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제게 답해 줄 의향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반드시 찾아야 했다.
그가 세상을 바치면서까지, 함께하길 바랐던 그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