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25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25화 –
세드릭이 나와 다자르를 번갈아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여행자인가요? 그렇다기에는 옷차림이 가볍긴 한데…….”
그의 눈동자가 나를 훑었다. 아차. 나는 이쪽으로 이동해 오기 전에 입고 있던 차림 그대로지. 다행히 실내에서만 입을 것 같은 옷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여행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힐끔 다자르의 눈치를 보았다.
그가 루벤의 추종자와 연관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지만, 정확히 어떤 일인지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나서도 될까?
게다가 다자르는 몰라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게 무슨 일이건 간에 그 일의 배후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걸 말이다.
‘세드릭도 분명 시아스터가의 초월자라고 했었지. 다른 세계에서 여러 번 생을 반복한……. 그럼 이 세계에서도 루벤의 추종자로서 활약을 했던 거구나.’
이곳이 내 세계에서는 과거이니, 세드릭 또한 과거의 세드릭인 듯했다. 날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별다른 말이 없자, 세드릭이 싱긋 웃었다.
“아까 낮에 오신 여행자분도 옷차림이 아주 가볍더군요. 요새는 그런 게 유행인가 봐요.”
“여행자가 아니라, 옆 마을에서 친구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래서 단출하게 온 것이죠.”
그때 다자르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이만.”
엉겁결에 그의 손을 잡고 따라가는데, 뒤에서 세드릭이 급히 말했다.
“지금 시간이면 다들 잠에 들었을 텐데,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거라면…… 저희 마을 회관에서 잠시 머무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까 그 여행자분도 그곳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그럼, 그렇게 하죠.”
다자르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잠깐, 잠깐. 이대로 세드릭을 따라가도 되는 걸까?
다자르를 잡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줘 신호를 보냈다. 이 녀석, 흑막 중의 흑막! 아주 나쁜 놈이라고! 무려 내 배에 칼을 꽂은 놈이란 말이야.
속으로 메시지를 던졌지만, 내가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마 전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다자르는 마치 알았다는 듯이 날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게 중얼대기까지 했다.
“걱정 마. 희아.”
“어, 어어…….”
살짝 닿았다 떨어져 나간 눈빛이 어찌나 애틋하던지, 갑자기 기습 공격을 당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 볼이 달아오르는 느낌에 괜히 딴청을 부리며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지금 그의 청을 거절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니, 일단 날이 밝을 때까지 마을 회관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미리 세드릭에 대해 언질을 주어야지.’
다자르가 내 말을 믿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세드릭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마을 회관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시골 마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다시 놀라운 인물을 마주했다.
“모로카닐……?”
블론드빛 머리카락에 자수정 같은 눈동자를 지닌 남자. 모로카닐이었다. 좀 더 어린 모습이긴 하지만 그가 분명했다. 마을 회관 한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그를 발견하고 아주 깜짝 놀랐지만, 조금 전 그를 부른 건 내가 아니었다.
그를 보자마자 얼굴을 한껏 구긴 다자르였다.
마찬가지로 다자르를 보고 얼굴을 찌푸린 모로카닐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자르. 이곳에서 뭘 하는 거죠?”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이번 건은 저희 쪽에서 해결하기로 했던 것 같은데요.”
“언제? 그런 적 없는데.”
분명 이전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과거 사이가 좋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대체 그때가 언제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둘은 서로를 보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오호. 놀랍군요. 두 분이 서로 아시는 사이였던 건가요? 같이 이웃 마을에서 오신 분들인가 보네요.”
뒤에 서 있던 세드릭이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런. 이러다가 의심을 사겠다 싶어서 재빨리 말했다.
“아아, 네. 저희가 사실 먼 곳에서 왔는데…… 이웃 마을에 이제 막 정착해서 작게 상단을 꾸리는 중이라서요. 그 과정에서 지인에게 부탁할 것도 있고 해서, 이렇게 왔는데. 하하……. 동료와 동선이 겹쳐 버렸네요.”
내가 할 수 있는 능청이란 능청은 모두 부리며 씩 웃었다. 그러자 세드릭이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가, 이내 알았다는 듯 말했다.
“그렇군요. 먼 곳에서 오셔서 이제 막 상단을 꾸리는 중이시라면, 제가 잘 모를 수도 있겠네요. 저도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주변을 잘 모르기도 하고요.”
그는 어느 정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봐야겠군요. 부디 지인분께서 부탁을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드니, 세드릭은 사라져 있었다. 어휴. 다행히 의심은 사지 않은 건가.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분은…… 누구죠?”
그때 뒤에서 모로카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로카닐 또한 다자르와 같은 십 대였기에, 그의 목소리는 살짝 덜 여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때의 모로카닐은 조금 날카로운 인상이었구나.
나는 그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을 해 줘야 할까 잠깐 고민했다.
‘음. 다자르의…… 옛 지인? 아니, 미래의 지인? 뭐라고 해야 하지.’
그때 눈앞이 커다란 무언가로 탁 가로막혔다. 다자르의 널따란 등이 눈앞에 와 있었다. 그가 나와 모로카닐 사이를 가로막은 것이다.
“알아서 뭐 하게? 신경 꺼.”
“……당신은 언제 봐도 재수가 없군요.”
“너도 마찬가지야.”
둘은 금세 다시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이러는구나. 이 둘의 신경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동안, 모로카닐이 눈썹을 구기며 말했다.
“분명 이번 건은 저희 가문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것 같은데. 왜 나타난 겁니까? 시아스터 공작, 곧 당신의 할아버지가 노쇠해 이 건을 해결할 수 없는 걸로 결론이 났을 텐데요.”
“미안하지만 착각하고 있군. 할아버님께서 이 일을 맡지 않기로 한 건 맡지만, 이 건은 시아스터의 일이다.”
“아직 정식으로 초월자로서 이름을 알리지 않은 당신이요?”
모로카닐이 팔짱을 꼈다.
그게 무슨 말일까. 아직 대외적으로는 초월자가 아니라는 소리인 걸까.
“그동안 당신은 초월자로서의 의무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 않았습니까? 이제 와서 무슨 바람인지 모르겠군요.”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모로카닐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들이 내가 듣기에도 매우 불쾌하다는 것 말이다.
‘왜 내가 기분이 나쁘지?’
짧지만 다자르의 어린 시절을 공유했던 까닭일까. 살짝 굳어진 얼굴로 뺨을 긁적이는데, 다자르가 고개를 살짝 모로 세우고 툭 말했다.
“너…….”
이런. 다자르 이러다가 폭발하는 거 아니야? 내가 기분 나쁜 것보다도, 그가 폭발해서 혹시 일이 커지는 게 더 문제 아니던가. 이곳에서 해결해야 할 사건도 있는 것 같던데.
하지만 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는 순간,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예전부터 느꼈는데. 너, 나한테 관심이 많구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군.”
“…….”
다자르는 별로 화난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여유롭기 짝이 없는 얼굴이라 상대방의 심신이 걱정될 정도였다.
‘다자르의 재수 없음은 이때부터였군.’
그가 어릴 때는 귀엽기라도 했는데. 다자르는 십 대 시절부터 이미 재수 없음의 만렙을 찍은 모양이다.
한껏 구겨진 모로카닐의 얼굴을 보며, 폭발을 걱정해야 할 건 다자르가 아니라 모로카닐이라는 걸 깨달았다.
“자, 자. 이제 그만들 해요. 이러다가 일이 틀어지겠어요.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일을 해결하면 되잖아요?”
짝, 박수를 치며 말하자 두 쌍의 눈이 내게 꽂혔다. 모로카닐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게 무슨 소,”
“좋아. 희아. 희아 말대로 하자.”
“……뭐라고요?”
모로카닐은 분명 반대를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다자르가 불쑥 내 의견에 동의를 하자, 모로카닐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당신…… 다자르 시아스터 맞습니까? 제가 지금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건 아니죠? 혹시 이곳에서 뭐에 당하기라도,”
“말이 많군. 우린 이만 들어갈 테니, 여기에 있든지 말든지 해.”
엇 하는 사이 다자르는 모로카닐을 지나 마을 회관 안쪽으로 향했다. 물론 나도 그 뒤를 따랐고.
힐끔 뒤를 돌아보니 모로카닐이 입을 헤 벌린 채 우릴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에 나에 대한 호기심이 맺혀 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으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둘의 싸움이 소강되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이대로 우리만 들어가면 안 되지.
“저기, 안으로 같이 들어갈래요? 아무래도 작전 회의를 같이 해야 하지 않겠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시죠.”
내 제안에 모로카닐이 떨떠름한 얼굴로 뒤를 따랐다. 다자르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눈치였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이 앞길이 창창한 두 초월자가 흑막 중의 흑막, 세드릭의 소굴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어서 알려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하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