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26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26화 –
“이곳은 자른 백작의 영지 중 하나입니다만. 최근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안쪽 난로에 불을 붙이고 우리 셋은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모로카닐이 ‘왜 내가 이걸 설명해 줘야 하지’ 하는 얼굴로 계속해서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진다더군요.”
“사라진다고요?”
“네.”
모로카닐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자르가 끼어들었다.
“이 마을뿐만 아니라, 세핀 자작의 영지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 다만, 마을의 규모가 너무나도 작아 크게 알려지지 못했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마을은 보셨다시피 아주 작아요. 도시와는 거리가 꽤 멀고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사라져도 쉽게 알려지질 않았죠.”
이어진 모로카닐의 설명에 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누군가 일부러 사람들을 납치하거나…… 제거하거나…… 그러고 있다는 말인가?
내가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고 있자, 다자르가 날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 눈빛이 퍽 다정하다.
“그러다 우연히, ‘그곳’을 벗어난 한 주민에 의해서 밝혀졌지.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건 ‘루벤의 추종자’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야.”
“잠깐, 다자르. 그 존재는 일반인에게는 기밀입니다.”
모로카닐이 책하는 듯한 눈으로 다자르를 노려보았다. 다자르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희아는 괜찮아.”
모로카닐이 발끈했다.
“괜찮긴요. 이 사람의 정체가 사실 루벤의 추종자일지도 모르는데. 아니, 그냥 일반인이어도 문제가 됩니다. 우리는 ‘그들’을 비밀리에 막고 있는 이유가 있어요.”
비밀리에 막고 있는 이유라. 무언지 알 것 같았다. 나 때문에 싸우는 두 사람을 보니 뭔가 난감한데. 나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루벤의 추종자가 비밀인 이유…… 세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인가요? 걱정 마세요. 저는 그들에 대해 어디서도 발설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
모로카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내 표정을 물끄러미 살피더니, 눈썹을 찡그렸다.
“혹시 이미 루벤의 추종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겁니까? 더 수상하군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음. 그 얘기가 아니었는데.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으음……. 그, 그게…….”
“내가 알려 줬어.”
그때 다자르가 모로카닐의 앞을 막아섰다. 덕분에 내게 가까이 다가와 있던 모로카닐의 얼굴이 멀어졌다.
“그러니까 책할 거면 내게 하지 그래? 희아는 건들지 말고.”
“다자르, 당신…….”
모로카닐이 어이없는 얼굴을 하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아직 10대라서 그런지, 불쾌한 감정이 온몸에서 흘러나온다. 내 세계에서의 모로카닐은 천사 같은 이미지였는데.
그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슬쩍 다자르를 보았다. 그는 껄렁한 표정으로 ‘어쩌라고, 배 째’를 시전하고 있었다.
그의 당당함에 더욱 눈썹을 찡그리는 모로카닐을 흘낏 보고 나니 알 것 같았다.
‘어쩌면 다자르 때문에 천사가 된 건 아닐까…….’
저 성격을 받아 주다 보니 에인젤이 될 수 있었다는, 그럴듯한 가설을 떠올리고 있다가 핫 하고 정신 차렸다.
“그럼…… 이제 이곳에서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데요?”
내 말에 두 쌍의 시선이 날 향했다. 모로카닐이 먼저 답했다.
“미끼가 되어 이곳을 파헤칠 생각이었습니다. 정말로 루벤의 추종자들의 짓인지, 맞다면 그들을 제거할 생각이었고요.”
“모로카닐의 말대로야.”
모로카닐의 말에 다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끼가 된다고?
“그럼 일부러 표적이 되실 생각이라는 거죠?”
음. 일반인인 척 잡혔다가 빠져나올 생각이었나 본데. 나는 힐끔 다자르를 보았다.
마치 밤에 잠깐 마실 다녀오자는 것처럼 말했는데. 알고 보니 꽤나 위험한 일이었잖아?
“네. 맞습니다. 이건 저희 가문의 일이니 제가 그 표적이 될 예정이고요.”
모로카닐이 선방을 날렸다. 아까 전부터 자기들 가문의 일이라며 싸우고 있었는데.
화가 났을까 하고 다자르를 보니, 모로카닐의 말에 눈썹을 까딱이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나온 말은 의외의 문장이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생각해 보니 내가 희아 옆을 비워서는 안 될 것 같으니까.”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
모로카닐이 잠시 멍한 얼굴을 했다. 그가 나와 다자르를 번갈아 보다가 모르겠다는 듯 이마를 찡그렸다.
“대체 이 사람이 누구이길래…….”
그가 작게 중얼대더니, 고개를 젓고 툭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곳을 돌아다녀 보죠. 혹시 무슨 소란이 나더라도 신경 쓰지 마시고 이곳에서 푹 쉬십시오. 당신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요.”
“……뭐, 네 맘대로 해.”
모로카닐은 그렇게 말하고는 휙 나가 버렸다. 어엇, 아직 세드릭의 위험에 대해서는 설명도 하지 못했는데. 내가 어어어 하는 사이,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다자르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저 녀석은 신경 쓰지 마. 희아.”
“그래도, 혼자서 괜찮을까?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
“걱정은 안 돼.”
“응?”
조금 토라진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걱정은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말이람.
다자르가 입술을 비죽였다.
“나 말고 다른 녀석 걱정하지 마. 심술이 날 것 같으니까.”
“어…… 어?”
“말 그대로야.”
다자르는 그렇게 말하고 두 눈을 꼭 감아 버렸다. 그 모습이 어린아이가 제가 삐진 걸 들키지 않으려는 것과 비슷해서, 풋 웃음이 났다.
뭐야. 어른 다자르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귀여운 모습이다.
지금 질투하는 거야? 짜식. 나중에 진짜 연인을 만나면 지금을 얼마나 후회하려고 그러나.
나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음…… 내 이야기를 좀 들어 줄래? 다자르.”
“……뭔데?”
심술이 가득 담긴 채 닫혀 있던 황금빛 눈동자가 스르륵 뜨였다.
그의 황금빛 눈을 마주 보면서, 나는 세드릭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자르가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위험하다는 건 알려야 했다. 내 말이 길어질수록 다자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게 사실이야? 아까 그 남자가…… 루벤의 추종자들의…… 수장이라고?”
“응. 아마도 그럴 거야. 아니, 확실해. 내가 봤거든.”
“보다니…… 혹시 희아, 네가 예전에 갑자기 사라졌던 게 저 남자 때문인 거야?”
“어?”
아니, 왜 갑자기 말이 그렇게 되지? 다자르의 세모꼴이 된 눈을 보며 황급히 아니라고 하려다가, 문득…….
‘그것도 맞는 말이잖아?’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지난번 갑자기 사라진 건 따지고 보면 세드릭 때문이 아닌가. 그가 아니었다면 루벤의 탑에서 싸울 일도 없었을 거고, 그에 의해 배가 뚫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세계로 날아올 일도 없었을 거고.
“희아?”
내가 갑자기 말이 없어진 게 이상했는지, 다자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불렀다. 그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아. 어,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해서.”
“……그래? 그럼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겠네.”
다자르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댔다. 그렇지.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지. 그래야 다자르가 위험에 처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상하네. 세드릭의 얼굴은 그대로인데, 이전 세계의 다자르는 세드릭을 기억하지 못했어.’
오늘 이렇게 마주하고…… 앞으로 만날 일이 없는 건가? 스치듯 만나서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까.
으음. 어쨌든 세드릭이 이곳에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건 맞으니까, 해결할 수 있다면 해결하고 시아스터저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자르와 시간을 죽이던 때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을 회관의 창문에 빛이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하고 조금씩 동이 튼다고 느껴질 쯤, 난데없이 마을 어디선가 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앙-!
깜짝 놀라 어깨가 자연스레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빨리 나를 감싼 이가 있었다. 함께 있는 사람은 다자르뿐이니, 당연하게도 그였다.
“희아! 괜찮아?”
“어, 으응. 난 괜찮아. 이거 지금 무슨 소리지? 혹시 모로카닐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 아니야?”
“일단 이곳에 있, 아니, 아니다. 나와 함께 밖에 나가 보자.”
다자르가 손을 내밀었다.
“이곳에 결계를 둘러도 네게는 통하지 않을 테니까. 차라리 내 옆에 있는 게 안전할 것 같아.”
내가 결계나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하긴, 쉽게 잊을 수 없는 특이함이긴 하지.
나는 내밀어진 손을 맞잡고 다자르와 마을 밖으로 향했다. 마을은 이상하게도 쥐죽은 듯 고요했다. 방금 전 큰 폭발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분명 소리가 들렸던 곳이라고 생각한 위치를 이 잡듯 뒤졌는데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모로카닐이…… 없어졌어.”
마을을 세 바퀴째 둘러보고 나서, 다자르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모로카닐을 포함해서 말이다.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처럼, 모로카닐도 덩달아 사라져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