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3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33화 –
엘스턴은 실베스타인을 힐끔 보았다. 실리아의 오라버니이자 에반로아르 가문의 가주인 그는 처음과 사뭇 인상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팔불출처럼 보였는데.’
실리아가 사라진 이후부터 사람이 좀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조금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그가 지닌 방대한 지식은 마탑주인 그도 놀랄 정도였다.
“엘스턴 님. 결계가 남긴 흔적이 혹시 느껴지십니까?”
“예? 아, 네. 느껴집니다. 확실히 이상하군요.”
실베스타인은 엘스턴과 함께 조금 전 악시온의 힘 폭발 당시 일어난 결계의 흔들림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그때 실베스타인이 가지고 온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엘스턴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특이한 모양의 것들이었다.
“제가 여행하며 모은 마도구들입니다. 여기에 마나를 불어넣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실베스타인이 그것들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고 물었다. 엘스턴은 눈을 끔벅이다가 재빨리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각각 빛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 시계를 닮은 마도구가 빙글빙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이 가장 격렬했다.
“이런…….”
그걸 본 실베스타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무슨 일입니까?”
“……아까 전의 영향으로, 실리아와의 연결고리에 이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상이요?”
엘스턴이 불안한 낯으로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확히는 그곳과 이곳의 시간 흐름에 왜곡이 발생했다고 하는 게 맞겠군요. 실리아가 있는 곳의 시간이 저희보다 훨씬 빠르게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엘스턴이 헉 하는 소리를 냈다.
* * *
“이게 뭐야……?”
다자르가 내가 내민 음식을 보고 살짝 당황한 목소리로 물어 왔다. 나는 두 손을 허리에 척 올리고 당당하게 답했다.
“간장계란밥…… 은 아니고, 간장계란리조또 비슷한 거라고 할까?”
“……?”
황금빛 눈동자가 물음표를 가득 안은 채 끔벅이는 게 보였다. 이게 무슨 정체 모를 음식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차마 내게 무어라 말은 못 하고 쩔쩔매고 있는 듯했다.
이런 착한 다자르가 어떻게 그렇게 싹수 노란 다자르로 성장하게 된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여기에는 쌀이 없으니까. 네가 좋아하는 걸 완벽히 만들기는 어렵고…… 대신 파스타 면을 잘게 잘라서 리조또 비슷하게 만들어 봤어.”
사실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도 맛을 보진 않았거든.
간장계란밥을 닮은 리조또라니. 그런 끔찍한 혼종을…… 아, 아니. 다소 도전적인 음식을 맛보기에는 난 너무 한국 사람이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다자르는 조, 좋아하지 않을까?’
다소 위험한 생각을 하면서 허허 웃으니, 다자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쌀? 쌀이 뭐지?”
“아. 음, 있어. 네가 좋아할 만한 거.”
다자르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지만,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술을 뗐다.
“그럼 이건 희아가 직접 날 위해 만든 요리인 거야?”
“어? 응, 뭐 그렇지.”
내 답이 끝나자마자 다자르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리조또를 듬뿍 떠서 입 안에 집어넣은 다자르가 순간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앗. 혹시 맛이 없나?
혹시 모르니 조금이라도 맛을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걱정할 일 없다는 듯 다자르의 손은 더욱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그릇 안의 음식이 모두 사라졌다. 이제껏 음식이라곤 입에 대지 않던 그가 이렇게 복스럽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니……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가슴 속에서 몽글몽글한 기운이 샘솟는 게 느껴졌다. 이전에도 느꼈던 적 있는 감각이었다. 재수 없던 다자르가 간장계란밥에 홀릭 했을 때, 이런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맛있게 잘 먹었어, 희아.”
다자르가 우아하게 스푼을 내려놓으며 냅킨으로 제 입술을 닦았다. 배가 부른지 한 손을 배 위로 올리고 있었다. 그 모습도 어쩜 이렇게 예뻐 보이는지, 다음 순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그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 있었다.
“……!”
다자르의 눈이 동그래진 걸 보고, 그제야 내 행동을 자각했다. 앗. 너무 아이 달래듯 했나. 조금 머쓱하게 웃으며 슬그머니 손을 빼려 했지만 곧 잡혔다.
“더 해 줘.”
“응?”
“잘했다고, 더 쓰다듬어 달라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그를 멍하니 보았다. 당돌한 목소리로 자신 있게 말해 놓고서, 두 뺨이 붉어진 걸 보니 웃음이 튀어나왔다. 하핫.
“왜, 왜 웃어?”
“아니. 그냥. 귀여워서.”
“귀…… 귀엽…….”
뭐야. 다자르는 어렸을 때 아주 귀여웠구나? 하지만 사춘기인 지금의 그가 내게 호감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를 더 흔들지 않기 위해 그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앞으로 이렇게 밥 잘 챙겨 먹기야. 알았지? 그래야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도 기뻐하실 거야.”
“…….”
“네 몸을 잘 관리하는 것도 가주가 짊어져야 할 책임 아니겠어?”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음울한 얼굴을 하던 다자르가 뒤이은 ‘책임’이라는 단어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희아.”
성공적으로 다자르의 끼니를 해결한 나는 그의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급히 만드느라 뒷정리하는 걸 뒤로 미룬 상태였다. 시종들에게 반드시 내가 직접 정리할 거라고 단단히 말해 둔 덕분인지, 조리 기구들은 그대로 있었다.
‘맛이나 한번 볼까?’
아까 리조또를 만들다가 조금 남은 게 있었나 보다. 그릇을 정리하던 나는 문득 든 호기심에 스푼을 들고 한 입 먹어 보았다.
“읍. 퉷퉷.”
맙소사. 이게 대체 무슨 맛이야?
과거 내가 다자르에게 해 주었던 간장계란밥은 전혀 찾아보지 못할 맛이 혀를 강타했다. 이건 너무 짜고…… 시잖아!
“윽. 이건 다자르도…… 분명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상황을 파악해 보니, 내가 이전 세계에서 간장과 비슷한 맛을 내는 소스를 찾는답시고 주방장에게 부탁했던 소스가 문제였다. 간장이 아닌, 너무 다른 맛이 났던 것이다.
‘이름은 분명 같았는데.’
다른 세계여서, 그 맛도 다른 건가? 어쨌든 내가 정말 최악의 음식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럼 다자르는 맛이 없었는데도…… 맛있게 먹어 주었다는 거잖아.
“…….”
뭐지, 이거. 나는 분명 다자르의 힘을 북돋아 주려고 했던 건데. 오히려 내가 그의 배려에 감동을 받은 기분이다.
날 보며 쑥스럽게 웃던 그의 얼굴이 불쑥 스쳐 지나갔다.
두 뺨이 왠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으…… 어쩌면 좋냐, 이거.”
왠지 가슴이 콩닥거리는 게 썩 불안했다. 방금 이걸로 저 녀석에게 설레 버린 거 아니지?
나는 고개를 휙휙 젓고 재빨리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다시 다자르와의 시간이 이어졌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그는 머지않아 성인이 되었고 그동안 나는 친구처럼, 누나처럼, 때론 동생처럼 동고동락하며 지냈다.
가끔 모로카닐이 시아스터가에 찾아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다자르는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을 했지만, 찾아오는 이를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어쩐지 모로카닐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짙어진다고 느낄 때쯤, 다자르가 날 아무도 없는 뒤뜰로 불러냈다.
붉은 석양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희아. 나와…… 약혼해 주겠어?”
이제껏 그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다자르가 곧 만나게 될 ‘그녀’를 기다렸다.
아니, 사실은 기다리지 않았다. 나 또한 다자르와 함께 하며 그가 소중해졌고, 그 마음이 커져 감에 따라 욕심이 났다.
언젠가는 보내 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홀로 눈물을 훔치기도 하던 날이 종종 있었다.
그래. 그러던 날이 쌓이고 쌓였던 어느 날, 나는 다자르의 고백을 받고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내가…… ‘그녀’인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