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5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35화 –
다자르가 내 증상을 알게 된 뒤, 매일같이 치료사들이 찾아왔다. 이곳에서 살면서 모두 한 번쯤 들어 본 듯한 유명한 자들이었지만, 아무도 날 치료하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병의 원인을 알아낼 수가 없어요.”
다들 혀를 차며 터덜터덜 떠나갔다. 검사해 보면 모든 게 정상이라나.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는데. 다자르는 그러지 못했다.
“희아. 조금만 버텨 줘요. 다음엔 좀 더 제대로 된 치료사를…….”
그의 말에 애써 웃어 주었지만 그 끝이 어떻게 될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할 것이고, 당연히 치료도 하지 못할 것이었다.
‘아마 내가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게 아닐까.’
이제는 그저 나 혼자 아픈 이유를 추측할 뿐이었다. 까무룩 기절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었고 나는 이제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졌다.
그날부터 나는 시간이 될 때마다 매일 그와 함께 정원을 산책했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며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시간이 흐르며 체력이 점점 약해지는 게 느껴질 때마다 이 몸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조금만 더 버텨 주면 좋을 텐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다자르는 가끔 앓는 숨을 삼키곤 했다. 그때 살짝 그를 올려다보면 어김없이 눈가가 붉었다.
늦은 저녁, 여느 때와 같이 그와 손을 잡고 걷던 날. 문득 꽃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정원에 자주 나오면서 자주 눈에 띄던 꽃이었다.
“이것 봐요, 다자르. 이 꽃 왠지 당신이랑 닮지 않았어요? 평소에는 속을 수줍게 숨기고 있는데, 달이 뜨면 활짝 보여 줘요. 이 꽃, 분명 달을 좋아하나 봐요.”
“……희아.”
조용히 날 부축하며 걷고 있던 다자르가 애써 웃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허리를 살짝 굽혀 활짝 핀 꽃잎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엄지에 와 닿는 감촉은 더없이 보드라웠다.
“그리고 그 속은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당신처럼.”
내 말에 잠시 침묵하던 그가 허리를 살짝 당겨 왔다. 눈 깜빡할 사이에, 그의 붉은 입술이 가까워졌다.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꽃잎만큼이나 부드러운 감촉이 입술에 와 닿았다. 비록 죽어 가고 있지만,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하지만 짧은 행복 뒤, 비극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다자르 시아스터. 당신이 루벤을 돕고 있다는 첩보가 있었습니다. 이제껏 시아스터저에서 두문불출했던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겠지요.”
싸늘한 얼굴을 한 모로카닐이 다른 초월자들과 함께 시아스터가에 들이닥친 건 한가로운 오후였다.
다자르는 날 지키려다 맥없이 제압당했다. 내가 처음 보는 초월자의 손에 잡힌 까닭이었다.
“모, 모로카닐.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루벤이 나타난 후 횟수가 줄긴 했지만, 종종 찾아오곤 했던 모로카닐이었다. 내 증상에 대해서도 최근 알게 되었었고 말이다.
하지만 모로카닐은 여전히 입매를 단단히 굳힌 채 답했다.
“……저 사람은 당신을 살릴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되물을 여유도 없이 나는 초월자들에게 붙잡힌 채 다자르와 떨어져 정체 모를 곳으로 옮겨졌다. 내 존재로 다자르를 협박하기 위함인지 지극한 돌봄을 받았지만 내 몸은 더욱 스러져 갔다.
모로카닐은 매일같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나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이곳으로 오면서 자연스레 그의 마음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동하기는커녕 그가 아주 이기적인 사람으로 느껴졌다.
“후회할 짓 하지 말아요, 모로카닐. 나를 돌려보내 주세요.”
“……죄송합니다.”
그는 초월자들의 힘을 빌려 내게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만, 증상은 더욱 악화되어 갔다.
‘다자르가 보고 싶어.’
그 후 한참 감금되다시피 해,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알지 못하던 때였다. 이젠 홀로 일어서기도 힘들어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른 새벽, 눈이 떠진 나는 하녀를 부르기 위해 메마른 손을 들어 종을 흔들었다. 몸이 이상했던 탓이다. 나는 직감했다. 이러다 정말 끝이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걸 말이다.
“희아 님.”
“……모로카닐? 여기서 뭐 해요?”
하지만 나타난 건 하녀가 아닌, 모로카닐이었다. 그는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저를 용서해 달라 말했다.
“제 욕심으로 당신을 더 아프게 한 것 같습니다. 그에게로 당신을 돌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초월자들은요?”
“그들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모로카닐은 날 지극정성으로 돌봤지만, 다른 초월자들에게 있어 난 인질이었다. 루벤과 손을 잡은 게 의심되는 다자르를 꿰어 낼 미끼이자, 그에게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질.
내가 여기서 사라져 버리면 난감해지는 건 모로카닐일 텐데. 그는 다른 초월자들에게 자신이 표적이 될지도 모를 선택을 내렸다.
“다자르!”
“희아…….”
모로카닐이 힘을 써 날 다자르의 곁으로 데려다주었을 때, 다자르는 그를 눈빛으로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모로카닐의 선택을 알고 별다른 일은 행하지 않았다.
그가 말없이 떠난 후, 다자르는 나를 안고 자신이 지내고 있던 작은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붉은 새가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루벤.’
이쪽 세계의 루벤이 틀림없었다. 인간의 모습이 이미 전역에 알려졌다고 들었는데, 이때부터 붉은 새의 모습을 하고 다닌 모양이었다.
‘루벤과 벌써 손을 잡았구나.’
다자르는 돌아온 내 곁을 조금이라도 떠나지 않았다. 항상 가장 가까운 곳에 남아 곁을 지키려 했다. 그러면서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희아. 당신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를 찾아냈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그 존재가 루벤이었겠지. 초월자였던 그가 왜 루벤과 손을 잡았는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모든 게 나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여기서 루벤의 은혜를 받아 삶을 되찾아 보는 건가 싶었지만. 아쉽게도 끝은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다자르가 준비한 걸 맞이하기도 전에, 내 끝을 예감하고 말았으니까.
그와 함께 근처 호수에 나간 날.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바깥바람을 맡으며 생각했다. 이제 진짜 끝이 다가왔다고.
‘그럼, 다자르는 나중에 실리아의 모습을 한 날 만나게 되겠지. 내가…… 그녀인지도 모르고.’
다자르가 루벤과 계약해 세계를 바치고, 나를 환생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실리아인 모양이었다.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았다.
그사이 살이 빠진 그의 손을 깍지 껴 잡고 작게 중얼댔다.
“또 만나요, 다자르. 다음에는 실리아의 모습으로 말이에요.”
“……희아?”
멍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다자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럽고 소중했다. 아아, 이런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한다니.
거칠어진 그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끝은 아니에요, 다자르.
“그때 당신이 흔들 딸랑이 기대할게요.”
물론 나는 여기서 끝을 맞이하지만. 당신은 아니니까. 나중에 만나요.
황금빛 눈동자가 크게 뜨이고 눈물이 맺히는 장면이 내가 본 마지막이었다.
‘악시온…… 미안해.’
결국 나는 내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서 끝을 맞이하는구나.
곧 온통 검은 공간에 희미한 빛무리가 된 내가 보였다. 이게 영혼이라는 건가?
홀로 생각하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에 잠겨 있을 때. 불현듯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약은 계약이지. 네 소원대로, 그 여자를 환생시켜 주지.
분명 붉은 새, 루벤의 목소리였다.
그와 함께 빛무리가 반으로 쪼개지는 게 느껴졌다. 어? 아, 이제 환생의 과정을 거치는 건가? 실리아의 몸으로 환생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곧 다가올 의식의 끝을 기다렸다.
“…….”
하지만 이상하게도, 빛무리가 떨어져 나간 이후에도 나는 그대로였다. 대신……
-으아앙. 으아아앙.
악시온의 울음소리가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악시온이라니. 끝을 맞이해 환청이라도 듣는 건가? 멍한 의식은 그 울음소리가 가까워질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손 하나가 내 팔을 확 잡아채는 게 느껴졌다. 잠깐, 내 팔? 나는 그냥 형체가 없는 빛무리 상태인데…….
“마마!”
그때 악시온의 외침과 함께 검은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뒤이어 눈앞에 보인 건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악시온과 다자르, 그리고 바닐라가 날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희아! 맙소사……!”
“마마-!”
“으아앙! 실리아아아! 보고 시퍼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