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6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36화 –
실리아가 그들의 품으로 돌아오기 몇 시간 전.
다자르는 입술을 세게 문 채, 악시온이 있는 방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방금 전 악시온이 만들어 낸 폭발이 별장에 울려 퍼졌다.
‘이로써…… 세 번째인가.’
루벤의 기운이 폭발한 횟수였다. 처음에는 실리아와 연결되어 있던 결계에 이상이 생겼고, 두 번째에는 다자르가 섬 전체에 둘러 두었던 결계가 찢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이번이 세 번째 폭발이었다.
이번에는 별장이 크게 흔들려, 하마터면 건물이 무너질 뻔했다. 그가 걷고 있는 복도 창문이 이번 충격으로 모두 깨져 있었다.
폭발을 억제하느라 온 힘을 다 쏟은 다자르의 뺨으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아. 정말, 감당하기 어렵군.”
깊은 한숨이 저절로 포옥 튀어나왔다. 폭발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루벤의 힘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로서도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될 것이다. 제발 그 순간이 되도록 늦게 왔으면 좋겠는데. 아니, 오지 않는 게 좋겠지. 하지만 오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지…….
다자르의 이마에 빗금이 그어졌다.
희아, 그녀가 사라진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그녀를 되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해 보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수확이 없었다.
오히려 악시온의 폭발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조만간 정말로 초월자들이 그를 찾아올 것이었다. 과거, 그들이 제게서 희아를 앗아 갔을 때처럼 말이다. 물론 이번에는 그들이 원하는 걸 순순히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다자르가 이를 꽉 깨물고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앞의 상황에 눈을 크게 떴다. 악시온의 방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가 있었던 까닭이다.
‘바닐라……!’
검은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어린아이. 분명 제 조카이자, 딸인 바닐라였다. 바닐라가 이곳에 오지 못하도록 결계로 막아 뒀었는데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걸까.
‘저택이 흔들리면서 결계도 깨진 건가.’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었다. 골이 아파 온 다자르가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바닐라를 부르기 위해 숨을 들이켰다.
“바…….”
“시오오온. 걱정하디 마!”
“…….”
하지만 이어진 속삭임에 멈칫했다. 다자르가 눈을 천천히 깜박이며 바닐라와 악시온을 눈에 담았다.
악시온은 희아가 사라진 이후, 반투명한 보라색 막으로 둘러싸인 채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잠을 자는 듯 감겨 있는 눈은 가끔 잠에서 깬 것처럼 뜨이기도 했다.
희아를 되찾기 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면 대부분의 시간을 이 방에서 보내는 다자르였기에, 악시온의 상태를 바로 옆에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악시온의 곁에 의자를 가져다 두고 올라앉은 바닐라는 겁도 없이 막을 콩콩 두드리고 있었다. 악시온의 손이 닿아 있는 쪽이었다.
마치 손을 잡고 싶은 것처럼 두드리면서 바닐라는 울먹였다.
“갠짜나. 실리아는 돌아올 거야. 칼이 그래써. 이렇게 예쁜 바닐라랑 귀여운 시온이를 두고 가지 않을 거라고오.”
그러자 그 말을 마치 알아듣는 것처럼 악시온이 눈을 떴다. 실리아를 쏙 빼닮은 파란 눈이 깜박이며 바닐라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제껏 악시온의 옆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다자르였지만, 악시온이 이렇게 누군가를 응시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혹시 이번 폭발로 뭔가 변화가 생긴 걸까.
다자르는 잠자코 둘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바닐라는 두 손을 꼬옥 모아 잡고 악시온과 눈을 맞췄다.
“시온이가 아픈 거도 이 눈나가 다 낫게 해 주 꺼야. 그러니까 걱정하디 마. 우리는 가족이자나. 원래 가족이는 서로를 위하는 고래.”
가족이라. 그 단어를 듣고 나니, 다소 우습게도 다자르는 조금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어두운 탓일까.
아이의 순수한 애정이 담긴 말은 그 자체로 어른의 마음을 흔들었다. 다자르가 과거 제 동료였던 초월자들을 환생하자마자 제거한, 냉정하디 냉정한 존재일지라도 그 말에 가슴이 울렁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가족.
그가 ‘그녀’, 희아와 함께 꾸리기를 오래도록 바랐던 것이 아닌가. 전생에는 다하지 못했던 소원을 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고. 그 다짐으로 루벤에게 세계를 바쳤다.
‘결국 이루긴 했었던 걸까.’
이대로 희아가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이미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었던 것이다. 희아가 실리아의 모습으로 제게 찾아온 그 순간부터.
“…….”
다자르가 달싹이는 입술을 깨물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사이 바닐라는 연신 악시온을 달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악시온이 내뿜고 있는 루벤의 기운이 초월자인 바닐라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니까. 아직 어린 바닐라는 더욱 위험했다.
다자르는 이제 그가 나설 차례라고 생각하며, 한 발자국 걸음을 뗐다.
그리고 바로 그때.
“시온……? 갠차나? 시온이 눈이 이상해……!”
바닐라의 외침에 다자르가 급히 둘에게 달려갔다. 바닐라의 말대로, 보라색 막 안에 있는 악시온의 눈 색깔이 변하고 있었다.
푸른빛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붉은빛이 대신했다. 새빨간 붉은 눈을 보며 다자르가 앓는 소리를 냈다.
붉은 눈. 그가 이전 세계에서 마주했고, 지금도 제 곁을 지키고 있는 루벤의 눈이었다.
‘루벤으로 완전히 각성하려고 하는 건가?’
다자르가 순간 제힘을 모조리 쏟아 내며 방 전체에 결계를 펼쳤다. 때아닌 바람이 방 안에 몰아닥쳤다.
“꺄앗-!”
바닐라가 앉아 있던 의자가 휘청였다. 떨어지려는 바닐라를 재빨리 감싸 안고 악시온에게서 거리를 두려는 찰나.
“안 대! 시온이를 지켜야 대! 멍청이 다자르!”
“잠깐, 바닐라!”
바닐라가 온몸을 흔들며 악시온에게 뛰어가려 했다. 다자르가 아차 하며 몸을 비틀었다. 그 찰나의 순간, 그가 쏟아 내던 힘이 멈칫했고.
‘이런……!’
악시온에게서 폭발적인 힘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자르가 급히 이를 억제하려 다시 힘을 쏟아부었지만 이미 형세는 역전되어 있었다.
제길. 이대로 가다간, 악시온이 정말 루벤이 되어 버릴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그녀가 슬퍼할 것이었다.
“다자르 님! 괜찮으십니까?”
“악시온!”
뒤에서 악시온의 힘을 눈치채고 달려온 모양인지, 엘스턴과 실베스타인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주구운-!”
저 멀리서 흑매들의 목소리도 들린 듯했다.
젠장. 어서 악시온을 진정시켜야…….
다자르가 입술을 아프게 깨물던 그때였다.
“잠깐, 이건 이상한데요. 실리아 님과 끊겼던 결계가……!”
엘스턴이 경악한 목소리로 외치는 게 들려왔다. 그녀와 끊겼던 결계? 그가 이제껏 그녀를 되찾기 위해 시도해 왔던 그 결계를 말하는 것인가. 악시온의 첫 번째 폭발 때 끊기고 말았던 그때 그 결계.
엘스턴의 말이 끝나자마자, 악시온의 바로 옆 허공에 검은 점이 생겨났다. 악시온은 그 점을 똑바로 바라본 채 막 안에서 몸을 비틀었다. 마치 그곳으로 향하려고 하는 모양새였다.
“시온? 왜 그래?”
바닐라가 다자르의 품에서 튀어 나가 악시온에게로 향했다. 붙잡으려 했지만 강하게 몸을 내리누르는 힘에 멈춰야 했다. 마치 가만히 있으라는 듯, 그를 제압하는 힘은 분명 악시온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그냥 당하고 있을 다자르가 아니었다. 제 세계의 루벤과 계약한 그의 힘은 단순한 초월자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쨍그랑, 금방 악시온의 힘을 깨고 다자르가 둘에게로 뛰쳐나갔다.
그때 검은 점이 순식간에 그 크기를 늘리더니, 방 안에 가득했던 다자르의 힘과 악시온의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결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엘스턴의 말대로, 스스로 결계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놀란 다자르가 악시온과 바닐라를 지키듯 섰을 때, 작은 손이 그의 팔을 붙잡는 게 느껴졌다. 이 위치라면 이건 바닐라의 손이 아니었다.
뒤를 힐끗 보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라색의 반투명한 막에서 악시온의 손이 쑥 나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방금 전과 달리 악시온은 한층 성장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붉게 물들었던 눈은 원래의 푸른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악시온이 마치 자신을 바닥으로 내려 달라는 듯 두 손을 내밀었다. 다자르는 얼떨결에 아이를 안고 바닥에 잘 서도록 했다. 악시온은 그동안 다자르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로지 검은 결계만을 바라보고,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악시온……?”
그가 멍하니 아이를 부르던 그때. 결계 쪽에서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자르는 이내 악시온에게서 고개를 돌려 결계를 보았다.
뒤에서 엘스턴과 실베스타인, 흑매들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터졌지만, 다자르의 귓가에는 닿지 않았다.
오로지 결계에서 한 걸음 내딛는 작은 발소리만이 닿았다. 희아, 그녀였다.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은 악시온이었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그녀에게 향했다.
“마마-!”
그 뒤를 바닐라가 이었다.
“으아앙! 실리아아아! 보고 시퍼쪄!”
제 다리 또한 저도 모르는 사이 움직이고 있었다. 짧은 사이 세상의 온갖 환희와 기쁨이 찾아온 듯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희아! 맙소사……!”
어서 그녀를 안고 싶었다. 그녀를 품에 안고 수고했노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결계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녀가 그들을 바라보며 싱긋 웃는 게 보였다. 고운 눈을 예쁘게 접으면서 그녀가 말했다.
“음, 내가 조금 늦었지……?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