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7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37화 –
이상하게도, 돌아온 내 몸은 희아가 아닌 실리아의 몸이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잔뜩 반겨 주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모두 내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아 한동안 한 방에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다며 꺼이꺼이 우는 흑매들의 울음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나는 엘스턴과 실베스타인의 지도하에 온갖 검사를 받아야 했다.
혹시 결계를 통과하며 내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는 엘스턴의 얼굴에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아, 해 보세요.”
“아아.”
“두통은 없나요? 심장의 이상은요? 혹시 한기가 느껴지진 않습니까?”
“그런 건 없어요.”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들과 떨어져 있었는데, 대충 들어 보니 내가 사라진 지 기껏해야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던 듯했다.
기억 속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얼굴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과 함께 코끝이 찡한 기분이 들었다. 입을 열면 꼴사납게 울 것만 같아서 최대한 조용히 검사를 받았다.
“그럼, 나머지 검사는 내일 더 이어서 하죠. 급한 건 마쳤으니까요.”
여기서 더 남은 검사가 있단 말이야?
엘스턴은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다자르를 힐끔 보고는 그 말을 남긴 채 흑매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리고 방 안에는 나를 포함해 여섯 명의 사람이 남았다.
칼과 실베스타인, 악시온과 바닐라, 그리고 다자르였다.
실베스타인도 곧이어 무사히 돌아와 주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슬쩍 자리를 피해 주려 했고, 칼은 아까부터 눈물을 쏟느라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지쳐 쓰러지겠다 싶어 실베스타인과 함께 방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는 다자르와 악시온, 바닐라, 그리고 내가 방에 남게 되었다.
“우리 악시온, 언제 이렇게 큰 걸까? 손도 이렇게 커졌네?”
“마마……. 흐끕.”
악시온은 그사이 불쑥 성장해 있었다. 손가락 한 뼘 정도는 큰 것 같은데. 바닐라보다는 아직 작지만, 이제 아기 티를 벗은 모습이었다.
아이는 내 품에 꼭 안겨서 한동안 나를 부르다가 이내 피곤한지 잠들어 버렸다. 바닐라도 안심한 얼굴로 함께 잠이 들어 이제 이곳에는…….
“희아.”
“다자르……. 그동안 잘 지냈어요?”
다자르와 나만이 남게 되었다.
각자 아이를 무릎에 안은 채로, 우리는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잠깐 사이에 세계를 건너왔지만, 다자르는 내가 떠난 이후부터 아주 긴 시간 동안 홀로 버텨 왔겠지.
마주한 황금빛 눈동자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눈동자 안에는 형용할 수 없는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어, 마주한 나조차 그 감정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솔직히 잘 지내지는 못했어요. 당신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당신이 무사히 돌아왔으니 그걸로 됐어요.”
이전 세계가 아닌 이곳에서 다자르에게 존댓말을 들으니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나와 약혼한 다자르는, 내 앞의 다자르와 동일인물이었다. 그동안 오롯이 홀로서 나를 기다려 왔을 내 약혼자였다.
나는 서글프게 웃으며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결 좋은 검은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가 골골대는 고양이처럼 눈을 감은 채 한동안 있다가 작게 중얼댔다.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을 부리듯이.
“곁에 있음에도 당신인 걸 깨닫지 못하고 허송세월 보낸 시간들이 아까워 미칠 것 같아요. 저 자신에게 화가 나요, 희아.”
“하지만 이제 이렇게 알게 되었잖아요. 그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당신이 미안할 게 아니에요. 더 빠르게 당신을 찾지 못한 내가 잘못한 거지.”
“미안한 게 맞아요. 지금 이렇게 울고 있잖아요, 당신. 나 때문에 울고 있는 거 맞죠?”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건 분명 눈물이었다. 그가 급히 손을 들어 닦았지만 이미 맺힌 눈물은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제껏 실리아로 지내면서 지켜봐 온 다자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모습이었다. 하지만 희아로서 그와 함께해 온 내겐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엄지로 부드럽게 닦고 싱긋 웃었다.
“이제부턴 평생 함께해요, 다자르. 우리 약혼만 하고 아직 결혼식도 못 올렸잖아요? 앞으로 해야 할 게 정말 많다구요.”
“윽…….”
어째 우는 걸 달래 주려고 한 말이 오히려 더 도화선이 된 모양이었다. 더욱 많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걸 보면 말이다.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고 토닥였다. 악시온과 바닐라는 다행히 세상 모르고 잠에 들어 있었다.
다자르가 이내 울음을 멈춘 것은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였다. 그는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천천히 지금의 상황을 전달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악시온이 루벤으로 각성할 뻔했다구요?”
“네. 아마 당신이 사라진 걸 죽었다고 받아들인 모양이에요. 그럴 만도 해요. 당시에 당신이 입은 상처가…… 컸으니까.”
그때를 떠올린 모양인지 다자르가 눈가를 찡그렸다. 마치 자신이 상처를 입은 것처럼 아픈 표정이었다.
그래. 그때 세드릭에게 배를 뚫렸었지. 나도 그렇게 죽는 줄만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세계를 넘어갈 때…… 공통점이 있었네.’
둘 다 죽음의 문턱을 넘었었다는 것. 그게 같은 점이었다. 아무래도 결계를 넘어가는 건 내 목숨과 연관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드릭은요? 어떻게 됐어요?”
“세이드리그 후작은 지금 이곳에 있어요.”
“네?”
세드릭이 지금 이곳에 있다고? 여기 이 별장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다자르가 잠시 귀엽다는 듯 나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당장이라도 제거하고 싶었지만…… 혹여 당신이 돌아올 때 필요할까 싶어서. 원하면 바로 처리,”
“아뇨. 그게 아니라…… 그냥 놀라서 그랬어요. 그럼 아직 잘 살아 있다는 거죠?”
다자르가 내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할 만도 했다. 루벤의 추종자를 이끄는 인물인데, 잘 살아 있는지 안부를 묻는다니.
하지만 이전 세계에서 세드릭을 제거했을 때 진실로 소멸한 게 아닌 걸 알게 되었으므로, 확인은 필요했다.
‘세드릭을 진정 제거하려면 마석이 필요해.’
또다시 다른 세계에서 나쁜 짓을 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세드릭의 생사 여부를 확인한 이후 나는 다자르를 통해 이것저것 정보를 얻었다. 그중에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사실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그가 이곳에서 환생했을 당시 시아스터가에 그와 함께 환생한 초월자들 중 과거 세계에서의 초월자들이 있었다는 것 등 말이다.
“그들은…… 예전에 절 감금했던 자들, 인가요?”
“네. 제게서 당신을 빼앗아 갔던 자들이에요. 다행히 시아스터의 특수한 힘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기에 미친 덕분에, 죄책감 없이 제거할 수 있었죠.”
그렇게 답하는 다자르가 사뭇 살벌하게 느껴졌다. 그가 나를 생각하는 정도가 가끔 과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랬다.
하긴, 그러지 않고서야 나를 되살리겠다고 세계를 루벤에게 바치는 일은 하지 않았겠지.
조금 숙연해지는 마음에 조용히 있다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또 하나 전해 들었다.
“네? 지금 다른 초월자들이 이곳을 노리고 있다뇨?”
“악시온이 루벤으로 각성하려던 과정에서 기운이 폭발했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초월자들이 루벤의 존재를 느꼈죠.”
“아…….”
아니, 그럼 지금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지 않나?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야…….
내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하자, 툭, 입술에 따스한 무언가가 와 닿았다. 다자르가 엄지로 입술을 잘근거리는 걸 막은 것이었다.
“그러다 입술 상해요. 그 입술 제 거인 거 알죠? 소중히 대해 주세요.”
“어, 어…… 네.”
난데없는 다정한 멘트에 눈을 끔벅였다. 잠깐, 다자르가 이, 이런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이전 세계에서도 내게 온 집중을 다하는 사람이긴 했지만.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것 같은데. 솔직히 예전이었다면 오글거린다고 생각하고 말았을 텐데. 지금은 나도 콩깍지가 씐 모양인지, 그의 말에 가슴이 콩닥대는 걸 느끼는 중이다.
‘와. 부끄러워.’
잠시 다자르의 멘트에 흔들리는 사건이 있었지만, 나는 곧이어 다자르를 통해 더욱 여러 정보를 듣고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애썼다.
‘그럼 정말 곧 초월자들이 이곳에 몰려올 거란 소리지?’
그리고 그 선두는 모로카닐일 거고.
과거 마주했던 모로카닐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그가 내게 했던 의미 모를 말들 또한. 방법은 모르겠지만, 모로카닐은 아무래도 내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모로카닐이 이미 내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보다, 당장 닥친 이 위기를 해결해야 했으니까.
나는 자세가 불편한지 잠시 칭얼대는 악시온을 고쳐 안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잠깐. 그런데 아직 악시온이 루벤인 건……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야?’
그랬다. 이곳 별장에서조차 기존에 악시온의 정체를 알고 있던 이들 빼고, 흑매와 칼은 아직 악시온의 정체를 모르고 있지 않나.
루벤의 기운이 별장에서 나타나긴 했어도 그 정체는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득 좋은 생각이 스쳤다.
나는 다자르를 직시하며 말했다.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다자르.”
그러자 다자르가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날 바라보았다. 그게 무엇이든 날 믿는다는 눈빛이었다. 그 눈을 마주하는 게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나도 모르게 빙긋 웃으며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