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6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6화 –
“…….”
충격에 휩싸인 몸을 이끌고 공저로 돌아온 나는 멍한 정신을 추슬렀다.
‘저, 정신 차리자. 그건 내가 아니야. 아무리 생생한 기억이어도.’
한번 기억에 물꼬가 터지자 어렸을 때부터 그를 괴롭힌 기억들이 물밀 듯이 몰아닥쳤다.
마차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나는 부끄러움에 몸부림쳤다. 왜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이리 생생히 고통받아야 하는가.
심각한 고뇌를 하다, 결론을 내렸다.
남의 일이다. 내 할 일이나 하자. 그리고 저 남자는 다신 만나지 말자.
만나면 부끄러운 기억들이 몰아닥치니 절대 만나고 싶지 않았다.
정신적인 타격이 엄청났다.
나는 머릿속에 남아 있는 과거의 기억들을 고개를 휘휘 휘저어 없앤 뒤, 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칼, 꿀은 구해 뒀지?”
“예, 그러믄요.”
생각을 지우려면 반복 노동이 최강이었다.
나는 강인한 팔로 쌀가루를 쾅쾅 찧어 떡을 만들며 기억을 모두 흩날렸다.
이윽고 완전히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쯤,
내가 원하는 떡이 만들어져 있었다.
가래떡이었다.
떡을 한가득 안고 쓰레기장, 아니 흑매 기사단으로 향했다.
* * *
자고로 먹을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떡을 싫어할 리 없다!
특히 가래떡. 쫀득쫀득 야들야들한 식감은 말할 것도 없고,
꿀의 달콤함과 떡의 고소함이 뒤섞이며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 내지.
분명 성공적일 것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다.
“허억, 허억. 너무 맛있어!”
“이 쫀득한 식감은 뭐지? 씹는 걸 멈출 수가 없어!”
“젠장, 방심했군. 이놈이 이런 수수한 외형인 것은 먹는 이의 경계심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었나? 난 이제 이 녀석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고!”
저마다 두 손에 가래떡을 쥔 거대한 남자들은 꿀이 든 항아리에 떡을 조심스레 담근 뒤,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 있었다.
오! 오오! 오오오! 우렁차고 거친 목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너무 맛있억!
나는 그들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원인 제공을 한 게 나이긴 하지만, 기뻐해 주니 좋긴 하지만…….
근육질의 남자들이 광기에 찬 눈으로 가래떡을 뜯고 있는 모습은 심신 안정에 좋지 않았다.
나로서도 한 걸음 물러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단 말이다.
“오. 맛있네요.”
그래도 그나마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단장이자 내 최애(였던) 레온이었다.
그는 다른 이들처럼 크게 흥분하지 않은 채, 조신하게 가래떡을 뇸뇸 먹고 있었다.
단장이 되는 조건이 양 꼬치를 잘 굽는 것과 저 조신함인가?
“이거 이름이 뭔가요?”
어제와는 달리 술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아직 술판을 치르기 전이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연무장에 철퍼덕 앉아 있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나는 선량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가래떡이라고 해요.”
“음. 특이한 이름이군요. 뇸.”
대체 왜 자기 입으로 그런 의성어를 내는 거야? 뇸? 뇨옴?
아무리 봐도 역시나 정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가 오물오물 떡을 씹어 먹더니,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이거 뭐로 만든 겁니까?”
어느새 그의 손에는 메모장이 들려 있었다.
메모장 겉표지에 ‘미식의 길’이라고 쓰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나는 못 본 척 싱긋 웃었다.
“쌀이라는 새로운 식량으로 만든 음식이에요.”
“쌀…… 이요?”
레온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이 재빨리 메모장에 내가 말한 걸 받아 적었다.
가래떡. 쌀. 맛남.
나는 한껏 무해한 표정으로 운을 띄웠다.
“크흠. 시아스터 공작님께서 여러분께 저를 돕도록 명하셨다고 하던데요. 맞나요?”
“음. 그랬다고 하더군요.”
“도우셔야 하는 일이 바로 이 쌀을 만드는 일이에요.”
“아하?”
레온이 이제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부스스한 은발이 고갯짓에 따라 함께 흔들렸다.
그가 특유의 약간 멍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저희 모토가 월루라서……. 아, 이거 저번에 말했던가요.”
또 월루가 어쩌고 하면서 핑계를 댈 셈인가!
“그 전에.”
“네?”
난 눈에 바짝 힘을 주고 가래떡을 한 손에 장엄하게 쥐었다.
“이 모임의 본래 목적을 생각하세요!”
“!”
레온의 적안이 살짝 흔들렸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미식.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 아닌가요?”
“그, 그렇죠…….”
“그렇다면 저를 전적으로 도우셔야 합니다.”
나는 빙의 전 보았던 옛날 옛적 모 드라마의 유명 대사를 내뱉는 어투로 말하면서, 어깨를 당당히 폈다.
어느새 우리 둘의 주위에는 가래떡을 다 먹고 입맛을 다시는 기사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진지한 눈빛을 한 채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이 가래떡은 저번에 꼬치구이를 해 먹은 것처럼, 꼬치에 끼워 불에 구우면 더 맛있어요.”
“!!”
날 도우라고 하고는, 갑자기 구운 가래떡 이야기를 꺼내는 게 영 맥락에 맞지 않았지만.
가래떡에 정신이 팔린 그들은 큰 충격받은 얼굴로 내 손에 들린 떡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하지만 남은 건 이것뿐. 여러분에게 가래떡을 구울 기회는 없죠.”
“!!!”
그들은 이제 곧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분명 어제 꼬치를 구워 먹었을 게 분명한 모닥불에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그리고 여분 막대기에 가래떡을 끼우고 불길 위에서 조심스레 굽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조금 딱딱해졌던 가래떡은 불 위에서 노릇한 표면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노릇노릇 변해 가는 표면은 점차 딱딱해졌다.
하지만 속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촉촉하고 야들야들하지!
“그러나 전 여러분에게 시식의 기회를 뺏을 만큼 야박하지 않답니다. 우선 한 조각씩 드셔 보세요. 뜨거우니 조심하시구요.”
나는 가래떡을 미리 준비한 칼로 살살 썰어서 그들에게 조금씩 나눠 주었다.
떨리는 손으로 받아 든 그들이 조심스레 입 안에 떡을 밀어 넣었다.
“허어억.”
저번에 소금을 날렸던 대머리 남자가 아이돌을 영접한 팬클럽 회원처럼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마이쪄 꺄악!
평범한 가래떡이 구운 가래떡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그들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날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남은 가래떡은 없었다.
“이…… 이, 가래떡을 다시 먹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죠?”
곧이어 기다리고 있던 질문이 튀어나왔다.
구릿빛 피부의 남자였다.
나는 방긋 웃으며 답했다.
“이 가래떡을 먹기 위해선…… 간단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절 도와주시면 돼요.”
“그, 그거면 됩니까?”
“그럼요. 아, 물론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가래떡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시아스터 공작가에 대한 월루는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
그러자 이제껏 잠잠히 있던 레온이 깨달음을 얻은 얼굴로 날 휙 보았다.
“이건 여러분의 업무 외적인, 저와 진행하는 일인 거예요. 아르바이트 같은 거죠. 가래떡이 먹고 싶죠?”
“네!”
“후후. 우리가 만들 쌀은 무궁무진한 음식을 만들 수 있어요.”
그들의 눈에 기대감이 서렸다.
나는 아주 엄청난 비밀을 말해 주는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술도 빚을 수 있답니다?”
“!!!”
그들은 당장이라도 일을 하러 가겠다고 난리를 부리기 시작했다.
“저희를 일꾼으로 부려 주십쇼! 누님!”
누가 님들 누님이야? 딱 봐도 나보다 열 살은 많아 보이는데.
그들을 워워 잠재우면서 나는 앞으로 그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대충 설명해 줬다.
우선 논을 만들어야 한다.
두렁을 쌓고, 관개수로도 연결하고 등등.
설명이 다 끝나갈 무렵, 누군가 불쑥 물었다.
“그런데, 주군께서도 이 음식을 드셔 보았습니까?”
가래떡은 아니어도 쌀은 먹었지.
내가 그에 대해 답을 하려던 찰나, 누군가 내 대답을 가로챘다.
“주군이 먹는 거라면 우선 경멸부터 하는 거 모르냐. 그게 왜 궁금하냐, 새끼야.”
“하지만 이 쫄깃한 식감과 황홀한 맛을 느끼고 나서 갑자기 대식가가 될지도 모르잖아? 우리 가래떡을 뺏길 순 없어! 경쟁자는 제거해야 한다!”
여러모로 태클을 걸 여지가 많은 대화였으나.
내 귀에 꽂힌 건 그중 하나였다.
“네? 공작님께서 먹는 걸 싫어하신다니요?”
“어……. 아, 모르셨구나.”
메모장에 ‘술도 빚을 수 있음, 미쳤다.’를 적고 있던 레온이 눈을 끔벅이며 날 보았다.
“저희 주군, 밥을 잘 못 먹는 좀 이상한 병이 있거든요. 다 맛이 없대요. 쯧쯧. 미식의 즐거움을 모르다니. 안타까운 일이죠.”
문득 이전에 그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래, 맛있군.’
그러고 나서 배 터지도록 밥을 먹었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때 대머리 기사가 뒷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아, 그런데……. 누구시죠?”
“예?”
“영애라고만 듣고, 어떤 분인지는 듣질 못해서요. 하하.”
난 그제야 내가 내 소개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그들에게 가래떡을 먹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저는 실리아 에반로아르라고 해요.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여식입니다. 반가워요.”
“아하! 저희 미식 모임에 가입하지 않으실래요?”
“거절이요.”
단호한 거절에 마상을 입은 듯한 대머리를 슬쩍 무시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후후. 역시 맛있는 게 최고지.
어쨌든, 일꾼을 득했다.
이 쓰레기들이 얼마나 제 몫을 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