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8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18화 –
“뭘 봐?”
다자르는 오늘도 야생마처럼 셔츠 자락을 펄럭인 채였다. 창틀에 걸터앉아 답지 않게 책을 읽고 있던 그의 목소리는 퍽 불퉁했다.
“어,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까부터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잖아.”
그러긴 했지.
바로 어제 그쪽이 전생을 기억하는 데다가, 악의 축이고, 미스터리 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었으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야, 그쪽이 어울리지 않게 책을 읽고 있으니 신기해서 그러죠.”
“하. 넌 공작이라는 직위가 언제부터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거였나 고민을 하게 만들어.”
“좋네요. 저에게 고마워하세요. 일상을 무료하지 않게 만들어 주잖아요?”
“퍽이나.”
한바탕 공방이 오간 뒤, 그가 책을 탁 덮고 창틀에서 내려왔다.
‘엇. 지난번에 봤던 그 새다.’
예전에 그의 어깨 위에 있던 붉은 새. 반대쪽 어깨에 앉아 있었던 건지, 내 쪽에선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자르가 창틀에서 내려오자 붉은 새가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약간 아쉬움이 느껴지는 찰나, 다자르가 툭 말했다.
“그래서 왜 왔지?”
나는 슬쩍 눈알을 굴렸다.
원래 목적은 따로 있긴 하지만, 일단 다른 소식부터 전하자.
“흑매들이 절 돕기로 했다는 걸 알려 주려고요.”
“……그 쓰레기들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대는 다자르의 얼굴을 한 대 치고 싶어졌다.
“뭐예요. 그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는? 절대 도와줄 리가 없는 사람들을 일부러 소개해 주기라도 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네요? 그래서 마치 죽도록 고생 좀 해 보라는, 그런 느낌?”
“…….”
날 소파로 안내하고는 맞은편에 앉은 다자르가 약간 찔리는 얼굴로 입가를 매만졌다.
맞네, 맞아.
일부러 나 엿 먹이려고 그런 쓰레기들을 소개해 준 거 맞네.
“그 녀석들이 돕기로 했다니. 생각보다 능력이 대단하네.”
순수한 감탄이 담긴 목소리가 그에게서 튀어나왔지만, 내 기분은 썩 나아지지 않았다.
“네에. 제가 좀 대단하긴 하죠.”
내가 대단한 건 원래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재수 없는 생각을 중얼대며 툭 말했다.
서두는 뗐으니, 이제 오늘 그를 보러 온 목적 중 하나를 꺼낼 차례였다.
“그래서, 제가 좀 바빠질 거 같은데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제 아이, 악시온을 돌보기가 힘들 것 같아서요.”
“칼이라는 집사도 따라오지 않았던가?”
“나이가 아주 지긋하답니다. 혼자 걷기도 힘들 정도라고요.”
다자르가 눈을 좁혔다.
어디서 그런 거짓말을 하냐는 눈빛이었지만, 당당히 모두 튕겨 내고 말을 이었다.
“제가 듣기로, 공작님께도 아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바닐라의 이야기가 나오자 다자르가 멈칫했다.
“그 아이도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까 싶고. 악시온과 같이 시간을 보내게 하면 어때요? 가끔요.”
“그건…….”
다자르가 살짝 경계 어린 얼굴을 했다.
뭐야. 뭐 누가 잡아먹기라도 하나.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된 건, 악시온의 성장이 멈춰있기 때문이었다.
성장이 멈춘 이유를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바닐라가 악시온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던 방대한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럼 악시온이 마룡의 힘에서 완전히 벗어날 키워드인 바닐라가 추후 악시온을 돕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악시온이 뛰어난 지식으로 바닐라의 관심을 끌 수 없다면.’
소꿉친구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릴 때 소꿉놀이하고 놀던 친구가 커서 결혼식장에 같이 들어가고 그런 거 아니겠어.’
로판에서도 언제나 메이저 키워드인 소꿉친구 아니었던가.
그런 생각으로 바닐라와 악시온을 지금부터 붙여 둘 생각이었다.
‘언제까지 이곳 저택에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지금이야 식량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이곳에 묵고 있지만. 나중에는 공작 영애를 쉬이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자작가의 사생아와 공작가의 영애는 차이가 크니까.’
그런 생각으로 다자르에게 제안한 건데,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줄은.
한참을 고민하던 다자르는 턱을 괸 채 작게 말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언제든 만나도 좋아. 물론, 바닐라가 원할 때.”
오. 이렇게 바로 승낙이라고?
“알았어요. 그럼 조만간 두 아이의 만남을 주선해 볼게요!”
“주선까지야…….”
다자르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게 변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 첫 번째 목적에 나는 용기를 가지고, 다음 목적을 담은 질문을 던졌다.
스쳐 지나가듯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나저나, 그게 진짜예요?”
불쑥 튀어 나간 질문에 다자르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뭘 말하는 거야?”
“그거요, 그거.”
“그러니까 대체 그게 뭐…….”
“전생의 기억이 있다는 거요.”
“…….”
다자르가 멍한 얼굴을 했다. 내 입에서 이 질문이 나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한 얼굴이었다.
바보 같은 얼굴을 보자 왠지 쾌감이 일었다.
저 남자가 당황한 얼굴이라니. 퍽 보기 좋군.
“누가 그래?”
“그건 당연히 비밀이죠.”
원래 제보자는 보호해 줘야…….
“주기로 했던 보수의 반을 다음 달에 먼저 주지.”
“엘스턴이요.”
뭐 하러 제보자를 보호해 주나.
다 자업자득 아니겠나. 하하하.
다자르가 뭐 씹은 얼굴로 작게 중얼댔다.
“빌어먹을 마탑ㅈ…….”
방금 빌어먹을 마탑주라고 한 거 맞지?
작게 중얼댔어도 난 다 들었다고.
“맞아요, 아니에요?”
“…….”
다자르가 눈을 찌푸렸다.
“그게 왜 궁금한데?”
그 말에 멈칫했다.
미래의 사돈이고, 내 고용주나 마찬가지인 사람이지만. 딱히 그와 얽히고 싶은 생각은 없던 나였다.
엘스턴이 남기고 간 악의 축이라는 말도 좀 거리감을 느끼게 했고.
그런데도 굳이 만나야 할 사유를 만들어 찾아온 건…….
‘내 처지와 비슷해서.’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이 몸에 빙의한 나와 비슷해서였다.
빙의라는 형식으로 들어와 미래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나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지만. 한 번의 생을 살다가, 다시 다른 세계에서 생을 시작한다니.
“뭐, 딱히 비밀도 아니니까.”
그때 다자르가 팔짱을 낀 채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 엘스턴의 말이 맞아. 전생을 기억하고 있지. 그래서, 너도 이런 내가 무섭나?”
무섭냐고?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날아왔다. 눈을 끔벅거리다가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니요? 하나도 안 무서운데요.”
“역시.”
역시라니. 저 두 음절을 듣고 나니, 왜 욕을 먹은 기분이지?
“넌 특이한 여자니까. 그럴 줄 알았어.”
“그거 욕인가요?”
“아니, 칭찬.”
아닌 것 같은데.
“궁금증은 풀렸나? 난 이만 이후 일정이 있어서.”
“네?”
아니, 이렇게 갑자기 대화를 끝낸다고?
불현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빨리 나가라는 듯 문을 가리키는 다자르를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내 쪽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무심히 말을 이었다.
“조만간 황실에서 식량 개발에 대한 교육을 받기 위해 사람이 올 테니, 그 사람에게 그 쌀인가 뭔가 하는 것에 대해 알려 주도록.”
“어, 어어어……?”
눈을 두어 번 깜박거리는 사이, 나는 등이 밀려 다자르의 집무실에서 벗어나 있었다.
탁, 하고 닫힌 문 앞에 멀뚱히 섰다.
‘뭐야.’
명백히 전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피하는 것 같은데.
하긴. 나라도 나한테 누군가 전생에 대해 묻는다면, 으음.
아무래도 예민한 이야기긴 하지?
나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신이 나 불쑥 선을 넘어 버린 것 같았다.
‘나중에 미안하다고 해야겠다.’
멋쩍어진 나는 뺨을 검지로 긁으며 서재로 향했다.
* * *
시아스터 공저에는 그 위용에 걸맞게 커다란 서재가 있었다. 높다란 천장까지 가득 메운 책장 사이를 지나며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움직였다.
‘역사가 오래되어서인지, 고서도 잔뜩 있네.’
평소 서재와는 거리가 먼 나지만, 아무래도 원작에서 악시온이 말했던 ‘불행을 먹고 자란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다.
이곳에서 악시온의 성장이 멈춘 이유에 대해서 찾아볼 생각이었다.
서재는 다행히도 주제별로 책들이 꽂혀 있었고, 나는 오래 지나지 않아 불행과 관련된 책들을 찾을 수 있었다.
“불행, 불행…….”
「불행과 행운」, 「불행을 벗어나는 법」, 「불행한 당신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101가지」…… 등등의 책들을 꺼내 살펴보다가, 문득 한 책에 눈길이 갔다.
「불행을 먹고 자라는 존재, 루벤」
“루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듯한, 익숙한 단어였다. 실리아의 기억을 뒤져 보았지만, 기억이 날 듯 말 듯 흐릿하기만 했다.
나는 빠르게 손을 뻗어 책을 쥐고 첫 장을 펼쳤다.
[루벤을 마주한 자, 살고 싶다면 즉시 도망쳐라.]응……?
첫 문장부터 살벌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다음 문장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망쳐도 소용없을 것이다. 루벤을 마주했다면, 그 세상은 이미 멸망의 길을 걷고 있을 테니. 당신은 곧 그의 먹이가 될 것이다.]“…….”
다음 문장은 더 살벌하기가 이를 데 없다. 나는 땀이 삐질 나는 걸 느끼며 다음 장을 펼쳤다가, 당황에 빠져 눈을 끔벅였다.
“어? 이게 뭐지.”
누군가 잉크를 쏟은 것처럼, 그다음 장부터 대부분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간신히 읽을 수 있는 문장을 찾았지만, 그마저도 완벽한 문장은 아니었다.
[루벤의 추종자는 위험…… 그들은 어디든…….]왜 이런 책이 서재에 꽂혀 있는 거지?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페이지를 빠르게 넘겼다. 어디든 읽을 만한 게 없나 싶어서였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다.
[……위해서, 루벤의 가디언을 찾아라.]책을 탁, 덮었다.
불행을 먹고 자라는 존재, 루벤이라.
악시온이 원작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비슷했다. 나는 루벤과 관련된 자료를 찾기 위해 서재를 샅샅이 뒤졌지만, 조금 전 찾았던 그 책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마치 의도적으로 기록을 없앤 것처럼 말이다.
루벤이라는 단서 외에, 딱히 수확이 없어진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서재를 나왔다.
‘분명 어딘가에서 본 단어인 것 같긴 한데.’
왜 뚜렷하게 기억이 안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