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2화 –
하도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었더니 세상이 빙빙 돈다며 쓰러져 버린 마법사를 데리고 응접실에 왔다.
악시온이 잠든 사이 정신이 깬 그는 내게 그간 마탑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훌쩍.
“크흥…….”
“아, 그만 좀 울어요. 다 큰 어른이 그렇게 울어야 쓰겠어요? 여기 아기도 이렇게 얌전히 있는데.”
“그야 세상 모르고 자고 있으니 얌전한 거죠!”
“쓰읍. 애 자는데 소리 지르지 마요. 깨면 책임질 거예요? 네?”
그러자 마법사가 주춤하며 고개를 도리도리했다. 손에 쥔 남색 손수건에는 그의 눈물 자국이 한가득이었다.
그가 작아진 목소리로 투덜대듯 말했다.
“억울해서 그러죠, 억울해서.”
“억울은 무슨. 아무리 그래도 보호자 동의 없이 어떻게 아이 심장에 드래곤 하트를 박아 넣을 생각을 해요?”
“그, 그건 그러니까…… 마, 마탑주님의 판단 아래에…….”
“그 마탑주 좀 이리 오라고 해요. 깨끗하게 강냉이 털어 줄 테니까.”
히익. 그러자 마법사가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이며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로막았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원래 저렇게 겁이 많은 건가? 한 명을 두고 일반화하긴 좀 그렇지만 어째 의심이 된다.
그의 곰작거리는 정수리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포옥 내쉬고 팔짱을 꼈다.
“그러니까, 아이를 살리려면 어쩔 수 없었다. 이 말이죠?”
“네! 그리고 애가 숨이 넘어가려고 하니까 드래곤 하트가 막 웅웅 대면서 울었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아니 마, 마탑주님께서 아주 깜짝 놀라셔 가지고…….”
“흐음.”
“지, 진짭니다! 저 거짓말 못 해요!”
그 말에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자 마법사가 찔끔한 얼굴로 기어가듯 말했다.
“그, 그게……. 백 년간 무슨 수를 써도 꼼짝 않던 드래곤 하트가, 그 아이에게 그렇게 반응을 하니……. 저, 저도, 아니! 저희도 호기심이 생겨서…….”
“그래서 실험차 아이의 심장에 드래곤 하트를 가져다 댔다?”
“그렇죠……. 그러니까 드래곤 하트가 순식간에 흡수가 되더니…… 멎어 가던 아이 심장이 뛰기 시작하더라 이 말이죠.”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로 그가 내 눈치를 봤다. 힐끔힐끔 와닿는 시선을 철벽같은 얼굴로 튕겨 내며 나는 고심했다.
그럼 저 드래곤 하트를 제거하면 악시온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거 아니야?
“드래곤 하트를 제거하면 어떻게 되죠?”
“아무래도…… 크흠, 아이 심장이 멎을 가능성이 크죠……?”
역시. 그렇겠지.
원작에서 악시온은 마룡의 드래곤 하트 덕분에 드래곤에 버금가는 마력과 강인한 힘을 손에 넣게 되지만, 그 대가로 마룡의 마기에 먹힐 위기에 처한다.
소설 속 남주답게 무의식적으로 위기를 느낀 그의 정신은 자신도 모르게 힘을 봉인한다.
하지만 그 봉인은 불완전했고, 성장하면서 점차 마룡의 정신에 동화되어 간다.
‘그러다 여주를 만나지.’
성인이 된 후 제국에서 제일가는 검사가 된 그는 우연히 여주를 만나게 되는데…….
그 여주가 바로 하늘의 새도 그 위를 나는 게 두려워 날개를 접는다는, 괴물 공작가 시아스터가의 외동딸 바닐라 시아스터였다.
“걔도 지금 악시온처럼 아기겠지?”
비슷한 또래라고 했었던 것 같으니까.
“네?”
내 중얼댐에 쭈그러들어 있던 마법사가 움찔하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아니에요. 그럼 이걸 떼어 낼 수도 없는 거네요?”
“그렇지요. 아무래도……. 으음.”
“다른 방법은 없어요?”
“그, 그게…….”
마법사가 눈을 도르륵 굴리며 땀을 뻘뻘 흘리는 동안 나는 심각한 고뇌에 잠겼다.
‘망할. 악시온이 여주를 죽이고 대륙을 멸망시킨 게 몇 살 때지?’
스무 살 정도였던가.
내 옆 바구니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니, 돌도 안 지났을 것 같은 갓난아기다.
‘그럼 지금부터 시한부로 20년을 살 수 있는 거야?’
아니, 아니지.
순간 머릿속을 스쳐 간 기억에 소름이 돋았다.
‘생각해 보니, 악시온이 가장 먼저 악에 각성한 계기가 자신을 내쳤던 외가를 멸족시킨 것부터잖아?’
그리고 그 가문이…….
네, 그렇습니다. 바로 우리 가문이겠죠.
‘그럼 원작에서는 이 몸이 악시온을 내쳤던 건가?’
그럼 입양은 왜 했대? 라는 생각이 불쑥 샘솟았지만, 지금 이 몸의 원주인을 만나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가 언제쯤이었더라…….’
남주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이었지만, 그의 과거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여주 바닐라와 잠깐의 달달한 시간을 보내면서 아주 잠깐 과거의 이야기를 꺼낼 뿐.
‘어머니? 나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없어. 단 한 순간도 존재하지 않았어.’
아니, 이런 대사 말고…….
언제였지?
‘어머니가 될 뻔한 이들은 둘 있었지. 하나는 내가 세상을 인지하기도 전에 나와 함께 죽으려 했고, 하나는…… 날 죽이려 했어. 저주받았다면서.’
아.
악시온의 대사를 떠올리고 나니, 문득 이 몸의 언니가 악시온과 함께 죽으려고 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마차 사고는 우연이 아니었던 거구나.
아니, 잠깐. 왜 이런 것만 기억나는 거냐아.
언제 외가가 멸족하냐고!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대는데, 순간 다음 대사가 떠올랐다.
‘그래서 내가 먼저 죽였어. 그 여자와 같은 핏줄은 모두 없애 버렸지. 지금으로 따지면…… 그래, 소학교에 들어갈 쯤이던가.’
소학교. 지금은 없지만 추후 생겨날 평민을 위한 학교를 일컫는 것이었다.
‘그럼 7살쯤이라는 거야?’
히익. 내 시한부 생이 7년도 안 되게 생겼다니!
빙의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시한부라니!
믿기지 않는 사실에 낙하한 충격이 내 머리채를 휘어잡는 듯했다.
“저, 저기 괜찮으세요?”
“…….”
아니다. 착각이었다.
머리채를 휘어잡고 있는 건 내 두 손이었다.
나는 손가락에 얽힌 머리카락 두어 가닥을 모른 척하고, 아무 일 없었던 양 머리를 정리했다.
하지만 마법사의 미친X 바라보는 듯한 눈빛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우선 아이를 살려 주신 것에 감사해요.”
나는 얌전한 얼굴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미친 사람처럼 머리를 쥐어뜯다가 갑자기 조신한 사람인 양 구는 날 보며 마법사가 슬쩍 엉덩이를 뒤로 뺐다.
“네, 네? 어어어, 네에. 크흠. 아닙니다. 제가, 아니, 저희가 사전에 동의를 구했어야 했는데…….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니에요. 아이를 살리려다 그러신 거잖아요. 그리고 아까 멱살 잡은 것도 죄송해요.”
쪼그라들어 있던 어깨를 마법사가 살며시 폈다. 그가 헛기침을 하며 무어라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순 없는 거 아니겠어요?”
“에…… 네?”
“마탑에서 주기적으로 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 주셨으면 해요. 그 정도는 해 주실 수 있죠? 물론 기한은 평생이에요.”
마법사가 나를 미친X 보듯 보던 순간, 머릿속에 띵- 하고 종이 울리는 것 같았다.
그래. 맞아.
‘아직 악시온이 완전 미친 건 아니잖아?’
물론 곧 미칠 거긴 하지만.
‘원작에서는 이 몸에게 죽임당할 뻔해서 이 가문을 멸족시켰던 거니까.’
그럼, 그 일이 벌어나지 않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마룡의 드래곤 하트와 동화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드래곤 하트를 아예 제거할 수 있다면 더 좋고.
‘그러려면 우선 있는 거 없는 거 다 끌어 써 봐야 해.’
그게 이 여린 손 하나에도 제압당하는 저 가냘픈 마법사일지라도.
“평생이라뇨? 어떻게 평생을 관리해 줍니까?”
마법사는 당황한 낯이었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남들보다 배는 더 수명이 길다면서요. 특히 마탑주님은 더 생이 길다고 하시던데.”
“…….”
“마법사님이 아까 말하시는 걸 듣자 하니, 가장 큰 책임은 마탑주님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럼 그분께 책임을 지우시면 되겠네요.”
평소 햇빛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이는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 위로 땀방울이 또르륵 떨어져 내렸다. 그가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래요. 그럼 여기 사인하세요.”
“아니, 언제 이런 서류가…….”
“저희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집사가 워낙 손이 빨라서요. 칼, 고마워.”
마법사가 고심하는 사이 소리 없이 다가와 서류를 건네준 칼이 허허 웃었다.
그는 에반로아르 자작가에서 오랜 시간 일해 온 집사이자, 이 몸 실리아에겐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아닙니다. 아가씨께서 웬일로 농사일을 마다하시고 응접실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계신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으, 응…….”
어쩐지 눈빛이 반짝이는 게, 눈꼬리에 눈물이 맺힌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내가 칼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마법사가 사인을 마치고 서류를 스윽 내밀었다.
“마법사님 성함이……. 엘스턴, 이시군요?”
“예에, 뭐. 그렇습니다.”
“네. 그럼 엘스턴 님. 저는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여식, 실리아 에반로아르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내가 내민 손을 그가 주춤하다가 마주 잡았다. 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에반로아르 영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절 아세요?”
“영애를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스을쩍 피해 가는 저 눈동자가 왜인지 불안했다.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악시온의 이모이자 새엄마, 실리아 에반로아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이 몸에 들어오자마자 지식을 쏙쏙 습득한 덕에 알고는 있지만 남들의 생각까지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저를 모르는 사람이 왜 없는데요?”
“농사일에 미친 괴짜 영애…….”
“네?”
“그,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농사일에 미쳐 혼기도 놓치고 저택에 처박혀 매일 잡초를 뽑고 있는 이, 이상한 아가씨라고요. 만나면 매일 천수가 어떻니 모내기는 소식이 좋니 하는 괴이한 이야기만 늘어놔 사람들이 슬슬 피한다고…….”
“…….”
“작년에는 최강 비료를 만들겠다면서 온갖 동물의…….”
더 이상 엘스턴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살포시 두 귀를 막으며 나는 심각한 얼굴을 했다.
‘귀족 영애가 왜 하루 종일 농사만 짓고 있나 했는데…….’
이 몸이 알고 보니 농사 덕후였다고?
그것도 일반인 코스프레 따위 없는 진성 덕후?
“으아앙!”
이제껏 고요히 잠들어 있던 악시온도 충격을 받았는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엄마가 될 사람의 정체를 알고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평판도 완전 극악이란 소리잖아.’
도움받을 친구 따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곧, 앞으로 고생길이 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