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3화 –
“흑흑. 실리아 님께서 이렇게 정신을 차리시다니, 이건 다 악시온 님 덕분입니다. 오오오…….”
이 몸의 흑역사를 줄줄 읊던 엘스턴의 엉덩이를 뻥 차서 마탑으로 돌려보낸 뒤.
우는 악시온을 달래고 났더니 이젠 다른 사람이 울기 시작했다.
이 가문의 집사, 칼 할아범이었다.
“어흑. 가주직도 물려받길 거부하시고 농사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시며 하루 종일 일만 하시던 실리아 님께서……! 이렇게 손님을 맞이하시다뇨!”
“…….”
“이 할아범은 아가씨께서 악시온 님을 입양하신다기에, 순간 이런 생각까지 했단 말이죠. 새로 노역을 할 인력이 필요하셨던 건가!”
그 정도라고? 으윽.
얼마나 찐덕후였으면 저런 말이 나와? 나는 새삼 이 몸의 덕력에 질렸다.
“이, 이제 난 악시온을 양육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니. 앞으로 농사에 대해선 일정을 조금 정리하도록 하자.”
안 그러면 7년 후에 생을 마감하게 생겼거든.
“세상에……. 이 할아범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아가씨 입에서 농사 일정을 줄이자는 말이 나오다니!”
뭔 말만 하면 오 주여, 신을 부르짖는 칼을 보고 있자니 슬슬 두통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그를 무시하고 생각에 잠겼다.
악시온을 어떻게 양육하느냐에 따라 내 미래가 달라질 것이었다.
불행하게 키우면 끔살, 바르고 건강하게 키우면 해피엔딩이겠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 목적은 악시온을 ‘잘’ 키우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아주 잘!
나는 굳게 주먹을 쥐며 외쳤다.
“어쨌든! 악시온이 최우선이야! 할아범. 알겠지?”
“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한 게 바로 어제였건만.
다음 날 곧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으아아앙!”
“아이고오, 우리 애기, 울지 마라아.”
“우아아아앙!”
“흑흑……. 악시오온……. 엉엉…….”
아기를 키우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첫날부터 잠이 들지 않고 계속 울기만 하는 악시온 때문에 하늘이 노랗게 보일 지경이었다.
이렇게 울다가 아이가 잘못되는 건 아닌지 걱정…… 은 사실 안 되었고.
‘마룡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잘못될 리가.’
그것보다는 혹시 내 미숙한 육아에 원한을 품고 증오를 키워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컸다.
‘이렇게 끔살 루트로 갈 점수를 하나씩 쌓고 있는 건가……?’
한참을 악시온과 씨름하다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철퍼덕 옆에 쓰러져 있으려니 내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아가씨, 그러니까 유모를 들이자니까요.”
“안 돼.”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칼이 넌지시 유모를 들이자고 했지만, 난 단호히 거절했다.
이 세계에서는 귀족가에서 유모를 두는 걸 필수적인 것처럼 여기고 있었다. 실리아의 지식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하지만 난! 미드에서 갓난아기를 다른 방에서 재우는 걸 보며 “어머 어쩜!” 하고 기겁하던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쓴 작가도 한국인이라고! 같은 공감대를 지니고 있는 작가가 쓴 소설이니, 끔살 루트로의 점수를 쌓는 일일 가능성이 컸다.
‘K-로판인 이 소설에서 유모를 들이자니.’
더더욱 안 될 말이었다.
자고로 K-로판에서의 유모라 함은,
‘남주가 어릴 때 갖은 학대를 하고, 정신 세뇌를 해 자기 말만 따르게 하면서, 여주와 남주의 사이를 갈라놓는…….’
그런 악랄한 역할을 맡는단 말이다.
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나는 쉽사리 유모를 들일 수 없었다.
“으아앙!”
“흑흑……. 우르르 까꾸우우흑흑…….”
“아가씨이이. 울지 마십시오. 아가씨께서 우시면 이 할아범은…… 크흑…….”
우는 악시온을 둘러업고 울면서 우르르 까꿍을 하고 있는 나와 그런 날 보며 같이 우는 칼까지.
내 침실 겸 악시온의 방이 된 곳에서는 곡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더 고생을 하고 나니 고향 생각이 간절했다.
‘흑흑. 한국이었으면 지금쯤 맘카페에 가입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할 텐데…….’
핫. 잠깐. 맘카페?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 * *
칼을 통해 육아 서적을 잔뜩 모아 봤지만 부모들의 삶의 노고가 담겨 있지 않은 그냥 지식서일 뿐이었다.
내게 필요한 건 선배들의 실전 조언!
난 악시온이 잠이 든 새벽, 후줄근한 농부 옷과 밀짚모자, 낡은 낫을 들고 저택 뒤에 있는 밭으로 향했다.
“제길.”
수건까지 목에 걸고 밭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자 그때부터 느껴지기 시작하는 활력과 에너지.
마치 커피를 두어 개 원샷 한 것처럼 머리가 맑아지며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이 농사 덕후의 기쁨.
그 덕력을 느낄 때마다 입에선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오곤 했다.
‘농사의 기쁨에 찌든 귀족 영애라니.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지금 향하는 곳은 자작가의 소유지만 주민들이 공동 관리하는 밭이었다.
땅을 빌려주고 거기서 키운 것은 자유롭게 가져가게 하되 자작가에서 일손이 필요할 때 손을 빌리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마땅한 일이 없어 얼마 전까진 관심 두지 않던 곳이기도 했다.
새벽임에도 밭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후줄근한 작업복을 입고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다. 나와 같은 차림새다.
그중 한 무리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으응?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참인가?”
4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잡초를 뽑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네. 에반로아르 자작령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요. 아마 처음 보실 거예요. 하하.”
“아이고. 그렇구만.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새벽부터 성실하네! 결혼은 했고?”
대략 봐도 평민으로 보이는 그들은 귀족이었다면 절대 먼저 묻지 않을 질문들을 서슴없이 했다.
이 세계의 귀족이라면 썩 불편할 테지만,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궁금해하는 한국 어른들 틈에서 살다 온 내겐 오히려 반가운 질문이었다.
앞으로 내 계획을 생각하면 말이다.
“하하. 네. 아이도 있어요.”
“어머, 남자야, 여자야?”
“남자아이요.”
꺄꺄. 아주머니들은 수줍은 표정을 한 내게 금방 몰려들었다.
“신입 실력이 남다르네! 잡초 뽑는 속도 좀 봐!”
이 몸의 농사 스킬은 이미 만렙인 줄 잘 알고 있었기에, 난 열심히 어필하며 잡초를 뽑았다.
뿌리채소들을 단숨에 뾱뾱 뽑는 묘기를 보여 그들의 환호성을 듣고 나서야 슬쩍 이곳에 온 목적, 본 이야기를 꺼냈다.
“저어, 그런데요.”
“응응. 예쁜 신입, 말해 봐, 말해 봐.”
“다름이 아니라, 제가 지금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거든요.”
“어머나! 정말? 힘들겠다, 아이구.”
“네에.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건 처음이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에반로아르 자작령에 이제 막 이사를 와서, 주변에 아는 지인도 없구요.”
심상치 않은 이야기에 아주머니들이 잡초를 뽑다 말고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다들 딱하다는 얼굴이었다.
“아이가 자꾸 우는데, 달래도 울고, 흐윽. 자지도 않고 울고요. 기저귀 가는 것도 이 방법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주머니들이 내 이야기에 고개를 마구 끄덕이며 공감한다는 얼굴을 했다.
“그땐 그렇지. 아휴, 초보 엄마구나. 우리 첫애도 그랬어. 나도 그때 진짜 고생했는데.”
“맞아, 맞아. 애가 울면 나도 따라 울었다니까?”
그때를 떠올리자 눈물이 나는지, 약간 물기 어린 눈을 한 아주머니가 내 어깨를 살포시 두드렸다.
“에구, 잘 모르겠으면 우리한테 물어봐. 매일 이 시간쯤에 여기서 모이니까. 그땐 아는 것도 없고 힘들지. 귀족들처럼 유모를 둘 수도 없고. 원래 다 그런 거야.”
“그래, 그래. 그러는 게 좋겠다. 우리도 신입이 마음에 들고, 같이 했으면 좋겠네!”
“그, 그래도 될까요?”
수줍은 얼굴로 묻곤 있지만, 속내는 검었다.
후후. 결국 넘어왔는가.
보이지 않게 손으로 브이 자를 그렸다.
“응, 그럼! 그래. 우리 초보 엄마는 이름이 뭐야?”
“제, 제 이름이요?”
“으응. 우리도 돌아가면서 소개해 줄게.”
아주머니들의 반짝반짝한 눈을 바라보며 꿀꺽, 침을 삼켰다.
이름! 이름은 생각 안 했는데!
“어, 그러니까 제 이름은…….”
“응!”
“아, 악숀맘.”
“응?”
“악숀맘이라고 해요.”
그러자 아주머니들이 눈을 살짝 동그랗게 떴다.
“악숀맘? 이름이 특이하네?”
“아, 네. 제가 저기 동부 지방에서 와서요. 하하.”
부캐 악숀맘의 탄생과 함께,
악시온은 아주머니들의 도움을 받아 쑥쑥 자라났다.
더불어, 악시온에 대한 나의 애정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