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2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32화 –
“맙소사. 실비라고……?”
나는 그 책을 들고 황급히 서재를 나왔다.
이 저자를 어디서 보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칼, 나 잠시 에반로아르 자작가에 다녀올게!”
“네에에?”
잠깐 들른 방 안에서 칼이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당장 이용 가능한 마차를 타고 에반로아르 자작가로 향했다.
“실리아 님?”
에반로아르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건 부집사 하일이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나를 본 하일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랜만이야, 하일. 잠깐 나와 줄래?”
날 맞이하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을 시종에게 넘기고 있는 그를 빠르게 지나쳤다.
“안 그래도 실리아 님께 드릴 소식이…….”
뒤에서 하일이 무어라 말하면서 날 붙잡는 듯했지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실비라는 필명을 어서 확인해야 했기에 계속해서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필명이 가득한 공간에 도착했다.
에반로아르 자작의 집무실이자, 실베스타인의 개인실.
“분명 여기에서 봤어.”
오랫동안 주인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방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분명 그 이름을 본 적이 있었다.
뚜벅뚜벅 걸어가서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책장으로 향했다.
“여기 있다.”
책장에는 온통 실비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가 쓴 책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루벤과 관련된 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작게 실망한 채로, 실베스타인이 쓰던 책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순간순간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리한 듯한 메모장과 만년필 따위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실비라는 필명이 적힌 멋들어진 명함도.
지난날 이 방의 주인과 나누었던 대화가 퍼뜩 스쳐 지나갔다.
‘실비? 그게 필명이라고?’
‘응. 아무래도 책 주제들이 조금 민감한 것들이 많아서. 내 본명을 쓰기는 좀 그렇더라고.’
‘그래도 그렇지. 왜 하필 실비야?’
‘우리 가족만 알고 있는 내 애칭이니까?’
여기저기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실리아임에도, 동생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실베스타인이었다.
그는 실리아가 그를 부르는 애칭을, 자신의 필명으로 했다.
그랬다.
실비는 실베스타인이었다.
곧, 루벤에 관한 책을 쓴 이도 실베스타인이라는 말이었다.
“이건 좀 놀라운데…….”
왜 진작 그 표지를 확인할 생각을 못 했을까.
그렇다면 바로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루벤에 대해서 실베스타인에게 확인을……
“아.”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내 머리를 가볍게 콩 내리쳤다. 이 바보야. 실베스타인은 지금 여기에 없잖아.
책의 저자를 알아냈는데. 하물며 그 책의 저자가 제 오라버니라는 것도 알아냈는데.
루벤에 대해 파헤칠 방법이 없다니.
‘이대로 실베스타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건가?’
가볍게 내려친다고 쳤는데, 이 무쇠 팔을 잊고 있었던 까닭에 내려친 머리가 상당히 아팠다. 머리를 감싸 안고 끙끙대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리아 님.”
“어, 하일?”
부집사 하일이었다.
그가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혹시 저택에서 찾으셔야 하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하일은 원래 표정이 잘 없는 사람인 듯했다. 내가 갑자기 나타나 퍽 놀랐을 텐데도, 표정 변화가 크질 않은 걸 보면 말이다.
찾는 거라면 있지. 여기에 없어서 문제지.
“아아. 아니, 혹시 실베스타인이랑 연락을 취할 방법을 알고 있을까?”
실베스타인은 분명 갑자기 무슨 연구를 하겠다며 저택을 뛰쳐나간 지 오래였다. 책을 집필할 때면 간혹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그였기에, 아마 연구는 집필과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
시기가 대략…… 그래, 실리아가 쌀을 동대륙에서 가져온 직후였다.
하일이 내 질문에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이게 뭐야?”
“실베스타인 님께서 실리아 님께 보내신 서신입니다. 오늘 오전에 도착해서, 안 그래도 시아스터가로 보내려던 참입니다.”
실베스타인이 내게 서신을 보냈다고?
“제가 알고 있기로는 실베스타인 님께서 떠나실 때 따로 거처를 밝히지 않으셨을 것입니다만. 이 서신에는 혹시 답신을 받을 주소가 적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일의 말이 맞았다. 나는 하일에게서 서신을 받아 들고 봉투를 손으로 북북 뜯었다. 하일이 레터 나이프를 건넸지만, 그걸 쓸 겨를이 없었다.
[안녕, 실리아.너의 가장 오랜 벗이자, 하나뿐인 가족, 오라버니다. 날이 슬슬 추워지고 있는데 잘 지내고 있니?
아무리 취미라지만 그 가냘픈 몸으로 이 날씨에 농사를 짓고 있을 걸 생각하니 오라버니 마음이 아프구나.]
“…….”
실베스타인이 생각보다 실리아에 대한 애정이 깊군. 그나저나, 대체 이 몸의 어디가 가냘프다는 거야?
나는 조금 오글거리는 기분으로 다음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오라버니가 갑자기 자리를 떠서 놀랐지? 미안하구나. 이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인 너에게는 이유를 설명해 줘야 했는데, 이 오라버니의 마음이 급해서 말이다.]확실히 실베스타인은 실리아의 이복언니인 악시온의 친엄마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은 듯싶다. 하나뿐인 가족이라는 단어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하긴 그러니까 이제까지 남처럼 지내 왔겠지.
다만, 실리아는 실베스타인과 조금 달랐던 듯싶다. 악시온을 입양할 생각을 한 걸 보면.
[사실 나는 네가 동대륙을 다녀온 걸 알고 크게 놀랐단다. 이전부터 네가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결계와 마법이 통하지 않는 몸이라니…….]어……?
결계, 마법이 통하지 않는 몸.
다자르를 통해 이번에 알게 된 실리아의 특성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렴. 특히 마법을 다루는 이들에게는 말이야. 안 그랬다가는 네가 위험할 것 같거든.
그러니 내가 돌아갈 때까지 얌전히 저택에 있어 주면 좋겠구나. 안 그래도 마침 너의 그 특별한 몸에 대해서 단서를 잡은 것 같아.]
실리아의 몸에 대한 단서? 나는 편지를 마저 읽어 내려갔다.
[너와 같은 사례가 처음은 아닌 것 같아.곧 돌아가마.
추신: 혹시 내게 답신을 보내려거든, 이쪽으로 보내렴. 내가 한 달에 한 번씩은 정보를 얻기 위해 들르는 곳이란다.
울프의 구두 가게.
소중한 내 동생 실리아에게, 오빠 실베스타인이.]
서신을 모두 읽어 내려간 나는 한동안 눈을 끔벅이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니까, 그럼 실베스타인은 실리아가 결계나 마법이 통하지 않는 특이한 몸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이걸 조사하기 위해 떠났다는 건가.
그리고 이런 사례가 처음은 아니라는 거고.
“그럼, 일단…… 실베스타인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단서는 얻어 냈네.”
울프의 구두 가게.
구두를 파는 곳이면서, 정보 또한 취급하는 모양이었다.
잠자코 내 반응을 살피던 하일이 말을 걸어왔다.
“서신에 실베스타인 님의 거처가 적혀 있습니까?”
“응. 다행히도.”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요. 혹시 실베스타인 님께 답신을 쓰실 거라면, 이 말도 좀 전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어? 으응, 당연하지. 무슨 말인데?”
제법 진지한 낯의 하일을 보며, 덩달아 나도 진지한 얼굴을 했다. 이제껏 존재감 없이 묵묵히 일해오던 하일이 부탁을 하다니.
실베스타인이 실비라는 것과 이미 이 몸의 특별함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감정은 잠시 밀어 둘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탁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고 그의 답을 기다렸다.
마침내 무뚝뚝한 일자 입술이 열렸다.
“황실 도서관에서 자작가의 인장을 담보로 빌리신 , , 이라는 제목의 책을 어디에 두셨는지 꼭 좀 알려 달라고 전해 주십시오.”
“……어, 음?”
“이대로 연체가 되었다가는 담보로 맡기신 자작가의 인장을 돌려받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은 기다리고 있는 어린 영식들이 많아 원성을 사고 있다고 하니, 나머지 두 책보다도 이 책만큼은 꼭, 꼭, 부탁드립니다.”
“…….”
아, 그렇구나.
남매가 쌍으로 덕후였구나.
여동생은 농사 덕후, 오빠는 미스터리 덕후.
왠지 책장의 책들이 모두 세계의 비밀 어쩌고 하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것 같더라니.
‘루벤에 대해서 연구하게 된 것도 그래서인가 보네.’
이 몸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것도, 동생에 대한 걱정보다는 아마 미스터리 덕후로서 근질거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안 그랬다면, 동생이 또 동대륙에 다녀올 수도 있는데 이렇게 홀로 두고 떠날 리가 없지 않은가.
“알았어, 하일. 꼭 그렇게 답신에 쓰도록 할게. 너무 걱정 마.”
“예. 부탁드립니다.”
하일의 깍듯한 묵례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시아스터가로 향했다.
돌아가서 그에게 답신을 쓸 생각이었다.